[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블록버스터 웹 콘텐츠 ‘가짜사나이’
최근 화제가 된 '가짜사나이'는 유튜브 콘텐츠에 있어서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7회분의 영상에 총 조회 수가 무려 4천만 건이 넘는 초대박 성공을 거둔 것. 이제 유튜브 바깥에서도 러브콜을 받는 '가짜사나이'의 인기는 무엇 때문일까.◆'장르만 코미디'에 등장한 이근 대위최근 방영된 JTBC '장르만 코미디'에는 유튜브 콘텐츠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분이라면 낯설 수 있는 한 인물이 등장했다. 바로 이근 대위다. KBS '개그콘서트' 폐지로 갈 곳 잃은 개그맨들이 JTBC에서 프로그램에 들어가기 위한 아이템 회의를 거듭하다 최근 뜨고 있는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낸다. 그 중 한 개그맨이 최근 일반인들의 UDT 훈련을 리얼리티로 담아 화제가 된 '가짜사나이'를 언급하고 유튜버들이 훈련을 받은 것처럼 자신들도 그런 훈련을 받는 이른바 '가짜 연예인'을 기획하게 된다. 그리고 '가짜사나이'에서 교관 역할을 맡은 후 갖가지 유행어는 물론이고 여러 프로그램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는 이근 대위가 등장한다.이근 대위는 이제 이들 개그맨들을 데리고 무인도에 들어가 생존훈련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선포한다. '장르만 코미디' 같은 메인스트림이라고 할 수 있는 JTBC 채널에서 웹 콘텐츠로 인기를 끈 '가짜사나이'의 주인공을 섭외하는 이 풍경은 지금의 달라진 매체의 위상을 실감하게 한다. 지상파, 케이블, 종편이 구가했던 시대가 한걸음 뒤로 물러나고 그 자리로 유튜브 콘텐츠가 올라오게 된 것.사실 이근 대위는 예전 MBC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에 출연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만큼 주목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가짜사나이'의 성공으로 이근 대위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갖게 됐다. "너 인성 문제 있어?" "우리 할머니도 그거보다 빨리 뛰겠다" "4번은 개인주의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같은 방송에 포착된 그의 말들은 모두 유행어가 되었고 과거 영국의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해 독한 훈련으로 포기자들을 속출하게 만든 영상은 레전드로 불리게 되었다.'가짜사나이'는 이근 대위뿐만 아니라 함께 출연했던 교관들 역시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잘생긴 외모의 에이전트H는 이른바 '남친짤'로 여성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고, 로건과 야전삽 짱재 역시 외모와 달리 귀여운 캐릭터로 화제가 되었다. 최근에는 한 잡지가 이 교관들을 화보로 실을 정도로 이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도대체 '가짜사나이'는 어떤 콘텐츠이고 무엇이 이런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일까.◆'진짜사나이'를 패러디했지만 더 실감나는'가짜사나이'는 제목에서 눈치 챘겠지만 MBC의 종영 예능 프로그램 '진짜사나이'를 패러디했다. 강도 높은 훈련 영상들이 이어지고 그 속에서 고통스럽게 훈련을 받는 이들의 모습과 그들의 인터뷰가 병치되어 편집되는 방식은 '진짜사나이'의 그것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다. 특히 인터뷰 장면에 이름과 함께 들어가는 '겁쟁이', '뷰티 유튜버' 같은 그 때 그 때 상황을 짧게 설명해주는 문구들은 '진짜사나이'의 예능적 센스가 묻어나던 자막을 떠올리게 한다.제목은 '가짜사나이'인데 훈련 강도는 '진짜사나이'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래서 이 콘텐츠에 붙은 '가짜->진짜, 진짜->가짜'라는 댓글이 그냥 붙은 것이 아니라는 게 단 몇 분만 봐도 쉽게 드러난다. 군대를 다녀왔고 유격훈련 같은 걸 받아본 사람이라면 시작부터 '원산폭격'이 이어지고 끝없이 반복되는 입수와 얼차려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 힘겨움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참가자들 중에는 너무 힘들어 토하는 이도 있고,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정도가 되어 "힘이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손바닥이 다 까져 붕대로 퉁퉁 감고도 훈련을 하는 모습이나,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보트를 머리에 이고 이동하거나 식사를 하는 장면, 땅을 파고 은폐하는 비트를 구축하기 위해 새벽까지 삽질을 하는 장면 등 우리가 '진짜사나이'에서는 좀체 보기 힘든 강도의 훈련들이 가감 없이 펼쳐진다.어찌 보면 너무 가학적인 느낌마저 들지만, 훈련에 참가한 이들과 이들을 훈련시키는 교관 사이에는 나름의 진정성이 존재한다. 힘든 훈련 끝에 교관이 이들을 앉혀놓고 유튜버로서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을 말해보라는 대목에서 늘 가볍게만 보였던 한 유튜버가 "공황장애"를 외치는 장면은 짠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걸 이겨내기 위해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그들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좀 더 강하게 만들어주겠다는 교관의 진심이 묻어나기 때문이다.◆대박 콘텐츠가 된 '가짜사나이'가 만들 새로운 풍경들'가짜사나이'는 피지컬 갤러리라는 자세교정이나 운동법을 알려주는 채널의 김계란이라는 1인 크리에이터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콜라보 프로젝트였다. 먹방 유튜버인 공혁준과 함께 한 살빼기 운동 프로젝트 도중 김계란이 그의 게으름을 지적하며 꺼낸 UDT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 씨가 되었다. 역시 UDT 출신이었던 김계란은 무사트(MUSAT)의 이근 교관에 이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이로써 '가짜사나이'가 탄생했다. 무사트는 글로벌 보안 전문 회사로서 군부대 및 정부기관, 기업, 개인에게 맞춤형 전략 전술 장비 자문 및 교육훈련을 제공하는 회사다.유튜버, 스트리머, 힙합 뮤지션 등이 참여해 UDT 고강도 훈련을 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가짜사나이'는 총 7개 에피소드 영상으로 만들어졌고 가장 관심이 폭발했던 첫 번째 에피소드만 간단히 1천만 조회 수를 넘긴데 이어 지금 현재 이 7개 영상의 총 조회 수가 4천만 건이 넘어간다. 총 제작비는 5천만원으로 유튜브 콘텐츠로서는 블록버스터급이라 할 수 있다. 애초부터 광고 스폰서를 잡고 만들어진 콘텐츠지만 이런 초대박으로 인해 총 제작비를 훌쩍 뛰어넘는 몇 배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미 9월에 시즌2를 선언한 '가짜사나이'는 좀 더 높은 8천만원의 제작비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벌써부터 시즌2 참여자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시즌1을 이미 봤던 터라 '준비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더 강도 높은 콘텐츠가 예고됐다.'가짜사나이'가 의미를 갖는 건 지금껏 1인 미디어들의 영세한 일상 영상 정도가 웹 콘텐츠라고 생각했던 그 선입견을 이 블록버스터 프로젝트가 보기 좋게 깨놓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 출연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유튜버들이 콜라보 형태로 참여하고, 그래서 영상도 메인 에피소드와 더불어 유튜버들이 올린 외전 성격의 영상들도 넘쳐난다. 이러한 콜라보 프로젝트는 각각의 개인 유튜버들이 자신만의 콘텐츠를 고수하면서도 동시에 함께 참여하는 대형 콘텐츠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이미 유튜버의 영향력이 입증되면서 아예 메인 스폰서를 잡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짜사나이'는 웹 콘텐츠의 새로운 영역 하나를 확장해냈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는 콘텐츠가 아닐 수 없다. 시즌2가 만일 성공한다면(사실상 성공은 확정적이지만) 이 여파는 웹 콘텐츠들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더 많은 대형 프로젝트들을 웹 콘텐츠로 보게 되는 날이 머지않았다.
2020-08-26 11:39:17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사랑이 눈뜰 때' '리메인' '후쿠오카'
◆사랑이 눈뜰 때감독: 마이클 메일리출연: 알렉 볼드윈, 데미 무어배우 알렉 볼드윈과 데미 무어가 24년 만에 재회했다. 천재 작가와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받은 상위 1% 백만장자 여인의 운명적인 만남을 그린 로맨스. 베스트셀러 작가 빌(알렉 볼드윈)은 사고로 아내와 시력을 잃고 집필을 중단한 채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산다. 어느 날 새 봉사자 수잔(데미 무어)이 그의 집으로 온다. 화려한 삶을 살아온 수잔은 측근의 범죄에 연루되어 사회봉사 명령을 받고, 그의 집에 온 것이다. 고집 센 남자와 당차게 맞서는 여자. 둘은 갈등하다가 차츰 새로운 삶의 빛을 되찾기 시작한다. 브라이언 깁슨 감독의 '주어러'에서 함께 출연했던 두 배우는 이제 중년의 남녀로 골드 로맨스를 보여준다. 삶의 끝자락에서 다시 시작하는 중년의 로맨스가 애틋하다. 106분. 12세 이상 관람가.◆리메인감독: 김민경출연: 이지연, 김영재, 하준겉으로 보기엔 완벽한 10년차 부부 수연(이지연)과 세혁(김영재). 남편의 직장 때문에 부산으로 옮긴 후 수연의 공허함은 커져만 간다. 그렇게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무용으로 치료 봉사를 하는 강사직을 추천 받게 된 수연은 휠체어를 탄 남자 준희(하준)를 만나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수연과 준희는 차츰 가까워지고 어느덧 춤을 통한 치료를 넘어 몸과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결국 세혁, 수연 그리고 준희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남아있게 된다. 세 남녀의 변화하는 감정선을 세밀하게 포착해 눈길을 끈다. 신예 김민경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제19회 밀라노 국제영화제 베스트 작품상과 감독상에 후보로 올랐으며,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 경쟁작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98분. 청소년 관람불가.◆후쿠오카감독: 장률출연: 권해효, 윤제문, 박소담'두만강', '경주' 등으로 잘 알려진 장률 감독의 신작. 헌책방을 운영하는 제문(윤제문)이 책방에 자주 찾아오는 손님 소담(박소담)의 제안으로 대학 선배 해효(권해효)가 있는 일본 후쿠오카를 3일간 여행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대학시절 제문과 해효는 순이를 동시에 좋아한다. 둘의 구애에 부담을 느낀 순이는 어느 날 사라지고, 두 남자는 서로 연락을 끊고 28년간 살아간다. 제문은 순이가 자주 찾던 헌책방을 운영하며 그녀를 기다리고, 해효는 순이의 고향 후쿠오카에서 술집을 운영하며 그녀를 기다린다. 소담으로 인해 두 남자는 28년 만에 재회하고 그 동안 쌓였던 오해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두 남자의 정신을 지배하는 순이는 윤동주 시인의 시에 등장한다. 경계인으로 살아온 감독의 시선이 담겨 있다. 85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0-08-26 11:38:38
[김중기의 필름통] 오감뿐 아니라 뇌까지 자극하는 경이로운 역작…영화 '테넷'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은 경이로운 영화다. 시간을 소재로 한 그 많은 영화들을 한 구덩이에 쓸어 넣어 버리고, 홀로 이들을 압도한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끝을 영화라는 메신저로 포장해 관객의 눈과 귀, 그리고 뇌까지 쥐락펴락한다.'테넷'은 오락 액션영화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악당을 쳐부수는 주인공 이야기다. 이 정도면 '독수리 5형제'급이다. 어린이용 영웅물의 전형적인 플롯이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놀란은 여기에 물리학적 이론을 넣고, 스펙터클한 액션과 달콤한 로맨스까지 가미해 150분간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든다.악당은 러시아 무기 밀매상 사토르(케네스 브레너). 그는 현재와 과거를 오갈 수 있는 신비한 힘을 가졌다. 이 힘으로 한 순간에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다. 이를 간파한 정보기관은 엘리트 요원인 주인공(존 데이비드 워싱턴)과 닐(로버트 패틴슨)을 투입한다. 사토르에 대한 복수심이 가득한 아내 캣(엘리자베스 데비키)을 이용해 그에게 접근한 주인공은 사토르가 시간을 거스르는 힘을 가진 것을 알게 된다.'테넷'은 감독이 가장 야심찬 영화라고 자부한 영화다. 그는 우주물리학을 기반으로 한 '인터스텔라'(2014)와 정신분석학의 이해가 필요한 '인셉션'(2010)으로 관객에게 과학적 기초 지식을 요구했다. 이제 '테넷'은 심화과정이다.'테넷'의 설정이 난해하다는 말이 많자 예고편을 통해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물론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고 어슴푸레 영화를 봐도 충분히 오락적 타격감이 있는 영화다.그렇지만 영화를 본 후 끊임없이 일어나는 의문은 관객에게 고문이다. 친절하게 설명하지도 않는다. 시간을 요리한 영화가 그 흔한 플래시백 설명 하나 없이 '알면 알고, 말면 말고'식이다. 감독의 짓궂은 '지적 유희'가 도를 넘는다.영화를 보기 전 몇 가지 알고 가야 할 용어가 있다. 첫 번째는 '인버전'이란 말이다. 인버전은 사물의 엔트로피(물질이 변하는 경향성)를 반전시켜 그 사물만 시간을 거꾸로 흐르게 하는 기술이다.총에 맞은 벽에서 총알이 거꾸로 총구에 들어오고, 전복된 자동차가 다시 온전한 상태로 되돌아온다. 총을 쏘면 총알이 나가고, 탄피가 튀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시간이 역행하는 것이다.또 하나는 타임 패러독스에 대한 이해다. 과거의 나와 마주치면 안 되고, 과거를 바꿔서도 안 된다는 이론이다. 과거를 바꾸면 미래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과거로 돌아가 할아버지를 살해하면 내가 사라지는 이율배반적인 명제다.그러나 '테넷'은 과거의 나와 만나도 인식하지 못하면 괜찮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미래가 과거를 파괴할 수 있는 것이다.시간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터미네이터'처럼 한 시점에서 한 시점으로 이동해서 일어나는 일을 다뤘다. 그러나 '테넷'은 인버전을 통해 시간의 흐름이 역행 또는 순행되는 충돌을 관객에게 짜릿한 트릭으로 선사하는 영화다. 이효리처럼 앞뒤로 읽어도 같은 말이 되는 제목 'TENET'은 그래서 붙여진 것이다.그래서 영화는 시작하는 시점부터 끝날 때까지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든다. 백팩의 작은 고리부터, 군인들이 청군과 홍군으로 나눠 벌이는 대형 군중신까지 모두 어느 것 하나 연결되지 않는 구석이 없다. 영화를 보면서도 리와인드시키고 싶은 갈망이 수차례 일어난다.게다가 영화의 템포가 상당히 빠르다. '인셉션'이 산책이라면 '테넷'은 거의 질주 수준이다. 초반 오페라 하우스의 총격과 폭파장면에서는 빠른 액션 속에 단서들을 흘러가듯이 숨겨두기도 한다.지금까지의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의 단점은 액션이 약하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테넷'에서는 일취월장, 시원한 액션들이 강력한 음향과 함께 관객을 강타한다. 거기에 한스 짐머의 애제자 루드비히 고란손이 음악감독을 맡아 현악기의 고음과 둔탁한 퍼커션 저음이 혼합된 독특한 음악으로 관객의 긴장감을 높여준다.놀란 감독은 컴퓨터 그래픽(CG)을 지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도 대형 세트장을 건설해 보잉 747 수송기를 실제 구입해서 충돌 장면을 찍기도 했다. 덴젤 워싱턴의 아들인 존 데이비드 워싱턴의 연기와 액션도 무게감을 더한다.'테넷'은 렌즈 하나 값만 5억이 넘는 아이맥스 카메라로 전량 촬영했다.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관람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영상과 음향 두 가지를 놓고 선택해야 된다면 음향 특수관을 추천한다.'테넷'은 흔치 않는 영화다. 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지적 유희와 상상력, 영화적 감각이 없다면 불가능한 영화다. 26일 개봉. 150분. 12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08-26 11:38:15
[김중기의 필름통] 아픈 기억과 상처를 치유하는 마법의 정원 '시크릿 가든'
고전 명작은 원형적 힘을 갖고 있다. 시대를 넘어 꾸준히 리메이크되는 이유다. 여기에 현대의 그래픽 기술이 더해져 화려한 판타지로 거듭나고 있다.19일 개봉한 '시크릿 가든'(감독 마크 먼든)도 그런 코스를 밟고 있다. 프랜시스 버넷의 1910년 소설 '비밀의 화원'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다. '비밀의 화원'은 1993년 동명 영화로 만들어져 지금까지 아름다운 치유 영화로 사랑받고 있다.2차 대전 직후인 1947년, 인도에서 자란 영국 귀족 소녀 메리(딕시 에저릭스)는 어느 날 한 순간에 부모를 모두 잃고 고아가 된다. 영국에 살고 있는 이모부 아치볼드(콜린 퍼스)의 손에 맡겨져 그의 저택으로 오게 된다. 폐허가 된 듯 어두운 고택. 가정부 메들록 부인(줄리 월터스)은 돌아다니지 말고 방에만 있으라고 한다.모든 것이 낯선 메리는 저택 밖의 영지를 쏘다니기 시작한다. 숲속에서 떠돌이 개에 의해 오랫동안 감춰져 있던 문을 발견하게 되고, 그 문 너머에 신비롭고 아름다운 정원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원작이 사랑받는 이유는 치유의 감동 때문이다. 비밀의 화원은 아치볼드가 부인과 사별한 뒤 버려둔 화원이다. 메리는 정원사 벤 할아버지와 친구 디콘의 도움을 받아 화원을 아름답게 가꾸고, 이를 계기로 침울했던 집이 행복을 찾는다는 것이 줄거리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절망감 때문에 버려진 화원이 한 소녀의 노력에 의해 치유의 정원이 된 것이다.저택은 어둡고 음산하다. 밤마다 들리는 울음소리, 창백한 벽화. 이모부는 차갑고 외롭다. 어느 날 침대에 누워만 있는 사촌 콜린(이단 헤이허스트)을 만나게 된다. 언젠가 아버지 아치볼드처럼 등이 굽을 것이라 생각한 콜린은 집 밖을 나가기 무서워 갇혀 지낸다.아버지는 아들을 잃을까 걱정해 집 안에 가두고, 아들은 그런 아버지에 의해 절망하고, 어머니로부터도 사랑받지 못한 존재라는 상처로 살아간다. 메리 또한 엄마의 죽음이 자신의 탓이라 여기며 환영에 시달린다.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이 원망에만 가득 찬 아픈 영혼들이 숨어 지내고 있는 저택, 그러나 그 너머에 이들의 영혼을 달래 줄 정원이 숨어 있다. 그 정원은 메리가 이모의 방에서 어머니와 이모의 흔적을 발견하면서 더욱 치유의 힘을 얻는다. 자매의 사랑과 우애는 그들의 기억과 달리 따뜻하고 아름다웠던 것이다.원작은 화원을 가꾸는 과정이 있지만, 영화는 정원 자체에 마법 같은 치유의 힘이 있다는 설정을 갖는다. 판타지가 더해진 것이다. 그런 차별화는 그래픽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 듯 하다.아픈 기억과 어두운 기운으로 가득찬 집과 달리 정원은 밝고 화려하다. 모네의 그림처럼 양귀비가 피어 있는 언덕, 색이 변하는 나무와 잎, 꽃이 피어나는 꽃길 등 상상을 그대로 눈앞에 아름답게 그려낸다. 메리와 콜린의 심리에 따라 화사한 봄이 쓸쓸한 가을이 되고, 또 잎들이 순식간에 시들어버리는 변화도 그래픽으로 묘사한다.저마다의 상처와 기억을 숨기고 있던 등장인물들은 버려졌던 정원의 문이 열리면서 조금씩 치유받기 시작한다.배경이 1947년으로 바뀌면서 전쟁의 상처가 남은 황량한 풍경을 더한다. 저택 입구에 쌓인 포탄 껍데기 등이 그렇다.그러나 원작이 가진 힘이 과도한 판타지로 희석되는 아쉬움이 있다. 비밀의 화원은 버려진 화원이 자그마한 힘에 의해 가꿔지고, 이것이 치유의 힘으로 승화되는 힘이 있는데, 영화는 이를 생략하고 그 자체에 힘을 부여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정원이 마치 영지 밖 어딘가로 분리되면서 공간감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아내를 잃은 후 아들과도 멀어지고 괴팍해진 이모부 아치볼드를 콜린 퍼스가 맡았고 엄격한 메들록 부인은 '빌리 엘리어트'(2000)와 '와일드 로즈'(2018)로 잘 알려진 줄리 월터스가 연기했다.원작자 프랜시스 버넷은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난 미국의 소설가다. 1886년 '소공자', 1888년 '소공녀' 등 아동의 따뜻한 감성을 담은 소설로 유명하다. '시크릿 가든'도 아동을 주인공으로 어른들의 상처까지 보듬는 영화다. 거기에 현대적 비주얼을 더했으니 젊은 관객들에게는 재해석된 고전의 향기일 수도 있겠다. 19일 개봉. 100분. 전체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08-19 13:49:22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E채널 '노는 언니'
어째서 예능 프로그램에는 남성들만 가득할까. 이런 의문을 던져본 시청자라면 E채널 '노는 언니'라는 프로그램이 대단히 신선하게 다가올 법하다. 여성 스포츠스타들만으로 구성된 예능이 주는 특별한 세계가 펼쳐지기 때문이다.◆시작부터 심상찮은 '노는 언니'E채널 '노는 언니'의 첫 회는 어느 고깃집에 아침부터 '언니들'이 모이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간단한 가방에서 거대한 트렁크를 끌고 오는 언니도 있고, 남자친구가 차로 내려주는 언니도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등장할 때마다 존재감이 남다르다. 다름 아닌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스포츠스타들이고, 그들이 모두 여성들이라는 점이 더욱 그렇다.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박세리. 그가 사전 인터뷰를 통해 밝힌 출연 계기는 사실상 이 프로그램이 가진 기획 의도 그 자체나 마찬가지다. 그는 남성 스포츠스타들이 모여 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많지만 여성들은 거의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노는 언니'가 각별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밝힌 것이지만, 그건 사실상 예능 프로그램에서 늘 지적되던 성비 문제를 정면에서 저격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예를 들어 JTBC'뭉쳐야 찬다' 같은 프로그램은 스포츠스타들의 '조기 축구'라는 콘셉트를 갖고 안정환, 이만기, 허재, 양준혁, 이봉주, 여홍철, 이형택, 박태환 등등 다양한 스포츠스타들을 출연시키고 있지만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다. 조기축구라는 특정 종목 때문이라고는 해도 스포츠스타 중에는 여성 축구인도 있을 텐데 어째서 단 한 명도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지 의아하게 느껴진다.'노는 언니'는 그래서 최근 대중들의 요구에 의해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여성 예능의 중요한 계보를 잇고 있다. 2016년, 2017년 방영된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1, 2나 송은이가 이끄는 '밥블레스유' 그리고 최근에는 MBC '나 혼자 산다'의 스핀오프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여은파'(여자들의 은밀한 파티)가 여성 예능의 계보다.그 중에서도 '노는 언니'는 이제 겨우 몇 회 방영되지도 않았지만 반응이 뜨겁다. 그건 다름 아닌 여성 중에서도 '스포츠스타'가 출연하고 있고 이들이 말 그대로 노는 광경 자체가 지금껏 우리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봐왔던 여성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지점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아침에 고기는 필수라며 고깃집에서 고기를 챙겨먹고, 마치 금기가 풀린 사람들처럼 마트에서 카트 두 개를 가득 채워버리는 쇼핑만으로도 신선한 그림들이 나온다. 그 장면들은 우리가 별 생각없이 봐왔던 예능 속 여성 출연자들의 고정된 역할이나 이미지를 여지없이 깨주고 있다.◆스포츠인이어서 할 수 없던 것들, 할 수 있는 이야기들여기서 스포츠인이어서 할 수 없던 것들을 이 프로그램이 해준다는 콘셉트가 더해지면서 이들의 노는 모습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즉 스포츠선수였기 때문에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훈련만 하며 젊은 날을 훌쩍 지나보낸 그들은 심지어 제대로 놀아본 적이 없단다. 예를 들어 수영선수 정유인은 매일 같이 수영을 했지만 물놀이는 해본 적이 없다고 하고, 피겨스케이팅 선수였던 곽민정은 몸무게 조절을 늘 달고 살아 마음대로 먹는 것조차 못했다고 한다. 훈련만 하며 청춘을 보내다 보니 스포츠선수로서 갖는 고충 같은 걸 나눌 수 있는 친구도 사귀기가 어려웠단다. 이러니 이들은 고깃집에 모여 함께 식사를 하고 간단히 수다를 떠는 것만으로도 쉽게 언니 동생 하는 사이가 된다. 그건 스포츠인으로서, 그것도 여성 스포츠인으로서의 갖게 되는 공감대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최근 들어 철인3종 유망주였던 고 최숙현 선수의 극단적인 선택과 그가 남긴 일기를 통해 밝혀진 스포츠계의 현실에 대한 대중들의 정서는 '노는 언니'가 담는 메시지를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게 만든다. 즉 선수 시절에 연애도 금기였고 하다못해 맥주 한 잔 마시는 것도 못했던 걸 떠올리며 박세리가 "그 땐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던지고, 남현희 역시 너무 여유 없이 훈련만 했던 그 때를 떠올리며 지금은 교육자로서 학생들에게 여유를 가지라고 말하곤 한다는 이야기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들이 말하는 "잘 노는 것이 또 경기를 잘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이야기들은 '노는 언니'의 '논다'는 의미를 새롭게 해준다.◆'예쁜'이 아닌 '멋있는'이 어울리는 언니들'노는 언니'가 시청자들에게 주는 카타르시스는 스포츠스타들이어서 더욱 도드라지는 성 역할 구분 없는 '멋있는' 모습들이다. 즉 여성 출연자들이 등장하면 흔히 '예쁘다'고 표현하며 그런 모습이 강요되거나 소비되던 예능 프로그램의 틀에 박힌 모습들을 '노는 언니'는 아예 거부한다. 어려서부터 운동으로 다져져 어마어마한 어깨를 가진 정유인은 그런 체격 때문에 놀림을 받곤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놀림을 받을 일이 아니라 '멋있는 것'이라는 걸 그가 실력을 통해 보여주면서 이젠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그래서 정유인이 오락실에 들어가 펀치머신을 거의 부술 듯이 때리는 장면이나, MT 장소에서 능숙하게 수상스키를 타는 모습은 그토록 멋있을 수가 없다. 늘 여성적인 외모라는 식의 잣대로 평가되곤 하던 차별적 시선을 거둬들이자 이들은 그 자체로 멋있는 존재들로 다가온다.그리고 이런 누군가의 시선에 의해 구획되는 '나'가 아닌 스스로 당당한 나의 모습은 굳이 여성이니 스포츠인이니 하는 그 특정한 인물군들의 이야기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또한 무언가를 위해 매일 같은 노력하며 살다보니 정작 청춘에 누려야 할 것들을 누리지 못하는 현실 역시 여성 스포츠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지 않은가. 그건 우리가 개발시대부터 빠른 성장과 성공을 위해 희생해왔던 삶에 대한 누구나의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여기서 '논다'는 의미는 그래서 일 중심 사회에서 우리가 배제하고 지우곤 했던 놀이의 새삼스런 가치로도 다가온다. '노는 언니'는 그래서 여성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고, 여성들 혹은 스포츠인으로 대변되는 구시대의 한 자락을 경험했던 모든 이들에게 공감 가는 이야기가 된다.◆'노는 언니'의 가능성만큼 아쉬운 점물론 '노는 언니'에 이러한 가능성만큼 아쉬운 점들도 적지 않다. 그것은 첫 회에서 보여줬던 기대감들이 2회에서 게스트로 남성 출연자들을 출연시키고 여지없이 게임을 채워넣는 구태의연한 방식에서 오는 실망감이다. 유세윤, 황광희, 장성규가 갑자기 등장해 마치 옆 캠프에 놀러온 이들처럼 다가와 이들과 합류하는 대목은 새로운 재미보다는 기왕에 만들어진 언니-동생간 케미에 불쑥 끼어든 '불편함'처럼 느껴진 면이 있다. 그래서 박세리는 대놓고 "룰을 잘 모르는구나? 남자 끼는 거 안 좋아해"라고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리고 이어진 노래방 콘셉트의 게임 같은 것들은 아마도 제작진이 불안감에 채워 넣은 조미료였겠지만 '노는 언니'가 가진 여성 예능으로서의 색다른 시작은 남성 예능이 늘 보여왔던 틀 안으로 다시 집어넣는 아쉬움을 주었다.아쉬움이 많지만 그래도 '노는 언니'에 거는 기대는 여전하다. 초반이라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해 갈팡질팡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박세리가 출연 계기로 밝힌 그 지점을 늘 염두에 두고 기존 남성 예능이 해왔던 것들과는 다른 새로운 영역을 열어주길 기대한다. 그것은 여성 예능으로서, 또 우리네 예능 전체를 위해서도 중요한 시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20-08-19 13:12:35
방탄소년단 지민, 'Dynamite' MV 티저 속 '팔색조 매력'
방탄소년단의 새 디지털 싱글 'Dynamite(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M/V) 티저가 공개된 가운데, 멤버 지민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뜨겁다.19일 0시 방탄소년단은 공식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 브이라이브 를 통해 21일 발매 예정인 새 디지털 싱글 'Dynamite'의 뮤비(M/V) 티저를 공개했다.'도입부 장인'으로 불리는 방탄소년단 지민이 상큼한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 총을 발사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30초짜리 영상은 공개 직후 실시간 월드와이드 트렌드 1위부터 4위까지 점령하며 전세계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영상 속 지민은 앞머리를 내린 '덮지민'부터 시원하게 이마를 드러낸 '깐지민'에 이르기까지 팔색조같은 다양한 매력을 선보이며 아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앞서 공개한 '티저 포토'가 지민만의 분위기를 더한 '청 청 패션'과 선글라스 아이템을 통해 '뉴 레트로 감성'의 매력적인 모습을 보였다.이번 '뮤비 티저'에서는 레트로한 감성의 신곡 'Dynamite'의 퍼포먼스와 함께 지민의 우월한 비주얼과 매력적인 체형을 돋보이게하는 스타일을 착장해 상큼한 매력과 섹시함을 돋보이게 했다.지민의 고유한 해시태그인 '#JIMIN'이 지난 5월부터 트위터 집계에서 사라져 티저 공개 후 백만건이 넘는 언급량에도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지 못하는 기이한 현상을 보였으나, 'PARK JIMIN', 'Jiminie', 'JIMINs' 등의 키워드가 미국, 영국, 독일, 호주, 캐나다, 인도, 사우디 아라비아 등 에서 32개 트렌드를 기록했으며, 'JIMINS'와 'PARK JIMIN' 두 키워드로 월드와이드 트랜드를 점령했다.또한 일본의 트위터 경향 분석 사이트 '트위플(Twipple)' 차트 점령, '트위플 츠이란 차트 ついラン(tsuiran: 일본의 트위터 분석-실시간 랭킹 전문 사이트)'에는 멤버 중 유일하게 16위에 랭킹 됐다.이날 티저 공개 후 아랍권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계정인 '셀럽스 애러빅(Celebs Arabic)'은 지민이 마이클 잭슨을 재현한 포즈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으며, 미국 연예 매체 '엘리트 데일리(Elite Daily)'의 편집장 '노엘 데보이(Noelle Devoe)'는 "지민이 내 인생에 오고 있어요."라며 변함없는 팬심을 드러냈다.한편, 레트로 감성이 충만한 방탄소년단 영어 신곡 'Dynamite'의 음원과 공식 뮤비(M/V)는 21일 오후 1시에 공개되며, 신곡 무대는 오는 31일(한국시간) 열리는 '2020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2020 MTV Video Music Awards)'에서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2020-08-19 10: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