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기의 필름통]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영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의 한 장면 영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의 한 장면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감독 테일러 쉐리던)은 산불 속에서 살인자들과 맞서 싸우는 여성 소방대원의 활약을 그린 서바이벌 스릴러 영화다. '솔트', '툼레이더'를 통해 강렬한 여성 전사의 이미지를 보여준 안젤리나 졸리가 이번에는 모성애까지 장착하고 악당들과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

한나(안젤리나 졸리)는 4,000m 상공에서 불길 속으로 투입되는 공수 소방대원의 대장이다. 험하고 위험한 임무를 맡다보니 대원들은 모두 거친 사나이들이다. 한나 또한 대원들 못지않다. 그러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판단 착오로 세 명의 아이를 구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늘 그 죄책감에 시달린다.

플로리다에 살고 있는 코너(핀 리틀)는 회계사인 아버지와 살고 있는 소년이다. 등교 중에 아버지가 갑자기 차를 돌려 도주하기 시작한다. 음모 집단의 비밀을 알고 있던 아버지가 살해 위협을 느낀 것이다.

깔끔한 일처리를 하는 살인청부업자 잭(에이단 길레)과 패트릭(니콜라스 홀트)은 첫 번째 표적을 요란하게 날려버린다. 그러나 이 소식이 방송에 전파되는 바람에 두 번째 표적이 낌새를 차리고 도망쳐 버린다. 노련한 이들은 단서를 찾아 그들을 쫓는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몬테나의 울창한 산림지역이다. 아름다운 산악지역이지만 늘 산불 때문에 애를 먹는 곳이다. 이제 이곳은 산불, 번개 뿐 아니라 킬러들의 무자비한 살육이 자행되는 끔찍한 추격전의 현장이 된다.

영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의 한 장면 영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의 한 장면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작가 마이클 코리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테일러 쉐리던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테일러 쉐리던은 황량한 변방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범죄를 서부극의 긴장미로 그려내던 각본가이다. 텍사스를 배경으로 한 형제의 은행 강도 행각을 그린 '로스트 인 더스트'(2016)나 애리조나와 멕시코 국경지대를 배경으로 마약 카르텔을 쫓는 CIA의 활약을 그린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2015)가 대표적이다. 특히 와이오밍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벌어진 여성 살인사건을 그린 '윈드 리버'(2017)는 직접 연출까지 맡아 그의 아메리칸 프론티어 3부작을 완성시켰다.

미국이란 국가의 한 모퉁이, 그것도 황량하고 고독한 지형을 따라 펼쳐지던 사회성 짙은 전작들과 달리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오락성을 강조하고, 스펙터클한 측면을 부각한 스릴러다.

절제된 대사와 응축된 감정의 전작과 달리 이 영화의 감정은 다소 노골적이다.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한나가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려대는 통에 테일러 쉐리던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다. 거기에 사회문제를 남성적인 터치로 그려온 것과 달리 한 여성의 개인적 아픔을 거대한 재앙 속에서 극복하는 오락적 레벨로 그려낸 것도 낯선 부분이다. 조직의 비밀을 쥔 소년과 그를 쫓는 노련한 살인청부업자, 소년을 지키려는 의인의 스토리는 이미 숱한 영화들이 써먹은 레퍼토리가 아닌가.

그럼에도 테일러 쉐리던은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위협과 위험이 마치 스톱워치처럼 긴장감을 준다. 평화롭고 사람의 발길조차 뜸한 산악 지역에 잔혹한 살인자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바람과 함께 뜨거운 산불이 넘실댄다. 두 가지 재앙을 맞은 약자는 아버지를 잃은 소년과 과거의 상처 때문에 아파하는 여성이다. 서바이벌 콘셉트로는 최상의 조합이다.

영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의 한 장면 영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의 한 장면

잔혹한 사냥꾼에게 쫓기던 짐승의 반격도 짜릿하고, 산불 속 액션도 스펙터클하다. 배우들이 산불 속에서 연기하는 장면은 CG가 아닌 실제 촬영 장면이라고 한다. 나무에 가스관을 설치해 불을 조절하면서 촬영한 세트 장면이라는 것이다. 화재는 20여 그루의 나무를 태우며 4일간 진행됐다. 그래서 연기를 더욱 리얼하게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상처를 극복하는 서사와 아름다운 연대가 재앙 속에 잘 녹아든 액션 스릴러다. 특히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소년의 충격을 핀 리틀이 잘 연기해 관객을 공감하게 한다.

소년을 없애야 하는 집단의 정체와 소년이 가지고 있는 비밀이 어떤 것인가는 맥거핀 효과로 처리한다. 맥거핀 효과는 관객의 기대심리만 자극하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연출 기법이다. 그래서 답답할 관객도 있지만, 그것이 큰 대수는 아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일처리를 하던 살인청부업자들의 허술한 결말이 다소 어이없기는 하다. 그럼에도 킬링타임용으로는 제격인 서바이벌 액션 스릴러 영화다. 99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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