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기획] 김성재 살해 혐의 여자친구 긴급구속 당시 '초동수사 소홀' 보도 분석

김성재 사망사건 당시 살해혐의로 긴급구속됐던 김성재 여자친구. 온라인 커뮤니티 김성재 사망사건 당시 살해혐의로 긴급구속됐던 김성재 여자친구. 온라인 커뮤니티

3일 방송될 예정인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대해 이틀 전인 1일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이 나와 화제다.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1995년 11월 20일 사망한 가수 듀스 출신 고(故) 김성재의 죽음 원인을 다룰 예정인데, 앞서 김성재 살해 혐의로 사형을 구형 받아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으나 이후 최종 무죄 선고를 받은 바 있는, 당시 김성재 여자친구 김모씨 측 변호사가 이날 법원에 해당 방송을 내보내지 말아줄 것을 요구하는 신청을 한 것이다. 채권자(여자친구 김모씨)의 명예 등 인격권 침해가 신청 사유이다.

가처분신청 결과는 내일인 2일 오후에 나올 예정이다.

다만 이날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이 화제가 되면서, 특히 살해 혐의를 받았지만 무죄 선고를 받은 바 있는 당시 여자친구 측이 '무죄를 선고받았음에도 왜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더라도 해당 사건 및 관련 인물들은 화제가 될 전망이다.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가처분신청 자체가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의 시청률을 높이는 등 관심을 더욱 모으는, 방송 예고편보다 더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김성재 사망 사건 관련 과거 기사들도 다시 읽히고 있다.

단순히 사건 개요 내지는 수사 및 재판 과정 정도만 알린 기사가 대부분이지만, 좀 더 파고든 기사도 있어 눈길을 끈다.

그 가운데 한겨레 1995년 12월 9일 자에 실린 ''김성재씨 살해혐의 여자친구 긴급구속 안팎 초동수사 소홀 물증확보 '구멍'' 기사를 소개한다.

전문은 다음과 같다.

고(故) 김성재. 매일신문DB 고(故) 김성재. 매일신문DB

▶'경찰이 8일 인기 댄스그룹 '듀스' 멤버였던 김성재(22) 씨를 살해한 혐의로 김씨의 애인 ㄱ(25·사진)씨를 긴급구속한 것은 여러 정황 증거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ㄱ씨가 범행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데다 경찰도 정황 증거 이외에 확실한 물증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다.

경찰은 "ㄱ씨는 김성재 씨가 자신을 멀리하는 것에 앙심을 품고 지난 11월 초 ㅂ동물병원에서 "애완견을 폐사시키겠다"며 동물용 마취제를 구입했다"면서 "ㄱ씨는 사건 뒤인 지난 1일 이 동물병원 원장을 찾아가 "내가 약품을 사지 않았다고 진술해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ㄱ씨가 "헤어지자"고 말하는 김성재 씨에게 극단적으로 반항하거나 콘서트 무대에 갑자기 올라가는 등 평소 숨진 김씨에게 강한 집착을 보였다고 김씨 동료들이 진술했다"며 "이것이 살해 동기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당시 호텔 방에는 김씨와 ㄱ씨, 운전사와 댄스팀 등 모두 9명이 있었으나, 운전사 등 나머지 사람들은 새벽 1시께 자신들의 방으로 들어가 잠든 상태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러나 단지 애인에 대한 집착을 살해 동기로 보는 것은 어딘가 석연치 않다. 경찰은 ㄱ씨를 상대로 이 부분을 집중 추궁하고 있지만, ㄱ씨는 범행 자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ㄱ씨는 약물 구입 이유에 대해 "치과의사 국가고시에 떨어진 뒤 자살하려고 샀다가 다음 날 바로 버렸다"고 말했다. ㄱ씨는 또 "성재 씨와 아주 사랑하는 사이였고, 그가 헤어지자는 말을 한 적도 없다"며 "사건 당시 김씨가 잠든 것을 보고 곧바로 호텔을 나왔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초동수사 소홀도 물증 확보를 어렵게 하고 있다.
경찰은 사건 직후 김씨의 사망원인을 심장마비로 추정하고 함께 투숙했던 미국인 무용수 2명이 사건 다음 날인 11월 21일 출국하도록 방치했다.
경찰은 지난 5일 '약물중독사'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결과를 통보받은 뒤부터 호텔 복도에 설치된 폐쇄회로 필름을 찾는 등 부랴부랴 수사에 나섰으나 이미 폐쇄회로 필름은 지워진 상태였다.
숨진 김씨의 사체에서 시반(시체에 나타나는 외부압력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 경찰 주장대로 ㄱ씨가 김씨의 손목을 잡고 주사를 놓았다면 사체 손목 부분에 시반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게 법의학자들의 대체적 의견이다.'

김성재가 사망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스위스 그랜드 호텔'. 현재 '그랜드 힐튼 서울'. 호텔 위치. 네이버 지도 김성재가 사망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스위스 그랜드 호텔'. 현재 '그랜드 힐튼 서울'. 호텔 위치. 네이버 지도

▶이 기사에 따르면 우선 ㄱ씨(김성재 전 여자친구 김씨)가 동물용 마취제(졸레틸)를 구입한 사실에 대해 사지 않았다고 진술해 줄 것을 동물병원 원장에게 요구했다는 부분에서 의구심이 향한다. 또한 ㄱ씨가 졸레틸 구입 관련 애완견 폐사를 목적으로 댄 점과 다시 치과의사 국가고시 불합격에 따른 극단적 선택이 이유라며 번복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호텔 복도 폐쇄회로, 즉 CCTV 영상이 사건 발생 며칠 뒤 지워졌다는 내용도 이상하긴 마찬가지이다. 당시 사건은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스위스 그랜드 호텔' 별관 객실에서 벌어졌다. 이곳은 현재 '그랜드 힐튼 서울'로 상호가 변경됐다.

반면 김성재의 사체에서 시반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은 ㄱ씨가 범인이 아니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줬을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경찰이 김성재, ㄱ씨와 함께 투숙한 미숙인 무용수들 등 주변인들의 신병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점, CCTV 영상을 비롯한 여러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점을 두고는 경찰 수사 자체가 미흡했는지, 아니면 어떤 외압이 있었던 것인지 등에 대한 '조금 과할 수 있는' 의혹을 이 사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해당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됐던 ㄱ씨는 최종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은 상태이다. 따라서 이 사건 관련 의혹은 개인들이 관심 차원에서 생각해 볼 수는 있겠으나, ㄱ씨에 대한 직접적인 문제 제기 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앞서 방송금지가처분신청에서도 사유로 들었던 인격권 침해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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