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CEO] 김정욱 ㈜창보·대구경북중소기업회장

해외에서 더 잘나가는 최고품질 프라이팬 제조 강소기업
'기술개발만이 살길', 힘들 때 R&D비용 더 투자
대구경북중소기업회장으로 활발한 활동, "지역기업 협력 이끌어내고파"

 

김정욱 ㈜창보·대구경북중소기업회 회장. 김윤기 기자 김정욱 ㈜창보·대구경북중소기업회 회장. 김윤기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미국에서 올들어 판매량이 급증한 물품 가운데 하나는 프라이팬이다. 최고수준의 기술력으로 이 시장을 공략하는 대구의 기업이 있다. 대구테크노폴리스에 둥지를 튼 ㈜창보가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 대표이사이자 대구경북중소기업회장인 김정욱 회장을 만나봤다.

◆뚝심으로 쌓은 수출탑

"내가 국내 프라이팬 업계 최고 경력자"라고 자부하는 김 회장은 1984년 회사를 차리고 '프라이팬 외길'만 걸어왔다. 사실 그가 프라이팬에 매달린 건 그보다 10여년 전부터였으니 거의 '반세기' 경력이다.

다른 프라이팬 제조사에서 근무하며 생산, 품질, 기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다. 업종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가운데 점차 커질 시장에 대한 확신을 갖고 창업에 나섰다.

자본금은 적었지만 김 회장이 프라이팬에 천착한 결과 회사는 성장을 거듭했다. 2008년에 1천만달러 수출탑을 달성했고, 2009년 지식경제부 주관 '대일수출 100대기업'에도 선정됐다.

2010년 대구시 중소기업대상 우수상과 석탑산업훈장도 받았다. 2014년에는 연매출 120억원 달성과 함께 업력 30년, 직원수 30명 이상인 우수 향토 중견기업을 인증하는 '대구 3030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수년 새 사드배치 논란, 무역 갈등으로 주요 수출국이던 중국과 일본에서의 사실상 매출이 끊기면서 타격이 컸지만, 2014년부터 미국 시장을 자체 브랜드 '티쉐프'로 공략한 것이 최근 상당한 결실을 맺고 있다.

자체 현지판매법인 '창보USA'를 두고 직원 6명도 직접 고용하고 있다. 이렇게 뚫어낸 미국시장은 코로나 사태 속에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집밥' 열풍 속에 프라이팬 구매수요가 급증하면서 매출 효자로 떠올랐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을 통한 판매가 꾸준하고, 오프라인 유통체인에서도 찾아오는 브랜드가 됐다. 올해부터 '홈 굿즈'라는 1200개 매장을 갖춘 유통체인에서 티쉐프 제품이 판매를 시작했고 현지 홈쇼핑 채널과도 계약을 진행하고 있는 등 매출 급상승이 기대된다.

아마존을 통해서 유럽이나 중동에도 제품이 수출되고 있는데 제품이 인정받으면서 국내로 역수입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김 회장은 "IMF 이후 내수판매를 중단했다가 5년전부터 재개했는데도 최근 호주에서 국내로 우리제품이 역수입돼 들어오는 경우까지 생기더라"며 웃었다.

◆'기술제일주의' CEO

창보의 탄탄한 성장 뒤에는 김 회장의 '기술중심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국내에 인덕션용 프라이팬 시장이 열리기 전인 20년 전부터 관련 기술을 조기에 확보해뒀을 정도로 기술개발이나 도입에 민감하다.

브랜드명 '티쉐프'도 기술(technology)와 요리사(chef)의 합성어로, 지속적 연구개발로 세계적인 제품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신념이 엿보인다.

㈜창보의 티쉐프(TECHEF) IH프라이팬 제품군. 창보 제공 ㈜창보의 티쉐프(TECHEF) IH프라이팬 제품군. 창보 제공

창보의 프라이팬은 바닥면이 일반제품보다 두껍고 옆면은 이에 비해 얇은 냉간단조방식으로 생산한다.

제품 두께가 두꺼울수록 열을 머금는 성질 덕분에 요리가 더 잘되고 코팅도 더 오래가는 장점이 있지만 무거워지는 단점이 있는데 품질과 무게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특수용접 가운데 하나인 스터드 용접기계를 도입해 용접자국을 없애고 용접 부위 강도 저하를 방지하고, 제품 손잡이 결합용 리벳을 고안해 내용물 누수를 막는 기술도 갖추고 있다.

김 회장은 "창보는 고비때마다 새로운 제품을 하나씩 내놓으면서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해왔다. 불황에도 연구개발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가장 뿌듯한 순간도 새로운 제품이 나왔을 때다. 매출이 많이 오른 것만으로 희열을 느껴본 적은 별로 없다"고 했다.

그동안 최고의 제품인 '베스트 원'을 만들어왔다면 앞으로는 창보만 만들 수 있는 '온리 원'을 만들자는 게 회사 방침이다. 이를 실현할 첫 번째 제품도 출격을 앞두고 있다.

김 회장은 "직화로 고기를 구울 수 있지만 기름이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그릴을 출시할 예정이다. 설명만 들어도 신기한 '아이디어 제품'이지만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만큼 높은 완성도까지 갖췄다"고 자랑했다.

◆지역기업 뭉쳐야

김 회장이 열정을 쏟는 또다른 분야는 대구경북중소기업회장 활동이다. 지난해 4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중소기업 애로사항을 알리고 정책지원을 이끌어내려 애쓰고 있다.

김 회장은 "지역 경제가 흥하려면 지역 기업이 잘 돼야 한다. 대구시나 경북도 공무원들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해 열정을 갖고 일한다. 다만 중소기업은 항상 목말라 한다. 그래서 조그만 기업까지 좀 더 섬세하게 챙겨달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이어 "지자체나 지역 기업지원기관들이 중소기업을 많이 도와주고 있다. 대구시만 해도 코로나 사태 속에서 예산 많이 깎았지만 중소기업지원정책 예산은 거의 그대로 가져가기로 결단을 내렸다. 정말 감사한 부분"이라고 치켜세웠다.

중소기업 해외 거점 만들기도 관심 분야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이 해외 거점 만들기가 어렵다. 대규모 투자가 동반돼야 해서 대기업이 아닌 이상 부담이 크다. 그래서 중소기업 공동사무소나 공동 물류시스템 등을 갖추는 걸 하나의 방안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중소기업인들도 많이 만나고 있다. 그는 "업종별로 애로사항이 다 있지만 다른 업종도 다 어렵다는 건 이해를 잘 못하는 경우도 있다. 넓은 시각으로 다들 힘들구나 생각하고 협동정신을 발휘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남들은 안되는데 나만 잘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구경북이 기업인들부터 뭉쳐야 한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때라고 생각하고, 지역 중소기업인들의 협력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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