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살아있는 권력' 건드리지 말라고 정권이 경고한 검찰 인사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손혜원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의혹 등 문재인 정부에 불리한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이 좌천됐다. 반면 전·전전 정권을 겨냥한 적폐청산 수사에 앞장선 검사들은 영전했다. 검찰 안팎에서 '검찰 길들이기 인사'란 비판이 무성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살아있는 권력'도 제대로 수사해달라는 발언이 살아있는 권력에 단호할 수 없게 만든 검찰 인사로 무색해졌다는 말까지 나온다.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해 전 환경부 장관 등을 재판에 넘긴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는 검사 5명의 소규모 지청장으로 좌천성 발령을 받자 사표를 냈다. 사건을 지휘한 서울동부지검장은 고검장 승진에 누락돼 옷을 벗었고, 차장검사는 검사장 승진에 실패한 뒤 사의를 표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해 기소한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는 검사장 승진에 실패하고 서울고검으로 발령났고 수사를 지휘한 남부지검장은 사표를 냈다.인사권으로 검찰을 길들이는 행태는 정권마다 되풀이된 악습이지만 이렇게 티 나게 한 적은 없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현 정부에 불리한 수사를 한 사람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면서 정권 차원에서 검사들에게 '알아서 잘하라'는 경고를 한 것이란 지적마저 나온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전에 청와대와 조율했는지, 청와대 의중을 살펴 인사를 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이런 인사를 보고 살아있는 권력에 수사 칼날을 들이댈 검사가 있을까 의문이 든다.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며 "청와대든 정부든 또는 집권 여당이든 비리가 있다면 엄정하게 임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살아있는 권력을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에 다름 아닌 이번 인사는 살아있는 권력도 제대로 수사해달라는 대통령 발언과 배치된다. 개각에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이 되면 적폐 수사에 앞장선 윤 총장과 함께 검찰을 틀어쥘 게 분명하다. 검찰 중립은 요원해지고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다. 검찰이 충견으로 남기를 '살아있는 권력'은 강요하고 있다.

2019-08-02 06:30:00

[사설] 혈세 낭비도 모자라 국민 우롱하는 일부 공직자 권력형 비리

경북 일부 시·군 공직자의 '권력형 비리'가 감사원 특별감사에서 무더기로 적발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전후한 과도기의 지방 토착 비리를 점검하면서 도시계획 및 인허가, 계약, 회계, 인사 등 4개 분야를 집중 감사했다. 그 결과 일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위법·부당한 업무 처리로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거나 직접 지원금을 챙기다가 들통이 나 파면·수사요청 등 징계 처분을 받았다.감사원이 적발한 공직자 비리는 영천과 포항, 상주, 김천, 경주시 등 5개 지자체에서 모두 15건이다. 일선 공무원은 물론 전직 시장, 시의원 등 소위 유력자의 권력형 부정부패와 불법행위가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연과 학연 등을 연결고리로 특혜를 주고받거나 특정인이 계약을 따도록 하급 실무자를 압박하는 구조적 권력형 유착관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지역 공무원들이 주도한 이런 비리는 단순히 가까운 사람에게 작은 편의를 봐주는 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이번 감사에서 보듯 밑 빠진 독처럼 새어나간 혈세가 수십억원에 이른다. 실무 담당자임에도 억대의 과수원 폐업지원금을 부당하게 수령한 후 관련 서류를 파기하거나 지인에게 지원금을 받게 해준 뒤 사례금을 챙긴 영천시 공무원 사례는 거의 막장 수준이다. 도로와 다리를 건설하면서 시의원의 청탁을 들어주거나 시의원이 소속된 업체에 공사를 맡겼다 수십억원의 세금을 낭비하고, 부당한 보상비를 지급해 혈세를 축내는 일도 비일비재했다.이번에 드러난 비리는 어쩌면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쉬쉬하고 넘어간 지방 공무원의 부정부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15건의 비리 중 파면 징계와 수사 요청한 것은 고작 4건이다. 나머지는 주의와 통보, 현지 조치로 매듭지었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이 비리를 부추긴다는 여론도 만만찮음을 상기할 때 더욱 엄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허술한 감독과 허약한 징벌 구조가 계속된다면 비리가 독버섯처럼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2019-08-02 06:30:00

[사설] 불법과 갑질의 범벅 대기오염 자료 조작, 엄정하게 다뤄야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등 경북의 487개 대기배출 업체가 대구의 측정대행 업체 3곳과 짜고 배출물질 측정 수치를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에 의해 드러난 이번 결과에서 환경오염원으로 지목된 석포제련소의 여러 불법과 갑질 행위는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수치 조작 불법에 대한 행정조치에 소송으로 맞서 영업을 계속해온 제련소의 부끄러운 민낯을 다시 한 번 그대로 드러냈다.환경부는 대구의 측정대행 업체 3곳을 조사해 이런 비리를 적발했고, 당국의 이들 업체에 대한 엉성한 관리 감독도 확인했다. 이들 3곳은 지난 2016년부터 대구, 경북, 경남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업체 911곳의 측정을 위탁받아 1만8천115부의 기록부를 거짓 발급했다. 지난 3년 동안이나 당국을 속인 대행 업체의 잘못이 무엇보다도 크지만 이를 모르고 속은 책임은 당국의 몫인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특히 그동안 환경오염과 여러 불법행위에 소송전으로 맞섰던 석포제련소의 반사회적 경영은 엄하게 따져야 한다. 대기업으로서 3년간 1천868건의 조작 기록부로 당국을 속였다. 2017~2018년에는 거짓 자료로 4차례나 기본배출 부과금을 면제받고, 1급 발암물질이자 특정대기 유해물질인 비소는 기준치의 19배가 넘는데 되레 1천405분의 1로 낮췄다. 제련소는 조작을 거부하거나 측정공 설치를 요구한 측정 업체에 수수료 지급도 미루는 갑질을 했다. 회사 입맛대로 자료를 꾸몄다.이런 결과는 당국의 엉성한 감시망과 함께 법 위반에 따른 약한 처벌을 그 원인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있다. 대행 업체의 1차 법 위반 적발 시 과태료 200만원, 3차 위반에도 500만원에 그쳐 부담이 아닌 만큼 처벌 규정의 강화나 위반 업체 퇴출 같은 강한 조치가 필요하다. 위탁 업체와 대행 업체의 갑을 관계의 고리를 끊을 방안도 찾아야 한다. 아울러 불법과 갑질이 범벅된 업체들에 대한 엄정한 조치가 절실하다. 그냥 둘 수 없는 반사회적 행위여서다.

2019-08-02 06:30:00

[사설]  무너지는 제조업…이러고도 제조업 세계 4강 달성하겠다니

제조업으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우리나라가 제조업 침몰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제조업 생산 능력은 2018년 8월부터 11개월째 하락해 1971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장'을 기록했다. 분기별 제조업 생산 능력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1분기부터 전년 대비 마이너스로 전환해 통계 작성 이후 최장인 6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제조업 생산 능력이 떨어진 것은 그만큼 국내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다.한국 제조업의 상징인 삼성전자 실적도 추락했다. 올해 2분기 매출액 56조1천300억원, 영업이익 6조6천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4%, 영업이익은 55.6% 줄었다. 영업이익이 지난해 3분기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가격 하락세가 지속한 데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도 부진한 탓이다.호재는 찾아볼 수 없고 악재는 숱하게 돌출해 제조업 와해가 가속할 것으로 우려된다. 일례로 일본의 경제 보복에 따른 악영향이 제조업 생산 능력, 삼성전자 실적에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7월부터 시행된 일본 수출규제 여파가 제조업 생산 능력에 반영되면 지표가 더 나빠질 게 확실하다. 삼성전자의 실적 하락 추세 역시 일본의 수출규제 여파와 미중 무역 갈등으로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2030년 세계 4대 제조 강국 도약을 위한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을 직접 발표했다. 2030년까지 제조업 세계 4강을 달성해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껏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 여당은 제조업 살리기보다는 제조업 기반을 약화시키는 행태로 일관했다. 최저임금을 2년 새 29%나 올리며 기업 부담을 가중시켰고 세계가 법인세 인하를 통해 투자 활성화에 나서는데도 거꾸로 법인세를 올렸다.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으로 기업 손발을 묶고 검찰 등은 기업을 탈탈 털고 있다. 기업을 그만두겠다는 기업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한 제조업 세계 4강 달성은 헛된 꿈에 불과하다.

2019-08-01 06:30:00

[사설] 여야, 아무리 싸우더라도 민생법안 처리 우선해야

대구경북의 시급한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각종 법안들이 여야 간 정쟁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1일부터 임시국회를 열어 추경안·민생법안을 처리한다지만, 맨날 싸움질하는 장면만 연상돼 영 미덥지 못하다. 또다시 어떤 돌발변수가 등장해 민생법안을 내팽개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마저 있다.1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추경안에 포항 지진 예산 1천131억원, 강원도 산불 예산 940억원이 포함돼 뒤늦게나마 다행스럽다. 추경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포항 지진은 2017년 11월 14일에 발생해 18개월이 지났고, 강원도 산불은 4월 4, 5일에 발생해 4개월 가까이 지난 점을 고려하면 국회 무용론이 나올 만하다.포항 시민이 기대하는 포항 지진 피해 구제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은 아직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마련에 미적거린 데다 자신들의 법안을 고집하면서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조차 못한 상태다. 정부 지원이 절실한 포항 시민의 애달픈 심정을 생각해서라도 특별법 제정 논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도(古都) 경주의 관광산업 활성화를 이끌 '신라왕경 핵심 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안', 대구·상주·예천·포항 등 군용비행장 인근 주민들의 소음 피해 보상 절차를 간소화한 '군공항소음대책법' 등도 서둘러 통과시켜야 할 법안이다. '구미형 일자리 사업'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국가균형발전특별법',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택시 사납금제 폐지를 뼈대로 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안' 등도 시급하다.이번에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리는 것은 4월 5일 이후 118일 만이라고 하니 국회의원 세비 아깝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과거에는 여야가 대립하더라도 민생법안은 처리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처럼 무책임한 국회는 처음 본 것 같다. 이번만큼은 민생법안을 제대로 처리해 국회의원다운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

2019-08-01 06:30:00

[사설] 민주연구원 보고서가 확인해 준 '친일 대 반일' 총선 전략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내용의 보고서를 소속 의원 전원에게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현 정권이 총선을 '친일 대 반일' 구도로 치를 것이란 항간의 소문을 사실로 확인해 준다고 할 수 있다.그런 점에서 현 정권이 '이순신 장군' '12척의 배' '죽창가'를 들먹이며 반일 감정을 고조시키는 배경에는 바로 이런 '친일 대 반일' 프레임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보고서 내용은 이런 분석을 잘 뒷받침한다. 보고서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우리 지지층뿐만 아니라 스윙층(50대, 중도, 무당파)도 원칙적 대응을 선호했다"며 "원칙적 대응을 선호하는 여론에 비춰볼 때 총선 영향은 (민주당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적시했다. 강경 대응을 계속하면 총선에서 이길 것이라는 뜻이다.이런 전제 아래 보고서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폐기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한 대응으로 GSOMIA를 폐기하는 것에 관해 "한국당 지지층만 제외하고 모든 계층에서 찬성이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종합하면 일본에 대한 강경 대응이 어떤 부작용을 불러오든 현재의 강경 기조를 총선까지 밀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발상에서 GSOMIA 폐기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참으로 지독한 당파적 이기심이다.민주당은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지도 논의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받아들이기 어렵다. 민주연구원은 선거 전략을 짜는 민주당의 핵심 집단이다. 양정철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현 정권 핵심부와의 교감 하에 보고서가 작성, 배포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민주당 의원들의 '반일 원리주의'는 이런 추론을 잘 뒷받침한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국정을 이끄는 집권 여당이 아니라 권력 유지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사꾼 집단의 모습이다.

2019-08-01 06:30:00

[사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실리와 명분 모두 잃는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할 경우 대응 조치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하 협정)을 폐기해야 하느냐를 놓고 여당 내에서 혼선이 일고 있다.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장은 30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 연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한 반면 이해찬 대표는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 필요하다"며 "(폐기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이 대표의 판단이 합리적이다. 우리의 안보와 '협정'은 매우 긴밀한 관계에 있다. 일본 측은 우리로부터 휴민트(humint·인적 네트워크) 등 다양한 정보를 확보하고 우리는 우리에게는 없는 일본의 군사위성 등 첨단 감시·정찰 장비를 통해 정보를 획득하는 안보 공생 관계를 유지해주는 것이 '협정'이다. 당장 지난 25일 북한이 탄도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을 때 한국과 일본 정부는 '협정'에 따라 북한 미사일의 비행 궤적을 분석해 상호 교환한 바 있다. 당시 군 당국은 처음에는 비행 궤적을 추적도 못했다.이런 사실은 '협정'에 일본도 득을 보지만 우리는 더 큰 득을 본다는 것을 말해준다. 게다가 '협정'은 북한·중국·러시아에 맞서 한·미·일 안보협력 체계를 떠받치는 기본 자산이다. 우리가 이를 파기하면 한·미·일 안보협력을 깨뜨린 주체가 우리가 되는 것이다. 한미 동맹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경제 문제와 안보는 분리 대응해야 한다는 원칙론에서도 파기는 안 된다. 과거사 문제를 빌미로 경제 보복을 하는 일본이나 경제 문제에 안보를 끌어들이는 우리나 다를 게 없어진다는 얘기다. 일본 경제 보복의 부당성을 알리는 국제 여론전에서 우위에 서기도 어렵다.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9일 "협정의 유지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에 앞서 이와야 다케시 방위상도 23일 "협정 파기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협정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이런 일본의 입장에 동조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2019-07-31 06:30:00

[사설] 적자 공기업이 앞장선 공공 정규직 전환, 칭찬하는 정부

고용노동부가 대구도시철도공사 등 15개 공공기관을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모범 사례로 꼽으며 가이드라인이 성과를 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고용부가 모범이라고 치켜세운 공공기관들은 적자를 내고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는 곳이 대부분이다. '빚더미 공공기관'에 정규직 많이 만들었다고 자랑한 것이다. 공공기관이 만성 적자 구조를 방치한 채 일자리만 양산하면 결론적으로 국민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문재인 정부의 장기인 세금 쏟아부어 일자리 만들기 목록에 나쁜 사례 하나가 더해진 꼴이다.819명을 정규직 전환한 대구도시철도공사의 경영 상태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2014년 895억원이던 당기순손실이 2018년 1천480억원까지 늘었다. 최근 5년간 누적 당기순손실이 6천252억원에 이르고 영업이익은 매년 마이너스다. 이 적자는 대구시가 세금으로 메우고 있고 궁극적으로 부실을 시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국제협력단, 한국농어촌공사 등 다른 공공기관도 경영 실적이 밑바닥이지만 100여 명에서 400명이 넘는 인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기업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공공기관도 정상적인 수익 구조를 이뤄야 한다. 경영이 부실해지면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그 부실을 국민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이 충분히 성과를 내고 재무적으로 건전한 상태가 아닌데도 무리하게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에만 치중하면 경영 부실은 물론 기관의 지속 가능성마저 위협할 수 있다.세금으로 만든 단기 일자리로 고용률을 끌어올려 놓고서 정부는 자화자찬을 밥 먹듯이 하고 있다. 올 상반기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34만5천 명 늘었지만 상당수가 세금을 쏟아부어 급조한 일회성 일자리다. 30~40세 취업자 수는 25만4천 명 줄었고 청년 고용지표는 악화일로다. 정부가 세금 쏟아부어 허접한 일자리 늘리기에 치중하면 고용지표는 다소 호전될지 모르지만 국민 부담은 가중할 뿐이다.

2019-07-31 06:30:00

[사설] 활력 계속 떨어지는 성서산단, 재생과 혁신 서두를 때

대구의 중심 산업단지인 성서산단이 10년래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다. 불경기로 인해 산단 내 업체 가동률이 계속 떨어지며 올 들어 70% 선이 무너지는 등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섬유와 금속, 자동차부품, 운송장비 등 주력 업종 가동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데다 매출액이 눈에 띄게 줄자 직원 감축 등 자구책 마련을 서두르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은 총체적인 위기 신호라고 할 수 있다.지난해 2분기 성서산단 전체 가동률은 71.22%였다. 하지만 올해 2분기에는 69.47%로 1.75%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5월 기준 전국 제조업 평균 가동률(71.70%)보다 2.23%포인트나 뒤처지는 수치다. 성서산단의 활기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은 지역 경제 등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음을 의미한다. 공장 문을 닫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업체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도 성서산단의 어려운 현실을 대변한다.입주 업체의 영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삼성·LG 등 대기업이 떠난 후 소규모 업체들이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구미국가산단의 예에서 보듯 성서산단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1년 새 성서산단 입주 업체는 모두 81곳 늘었다. 하지만 근로자 수는 오히려 766명이나 줄었다. 경영 여건이 악화하자 중견 업체들이 인력을 줄이거나 달성이나 경산, 영천 등지로 공장을 옮기고 규모가 훨씬 작은 영세 업체들이 그 공백을 메우면서 벌어진 현상이다.성서산단의 이런 열화(劣化) 현상이 가속화할 경우 산단 위상 하락은 말할 것도 없고 지역 경제의 위축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대구시가 산단 재도약에 필요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성서산단의 성장과 발전은 지역 경제와 대구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구시는 정부와 협력해 노후 도심산단 현대화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성 30년을 훌쩍 넘긴 성서 1, 2차 산단에 각별히 관심을 갖고 재생과 혁신을 서둘러야 할 때다.

2019-07-31 06:30:00

[사설] 여당, '친일 대 반일' 프레임으로 내년 총선 치를 텐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2주째 상승하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천5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 ±2.0%p) 결과 문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 대비 0.3%포인트 상승한 52.1%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43.2%로 올해 최고치를 나타냈다.경제 위기 등 숱한 악재에도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상승한 것은 일본의 경제 보복 이후 촉발한 반일 감정 확산과 일본에 대한 정부의 강경 메시지 효과 때문이다. 더 깊게 들여다보면 일본의 경제 보복을 초래한 원인에 대한 책임을 문재인 정부에게 묻는 보수 야당을 친일 세력으로 몰아붙인 문 대통령과 청와대·민주당 전략이 주효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적'(利敵) '친일파' 등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표현까지 동원해 구축한 '친일 대 반일' 전선이 지지층 결집과 지지율 상승에 효과를 봄에 따라 집권 세력이 내년 총선까지 이 프레임을 끌고 갈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애초 내년 총선에서 여야는 '문 정부 심판론 vs 야당 심판론'으로 한판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친일 대 반일 프레임이 형성됐다. 내년 총선에서 경제 실패와 외교·안보 무능을 덮으려고 집권 세력이 친일 대 반일 구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 프레임이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상승을 가져온 것을 고려하면 집권 세력으로서는 내년 총선에서 이를 써먹으려는 유혹을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벌써 여권에서 '내년 총선은 한일전'이란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광복 70년이 넘은 대한민국에서 친일 대 반일이란 퇴행적 프레임이 난무하는 것은 국익과 나라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집권 세력이 총선 승리를 위해 이를 활용하면 국민은 용납할 수 없다. 반일 감정을 선동하며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표로 심판할 것이다. 지금은 친일이냐 반일이냐로 다툼할 때가 아니라 냉철한 이성을 토대로 일본을 이길 방안을 찾고 힘을 다해 실천해야 할 때다.

2019-07-30 06:30:00

[사설] 한국당, '도로 친박당' 돼서야 국민 지지 얻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이 '도로 친박당'으로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그간 숨죽이던 친박계가 황교안 대표 체제 이후 요직을 싹쓸이하며 전면에 나섰으니 국민들이 좋아할 리 없다. 한국당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깡그리 잊었는지 혁신과 변화는커녕 구태만 재연하고 있으니 내년 총선은 보나마나 필패로 귀결될 듯하다.요즘 한국당에서 누군가를 당직·국회직에 임명하면 어김없이 친박계다. 지난달 박맹우 사무총장 임명 이후 김재원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유기준 사법개혁특별위원장 내정 등 친박 일색이다. 그 와중에 비박계인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의 퇴출 논란까지 있었다. 계파 싸움을 스스로 조장하는 듯한 인사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폐족' 신세였던 친박계가 날개를 단 원인은 황교안 대표에게 있다. 황 대표는 "한국당에는 계파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결과적으로 친박만 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각이 없는 것인지, 귀가 얇은 것인지 알 수 없다. 황 대표 주변을 온통 친박계가 둘러싸고 있다니 미래가 뻔해 보인다.친박계가 박 전 대통령을 팔고, 대구경북 민심을 팔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하지만, 지역 정서와는 상관없는 마케팅이다. 지역 유권자 상당수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측은지심을 가진 것은 분명하지만, 박 전 대통령을 다시 내세우는 것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더욱이 친박계 일부는 잘못된 처신과 기회주의적 행동으로 지역민에게 손가락질받고 있는데도, 황 대표 체제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혀를 찰 수밖에 없다.한국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친일 프레임'도 있겠지만, 개혁과 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이미지와도 관련이 있다. 이런 과거 회귀적인 모습으로는 중도·수도권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가 어렵다. 황 대표가 '허약한 야당 대표'에 안주하기 싫다면 과거와 결별하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한국당이 '도로 친박당'이 되면 박수칠 곳은 현 정권과 더불어민주당뿐이다.

2019-07-30 06:30:00

[사설] 계륵이 된 낙동강 양수장 개선, 차라리 오염원 차단에 힘써야

정부가 추진 중인 낙동강 상류 보(洑) 주변 양수장 시설 개선을 둘러싸고 경북도는 물론, 시·군 지방자치단체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시·군은 행정안전부의 양수장 개선 신청 사업에 선뜻 응하지 않고 있고, 경북도는 한국농어촌공사의 양수장 개선 사업의 착공 승인 여부를 결정하지 못해서다. 시·군이 사업 신청을 하거나 경북도가 승인을 할 경우, 농민들이 강력히 반대하는 정부의 보 개방 정책에 동의하는 것처럼 자칫 오해를 받을 수 있어서다.현재 낙동강 상류 보 주변에는 경북 시·군이 관리하는 양수장 28곳과 한국농어촌공사 관할 45곳이 있다. 이들 양수장 개선 사업을 위해 행정안전부는 114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또 한국농어촌공사는 560억원의 투입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45곳 가운데 33곳 개선에만 430억원을 책정한 상태이다. 이처럼 시설 개선을 위한 돈은 이미 편성됐지만 경북지역 시·군은 사업 신청조차 않고 있고, 경북도 역시 공사를 위한 승인을 미루고 있다.이처럼 확보된 예산을 쓰지 못하는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듯하다. 무엇보다 농민의 보 개방 반대가 커 지자체가 쉽게 나서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보의 안정적인 수량 확보로 양수장 개선 사업의 절박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예산의 이중 집행으로 비효율적이라는 공감대도 퍼지고 있다. 차라리 녹조 발생과 수질 악화 원인으로 지목되는 낙동강 지류 축산농의 축산 폐수 등 오염원 차단에 쓰자는 대안이 나오는 까닭이다.특히 낙동강 일부 보에서는 최근 장마와 잦은 비에도 한 달째 녹조가 퍼지고 있다. 게다가 환경부의 지난 6월 낙동강 수계 주요 폐수 배출 업소 단속에서는 가축 분뇨처리 업소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런 결과는 낙동강을 상시적으로 위협하는, 낙동강 주변 및 지류 유입 축산 폐수 등 오염원의 차단이 중요한 과제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세금의 활용도를 높이고 갈등과 논란도 줄일 수 있는, 그런 탄력적 행정을 기대한다.

2019-07-30 06:30:00

[사설] 일본 경제 보복에 민간 교류 중단, 멀리 보고 판단해야

16명의 중·고교생으로 이뤄진 일본 히로시마 청소년국제교류단이 25일 대구에 도착, 4박 5일 일정으로 머물다 29일 떠난다. 이들은 대구시와 자매도시인 히로시마시 사이에 격년 단위로 서로의 도시를 찾는 청소년 교류 방문 행사로 참석했다. 두 도시가 1997년 자매결연을 한 이후 청소년 교류 행사는 올해로 18번째이다. 일본 경제 보복 도발 이후 한·일 관계의 냉각 기류와 한국에서의 잇따른 교류 중단 조치와 다른 모습이라 돋보인다.이번 히로시마 학생의 대구 방문처럼 두 나라의 갈등 고조에도 불구하고 민간 차원에서의 한·일 교류는 이어져야 한다. 특히 미래 세대인 학생 청소년의 상호 교류는 더욱 그렇다. 친목 도모는 물론,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하는 활동은 필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두 도시 학생의 18번째 만남은 두 나라의 정치·경제적 갈등의 외풍과 관계없이 계획대로 추진된 데다 대구 학생과의 소중한 경험을 쌓게 돼 바람직하다.앞서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일본 치벤학원 소속 와카야마고교 등의 학생과 교직원 등 58명은 경주와 공주, 서울 등에서 수학여행을 보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학원은 1975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45년째 경주 등지로 수학여행에 나섰고, 2017년 북한 미사일 발사 등 위기 때조차 희망 학생 13명을 모아 수학여행단을 꾸린 사실이다. 이런 행사를 통한 과거 일제 식민 지배 사죄와 함께 한·일의 새로운 관계를 바랐으니 평가할 만하다.그런데 지난 23일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일본 규탄 성명을 내고 교류 중단까지 선언했다. 이후 경북 경산시 등 전국에서 각종 교류 연기나 중단을 외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대일(對日) 정책을 지지하는 지도자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민간 차원의 지속해 온 교류조차 막고 나선 일은 성급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되레 민간교류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만큼 멀리 보는 안목으로 이런 조치를 밀어붙이거나 강요해서는 안 된다.

2019-07-29 06:30:00

[사설] 김정은이 '무력시위'라는데 '군사합의' 위반 아니라는 청와대

청와대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의 파장을 축소하는 데 급급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탄도미사일 발사가 '9·19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군사합의에 탄도미사일에 대한 금지 규정은 없다"고 했다. 합의 위반이 아니라는 뜻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제재 여부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앞장서 제재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종합하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이다.북한을 감싸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가능하지 않은 왜곡 해석이다. 9·19 군사합의는 "지상·해상·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공중에서의 남한에 대한 적대행위'이다. 김정은 스스로 "남조선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시위"라고 하지 않았나.그런 점에서 '합의'에 탄도미사일 금지 규정이 없다고 하는 것은 '합의'의 축자적(逐字的) 해석으로 북한의 적대행위를 없었던 일로 덮으려는 것밖에 안 된다. 이런 식이라면 탄도미사일 발사를 포함해 북한의 그 어떤 도발도 위반이 아니게 된다. 예를 들어 북한이 무장공비를 침투시켜도, 잠수정으로 우리 영해를 침범해도, 심지어 핵실험을 해도 마찬가지다. 합의는 이런 도발을 적대행위로 명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청와대에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나오는지 아연할 따름이다.청와대 식으로 '합의'를 해석한다면 문 정부는 왜 이런 합의를 했느냐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군사합의에 왜 현재와 미래를 통틀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적대행위를 일일이 명시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탄도미사일 금지 규정이 없으니 합의 위반은 아니다'는 우리가 아니라 김정은이 할 소리다. 이러니 '김정은 대변인'이라는 비아냥이 그치지 않는 것이다. 청와대의 '해석'은 문재인 정부는 남한 국민을 위한 정부인가 김정은을 위한 정부인가라는 근원적 물음을 던진다.

2019-07-29 06:30:00

[사설] '음주운전에 내 가족도 피해자 될 수 있다'는 점, 생각해 봤나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이제 막 한 달을 넘겼다. 이른바 '제2윤창호법' 시행을 계기로 경찰이 지난 한 달 동안 전국적으로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올 들어 5월까지 하루 평균 음주운전 적발 건수와 비교해 11.4%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도 이 기간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도로교통법 개정 전 한 달간의 적발 건수와 비교할 때 13.2% 감소해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바뀐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보면 면허정지의 경우 혈중알코올농도 0.05%에서 0.03%로, 면허취소는 0.10%에서 0.08%로 낮아졌다. 이 같은 단속 기준 강화는 사회 전반에 걸쳐 음주운전 행위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는 데다 음주운전 사고는 말할 것도 없고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더라도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진 결과다.음주운전을 경계하고 조심하는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는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운전자들은 여전히 '죽음의 질주'를 벌이다 적발돼 혀를 차게 한다. 개중에는 누구보다 모범이 되어야 할 대구경북지역 경찰관들이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는가 하면 그제 지역 대학생이 음주 단속을 피해 신천대로를 역주행하다 붙잡히기도 했다. 도로교통법 개정 이후 한 달간 특별단속에서 하루 평균 296건이 적발되고 이 가운데 면허취소가 201건, 면허정지가 86건에 이른다는 것은 지금 우리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음주운전은 다른 사람의 목숨은 물론 피해자 가족의 미래까지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다. 여기에는 내 가족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과 돌이킬 수 없는 행위가 수많은 사람에게 큰 고통을 주고 씻지 못할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주운전은 용서할 수 없는 반사회적인 범죄다. 당국은 음주운전이 우리 주변에서 완전히 뿌리 뽑힐 때까지 지속적인 계도와 단속의 손길을 조금도 늦춰서는 안 된다.

2019-07-29 06:30:00

[사설] 역사 무지서 시작한 순종어가길, 걷어내야

대구 달성공원 정문 앞 순종황제 어가길이 도심 흉물로 전락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국비 35억원 등 총사업비 70억원을 들여 만든 길이지만 찾는 이도, 돌보는 이도 없다. 어가길의 핵심은 달성공원 정문 앞에 세운 망국의 황제 순종의 대형 금빛 동상이다. 이 역시 관심 갖는 이가 별로 없다. 국채보상운동의 발상지인 대구에 어울리지도 않는 풍경이다. 이제라도 걷어내는 것이 옳다.대구 중구청의 순종황제 어가길 조성은 역사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다. 1909년 1월 순종이 대구 부산 마산을 순행한 소위 남순행 중 대구 방문을 기린다며 시작한 것이다. 순종이 대구를 왜 찾았는지 역사적 의미를 알지 못한 채 순종이 대구를 찾은 사실에만 의미를 부여해 구상했다. 하지만 순종의 남순행은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가 일제에 순종하는 여론 조성을 위해 강요한 순행이었다. 순행에 이토 히로부미가 동행했던 것이 그 증거다. 당시는 을사늑약과 군대 해산 등으로 극심한 반일 감정과 항일의병운동이 활발하던 때였다. 특히 1907년 대구에서 출발해 전국으로 번진 국채보상운동이 진행되고 있었다. 대구가 항일운동의 거점이 될 것을 우려한 일제가 순종을 동원한 부끄러운 순행이었다. 그러니 순종의 남순행은 자랑스러워 해야 할 역사가 아니고 일제에 순응한 치욕의 역사인 셈이다.어가길 조성 계획이 알려져 '치욕적인 역사를 들춰내고 친일을 미화한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중구청은 '역사적 비극에 따른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다크 투어리즘 현장으로 의미가 있다'며 건설을 강행했다. 오히려 순종황제 동상, 역사가로, 쌈지공원 등을 조성해 관광상품화하겠다는 욕심까지 부렸다. 그 결과물이 지금 애물단지로 전락한 어가길이고 동상이다. 구청이 내세우는 다크 투어리즘과 금빛 대형 동상이란 조합은 어울리지도 않는다.역사성도 없고 조형물로서의 가치도 인정받지 못하는 대형 금빛 순종 동상은 걷어내는 것이 옳다. 순종은 나라를 빛낸 인물도 아니고 나라를 잃는데 일조한 인물이다. 대구를 찾은 이유도 일제의 침략을 돕기 위해 민심을 다독이는데 있었다. 그런 동상이 국채보상운동의 발상지 대구 달성공원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선 것은 대구의 수치일 뿐이다.

2019-07-27 06:30:00

[사설] 문대통령의 대북 평화 환상에 무너지는 안보

러시아와 중국 군용기의 우리 영공 침범과 동해상 방공식별구역(KADIZ) 진입과 이어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 재개에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군용기의 영공 침범에 "기기 오작동으로 빚어진 일"이라며 대신 변명해줬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열지 않았다. 당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 오찬에서도 이 문제는 거론조차 안 됐다. 문 대통령의 침묵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25일에는 NSC를 열기는 했지만, 10시간이나 늑장을 부렸다. 그것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했고 문 대통령은 참석하지도 않았다. 26일 김정은이 '남조선 당국자'라는 표현으로 문 대통령을 지칭하며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라"고 한 데 대해서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침묵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정은의 발언에 입장을 낼 계획이 없다고 했다.'안이한'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굴종적' 자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은 우리의 주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다. 단호하게 대응해야 함에도 청와대의 대응은 러시아의 눈치를 본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러시아가 우리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우기는 것도 모자라 우리 공군의 대응 경고사격을 '공중난동'이라며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것이다.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도 굴종적이긴 마찬가지다. 청와대가 내놓은 NSC 입장이란 게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가 고작이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가 금지하는 '탄도미사일'이다. 청와대도 이를 인정했다. 그렇다면 더 강력한 메시지가 나왔어야 한다.그러지 않는 이유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가망 없는 북한과의 대화에 목을 매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말에 있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판문점 회동'에 대해 '사실상의 종전 선언'이라고 했다. 이번 미사일 도발은 그런 소망적 사고가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 증명했다.타국의 '안보 도발'에 침묵하거나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스스로 모욕하는 행위다. 문재인 정부는 그런 모욕을 국민에게 강요하고 있다. 참담한 현실이다.

2019-07-27 06:30:00

[사설] 포항제철고를 공립화하려는 포스코, 창업 정신 포기하나

포스코가 자사고인 포항제철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포항제철고뿐만 아니라 '지역 명문'으로 불리는 포스코교육재단 소속 유치원 및 초·중·고 12곳에 대한 출연금을 없앨 계획이라고 하니 우려스럽다. 포스코가 학교를 '돈 먹는 하마'쯤으로 여기고 손을 떼려는 모양인데, 국민 기업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행동이다.포스코교육재단은 포항제철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고, 교사 특별수당 백지화, 야구부·체조부 등 운동부 폐지, 인력 구조조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계획을 최정우 포스코 회장에게 보고했으며 최 회장의 최종 결심만 남은 상태라고 한다.포스코는 매년 교육재단에 지원하는 출연금을 조금씩 줄여왔으며 2021년에는 '0'으로 만들 계획이다. 출연금은 2012년 385억원에 달했지만, 올해 180억원, 내년에는 100억원 미만으로 줄인다. 지금까지 포스코가 외부에는 공립화 전환 등을 부인해 왔지만, 내부적으로는 학교 운영을 점진적으로 포기하는 계획을 추진해 왔음을 알 수 있다.재단 관계자의 해명은 포스코의 교육사업 포기를 당연시하는 발언이다. 그는 "포스코로부터 재정 독립을 해야 재단의 교육 방향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교육재단이 포스코의 지원 없이 출연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전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변명일 뿐이다. 교육재단이야 포스코의 결정에 따라 움직일 뿐, 문제의 핵심은 교육사업을 포기하려는 그룹 상층부다.포스코가 경영 환경이 어렵다고 해도, 아이들을 위한 돈을 아껴서 얼마나 보탬이 되겠는가. 포스코는 요즘 한일 간 현안이 되고 있는 대일청구권 자금 3억달러를 기반으로 창립된 역사를 보더라도 국민과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빚을 지고 있는 기업이다. 박태준 전 회장이 지역사회를 위해 정성을 기울여 만든 학교를 귀찮아하고 사시적으로 보는 현 경영진은 반성해야 한다. 교육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포스코의 창업 정신에 어긋나는 행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9-07-26 06:30:00

[사설] 재정으로 끌고 가는 경제성장, 민간 투자 못 살리면 답 없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1.1%를 기록했다. 1분기 -0.4% 역(逆)성장을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크다. 우려했던 0%대 성장을 겨우 면했다. 하지만 민간의 성장기여도는 극히 부진한 상황에서 정부 주도로 '만든' 성장이어서 모래성에 불과하다.2분기 성장은 정부가 이끌었다. 재정지출이 대폭 늘면서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10년 3개월 만에 최대치인 1.3%포인트나 됐다. 반면 민간의 성장기여도는 -0.2%포인트로 반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특히 투자에서 민간의 기여도는 -0.5%포인트로 5분기째 마이너스를 이어가 민간의 투자 위축이 심각함을 보여줬다. 세금을 쏟아부은 '정부주도성장'으로 0%대로 성장률이 추락하는 것을 겨우 막아냈다.상반기 성장률은 1.9%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반기 기준 성장률이 2%를 넘지 못했다. 문제는 갈수록 상황이 훨씬 어려워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한은은 하반기 성장률을 2.4%로 예상했으나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1분기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0.6%포인트를 기록하자 정부가 재정 집행을 가속화해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이 탓에 올해 정부 예산 470조원의 상반기 재정집행률이 65.4%에 달했다. 3분기부터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할 여력이 급격히 떨어짐에 따라 정부주도성장이 한계에 달할 우려가 크다.민간이 부진하고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는 상황은 경기가 나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정부의 재정지출로 성장을 계속 견인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중 무역 갈등과 반도체 불황, 일본의 수출 규제까지 경기 하방 요인이 산적해 있다. 기업 투자 위축, 고용 불안으로 소비가 얼어붙었다. 민간의 부진을 타개할 만한 정책 결단이 없다면 1%대 성장률은 피할 길이 없다. 기업 투자 동력 제공 등 민간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급선무다. 답은 나와 있는데도 정부의 무능과 헛발질로 경제난은 가중하고 국민이 고통을 당하는 암울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2019-07-26 06:30:00

[사설] 국가 간 협업에 대한 무지(無知) 드러낸 대통령의 대기업 타박

문재인 대통령이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불화수소 등 소재·부품의 일본 의존이 국내 대기업 때문이라고 타박했다. 문 대통령은 24일 부산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기업들이) 일본의 협력에 안주하고 변화를 적극 추구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앞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지난 18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국내 중소기업도 불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데 대기업이 안 사 주는 게 문제"라며 역시 대기업 탓을 했다.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세계경제는 비교우위가 있는 품목을 선택해 투자를 집중하는 국가 간 '선택과 집중'의 협업 체제로 굴러가고 있다. 지금 지구상에서 기초 소재부터 완성품 생산까지 모두 '국산화'한 나라는 없다. 그런 능력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럴 필요도 없다. 경쟁력 우위의 품목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이 모든 품목으로 투자를 분산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우리 반도체 기업이 일본의 소재를 쓰고 일본의 첨단 제품 기업이 일본 소재를 사용한 한국 기업의 중간 또는 완성품을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그 이유는 품질의 문제에 있다. 기업이 검증되지 않은 소재를 쓰는 '실험'보다 검증된 소재를 쓰는 '안정'을 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소재를 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대기업의 하소연은 괜한 엄살이 아니다.문 대통령의 대기업 타박대로라면 우리는 소재부터 완성품까지 모두 국산화해야 한다. 반도체 소재·부품의 일본 의존은 '경제 보복'이란 변수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심각하게 부각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즉 소재·부품을 외국에 의존하는 품목은 반도체 말고도 여럿 있을 것이란 얘기다. 이런 품목도 모두 찾아내 처음부터 끝까지 '국산화'해야 하나?문 대통령의 '대기업 타박'은 무지(無知)의 소치이자 일본의 경제 보복을 불러온 외교 무능의 책임을 대기업 탓으로 돌리는 소리일 뿐이다.

2019-07-26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어쩌다 '개집 신세'로

1951년 영국 '더 타임스'는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꽃을 찾는 것과 같다"는 기사를 실었다.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밑바닥인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경제 발전이 민주주의 토대가 됐던 역사를 고려하면 한국의 경제 발전은 요원하고 그에 따라 한국에서 민주주의 발전은 불가능하다는 예측이기도 했다.하지만 짧은 기간에 한국은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를 더불어 쟁취했다. 중도에 고꾸라졌던 수많은 나라와 달리 한국은 경제·민주주의 모두에서 선진국 반열에 등극하는 역사를 썼다. 특히 경제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뤄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국가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비약적 발전을 성취했던 한국 경제는 지금 여러 문제에 직면했다. 지난해 출간된 '기적의 한국경제 70년사'는 네 가지 문제를 꼽았다. 대내적 갈등과 정책 실패에 따른 경제성장률의 하락,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의 구조적 변화로 인한 경제·정치·사회에 대한 미증유의 충격, 북한 핵 위협 속에 남북 대치 및 엄청난 통일 비용, 이념·지역·소득계층·세대 간 갈등 심화 등이다. 역사에서 배우고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것 외에 별다른 해법이 없다는 견해에 고개가 끄덕여진다.미국 블룸버그 아시아경제 담당 전문가 슐리 렌이 칼럼에서 "한때 '아시아의 호랑이'였던 한국이 이제는 개집(doghouse)에 갇힌 신세가 됐다"는 충격적인 비유로 한국 경제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유로 외부 요인보다 국내 문제에 있고 그중 가장 치명적인 것이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의 사회주의적 실험으로 인해 한때 활기가 넘쳤던 한국 경제의 야성을 앗아갔다고 안타까워했다.한국 경제가 어쩌다가 개집에 갇힌 신세란 얘기를 듣는 지경이 됐는지 참담하다. 더 안타까운 것은 슐리 렌의 진단이 틀렸다고 반박하기 어려울 정도로 한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주의적 정책을 재고(re-thinking)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슐리 렌은 조언했지만 문 대통령과 정부는 고집을 전혀 꺾지 않아 개집에서마저 쫓겨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2019-07-25 06:30:00

[사설] 한·미·일 안보협력 굳건해야 중국·러시아 도발 막는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인 동해 상공에 진입하고 러시아 군용기가 우리 영공까지 침범한 것은 한·미·일 안보협력 태세를 시험하기 위한 계획된 도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한·미·일 3각 안보협력체계가 예전 같지 않으며 이에 따라 러시아와 중국의 눈에는 한국이 가장 만만한 상대로 비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유사한 도발이 계속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정부는 철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현재 한·미·일 안보협력체계는 '협력'이라는 표현이 과연 맞느냐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매우 느슨해졌다.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을 놓고 문재인 정부가 '선(先) 대북 제재 완화'를 고집하고 미국은 안 된다고 맞서면서 보이지 않는 '불신의 벽'이 생긴 게 사실이다. 문 정부의 요구로 한미 연합군사훈련도 대폭 축소되거나 중단됐다.여기에다 과거사 문제를 고리로 한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한일 관계는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이 잘못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문 정부의 대응이 '이성적'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갈등을 풀려는 노력은 뒤로한 채 연일 대일 강공(强攻)의 목소리만 높이고, '친일 대 반일'로 국민을 분열시킨다.급기야는 우리의 대북 감시와 정보 수집에 큰 몫을 차지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재검토 카드까지 꺼냈다. 만약 일본이 예고대로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고 이에 맞서 문 정부가 GSOMIA 폐기를 실행에 옮긴다면 한일 관계의 파탄은 물론 한·미·일 안보협력체계는 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러시아와 중국이 쾌재를 부를 일이다. 그렇게 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국가는 바로 한국임은 부정할 수 없다.어떤 일이 있어도 이런 사태는 막아야 한다. 경제 문제는 경제 논리로 풀고 한·미·일 안보협력체계에 균열을 초래하고 우리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다분히 감정적인 경제 외적 대응은 피해야 한다.

2019-07-25 06:30:00

[사설] 일본 보복에 신물산장려운동 외친 전국 단체장, 지금 그럴 땐가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23일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협의회 공동회장단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의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신(新)물산장려운동'의 전개를 천명했다. 전국의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이 향후 대(對)일본 활동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상임위원장인 김두관 국회의원까지 나와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모임 개최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발표 내용도 과연 바람직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이날 성명은 정부의 위기 대처에 지방정부도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나타낸 점에서 나라의 한 축을 맡은 지방정부의 수장 입장을 생각하면 그 나름 이해할 수는 있다. 국가적 위기 대처에 여야는 물론, 진영의 구분 또한 있을 수도 없고 적전 분열은 바람직하지도 않다. 시·군·구 지자체라고 다를 까닭이 없다. 이번 일본 규탄 성명 발표도 그런 차원에서 이뤄진 충정(衷情)의 발로라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그러나 발표 내용은 따질 부분이 많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이미 민간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지방정부까지 나서려는 까닭을 알 수 없다. 과거 군사정부 때처럼 민관(民官)이 하나로 뭉친 듯한 모양새를 보이기 위해서라면 그럴 수 있다. 겉보기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지방정부가 관제 불매운동을 벌일 만큼 그렇게 할 일이 없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럴 경우 관공서 관련 각종 기관·단체 동원이 뻔한데 과연 마땅한가. 공적 교류 중단 선언도 그렇다.신물산장려운동도 마찬가지다. 물산장려운동은 과거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의 경제적 침탈에 맞서고 토산품을 써서 우리 산업을 일으키기 위한 항일 독립운동 차원이었다. 당시는 시대 흐름과 산업 규모 등 상황을 살피면 바른 운동이었다지만 지금은 다르다. 오늘날 지구촌은 한마을처럼 이어지는 경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무역에 기대는 한국 경제 구조는 그와 맞물려 있다. 이런 운동이 지금 시대에 적합한 활동인지 여당과 협의회는 고민하고 행동하기 바란다.

2019-07-25 06:30:00

[사설] 먹거리로 장난친 불량 마라탕 업체에 철퇴 내려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마라탕·마라샹궈 음식점과 원료 공급업체를 불시에 위생 점검한 결과 먹거리 안전이 위태로울 정도로 상황이 참혹했다. 전국 63곳의 점검 업소 중 37곳(58.7%)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음식을 만들거나 출처를 알 수 없는 재료로 제조·유통하다 적발됐다.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음식점 23곳과 원료 공급업체 14곳 가운데 대구와 경산의 업소 3곳도 포함돼 지역 소비자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이번 마라탕 사태는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매운맛' 열풍이 불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한탕주의에 빠진 일부 악덕 업자에게 마라탕은 그저 손쉬운 돈벌이 수단이 된 것이다. 이들에게 소비자 안전이나 식품 위생 규정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두석 달 동안 조리실과 도구를 청소하지 않아 기름때로 찌든 음식점이 수두룩하고, 영업신고도 없이 마라탕을 만들어 팔다 적발된 곳도 한두 곳이 아니다. 대구 수성구의 A음식점은 위생 기준 위반, 중구의 B음식점과 경산시의 C음식점은 무표시 제품 사용으로 각각 적발돼 각 지자체의 행정처분을 앞두고 있다.이런 속사정은 조금도 모른 채 마라탕을 찾은 소비자는 사실상 비싼 돈 주고 독을 사 먹은 꼴이다. 적발 업소 중에는 온라인을 통해 마라탕 맛집으로 유명세를 탄 곳도 있었는데 수성구의 A음식점도 그중 하나다. 이들은 마라탕이 대중의 인기를 끌자 국민을 제 주머니나 채워 주는 호구로 여기고 대놓고 먹거리로 장난을 친 것이다.정부는 그동안 불량 식품 제조·유통 행위를 '4대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엄하게 처벌해왔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단속의 손길이 느슨해진 사이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각 지자체에서 적발 업소에 대해 조치하고, 식약처가 3개월 내 재점검을 통해 개선 여부를 확인한다는데 왜 이런 조치만 계속 되풀이하는지 국민은 납득이 안 된다. 음식으로 장난을 치는 악덕 업자에게는 얼얼하게 매운맛을 보여주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두 번 다시 음식업을 못 하도록 당장 철퇴를 내려야 한다.

2019-07-25 06:30:00

[사설] 포항지진 특별법·추경 무산, 여야 모두 책임 있다

2017년 경북 포항에서 일어난 규모 5.5 지진으로 엄청난 물적·정신적 피해가 발생했지만,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특별법 제정과 피해 복구 예산 지원은 여전히 소식이 없다. 포항지진 특별법은 소관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고, 지진 관련 추경예산은 하릴없이 표류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야는 상대 탓만 하며 포항시민의 절박한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으니 기가 찰 수밖에 없다.포항지진 특별법은 22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여야 간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법률안 상정이 무산됐다. 이유를 알아보니 더불어민주당 법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민주당 측에서 특별법 상정을 연기시켰다는 것이다.민주당은 특별법안에 무슨 거창한 내용을 담겠다고 시간을 끌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한시가 급한 포항시민의 심정을 전혀 헤아리지 않고 있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2건의 특별법은 이미 지난 4월에,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별법은 5월에 각각 발의돼 있지만, 홍의락 민주당 의원은 8월 초쯤 느림보 발의를 하겠다고 하니 욕을 먹어도 한참 먹어야 할 것 같다. 여야 모두, 다음 달에는 반드시 법안 소위에 특별법을 상정하고 제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지진 관련 추경은 여야 간 정쟁으로 예산결산위원회 심의가 중단되면서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다. 가뜩이나 관련 예산이 1천131억원에 불과해 피해 주민과 포항시에 필요한 사업 예산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만 끌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민주당은 한국당의 방해로 지진 피해 추경을 할 수 없다며 비난했고, 한국당은 민주당의 방해로 지진 특별법을 상정조차 못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포항시민 입장에서는 민주당이나 한국당, 둘 다 도긴개긴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여야 모두 포항시민에게 사과하는 동시에 특별법 제정과 추경 통과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2019-07-24 06:30:00

[사설] 울릉 교장 강제추행 사건 수사 중 등교 거부까지, 교육청은 뭣하나

경북 울릉군의 한 초교 교장의 강제 추행·뇌물수수 혐의 사건이 엉뚱한 사태로 번져 설상가상이다.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교장에게 피해를 본 교직원의 전보 조치를 요구하는 일부 학부모가 지난 16일(68명)과 17일(104명) 이틀에 걸쳐 학생의 등교를 막았기 때문이다. 더욱 심상찮은 일은 피해자의 전보 요구와 학생 등교 거부 사태에 대한 학교 교사 등 일부 인사의 개입 의혹이다. 사태가 이렇지만 교육 당국은 뒷짐을 지고 있으니 악화될 수밖에 없다.이번 사건은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학교 교장의 뇌물수수 의혹에서 비롯됐다. 게다가 피해자인 교직원이 겪는 정신적 고통까지 따지면 배려와 보호가 먼저일 수밖에 없다. 일부 학부모를 중심으로 한 피해자에 대한 전보 조치 요구 같은 부당한 압박은 앞뒤가 바뀐 일이다. 이도 모자라 애꿎은 학생을 앞세워 두 차례나 등교 거부라는 물리력도 서슴지 않으니 우려스럽기만 하다.더욱 놀라운 점은 이런 움직임이 학교 교사 등 일부 인사의 선동과 유도에 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다. 이미 피해자의 전보를 요구하는 일부 학부모의 탄원서가 한 교사에 의해 작성됐다는 증언이 나오고, 학부모의 생각과 다른 내용의 탄원서가 교육청에 제출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말하자면 피해자 전보 압박을 위해 특정인이 학부모를 선동하거나 탄원서를 악용하고 학생까지 동원하고 있다는 의심이 자연스러운 끔찍한 상황이다.사건이 이처럼 엉뚱한 사태로 나빠지고 학생의 학습권마저 침해되는 상황이지만 교육 당국은 뭣하는지 손을 놓고 있어 의혹을 키운다. 교육 당국은 이제라도 이번 사태의 진상 파악에 나서야 한다. 또 사태를 악화시킨 배후를 밝혀 비교육적인 행위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가뜩이나 힘든 피해자에 대한 일부 학부모와 학교 교사의 부당한 압박은 멈춰야 한다. 특히 학생을 동원하거나 앞세워 이용하려 든다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교육 당국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한 때다.

2019-07-24 06:30:00

[사설] 한일 군사정보협력 지속 여부, 정부는 큰 틀에서 생각해야

다음 달 24일 만료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재연장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한일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는 것은 물론 한·미·일 안보협력체계에도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담에서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한 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한국에 급파한 이유다.결론부터 말하면 GSOMIA를 폐기해서는 안 된다. 우선 경제와 안보는 분리해야 한다는 원칙론에서 그렇다. 일본의 경제 보복을 이유로 GSOMIA를 폐기하는 것은 과거사라는 경제외적 문제를 경제와 연계시키는 일본과 다를 바가 없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경제 보복을 규탄하고 철회를 요구할 명분의 우위를 잃게 되는 것이다.더 실질적인 문제는 일본의 정보 수집 자산이 없다면 우리의 대북 감시 및 정보 수집이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우리에게 한 대도 없는 정찰위성 7대에 이스지함 6척, 1천㎞ 이상 탐지가 가능한 장거리 지상 레이더 4기, 조기경보기 17대 등 월등한 정보 수집 능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의 대북 정보 수집은 상당 부분 여기에 기대고 있다. 안타깝지만 냉정한 현실이다. GSOMIA가 폐기되면 더 큰 손해를 보는 쪽은 우리다.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는 GSOMIA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집권 이후 두 차례에 걸쳐 협정 연장을 결정했다. 협정을 통해 양국이 주고받은 정보의 실효성을 보고 받고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이런 판단은 앞으로도 유효하다.그런 점에서 정의용 실장이 18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면 협정을 폐기해야 한다"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말을 받아 "재검토" 운운한 것은 경솔했다. 국정에 책임이 없는 야당 대표야 아무렇게나 말할 수 있지만 안보 문제 판단의 중심에 있는 정 실장은 신중했어야 했다.

2019-07-24 06:30:00

[사설] 지진 잇따르는 경북, 체계적인 연구 더 늦추지 않아야

21일 경북 상주시 외서면 관현리 마을에서 규모 3.9의 지진이 발생해 멀리 서울까지 지진 여파 신고가 이어졌다. 이날 낮 12시 현재 이 같은 지진 유감 신고는 265건에 이르렀으나 다행히 피해 접수는 없었다. 상주에서는 앞서 20일 0시 38분쯤에도 규모 2.0의 지진이 일어났다. 그런데 21일 상주 지진은 1978년 9월 16일의 규모 5.2 이후 가장 컸던 만큼 이에 대한 대비 목소리가 높다.이번 상주 지진은 결코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먼저 지진의 규모가 그렇다. 2016년 9월 12일 경주의 5.8 지진과 2017년 11월 15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5.4의 지진에 이은 세 번째이다. 게다가 올 들어 한반도와 주변 바다에서 일어난 지진으로도 4월 동해 해상(4.3)과 2월 포항 해상(4.1)에 이은 규모이다. 특히 21일 발생한 상주 지진 유형이 1978년 당시와 비슷한 형태로 알려졌고, 단층 움직임에 따른 지진으로 분석돼 정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경북에서 지진 발생 빈도를 보면 걱정스럽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최근까지 국내 지진은 모두 684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경북에서 일어난 지진만 391건(57%)에 이르렀다. 경북에서 발생한 지진은 2015년 44건에 10건(22.7%), 2016년 252건에 185건(73%), 2017년 223건에 127건(57%), 2018년 115건에 52건(45%)이었다. 올해는 50건에 17건(34%)을 차지했다. 전국에서도 경북도의 지진이 잦다는 증거인 셈이다.경북도는 이런 통계를 주시해야 한다. 이번 상주 지진에서 나타난 것처럼 내륙도 결코 안전지대일 수 없어서다. 큰 규모의 지진도 알 수 없다. 철저한 대비만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길이다. 전문적인 지진 연구와 대비를 위한 경북도의 국립지진방재연구원 경주 설립 요청을 정부가 거절했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정부에 방재원 설립을 촉구하고 설득해야겠지만 그렇다고 정부만 바라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기에는 사안이 가볍지 않다. 먼저 경북도라도 나서 지진을 연구해야 한다.

2019-07-23 06:30:00

[사설] '달성습지 복원' 최선의 방안을 찾아라

달성습지 복원 사업이 대구시의 행정 미숙에 따른 환경청과의 마찰로 급기야 법적 공방으로 비화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다. 환경영향평가를 무시하고 습지 복원 공사를 밀어붙였다가 대구지방환경청의 공사 중지 명령을 받은 대구시가 환경청을 상대로 '원상복구 조치 명령 취소 청구'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대구시와 환경청의 갈등 속에 습지 복원 공사가 마지막 100m를 남겨두고 1년 6개월째 중단되고 있다는 것이다.달성습지는 낙동강과 금호강, 진천·대명천이 합류하는 지역에 자리한 생태계의 보고이다. 특히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맹꽁이를 품고 있는 청정 지역이다. 이곳이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해가자 대구시는 2013년부터 국비와 시비 등 230억원을 투입해 생태복원 사업에 나섰다. 3천여m에 달하는 인공 수로를 개설해 습지를 복원하고 생태학습관을 건립해 교육 및 체험의 장으로 삼겠다는 것이었다.그런데 대구시가 수로형 습지 조성 계획을 수정하면서 사달이 난 것이다. 수로가 너무 길다는 지적에 따라 구간을 축소했는데, 이때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환경청은 공사 구간이 바뀌었으니 다시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대구시는 애초 전체적인 사업 구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거쳤으니 재평가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대구시는 지난번 맹꽁이 산란지인 달성습지 일부를 모래로 덮었다가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원상복구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행정기관이 생태를 복원하기 위해 벌인 공사에서 되레 환경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문제는 환경청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면서 습지 복원 사업이 100m를 남겨두고 멈춰 섰다는 것이다. 원상복구를 한다면 엄청난 혈세만 고스란히 낭비하게 생겼다. 이제 환경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이미 진행된 공정을 세심하게 재점검할 필요가 있겠지만, 환경 파괴와 예산 낭비를 동시에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2019-07-23 06:30:00

[사설] 의사들 떠나고 공공의료기관 위상 위협받는 대구의료원

대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최근 2년 새 줄줄이 병원을 떠나거나 이직을 앞두고 있어 환자 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신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사회적 흐름과는 반대로 공공의료기관이 의사 부족으로 그 역할 비중이 계속 축소되는 것은 큰 문제다. 대구시가 의사 충원과 환자 비상 수용 방안 등 대책을 세우고는 있으나 자칫 저소득 서민층 진료에 큰 구멍이 생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대구의료원의 정신과 전문의 부족 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무렵이다. 당시만 해도 5명의 의사가 진료를 맡았으나 먼저 2명이 자리를 옮긴 데 이어 조만간 남은 2명도 사표를 낼 예정이다. 이에 대구시가 신규 채용을 서두르고 있지만 충원이 늦어질 경우 9월부터 의사 1명이 모든 진료를 맡아야 할 처지다.당장 의사가 없어 진료에 공백이 생기면 병상수 또한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180명의 환자를 동시 수용하던 수준에서 9월부터 입원 50명, 내원 10명 등 모두 60명의 환자만 감당할 수 있게 돼 공공의료기관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게 된다. 자연히 생활형편이 어려운 서민층 정신건강 서비스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게 되는 것이다.대구의료원 사태는 근래 크게 높아진 정신과 전문의 위상을 공공의료기관이 발 빠르게 쫓아가지 못하면서 빚어지는 일이다. 민간 병원에 비해 지방공기업의 근무 여건과 처우 수준이 상대적으로 열세이다 보니 개원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고된 일에 비해 처우는 낮아 공공의료기관 의사로서의 자부심과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대구시는 지역 정신건강 분야의 공공성이 약화하는 일이 없도록 지금부터라도 면밀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 부담할 수 있는 재정 범위 내에서 의료진에 대한 처우를 상향하는 것도 문제 해결의 한 방법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의료원 위상과 역할을 지켜나가는 게 공공의료기관의 존립 이유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2019-07-23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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