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욕죄 고소하고선 ‘대인배’인 척한 대통령

2019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한 전단을 뿌린 김정식(34) 씨에게 경찰이 모욕죄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한 사건으로 문 정권의 이중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형법상 모욕죄를 폐지하는 법안을 내놓고 뒤로는 모욕죄로 국민을 기소하겠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한껏 포용적인 척하면서 돌아서서는 그 반대로 가는, 참을 수 없는 위선이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9일 모욕죄(형법 311조)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여기에 열린민주당 의원 2명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7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모욕이라는 광범위한 개념을 잣대로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지 못하도록 모욕죄를 삭제해 형사처벌을 받지 않게 하려는 것"이 발의 취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장관이 되기 전 이와 관련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2013년 한 논문에서 "'사회적 강자'인 공인이 명예 감정에 침해받았다고 하여 형벌권을 동원할 수 있게 한다면, 표현의 자유는 심각하게 제약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2015년 '정치권력자 대상 풍자·조롱행위의 과잉범죄화 비판'이란 논문에서도 같은 주장을 했다.

그래 놓고 이들 중 어느 누구도 김정식 씨에 대한 모욕죄 고소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 모욕죄 고소도 다른 사람이 하면 표현의 자유 억압이고 대통령이나 그 대리자가 하면 아니라는 이중 잣대의 시위나 다름없다.

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2년 전 사건이 발생했을 때 문 대통령의 대리인을 통해 고소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작년 8월 "대통령을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했다. 이미 고소를 해 놓고 이를 숨긴 채 국민 앞에서 한껏 '대인배'인 척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왜 이렇게 했는지, 그리고 직접 고소했는지, 대리인을 통해서였는지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은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했다. 벼룩도 낯짝이 있다고 하니 이해는 간다. 그러나 적어도 대통령이라면 이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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