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안부 관련 美 학자 논문, 멍석말이 아닌 논문으로 대응하자

한양대 학생들과 동문들이 위안부를 '자발적 매춘'으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를 옹호하는 듯한 취지의 기고문을 미국 언론에 게재한 한양대 조셉 이(Joseph E. Yi) 정외과 부교수의 사과 및 파면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조셉 이 교수는 최근 조 필립스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국제대학 부교수와 함께 미국 외교 전문지 디플로멧 기고문에서 "램지어 교수의 최근 논문을 비난하지 말고 토론할 것을 촉구한다"며 "일본과의 개인적인 연관성을 이유로 램지어의 학문적 진실성을 공격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며 외국인 혐오로 들린다"고 주장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슬프고 분한 일이다. 피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에게 집단 '트라우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까닭에 위안부 문제라면 '일본의 여성 납치 및 강제 성 노예' 외의 다른 주장이나 연구 결과를 수용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리 인식과 다르다고 해서 '그 입 다물라'고 고함치거나, '망언'으로 규정해 버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때로는 위험하기까지 하다. 학자의 연구 논문에 조목조목 대응하지 않고, '멍석말이'식으로 맞서면 할 말이 없는 사람처럼 비칠 수도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일 양국 국민들의 인식 및 양국 정부 입장은 상반된다. 하나의 역사적 사건에 대해 인식의 괴리가 큰 것은 그만큼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램지어 교수가 연구를 통해 '자기주장'을 펼친 만큼, 우리나라 학계도 구체적 연구를 통해 사실을 밝혀야 할 책임이 있다. '망언 집어치워라' '진정한 사과를 하라'는 백 마디 시위보다 한 건의 연구 논문이 더 큰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 가령 램지어 교수의 논문 용어 '자발적 매춘'에서 '자발적'이란 용어에 대한 동서양의 차이, 시대적 압력의 성격 등만 따로 연구하더라도 의미가 클 수 있다. '시위'로 누군가는 돈을 벌고, 누군가는 금배지를 달 수도 있지만, 역사의 '이 빠진 징검다리'를 채울 수는 없다. 맹호출림(猛虎出林)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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