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혜원 검사의 코미디, 화낼 필요 없다

진혜원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의 병원 인턴 합격을 축하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조 씨를 문학 작품 속 인물 '제인 에어'에 비유하자 국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영국 작가 샬롯 브론테가 1847년 발표한 소설 '제인 에어'는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갖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 불굴의 의지와 노력으로 사랑과 행복을 이루어 가는 여성의 이야기다. 진 검사는 이 작품을 거론하면서 "최근 의사 국가고시에 당당히 합격하고, 명성 있는 병원에서 인턴으로 실습을 시작하게 된 한 분이 계속 떠오르는 작품이다"며 "집단 린치를 겪은 분이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대견하고,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들은 "도대체 제 정신이냐?" "조민을 어떻게 제인 에어에 비유하느냐"는 등 비난을 쏟아냈다.

진 검사의 말에 화낼 필요가 없다.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무엇에 대해 상대가 설득력 있게 논리를 전개하면 화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진 검사의 말처럼 맥락도 근거도 없는, 누가 봐도 '뻥'은 그냥 코미디다. 코미디 중에서도 스스로 망가지고 자빠짐으로써 웃음을 선사하는 일종의 '슬랩스틱 코미디'(slapstick comedy)라고 볼 수 있다.

친문(親文) 성향으로 알려져 있는 진 검사는 '스스로 망가지는 코미디'를 이미 여러 편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에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과 관련, 자신이 박 전 시장과 팔짱 낀 사진을 올리며 "나도 성추행했다"는 글을 올려 피해자를 2차 가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배우 채시라를 닮았다. 실제로 뵈면 얼굴이 CD 한 개 정도 크기"라고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 대상 여론조사 결과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추 전 장관이 가장 공정한 남성과 여성"이라고 했다.

진 검사의 '스스로 망가지는 코미디'에는 면면히 흐르는 철학이 있다.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고 말하면 싱겁게 끝난다. 하지만 진 검사는 부당한 것을 부당하지 않다고 힘주어 강조함으로써 부당함이 더욱 도드라지도록 한다. 고 박원순 전 시장의 편을 들고, 조민 씨를 칭찬함으로써 오히려 그들이 욕을 바가지로 얻어 먹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니 진 검사가 '코미디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즐겁게 감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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