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법 출금 공익신고자 고발하겠다는 법무부의 적반하장

법무부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은폐 의혹과 관련해 공익신고인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모양이다. 법무부 차규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25일 "공익신고인에 대해 공무상 기밀누설죄로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차 본부장은 불법 출금 의혹 관련 고발 대상자 중 한 명으로, 2019년 3월 23일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의 김 전 차관 긴급 출금 요청을 사후 승인한 인물이다.

차 본부장은 고발 검토 이유로 "출국금지의 적법성 여부와 관련한 문제 제기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공익신고가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은 공무상 기밀 유출이라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억지다. 지휘 계통의 허락을 받아 공익신고를 하라는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것을 허락할 조직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공익신고와 적법 절차 준수는 상충할 수밖에 없다. 공익신고는 조직이 숨기는 불법·탈법적 사실을 사회 전체가 알도록 공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적법 절차를 우회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적법 절차를 밟는 순간 공익신고는 원천 봉쇄돼 불법·탈법이 저질러졌다는 사실은 물론 이를 공익신고하려 한 사실까지 은폐되기 십상이다.

더 황당한 것은 김 전 차관 긴급 출금 자체가 적법 절차의 철저한 무시였다는 점이다. 피의자도 아닌데 출국을 막으려고 사건번호를 위조했고, 관할 지검장의 관인도 없는 출국금지 요청서를 동원했으며 이 모든 사실의 사후 은폐까지 시도했다. 그래 놓고 공익신고에 대해 '적법 절차' 운운하다니 이런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때 '내부고발자 등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호 강화'를 공약했으며 정권 출범 직후 100대 국정 과제에도 포함시켰다. 이에 따르자면 이번 공익신고자는 고발할 게 아니라 보호해야 한다. 그리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뻔하다. 정권에 불리한 공익신고이기 때문이다. 지긋지긋한 이중 잣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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