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월세 20만원 세입자에게 집 꾸밀 돈 수천만원이 어디 있다고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둘러보며 '호평'하는 바람에 "문 대통령이나 퇴임 후 6평짜리 집에서 살라"는 비판을 받았던 경기도 화성의 13평(44㎡)형 행복주택 2채가 대통령 방문에 앞서 4천290만원을 들여 긴급히 수리하고 꾸민 것으로 밝혀졌다. 대통령이 아이가 어린 신혼부부용으로 소형 임대주택을 긍정 평가해 국민들이 분노했는데, 그마저도 '맨얼굴'이 아니라 '화장발'이었던 것이다.

대통령이 둘러보았던 임대주택들은 보증금 약 6천만원에 월 임대료 19만~23만원 수준이다. 월 20만원 안팎 임대주택에 사는 세입자에게 집 꾸미고 보수할 돈 수천만원이 어디서 나오나? 그럴 돈이 있으면 더 살기 좋은 동네, 더 나은 집에 들어가 살지 코딱지만 한 임대주택에 왜 들어가나? 게다가 월 20만원에 빌려 쓰는 남의 집(임대주택)을 뭐 하러 제 돈 들여 수리하겠는가.

친정부 인사들은 '유럽의 공공임대주택'을 높이 평가하며, 우리도 그렇게 살면 좋다고 말한다. 실상을 외면한 말이다. 유럽의 임대주택 입주자들은 비가 새도, 목욕탕 타일이 깨져도 좀처럼 수리하지 않는다. 내 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리해야 할 집이 밀려 있어 관리공단의 보수 서비스를 받으려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 문 대통령이 방문했던 경기도 화성의 임대주택들도 부실시공으로 주민들의 피해 호소가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임대주택은 당장 목돈 들어가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위치상의 불편은 물론이고 집 내부의 고장이나 결함에 따른 불편도 상당하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 인사들은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가능하다'고 우긴다. 발꿈치를 잘라 신발에 발을 맞추라는 식이다. 대통령이 실제와 다른 것을 보고, 실상과 다른 상황 인식 아래, 현실성 없는 대책을 '좋다'고 믿는다. 온 국민이 집 문제로 못살겠다고 하는데도 정부가 '부동산 하나는 자신 있다' 며 벌집 들쑤시듯 뜬구름 잡는 정책을 마구 내놓는 것은 정작 봐야 할 것을 보지 않고, 헛것을 보고 헛것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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