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원전 정책 폐기 안 하면 탄소중립 선언은 신기루일 뿐

문재인 대통령이 무역의날 기념식에서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우리 역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담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전기 자동차 배터리·수소 자동차·저전력 반도체 등을 육성해 2050년 이산화탄소 실질 배출량이 제로(0)가 되는 탄소중립 국가로 거듭나겠다는 전날 정부 발표를 문 대통령이 재차 강조한 것이다.

지구 환경 보호를 위한 탄소중립은 지향해야 할 목표다. 관건은 실현 과정이 현실적이어야 하고,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경제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정부가 내세운 탄소중립 정책은 비현실적이고, 기업·소비자에게 부담을 줄 우려가 있는 등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탄소 배출 제로에 발전 비용도 저렴해 탄소중립에 필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원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 전략에서도 원전이 쏙 빠졌다. 탈원전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전력에서 석탄화력 비중이 40%, 액화천연가스(LNG) 비중이 20%, 원전 비중이 25% 정도다. 탈석탄 과정에서 원전 역할이 중요하다. 원전 외에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대량의 전기를 생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원전 없이 탄소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선진 각국이 원전이 탄소 제로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원전 비중을 높여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원전 없는 탄소중립 계획은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과 소비자 부담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점을 외면한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28.4%로 미국(11.0%), 유럽연합(16.4%)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선진국의 탄소중립만 추종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들이 에너지 전환 비용과 전기요금 상승, 과중한 세금 부담 등으로 재앙을 맞을 수 있다. 소비자도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탄소중립이란 허울만을 좇으려다 국익을 해치고, 국민에 짐을 지우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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