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 넘긴 택배 파업 대란, 이제 구조적 대책을

추석 연휴를 앞두고 택배 분류작업 거부를 선언했던 택배 기사들이 거부 방침을 철회한 18일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를 앞두고 택배 분류작업 거부를 선언했던 택배 기사들이 거부 방침을 철회한 18일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를 코앞에 두고 택배 분류 작업 거부를 선언했던 택배 기사들이 정부의 인력 충원 등 대책 약속을 받아들여 집단행동 방침을 하루 만에 철회했다. 택배 기사들이 파업을 강행했다면 추석 연휴 택배 대란이 벌어질 뻔했는데, 다행스러운 일이다. 일단 한숨을 돌렸으니 이번에 불거진 택배업계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구조적이고 장기적 대책 마련을 함께 고민할 시기가 됐다.

당초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택배 분류 작업 거부 방침을 밝힌 것은 택배 기사들이 자신들의 고유 업무가 아닌 택배 분류 작업을 보상도 없이 맡아 처리하면서 극한의 과로로 내몰리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의 비대면 소비 급증으로 택배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택배 기사들이 하루 근무시간(13~16시간) 가운데 절반 가량을 분류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빚어진 이유는 분류 작업이 택배 기사 고유 업무인지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28년 전 국내에 택배 서비스가 도입된 이후 택배 기사들이 분류 작업을 관행적으로 맡아왔는데 올 들어 팬데믹 여파로 택배 물량이 폭증하면서 택배 기사들의 불만이 폭발한 셈이다. 배송 건당 수수료가 택배 기사들의 수입을 결정하는 국내 택배업계 구조적 문제를 고려했을 때 예견된 갈등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택배 기사들은 엄청난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올 들어서만 택배 물량이 30% 이상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3년간 택배 기사 증가율은 연평균 5.6%에 그쳤다. 한 달 평균 택배 물량이 3억 건에 육박하면서 택배 기사들은 월 평균 5천여 건, 하루 평균 250여 건의 택배를 처리하는 등 살인적 노동 강도에 노출되고 있다. 올 상반기만 7명의 택배 기사가 과로사할 정도로 '번아웃' 상황인 것이다.

일단 급한 위기는 넘겼지만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대책위가 "정부와 택배업계가 약속한 분류작업 인력 투입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다시 한번 특단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긴 탓이다. 따라서 정부와 택배업계, 택배 노동자 측은 분류 작업에 대한 법률적 명시와 택배 기사 근로조건 개선 등 구조적인 대책을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택배 기사 과로 문제를 협의할 기구 또는 태스크포스 등을 구성하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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