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황교안 대표, 총선 공천권 불행사는 바람직한 방안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조만간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대표가 공천권 불행사를 천명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한국당에서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획기적이고 파격적이다. 이 계획이 실행된다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당이 내놓은 수많은 개혁안 중 이보다 참신한 방안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한국당 신정치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는 14일 황 대표에게 공천권 불행사를 건의했다고 한다. 혁신위는 공천권 불행사 이유로 2016년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청와대가 개입해 총선을 망친 전례를 들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총선을 앞두고 '180석은 무난하다'고 교만을 떨다가 공천 심사 과정에서 '진박(眞朴) 논쟁' '김무성 대표 직인 날인 거부' 등 온갖 추태를 연출한 끝에 제2당으로 추락했다. 그 기억이 아직까지 국민 뇌리에 생생히 남아 있는 만큼 혁신위의 제안은 합당해 보인다.황 대표의 수락 여부는 듣지 못했지만, 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이 방안이 거의 확정적이라고 전했다. 전통적으로 야당 대표는 공천권을 쥐고 '줄 세우기' '당 장악력 확대'를 시도하는 것이 공식처럼 돼 있는데, 이를 내려놓겠다니 참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실제 이뤄지면 정치 개혁 및 정치 문화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만약 황 대표가 공천권 불행사를 선언한 후 실제 공천 심사에서 '제3자'를 내세우거나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 아니한 것보다 못한 결과를 낳을 것이 뻔하다. 주변 참모나 지원 세력의 압력과 유혹이 적지 않을 것이기에 처음부터 '공천권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모진 각오를 다지지 않으면 안 된다.중도층이 한국당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웰빙·기득권·불통 이미지 때문이다. 한국당은 변화하고 바뀌는 모습을 보여야 미래가 있다. 그렇기에 대표의 공천권 불행사는 이미지 변신을 위한 적절한 소재라고 할 수 있다.

2019-07-16 06:30:00

[사설] 최저임금 공약 이행 어렵다면서 '소주성' 집착할 이유 있나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임기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한 것은 용기있는 행동이다. 대통령의 공약은 포기하거나 수정할 수 없는 '도그마'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이 10.9% 인상돼 '2020년 1만원 목표'가 사실상 무산된 작년 7월에도 사과했다.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처음부터 우리 경제의 현실을 무시한 것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이를 감당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지난 2년간 각각 16.4%와 10.9% 올린 결과는 이를 잘 말해준다.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아야 할 저소득층의 소득은 도리어 줄고 고용은 최악으로 곤두박질했다. 고용하는 사람의 수입이 더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임금이 올라가면 고용을 줄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적응'이다. 최저임금 인상 공약은 이렇게 간단하고 자명한 이치를 무시한 상상 속의 '장밋빛' 약속이었다.소득주도성장 정책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을 높이는 것이 '소주성'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노리는 시나리오는 참으로 희망적인 '선순환' 일변도이다. 최저임금을 높이면 소비가 늘어나고 이는 기업 활력을 높여 다시 기업의 지급 여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간단하게 말해 소주성은 실패했다.그런데도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사과'가 소주성의 폐기나 포기가 아니라고 했다. 소주성에 대한 문 대통령의 애착은 이해하지만 그런다고 소주성이 실패했다는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은 '사과'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소주성을 포기하고 경제 활력을 북돋우는 새로운 정책으로 좌표를 이동해야 한다.자존심이 상한다면 명시적으로 '소주성'을 포기했다고 말하지 않아도 된다. 설익은 좌파 정책을 더 이상 고집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된다.

2019-07-16 06:30:00

[사설] 직장 내 괴롭힘 막으려면 사회적 관심과 노력 뒤따라야

직장 내 괴롭힘이나 갑질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직장 내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지위나 관계 등을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못하도록 강제했다.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서는 지시나 폭언, 인격 모독 등 위법 사실이 인정될 경우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고 피해자에 대해서는 보상하도록 규정한 것이다.그동안 직장 내 자율적 관리나 통제를 벗어난 채 부당한 업무 지시와 차별, 강요 등이 일상화하다시피 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직장에서 공통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현실이다. 이런 그릇된 직장 문화와 구조가 깊게 뿌리를 내리면서 인간관계를 왜곡시키고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며 병폐로 굳어졌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이번에 관련 법을 만들고 시행한 것은 이런 부분을 바로잡기 위한 예방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직장 내 갑질 근절과 괴롭힘 예방 효과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대체로 법 시행을 반기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 조항이 없고, 갑질 행위를 규정하는 기준이 모호한 점, 사용자가 괴롭힘 행위를 직접 조사해야 하는 등 한계도 분명하다. 또 입법 취지와 달리 허위 신고나 음해 등으로 인한 혼란과 부작용도 예상돼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 같은 비인간적 행위를 엄하게 처벌하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우리도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다듬고 보다 엄격한 잣대로 위법행위를 엄하게 처벌하는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괴롭힘을 당하는 피해자 대다수가 신입사원이나 여성 하급자 등 직장 내 약자라는 점에서 광범위하게 사례를 축적하고 시행착오도 최대한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사용자의 책임도 크다. 직장 내 괴롭힘이 없도록 임직원을 철저히 교육하고, 모든 근로자를 인격적으로 대우하는 직장 문화를 만들어가는데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 괴롭힘이나 갑질 대신 건전한 인간 관계와 조직 구조가 정착할 수 있다.

2019-07-16 06:30:00

[사설] 이 판국에 '이순신 장군, 12척의 배' 소리가 왜 나오나

일본이 경제 보복을 예정된 시나리오대로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전남 무안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전남 주민들이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열두 척의 배로 나라를 지켰다"는 발언을 했다. 이는 원고에 없는 발언으로, 문 대통령은 이날 '이순신 장군'을 세 번이나 언급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정면 대응 의지를 밝힌 작심 발언으로 해석된다.한마디로 지금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적절한 발언이다. 도대체 지금 시점에 422년 전의 '명량해전' 얘기가 왜 나오는지 참으로 모르겠다. 그런 '민족감정팔이'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우리가 일본의 경제 보복에 맞대응할 실질적인 수단이 있나? 안타깝지만 별로 없다. 그게 우리의 엄연한 현실이다. '이순신 장군'과 '12척의 배'를 아무리 상기한들 이런 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취해야 할 최선은 무엇인가. 우리가 처한 현실 내에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다. 바로 외교적 해결이다. 그러나 이것도 잘 안 되고 있다. 미국에 중재를 요청하러 갔던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사실상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가 푼 보따리는 "미국이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미·일 공조에 도움이 안 된다는데 세게 공감했다"는 것뿐이다. 얼마나 할 말이 없으면 '세게'라고 굳이 강조했을까. 수출 규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일본에 갔던 우리 대표단도 모욕적인 홀대만 당하고 성과 없이 돌아왔다. 예상됐던 결과다.문 대통령의 발언은 일본을 더욱 자극해 그렇지 않아도 좁디좁은 외교적 해결 통로의 폐색(閉塞)을 더 심화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현실과 괴리된 강경 발언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주 30대 기업 총수 간담회에서 "일본은 막다른 길로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런 발언을 하려면 일본이 '막다른 길'로 갔을 때 내놓을 카드가 있어야 한다. 문 대통령에게 그런 게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아무 말 않고 조용히 있는 게 낫다.

2019-07-15 06:30:00

[사설] 낙동강 보 양수장 예산 수용 논란, 길게 보고 판단할 때

정부의 낙동강 수계 보(洑)의 양수장 시설 개선 국비 지원 수용 여부를 두고 대구경북지역 달성군 등 6개 시·군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굳이 정부 지원을 달갑지 않게 보는 까닭은 국비 수용이 자칫 보 개방의 빌미가 되지 않을까 걱정한 탓이다. 반면 환경단체는 정부 예산을 받아 양수장 시설 개선을 주장하는 만큼 시·군들의 고민은 클 수밖에 없게 됐다.이명박 정부가 추진해 마친 4대강의 16개 보 공사로 낙동강에는 모두 8개, 특히 대구경북에만 6개로 가장 많다. 그런 만큼 낙동강 물을 퍼서 수면보다 높은 농경지에 물을 대는 양수장도 어느 곳보다 많다. 낙동강 전체 118곳의 양수장 가운데 대구경북 6개 보와 관련, 관리하는 양수장이 79곳이니 말이다. 이는 대구경북 농경지의 낙동강 양수장 의존도가 높다는 증거나 다름없다. 그만큼 대구경북 시·군 양수장 관리의 중요성을 뜻하는 셈이기도 하다.이는 대구경북 농민들이 정부나 환경단체와 달리 보 개방에 반대하고 보에 갇힌 물을 지키려고 지금까지 필사의 노력을 한 배경이기도 하다. 또 행정안전부가 특별교부세 114억원을 배정, 양수장 개선에 나서도록 신청을 독려해도 대구경북의 6개 시·군에서는 이런 농민 사정을 감안해 응하지 않은 까닭일 것이다. 국비 지원 수용이 정부의 보 개방 정책을 인정한다는 오해를 받기 좋은 데다, 정부의 보 개방 강행의 명분까지 줄 수도 있어서다.이런 시·군의 입장은 나름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국비 지원 수용의 신중한 검토도 필요하다. 79곳 양수장 가운데 공기업인 한국농어촌공사가 운영하는 45곳이 이미 지난해 560억원가량의 예산으로 정부 방침에 따라 시설 개선 작업을 하는 이유와 달리, 자연재해 같은 만약의 일에도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양수 시설 개선과 보 개방을 분리하는 행정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담보할 장치를 마련하고 양수 시설 개선으로 혹시 있을 재난까지 대비하는 긴 호흡의 일 처리는 나쁘지 않다.

2019-07-15 06:30:00

[사설] 한발 앞선 고분양가 관리대책 아니면 집값 안정 어렵다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대구 일부 지역 신규 아파트 분양가에 제동이 걸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12일 대구 중구와 대전·광주 등 전국 6개 구를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대구 관리지역은 지난해 4월 지정된 수성구에 이어 중구가 두 번째다.당국이 일부 지방도시의 아파트 분양가 고삐를 조금씩 당기기 시작한 것은 잘한 일이다. 관리지역에 포함되면 해당 지역에서 1년 이내에 분양한 아파트 분양가 수준에 맞춰야 하고 105% 이상의 분양 가격을 매길 수 없다. 다만 대구를 비롯한 전국 아파트 분양 가격이 오를 만큼 오른 뒤 규제에 나섰다는 점에서 때를 놓쳤다는 지적도 만만찮다.최근 몇 년간 부동산 경기가 달아오르면서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자 수성구와 중구 등 대구 일부 지역 신규 아파트 분양 가격도 덩달아 치솟았다. HUG의 민간아파트 분양 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대구의 신규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1천358만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5월 1천248만원과 비교해 1년 새 12.7%나 오른 것이다.특히 수성구는 3.3㎡당 2천만원을 훌쩍 넘기며 고분양가 논란이 거세자 일찌감치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또 활발한 재개발·재건축 움직임을 보이며 신규 아파트 분양이 줄을 이은 중구도 올 상반기 평균 분양가가 3.3㎡당 1천591만원으로 1년 새 11.5%나 오르자 비현실적인 분양 가격 인상에 대한 시민 우려가 커졌다.지나친 분양 가격 인상은 무엇보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적절히 규제할 필요가 있다. 분양 가격이 크게 오르면 기존 아파트값도 함께 치솟는 등 악순환을 부르기 때문이다. 결국 과도한 분양가 인상이 집값 불안정을 심화시키는 주된 원인이라는 말이다. 당국은 나머지 6개 구·군의 분양가 인상 움직임도 꼼꼼하게 점검해 한발 앞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자칫 수성구나 중구의 예처럼 풍선효과만 키우고 시장 혼란을 부르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인 대응 자세가 필요하다.

2019-07-15 06:30:00

[사설] 낙동강 수계, 오염원 관리가 이 지경이라니

낙동강 수계 주요 폐수 배출 업체를 단속했더니 절반 이상이 관리 부실로 드러났다. 퇴비화되어야 할 가축 분뇨가 넘쳐 강으로 유출되고 있었다, 사업장에 불법 야적해 둔 폐기물은 비가 내리면 오염된 침출수로 변해 역시 강으로 유입됐다. 강으로 흘러든 오염원은 결국 부영양화를 재촉해 녹조 등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사례를 보면 낙동강 오염원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그만큼 커졌다.이번 단속은 강정고령보를 비롯해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등 4개 보 상류 폐수 배출 업소와 가축 분뇨 재활용 업소, 하폐수종말처리시설 등에 대해 이뤄졌다. 낙동강 수계 녹조 등 오염물질 저감을 위한 조치였다. 그 결과를 보면 기가 막힌다. 단속 대상으로 삼은 77개 소 중 43개 소가 46건의 위반행위로 적발됐다. 낙동강을 오염시키는 온갖 행위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었다.가축 분뇨를 재활용해 퇴비·액비를 생산하는 업체라면 수거한 가축 분뇨를 처리시설 및 보관시설 등에서 흘러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리의 기본이다. 그럼에도 적발 업체들은 이를 거의 지키지 않았다. 6개 업소가 운영 중인 퇴비화시설 및 보관시설에서 가축 분뇨가 외부로 유출돼 적발됐다. 사업장 발생 폐기물을 벽과 지붕을 갖춘 장소에 보관해야 하는 규정을 지키지 않은 업소도 많았다. 14개 업체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사업장 내 불법의 장소에 불법 야적해 뒀다가 적발됐다. 이렇게 쌓아둔 폐기물은 우천 시 침출수가 외부로 유출돼 강으로 흘러들기 마련이다. 비점오염 저감시설을 설치한 6개 업소는 저감시설인 저류조의 용량이 부족하거나 유입·유출 관측조차 않다가 단속에 걸렸다.이번 단속은 6월 10일부터 불과 5일간 이뤄졌다. 상류 오염원이 없는 강물은 설혹 물을 가둬 두더라도 녹조 등 수질오염이 덜하다. 가축 분뇨나 침출수 불법 유출은 단순한 환경 훼손으로 끝나지 않는다. 낙동강 주변 주민들의 젖줄인 강물은 물론 지하수까지 오염시킨다.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 오염물질을 배출하면 그로 인해 얻게 되는 소득 이상의 손해를 본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오염물질 배출 행위를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다.

2019-07-13 06:30:00

[사설] 반기업 정책이 초래한 외국인 투자 급감

국내 기업의 해외 탈출 러시에 이어 외국인의 한국 투자도 급감하고 있다. 일자리가 줄고 소득이 감소하는 근본 원인이 여기에 있다. 문재인 정부의 반(反)기업 정책의 당연한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산업통상자원부 집계 결과 올 상반기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신고 기준'으로 98억7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3% 감소했다. 실제 투자가 이뤄진 '도착 기준'으로는 감소 폭(45.1%)이 더욱 커 거의 반 토막 났다. 이에 대한 산자부의 '해명'은 참으로 안이하다. "작년 상반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기저 효과에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투자 위축이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물론 '기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원인으로 내세우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일 뿐이다. 그 본질이란 투자를 꺼리게 하는 국내 기업 환경이다. 기업의 숨통을 죄는 각종 규제와 최저임금 인상이 불러온 인건비 상승과 주 52시간제, 강성 노조 등이 맞물려 한국을 투자 부적격 지역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와 기업인들의 일치된 지적이다.국내 기업의 해외 탈출은 이를 뒷받침한다. 올 1분기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9% 증가한 141억1천만달러로 관련 통계가 처음 나온 1981년 4분기 이후 38년 만에 최고치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제조업의 해외 탈출이 더욱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올 1분기 제조업 해외 투자는 57억9천만달러로 작년 1분기(24억1천만달러)보다 무려 140.2%나 늘었다.국내 기업 환경이 '친기업적'이라면 이렇게 국내 기업이 해외로 탈출하고 외국인이 국내 투자를 줄이는 현상은 생기지 않는다. 그 원인은 정부의 반기업 정책이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법인세 인상이다. 투자 유치를 위해 법인세를 낮추는 세계적 추세를 역행한 것이다. 현재 한국의 법인세 최고 세율은 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8번째로 높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등 세제 지원 혜택도 없어진다.정부는 올해 FDI 목표를 200억달러로 잡고 첨단 부품 소재, 신산업 분야의 기술력 있는 외국 기업을 집중 유치한다는 계획이지만 반기업 정책을 전면 수정하지 않는 한 공상일 뿐이다.

2019-07-13 06:30:00

[사설] 대통령과 정부·여당 대처가 어처구니없는 것 아닌가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이 한국 정부의 정치·외교 실패 때문이란 지적에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어처구니없는 발언"이라며 발끈했다. 그는 "일각에서 정부 노력을 폄훼하고 우리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를 보여 유감"이라며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주관한 세미나에서 '정치·외교 실패가 원인' '보여주기식 대응' 등의 어처구니없는 발언이 소개됐다"고 날을 세웠다.여당 정책위의장이 격앙한 것은 한국경제연구원의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및 해법' 세미나에서 나온 발언 때문이다. 한 참석자는 "정치·외교적인 실패로 발생한 문제를 통상 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해결 의지가 약하다는 의미"라며 "맞대응 확전 전략은 보여주기식 대응에 지나지 않으며 한·일 정상회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궁지에 몰린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편들려는 여당 정책위의장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 못 할 바 아니지만 일본의 경제 보복이 강제징용자 배상을 둘러싼 한·일 정부 간 갈등에서 빚어진 정치·외교 문제란 것은 국민 대다수가 아는 사실이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한 데엔 일본 정부 못지않게 대화·협상에 적극 나서지 않고 방치한 대통령과 정부에게도 책임이 있다. 또한 일본의 경제 보복이 반 년 전부터 예상됐는데도 정부는 대책 마련은커녕 사전 파악조차 못 했다. 보복 조치 후에도 우왕좌왕하다 수입선 다변화, 소재·부품 국산화 등 공허한 대책을 늘어놓고 있다.대통령과 정부·여당의 허술한 대처에 오히려 국민이 어처구니없어 하는 상황이다. 대통령과 주요 대기업 총수와의 간담회는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그쳤다. 청와대는 간담회에 일본 재계와 대화 채널을 구축해온 전경련을 부르지 않아 민간 차원의 협력 기회마저 놓칠 것이란 지적을 자초했다. 민주당 '일본 경제 보복 대책 특위' 위원장은 "의병을 일으킬 만한 사안"이라며 반일 감정 자극 발언을 했다. 한국 경제의 목을 조여오는 일본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대처가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2019-07-12 06:30:00

[사설] 대일 해법 내놓지도, 듣지도 않은 재계 간담회는 왜 했나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경제 보복 대응책 마련을 위해 30대 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모아 간담회를 가졌으나 기업인들을 왜 불렀는지 의아하다. 지금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은 즉각적인 대책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제시한 해법은 '수입선 다변화' '부품 소재 국산화' 등 일본의 경제 보복 발표 이후 문재인 정부가 지겹게 되풀이해 온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것들이었다. 문 대통령의 현실 감각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미스 매칭'이다.더 어이가 없는 것은 장기 대책도 무대책이란 점이다.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은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된 고순도 불화수소의 국내 자립 생산을 위한 규제 완화 의견을 제시했다. 불화수소는 구미 불산 누출 사고 등으로 화학물질관리법이 강화되면서 국내 자립이 막힌 상태다. 이에 대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신규 물질은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까다로운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그뿐만 아니라 "일본을 따라잡으려면 R&D(연구개발)밖에 없다"며 주 52시간 근무제 같은 규제가 풀려야 한다는 취지의 제안을 한 데 대해서도 이 장관은 "여러 가지 이슈가 있어 힘들다"는 의견을 보였다고 한다. 이를 포함해 기업인들은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안을 했지만, 정부의 답변은 여일(如一)하게 '힘들다'였다고 한다. 이럴거면 무엇하러 기업인들을 불러 모았나.장기 대책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규제를 완화하고, 자금이 몰리도록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등 정부가 전폭적으로 기업을 밀어줘도 '장기 플랜'은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처럼 기업들의 제안에 '이래서 안 된다' '저래서 힘들다'고 해서는 될 일도 안 된다. 무능하고 무책임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소득주도성장으로 서민경제를 파탄 내더니 이젠 외교 무능으로 우리 경제의 기간산업마저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 게다가 이를 막을 정부 차원의 '장기 대책'도 없다. 이게 문 정부의 실력이다.

2019-07-12 06:30:00

[사설] 줄 잇는 불법 폐기물 사건, 환경경찰제 등 제도 개선 급하다

불법 폐기물 사건이 곳곳으로 계속 번지고 수법도 날로 진화하고 있어 환경오염 사건에 대한 인식 전환 등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올 들어 의성군 쓰레기산 사건을 비롯해 고령군 불법 의료폐기물 사태, 영천시 북안면·고경면 공장 부지 불법 폐기물 방치 등 쓰레기 사태가 봇물을 이뤄 도내 곳곳이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전락하다시피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환경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기관은 탁상행정에 뒷북 대응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특히 최근 골칫거리가 된 영천 북안면 불법 폐기물 사태는 조직폭력배 등 불법 폐기물 유통 조직의 개입 가능성마저 제기되면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는 국내 불법 폐기물 사태가 단순히 폐기물 처리나 환경 차원을 떠나 범죄 조직의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하면서 그만큼 조직화하고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지금과 같은 부실한 행정력으로는 갈수록 교묘해지는 불법 폐기물 사건을 따라잡지도 해결할 수도 없다는 뜻이다.1990년대 불법 폐기물 사건이 급증해 큰 사회문제가 된 일본의 경우 산업폐기물 사범의 10%가 폭력단 관계자라는 경찰청 통계도 있다. 이로 볼 때 국내 여러 불법 폐기물 사건에 조직폭력배 개입 가능성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불법 폐기물 사건에 접근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환경 사건을 전담하는 별도의 '지방환경경찰제도' 도입도 그런 대안 중 하나다. 현재 환경부 소관의 '환경특별사법경찰관' 제도가 있으나 1990년 도입 이후 이렇다 할 기능을 못하면서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30년 동안 제 역할을 못했다면 실효적 측면이나 신뢰성에 허점이 있다는 뜻이다. 전국 곳곳으로 번지는 불법 폐기물 사태는 현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방증이다. 환경 행정기관에 경찰관을 파견하는 일본 사례나 2017년 중국 베이징시가 도입한 환경경찰제도 등을 참고해 제도를 재정비하고 불법 폐기물 사범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행정 집행에 나서야 한다.

2019-07-12 06:30:00

[사설] 기업 총수 불러 모은 대통령, 대책 없는 '보여주기' 아닌가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이 표류하고 있다. 수출 규제는 부당하다는 명분론만 목청을 높일 뿐 문제를 풀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전술은 미숙함을 넘어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30대 기업 총수를 청와대로 불러 모아놓고 일본 정부를 향해 "더 이상 막다른 길로 가지 않기를 바란다"는 발언을 한 것이 바로 그렇다.이런 발언은 기업 총수들 앞에서 할 것이 아니다. 기업들의 애로를 청취하는 선에서 그쳤어야 한다. 굳이 한마디 하고 싶었다면 '신속한 해결책을 마련하겠다' 정도였어야 한다. 게다가 그런 말은 일본과 정부 간 접촉도 안 되고 있는 지금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모든 통로가 막혔을 때에나 할 '최후 통첩성' 발언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스스로 퇴로를 막는 자충수다. 그런 발언이 먹히지 않았을 때 대응할 카드가 문 정부에는 없기 때문이다.일본은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문 대통령이 8일 "한국 기업들에 피해가 발생하면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본 측의 '조치 철회와 협의'를 촉구한 데 대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협의도 철회도 않겠다고 일축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한마디로 '해볼 테면 해보라'는 소리다.실제로 문 대통령은 기업 총수들에게 정부 차원의 현실성 있는 대책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그런 점에서 이날 발언은 일본을 향해서가 아니라 정부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음을 알아달라는 국내용 '보여주기' 퍼포먼스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이런 와중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6박 7일 일정으로 에티오피아와 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방문에 나섰다. 정신을 어디에 팔고 있느냐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물론 '인형'이란 비아냥을 듣는 강 장관의 '무능'을 감안하면 한일 갈등 해결에 강 장관에게 기대할 것은 없다. 그렇다 해도 한일 간 외교 분쟁이 심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외교부 장관이 자리를 비우는 것은 '몰상식' '몰염치'다.

2019-07-11 06:30:00

[사설] 내우외환에 태풍 앞 촛불 신세 전락한 한국 경제

지난달 실업자 수가 113만 명으로 6월 기준으로 1999년 이후 2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실업률 역시 4.0%로 1999년 이후 최고치로 나타났다. 노동시장 등뼈 역할을 하는 30~50대 남성 고용률은 6개월 연속 마이너스였다.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 수출 감소, 경제성장률 둔화에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 실업난 등 내우외환(內憂外患)으로 한국 경제가 큰 위기에 직면했다.통계청에 따르면 6월 실업자 수는 113만7천 명으로 1999년 148만 명 이후 20년 만에 가장 많았다. 청년층과 30·40대 실업률이 갈수록 높아져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10.4%로 전년 대비 1.4%포인트 급등했고 청년층 확장실업률은 24.6%로 사상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30·40대 실업률은 3.7%, 2.4%로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증가했다.20년 만에 실업자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제조업 몰락 탓이다. 지난 5월 제조업의 생산능력지수가 10개월 연속 떨어져 1971년 통계 작성 이후 최장 기간 하락했다. 이 여파로 제조업 취업자 수는 6만6천 명 감소해 통계 작성 후 최장인 1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괜찮은 일자리를 갖고 가계 살림을 책임지는 가장(家長)의 일자리가 줄어 더 문제다. 남성 고용률이 30대는 0.1%포인트, 40대는 1.1%포인트, 50대는 1.2%포인트 떨어졌다.미·중 무역 갈등으로 수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한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등 기업을 옥죄는 정책들과 강성 노조 탓에 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마저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0%로 0.4%포인트 낮췄다. 이 와중에 위기 타개에 앞장서야 할 정부는 낙관론에 취해 역할을 못하고 있다. 촛불로 집권한 정권이 2년여 만에 경제를 태풍 앞의 촛불 신세로 추락시켰다. 미증유(未曾有)의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걱정을 넘어 두렵다.

2019-07-11 06:30:00

[사설] 김해신공항 재검증, 목표 없다면 할 이유도 없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9일 국회에서 김해신공항 확장안 검증과 관련해 "어디까지나 검증일 뿐이지, 다음에 어떻게 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 검증은 부산·울산·경남(이하 부울경)에서 요구하는 가덕도 신공항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대구경북 일각에서는 안심하는 눈치지만, 직설적으로 말하면 이 총리의 발언은 말장난에 불과하다.이 총리는 김해신공항 재검증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곧이곧대로 믿을 만한 상황이 전혀 아니다. 총리실에서 검증위원회까지 구성하면서 부울경의 검증단에서 주장하는 백지화를 살피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누구라도 알 수 있다.부울경은 먼저 김해신공항 확장안을 백지화하는 것을 당면 목표로 삼고 있다. 그 뒤 순차적으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길을 열어가려는 단계적 계획을 갖고 있다. 부울경도 2016년 5개 시도지사 합의가 걸림돌인 만큼 단숨에 두 단계를 뛰어넘을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이 총리가 '부울경 주장의 옳고 그름만 따질 뿐, 다음 목표가 없다'고 밝힌 것은 현 상태에서는 하나 마나 한 변명이다.이 총리가 부울경의 강한 요구와 갈등으로 인해 검증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고 강변했지만, 만약 검증위원회가 부울경의 주장을 묵살하는 경우가 생기면 어떻게 될까? 더한 반발과 갈등이 불거지는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데, 속된 말로 총리실이 할 일이 없어 검증위원회라는 폭탄을 안고 가겠는가.검증위원회를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해 공정하고 과학적으로 검증한다지만, 정부에서 구성하는 위원회 특성에 미뤄 부울경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합법적으로 추인하려는 절차임이 분명하다. 총리실의 검증위원회는 청와대·여당의 총선 전략에 따라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는 도구일 뿐이다. 김해신공항 검증 문제를 총리실에서 다루는 것을 막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9-07-11 06:30:00

[사설] 文·아베 담판 통한 톱다운 방식으로 해결책 찾아라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 철회 및 양국 협의를 촉구했지만 일본 정부가 정면 거부했다. 일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협의의 대상이 아니며 철회할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에 피해가 실제로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일본 측의 조치 철회와 양국 간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 요구를 일본 정부가 거부함에 따라 양국 간 무역 갈등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을 우려가 한층 커졌다.한·일 간 경제 전쟁이 벌어지면 한국 피해가 더 클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이 한국 업체들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고 국내총생산(GDP) 증가를 둔화시킬 것"이라며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 2.2%에서 0.4%포인트 낮춘 1.8%로 내렸다. 일본이 타격 목표로 삼은 반도체 하나만 보더라도 지난해 수출이 1천267억달러, 약 148조원에 달한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9%, 지난해 국내총생산 1천893조원의 7.8%에 육박한다. '한국 경제의 쌀'인 반도체가 흔들리면 한국 경제 전체가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시작됐고 더 강화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지만 정부는 뾰족한 해결책 마련은커녕 소재산업 육성이나 국제 여론 호소 등 한가한 대책들만 쏟아내고 있다. 문 대통령 발언 역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보다는 일본 정부에 자제해 달라는 것에 그쳤다.엄밀히 따지면 이번 사태를 촉발한 원인과 본질은 경제가 아닌 정치·외교 문제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 참사란 지적마저 나온다. 경제·외교 전문가들이 한·일 양국 정상 간 담판을 통한 톱다운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도 이 같은 까닭에서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두 정상이 직접 나서 문제를 푸는 것이 한·일의 양패구상(兩敗俱傷)을 막는 최선의 길이다.

2019-07-10 06:30:00

[사설] 위증 논란 윤석열 후보자, 검찰총장 자격 있나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위증 논란에 휩싸이며 위기를 맞고 있다. 윤 후보자는 무려 6차례나 윤우진 전 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하지 않았다고 강변했으나, 과거 언론 인터뷰를 통해 소개했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나 위증 의혹을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은 '윤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주장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비춰 낙마 가능성은 작은 편이다.윤 후보자가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검찰총장에 취임한다고 해도, 위증 논란은 임기 내내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이 분명하다. 위증 논란은 단순히 말을 바꾼 차원이 아니라, 검찰 내부의 비뚤어진 관행과 제 식구 감싸기의 문제점까지 드러냈기 때문이다.윤 후보자가 위증 논란에 몰리자,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이 "2012년 내가 (형을 위해) 변호사를 소개했고, 당시 언론 인터뷰는 윤석열이 나를 보호하려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국장의 말이 맞다고 해도, 절친한 후배 검사의 형이라는 이유로 특혜가 제공되고 결국엔 무혐의로 사건이 종결된 것은 의혹을 살 수밖에 없는 일이다. 윤 후보자가 후배를 위해 총대를 멨다고 하면 '소의'(小義)에 충실했을지 몰라도 '대의'(大義)와는 거리가 먼 행동이다.윤 후보자나 윤 국장 중 누군가 대검 중수부 연구관을 지낸 변호사를 윤 전 세무서장에게 소개한 것만으로도 전관예우와 제 식구 봐주기를 연상시킨다. 이로 인해 엄정하고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천명한 윤 후보자의 이미지에 큰 흠집이 났다. 청문회장에서 거짓말을 한 것도 사실이다.윤 후보자는 '정권의 충견'으로 불리는 검찰 개혁을 맡을 적임자라는 기대감이 컸다. '사람보다 나라에 충성하겠다'는 멘트가 인상적이었으나, 이번 위증 논란으로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검찰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윤 후보자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위증 논란은 떳떳하고 솔직하게 해명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검찰총장도 똑같다'는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다.

2019-07-10 06:30:00

[사설] 울릉초교 교장 강제 추행 피해자, 보호는커녕 괴롭혀서야

학교 교직원 강제 추행과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경북 울릉군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 업체의 돈을 학교 회식에 쓰자는 교장의 종용을 뿌리치고 강제 추행의 피해를 본 교직원이 2차 피해에 시달리는 데도 교육 당국이 보호 대책을 세우지 않아 비난을 받고 있다. 겹친 고통을 당하는 피해자로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입장이지만 경북 교육 당국이 손을 놓고 있고 피해자는 속만 끓이니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무엇보다 사단이 된 교장의 처신은 엄정한 책임을 물어 마땅하다. 경찰 수사로 업체로부터 받은 돈 50만원을 반환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면책이 될 수는 없다. 강제 추행 시비 역시 그렇다. 게다가 직장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있었다면 교장의 자질마저 의심케 할 만하다. 검찰의 엄정 수사로 교장의 행위에 걸맞은 조치가 이뤄지겠지만, 문제는 피해자의 호소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보호는커녕 또 다른 피해를 주고 있는 현실이다.지금까지 일어나고 있는 피해자에 대한 학교 안에서의 비난이나 압박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아울러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일부 학부모에 의한 피해자 전보 조치 요구나 교장 옹호 발언 같은 부당한 행위도 용납될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이번 사건은 오롯이 교장의 부당하고 잘못된 행위의 결과라는 의혹이 짙다. 그런 만큼 피해자가 겪고 있는 고통과 피해를 헤아려 보호해야 하고 2차 피해를 주는 괴롭힘은 삼가야 한다.경북도교육청은 굳이 교육청 공무원노조 대책 촉구 요구가 없더라도 이번 기회에 뇌물 수수 같은 불법행위 근절은 물론 해이한 공직 기강을 다잡아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의 성적 폭력을 없앨 방안 마련에도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부당한 갑(甲)의 요구에 맞선 을(乙)의 피해자가 또 다른 눈물로 지새며 속을 태워야 하는 악순환만큼은 막고 보호 대책을 세울 때다. 입장을 바꿔 놓고 보면 해결책의 절실함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2019-07-10 06:30:00

[사설] 노후 수도관 비율 전국 최고 도시 대구, 교체 작업 속도 내라

최근 대구 노후 상수도관 파열이 잇따르면서 시민 불편과 수돗물 정책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고 있다. 외부 충격이 없는 상태에서 대형 상수도관이 파손돼 수돗물 공급이 끊기는 것은 수도관 노후화 등 그만큼 문제가 많다는 방증이다. 무엇보다 대구 전체 상수도관의 절반 이상이 20년 이상된 노후관이라는 점에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대구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20년이 넘는 상수도관은 모두 4천166㎞로 전체의 52%에 이른다. 환경부가 작성한 '상수도 통계 2018'에는 이 비율이 56.8%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대구시 노후 상수도관 문제의 심각성을 대변한다. 특히 수도관 기능을 거의 못하거나 내구연한이 지난 수도관이 전체의 9.6%인 770㎞에 이른다는 사실은 좀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들 노후 수도관은 외부 충격에 약하고 수명도 짧은 회주철 소재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교체가 시급하다.대구시도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시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656억원을 들여 노후 상수도관 교체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3년간 164㎞ 교체하는데 그쳤고, 올해도 297억원을 들여 72㎞의 노후관을 교체할 계획이나 이런 속도라면 2030년이 돼야 1차 노후관 정비가 마무리될 전망이다.이로 볼 때 노후관의 더딘 교체 속도와 비용 부담은 가장 큰 걸림돌이다. 현재 1㎞당 4억원이 넘는 비용이 드는 점을 감안하면 대구시내 우선 교체 대상 노후관 770㎞를 모두 교체하는 비용만 3천800억원이 든다. 8일 국회 환경노동위 현안 질의에서 강효상 의원이 "노후 수도관 비율이 전국 최고인 대구도 인천처럼 '붉은 수돗물' 사태를 맞을 수 있다"면서 정부의 예산 지원을 촉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최근 문제가 된 인천시와 서울 일부 지역의 '붉은 수돗물' 사태는 노후 상수도관이 원인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수돗물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파손 사고나 누수율 증가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크다는 점에서 노후관 교체를 서둘러야 한다.

2019-07-09 06:30:00

[사설] 영풍제련소 중금속 오염 원인 조사, 객관적이고 투명해야

대구지방환경청이 경북 봉화 영풍석포제련소의 지하수 중금속 오염 원인과 유출 관련 조사에 나선다고 한다. 이를 위해 2억6천만원을 들여 조만간 연구용역 업체 선정에 들어갈 대구환경청은 6개월 동안 영풍제련소 1·2공장 지하수의 중금속 오염 원인과 낙동강 유출 여부를 밝힐 계획이다. 제련소 자체에 대한 이런 조사로는 이례적인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우선 환경 당국의 제련소 공장 내 직접적인 조사는 분명 반길 만한 소식이다. 지금까지 제련소를 둘러싼 황폐화된 주변 숲과 토양, 하천 등 자연에 대한 숱한 환경오염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제련소 인근의 오염 여부 조사는 간헐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이번처럼 공장 내부에서 11군데 지하수 수질조사 관측정 설치와 카드뮴 등 모두 20개 넘는 항목을 분석 대상으로 삼은 일은 이례적인 데다 오염원으로서의 제련소를 좀 더 잘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다.그러나 이런 반가움에도 걱정 또한 크다. 무엇보다 제련소를 두텁게 에워싼, 환경부 출신 관료나 인맥의 장막을 뜻하는 '환피아'의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려서다. 이런 환피아의 모습은 지난 2017년 국정감사에서 일부나마 드러났지만 그 실체는 알 수 없다. 막강한 자금력에 기대 법과 소송으로 행정력조차 무력화시킨 지금껏 제련소 행태를 보더라도 이번 환경청 조사는 이 같은 우려를 떨쳐버릴 수 있도록 철저하고 정확해야 한다.대구환경청이 제련소의 지하수 오염 조사와 이를 통한 낙동강 상류 방류 여부 등 여러 의혹을 제대로 밝히기 위해 나선 만큼 용역 기관의 선택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일을 해낼 업체를 엄선해야 하는 까닭이다. 대구환경청은 이번 조사와 용역 업체 선정이 제련소는 물론, 낙동강을 끼고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인 사람과 뭇 생명체의 오늘과 내일에 관련된 현안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역대 어느 정부보다 높은 관심으로 제련소 오염 문제를 다루려는 지금 같은 기회는 더욱 놓칠 수 없는 일이다.

2019-07-09 06:30:00

[사설] 한국당, 자리싸움·실언…아직 정신 못 차렸다

요즘 자유한국당의 행태가 눈꼴사납다는 비판이 높다. 얼마 전만 해도 빈사 상태에 있던 한국당이 황교안 대표 취임, 패스트트랙 싸움으로 지지율을 회복하는가 싶더니 자리싸움·실언 등으로 다시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다. 어려울 때는 참고 있다가 이제 겨우 살 만하니 '웰빙 본색'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참으로 합당한 것 같다.국민이 가장 꼴보기 싫어하는 것이 자리싸움이다. 예결위원장·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서로 헐뜯고 욕하면서 한국당 전체가 자중지란에 빠져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예결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탈락한 황영철 의원이 나경원 원내대표를 향해 "저질스럽고 추악한 행위"라고 거칠게 공격하더니 황교안 대표와 친박계까지 싸잡아 비판했다.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못 갔다고 흥분하는 국회의원의 인격도 문제지만, 예결위원장이라고 뽑아 놓은 분조차 지역구 평판이 그리 좋지 않고 처신에 문제가 많은 인물이다.박순자·홍문표 의원이 국토교통위 위원장 자리를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것도 보기 흉하다. 박 의원은 자리를 내놓지 않겠다며 막무가내로 버티고 홍 의원은 입장문까지 내 '떼쓰기 몽니'라고 욕하고 있으니 속된 말로 '콩가루 집안'을 방불케 한다.황교안 대표는 패스트트랙 정국·민생 탐방 이후 꽤 지지율을 올리는가 싶더니 외국인 노동자 임금 차별 발언, 아들 스펙 발언 등으로 오히려 한국당에 부담을 주는 존재가 됐다. 황 대표가 '문재인 정권만 욕하면 만사형통'이란 식으로 처신하다가 자초한 논란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자세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한국당은 자신들이 잘했거나 잘나서 지지를 회복했다고 착각하는 듯하다. 순전히 문재인 정권의 실정에 기댄 반사이익일 뿐이다. 그마저 믿음직스럽지 못해 지지를 유보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한국당이 정신 차리고 낮은 자세로 일하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에서 참패는 불 보듯 뻔하다.

2019-07-09 06:30:00

[사설] 경제 보복 맞선 일제 불매운동, 과연 바람직한가

한국 대법원의 지난해 10월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으로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3개 부품의 수출 규제가 이달 1일부터 발효되자 후폭풍이 불고 있다. 정부의 대응책 마련과 달리 민간 차원에서의 일본 상품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자제나 중단 같은 움직임이 퍼지는 분위기여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정부의 즉흥적인 대응도 미덥지 못하지만, 지금 불고 있는 불매운동이나 불매 촉구 목소리가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상공인단체의 공개적인 불매운동 입장 표명이나 일본 상품 불매 촉구의 1인 시위와 같은 행동도 자칫 정치적인 여론몰이에 악용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특히 이런 운동으로 과연 기대한 효과나 결과가 나올지도 의문스럽기는 마찬가지다.지금 이런 불매 분위기에 동조하는 사람의 의지, 불매운동에 따른 고통이나 손실 감수 같은 결연한 뜻은 충분히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흔히 이런 움직임은 이성보다는 비합리적인 감정에 치우치는 탓에 또 다른 갈등을 일으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일본 관련 업종이나 산업 현장에서 한국인이나 일본인들이 애꿎은 속앓이만 할 뿐 어쩌지 못하는 불안도 적지 않을 터다.과거 1910년 8월 22일 강제 한일병합 이후, 34년 11개월 24일간 일제의 한국 강점에 따른 온갖 피해는 헤아릴 수 없고, 잴 수조차 없을 만큼이다. 일제의 한국 침략 준비는 1876년 2월 27일 불평등한 강화도조약 체결부터 강제병합까지 34년 5개월 26일이 걸렸다. 이처럼 치밀한 일본답게 이번 경제 보복 준비도 그러했던 반면, 우리 정부는 과연 어땠나 묻지 않을 수 없다. 불매운동도 다름없다.지금 민간에서의 반(反)일본 정서는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다. 불매운동 등은 정부 차원의 대응을 지켜보고 해도 늦지 않다. 굳이 하더라도 요란을 떨 일은 결코 아닐 듯하다. 소리 없는 준비로 맞서 바라는 목표를 이루는 그런 지혜로운 행동 변화가 더욱 필요한 때다.

2019-07-08 06:30:00

[사설] 일본의 수출 규제, 미국에 중재 요청 하겠다니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와대와 정부가 미국 정부에 중재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없어 미국에 기대겠다는, '외교 무능'의 완벽한 자인이다. 다투다 힘이 모자라자 상급생에게 말려 달라고 쪼르르 달려가는 초등학생 꼴이다. 일본이 치밀하게 경제 보복을 준비해왔고, 보복할 것이란 신호도 여러 차례 나왔음에도 태평하게 있었던 '대인배'(大人輩)의 모습은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문 정부의 생각은 미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로 한일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4년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정상회의 개최를 주선했고,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막후 조정자 역할을 한 만큼 이번에도 그런 역할을 해주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문 정부가 기대고 있는 것은 과거에 그랬으니 지금도 그럴 것이란 막연한 기대뿐이다.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은 문 정부에 '희망적'이지 않다. 미 국무부는 "미국은 한국·일본과의 3자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극히 원론적인 입장 표명이다. 물론 한일 관계가 더 악화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손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현재 미일의 밀착 강도로 보아 미국이 중재에 나선다 해도 문 정부가 원하는 방향대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다.미국이 문 정부의 부탁을 들어줘도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일본이 자국의 안보 우방인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려는 것이 그렇다. 이를 두고 한국을 '국제적으로 믿을 수 없는 국가'로 만들겠다는 장기 포석(布石)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의 전격적인 경제 보복으로 보아 흘려들어서는 안 될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지 않아서 지금 우리가 당하고 있지 않나.걱정인 것은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대비하는 능력이 문 정부에게 있느냐는 것이다. 그런 사태가 현실화됐을 때 문 정부에게 미국에 매달리는 것 말고 어떤 대책이 있는지 일본의 경제 보복은 묻고 있다.

2019-07-08 06:30:00

[사설] 발등에 불 떨어지고 나서야 대책 찾아 나선 대통령과 정부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30대 그룹 총수들과 긴급 간담회를 갖고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이에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현대차, SK, LG그룹 총수들을 만나 의견을 나눴다.문 대통령과 정부·청와대 고위 관료들이 기업인들을 만나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따른 실상을 파악하고 입장을 조율해 공동 대응 방안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이 같은 만남이 실질적인 해법을 찾는 기회가 돼야지 자칫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국면 돌파용 만남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대통령과 정부, 청와대가 평소 기업인들과 소통하면서 활발한 정보 교환을 하고 기업 애로를 청취했다면 최소한 지금 같은 일본 정부의 기습적 보복 사태는 피할 수 있었다. 큰일은 정부가 저질러 놓고 뒤늦게 부랴부랴 대통령과 고위 관료들이 대책을 찾아 나선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에 다름 아니다.역설적으로 일본의 경제 보복은 기업의 위상과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과 경쟁하며 극일의 선봉에 서왔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적폐 청산 명목하에 '기업 때리기'에 시달려왔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기업 부담은 커졌고 검찰 등 사정 당국은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기업을 적폐 내지는 규제와 감시 대상으로만 취급하다가 큰일이 터지고 나서야 앞다퉈 기업인들을 만나려고 부산을 떠는 모양새가 혀를 차게 만든다.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가 장기화하면 우리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과 정부, 기업인들의 슬기로운 대처가 매우 중요하다. 대통령과 그룹 총수들과의 간담회는 진정한 소통을 통해 해법을 찾는 자리가 돼야 한다. 대통령과 정부·청와대는 기업인들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국익만을 생각하고 총력 대응으로 위기 탈출 선봉에 서야 할 것이다. 더불어 경도되고 왜곡된 기업에 대한 인식과 정책을 되돌아보고 바로잡기를 촉구한다.

2019-07-08 06:30:00

[사설] 이럴 바엔 대통령이 최저임금 동결 선언해야

요즘 정·경제계는 물론이고 국민들이 가장 관심있게 지켜보는 곳은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장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경영계는 4.3% 삭감, 노동계는 19.8% 인상을 각각 제시해 연일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협상 전략의 일부라고는 하지만, 경영계나 노동계, 모두 비현실적인 주장만 늘어놓고 있으니 최저임금위원회의 존재 의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사용자위원·노동자위원이 아무리 으르렁대고 유불리에 따라 퇴장·불참을 되풀이해도 키를 쥐고 있는 이들은 공익위원이다. 고용노동부가 위촉한 9명의 공익위원들이 어느 쪽 편을 들어줄지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폭이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결국은 청와대·정부의 의중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미 청와대에서 '급격한 인상은 문제가 있다'는 시그널을 보낸 데다 정부 안팎에서 '3~4% 인상' 가이드라인까지 흘러 나오는 상황에서 사용자·노동자가 서로 싸우고 있는 모습 자체가 한심하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하다.최저임금 태풍을 몰고 온 진원지는 사용자·노동자위원이나 공익위원도 아니고 문재인 대통령이다. '2020년 1만원' 공약을 내세워 정부와 친노동계 인사를 동원해 급속한 인상을 밀어붙여 중소사업자·영세상인의 몰락과 단기 일자리 감소 등 경제의 일각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마치 자신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고 최저임금위원회의 전권인 것처럼 전혀 나서지 않는다. 노동계의 눈밖에 날까 두렵고 소상인의 하소연을 듣기도 찜찜하니 몸을 사리고 있는 듯한 모습마저 보인다. 자신은 빠지고 청와대·정부 관계자를 앞세워 '속도 조절'의 신호만 전파하고 있으니 책임 있는 대통령의 자세가 아니다.2년간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서민경제에 미친 심각성을 인정한다면 문 대통령이 직접 동결을 선언하는 것이 옳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대통령의 동결 선언을 촉구한 것에서 보듯 문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줄 것을 바라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정책이 어느 정도 실패했다고 판명나면 속도감 있게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절대 부끄럽거나 후퇴하는 일이 아니다. 최저임금에 관한 한 결자해지할 수 있는 것은 대통령 자신뿐임을 알아야 한다.

2019-07-06 06:30:00

[사설] 얼토당토않은 일 경제보복, 정부 대책은 뭔가

일본 정부가 4일부터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부품 수출 규제 조치를 이행하기 시작한 것은 분명 부당한 일이다. 오죽하면 일본 유력 언론들조차 대한 수출 규제 보복을 즉각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적인 목적에 무역을 사용하지 말라는 외침이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어리석은 무역전쟁에 일본이 끼어들지 말라는 경고도 나왔다. 일본 언론은 이번 아베 정권의 대한 수출 규제가 자유무역 원칙을 왜곡하는 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짚었다. 이번 일본 정부의 조치는 아베 총리의 정치적 계산 말고는 명분도 실익도 없다.문제는 그럼에도 아베 정권이 대한 무역 보복 조치를 쉬 해제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아베는 오히려 다음 카드를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미 일본은 한국을 자신들이 정한 안보우방국인 '백색국가'에서 제외시키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음 달부터 무기 전용 우려가 있는 전략물자에 대한 수출 규제인 '캐치올 규제'를 발동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캐치올 규제'는 과거 서구 선진국이 북한이나 시리아 등 적성국가의 군사 제재를 위해 주로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진 제도다. 이를 한국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일본 정부의 어이없는 보복 조치에 우리 기업들만 불확실성이란 수렁에 빠졌다.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관련 산업이 많은 구미산단엔 긴장감이 돌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의 유탄을 맞은 데 이어 대일 무역 악재가 기업들의 발목을 잡게 생겼다. 이들 기업들은 당장은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장기화하면 피해가 전방위로 확산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인상을 떨치기 어렵다. 일본이 대한 수출 규제를 발표하자 '그동안 기업들은 뭐했느냐'며 오히려 기업에다 화살을 돌리더니 사흘이 지난 후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상응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나섰다.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이 명백히 국제법을 위반했다면 국제적으로 우군을 확보하는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 기업 피해를 예상했다면 진작 우회 전략을 마련했어야 할 일이다. 일본 언론이 자국 정부의 조치를 비판한다고 거봐라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 정부가 할 일을 스스로 찾아 철저히 대응해야 할 일이다.

2019-07-06 06:30:00

[사설] 지역 정치권, 김해신공항 문제 말보다 행동으로 증명해야

지역 국회의원들은 3일 국회에서 열린 대구시와의 예산협의회에서 김해신공항 재검증과 관련해 분노 어린 발언을 쏟아냈다. 이들은 김해신공항을 백지화한 뒤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하려는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의 적폐를 규탄하고 이를 막겠다고 했다. 결의에 찬 의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지만, 말만 앞세우던 과거를 떠올리면 불안하기도 하다.의원들은 한목소리로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시도하는 청와대, 정부, 부울경 등을 비판하면서 '김해신공항을 일방적으로 바꿀 수 없다'는 공감대를 이룬 듯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공정하지 않게 진행되면 청와대,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에 절차부터 예산까지 당당하게 지적해야 한다"고 강하게 발언했다.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은 "가만히 있으면 시도민이 피해를 본다. 불복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오는 11일 대정부질의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김해신공항 재검증을 총리실로 이관한 잘못을 따지겠다고 했다.의원들이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결기 세운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그렇지만, 대구경북 의원들은 예전부터 말만 내뱉고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웰빙의원'의 전형으로 인식되다 보니 믿음이 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역 의원들의 저급한 전투력과 실천은 다른 지역 의원들과 비교되곤 한다. 부울경이 국가정책을 되돌리는 황당한 일을 시도하는 것은 전적으로 부울경 국회의원들의 저돌성과 치열함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TK의원은 PK의원 절반만이라도 닮아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이 중차대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역 국회의원들의 노력과 열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번만큼은 지역민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 문제 해결에 지역의 미래는 물론이고 국회의원 개인의 성패까지 걸려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9-07-05 06:30:00

[사설] 폐지 모아 성금 1천만원 아동시설 기부한 대구 80대들

대구 남구 봉덕동 효성백년가약아파트 경로당 회원들이 지난 2일 대구의 두 아동시설에 각각 500만원씩 성금을 전달했다. 이날의 성금은 평균 나이 80세가 넘은 38명의 회원들이 지난 8년 동안 모은 폐지를 팔아 마련한 돈이어서 더욱 놀랍다. 긴 세월 하루도 빠짐없이 폐지를 거둔 돈을 시설에 준 만큼 의미는 액수와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녔다. 대구 공동체를 빛낸 아름다운 활동이다.이번 활동이 돋보이는 까닭은 여럿이다. 먼저 당당함이다. 이런저런 주변 눈치로 활동 반경이 좁을 수밖에 없는 보수적인 지역사회의 분위기에서 생계를 위한 선택이 아닌 종이 줍기가 사실 쉽지 않았음직하다. 하지만 회원들은 폐지가 있는 곳이면 가깝고 멀고를 가리지 않았다. 나이조차 잊고 자전거를 타고 수거하는 수고도 결코 마다하지 않았다. 이는 '어려운 아이들'을 돕겠다는 당당한 공적 목적의 각오와 실천이 뒤따랐던 덕분이다.또 있다. 80대 회원의 단결에다 이들과 함께한 박이득 경로당 회장의 실천적인 지도력이다. 나이 들수록 개성이 두드러지는 흔한 흐름과 달리 회원들은 회장부터 힘들고 어렵게 모은 돈을 한 푼도 헛되이 쓰지 않는데 앞장섰다. 이는 폐지값이 ㎏당 130원 하던 좋은 시절이나 ㎏당 70원으로 떨어진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이렇게 '티끌 모아 태산'의 힘을 바탕 삼아 2012년부터 보낸 8년 세월이니 값을 따질 수 없는 1천만원 성금이 가능했던 셈이다.고령의 불편한 몸도 돌보지 않은 희생의 모습도 평가받을 만하다. 지팡이를 짚고도 눈, 비 가리지 않는 정성, 폐지 수거에서 정리까지 꼬박 3시간이 넘는 고된 작업의 감수, 손가락 지문이 닳아 없어지는 줄도 모르고 혼신을 쏟은 일이 그렇다. 같이 폐지 줍던 남편과 사별한 회원이 남편 몫까지 마음을 다한 모습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경로당 기부는 대구라는 지역사회 공동체, 특히 미래 세대를 위한 어르신 활동의 선례가 되고도 남을 듯하다. 자신을 위하는 자리(自利)에다 이타(利他)의 선(善)한 삶이기도 해서다.

2019-07-05 06:30:00

[사설] 이제 제발 정치가 경제를 좀 놓아달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제 제발 정치가 경제를 좀 놓아주어야 할 때 아니냐"며 정부와 정치권에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경제단체장들이 정부와 정치권 비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온 것에 비춰보면 박 회장의 '작심 발언'은 매우 이례적이다. 일본의 무역 보복 등 한국 경제가 위기로 치닫는 상황에서 나온 그의 발언에 공감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이 문 정부 들어 부쩍 심해졌다. 일본 정부의 무역 보복 조치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첨예화한 한·일 간 외교 갈등이 직접적 원인이다.그러나 깊게 들여다보면 한국과 일본 모두 정치가 이번 사태에 깊숙하게 개입돼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달 말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한국 때리기'를 통한 극우층 결집 차원에서 무역 보복 카드를 꺼냈다. 우리 정부는 "사법부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채 지금껏 일본 반발을 방치했다. 한·일 정부발(發) 폭탄 탓에 양국 기업이 피해를 당하고 경제가 충격을 받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정치로 풀어야 할 일을 풀지 못한 채 경제에 부담을 떠넘긴 한·일 정부의 책임이 크다.일본의 무역 보복 조치에 우왕좌왕하는 정부와 서로를 비난하는 정치권에 대한 박 회장의 비판에도 공감이 간다. 정부는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야권은 "정부가 방관했다"고 비판만 쏟아낸다. 사건이 터진 뒤에야 부랴부랴 대책을 '연구'하는 정부 모습을 지켜본 국민 대다수가 전술·전략에서 일본에 진 것 아니냐고 생각할 것이다.미·중 무역 분쟁에다 일본의 무역 보복 조치 등 악재 속출로 한국 경제가 갈수록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여기에 국내외적으로 정치가 경제를 옥죄는 일들도 비일비재하다. 종합적인 전략을 갖고 대응해도 모자랄 판에 정부는 땜질식 처방만 내놓고 있고 정치권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정쟁에 골몰하고 있다. 정치가 경제를 놓아달라는 일침에 정부와 정치권이 뭐라고 응답할지 두고 볼 일이다.

2019-07-05 06:30:00

[사설] 나빠지는 대구 의료복지, 공공 의료기관 진료라도 강화해야

대구의 동네 병원과 중소형급 병원의 진료 시간이 짧아지거나 이들 병원의 운영난으로 응급실을 없애 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되는 등 의료 복지가 악화되고 있다. 이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등 의료 환경 변화에 따른 병의원의 경영 여건이 나빠진 탓이다. 현재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당분간 주민 불편은 피할 수 없게 됐다.이런 현상은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들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환자 의료비 부담을 더는 차원에서 보험 적용 진료 분야가 확대되고, 의료 소비자들의 대형 병원 선호가 심해지면서 빚어진 부분도 있다. 병원 문턱이 낮아지고 환자들은 대형 병원, 특히 수도권에 몰렸다. 그러니 무엇보다 지방의 동네 병원과 중소 의원은 환자 감소로 어려움이 당연했다. 이는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됐던 터였고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게다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에 따른 타격까지 겹쳐 평일 진료 시간을 줄이거나 아예 특정일에는 문을 닫고 휴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 간호 인력난과 주말 근무 기피로 토요일 의료는 사실상 힘든 상황도 빚어지고 있다. 이는 민간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대구시가 운영하는 대구의료원은 물론, 대구 각 구·군에 딸린 대부분 보건소 등 공공 의료기관도 마찬가지여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지금처럼 환자의 대형 병원 쏠림은 대기시간 지연과 진료시간 단축 등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대형 병원이 대책을 세우겠지만 이대로 가면 대구의 의료 복지 악화는 분명하다. 대구시와 각 구·군이 그냥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대구의료원과 보건소 등 공공 의료기관만이라도 우선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들 기관의 평일 진료 연장이나 토요 진료 등이 그렇다. 환자는 시간을 다투는 경우가 많은 만큼 행정 당국은 먼저 공공기관부터라도 나서도록 할 때다.

2019-07-04 06:30:00

[사설] 北 목선 의혹 조사 발표가 또 다른 축소·은폐 아닌가

정부는 북한 소형 목선의 삼척항 입항에 대한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의혹 해소는커녕 정부의 안보정책에 대한 불신만 높였다. 국무조정실은 "우리 군의 경계작전에 문제가 있었다"면서도 "이를 의도적으로 축소·은폐하려 한 정황은 없었다"고 밝혔다. 현장 지휘관에게만 책임을 묻고, 국방부 장관, 청와대 관계자 등 '몸통'에게 면죄부를 주는 '꼬리 자르기'의 전형이다.정부는 제8군단장을 보직 해임하고 합참의장, 지상작전사령관 등에 대해 엄중 경고 조치하는 등 경계작전 실패만 인정했다. 군 안팎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은 부인하거나 두리뭉실하게 얼버무리고 넘어갔다.핵심 의혹 중 당시 국방부가 '삼척항 인근' '경계작전에 문제가 없다'고 잘못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대북 군사보안상 통상적으로 쓰는 용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 '부적절하고 안이했다'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청와대 안보실의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개입 사실이 없다'고 하니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것과 같다.국방부가 잘못된 사실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안보실이 직간접으로 개입했다는 정황이 나오고 청와대 행정관이 17, 19일 국방부 브리핑에 참석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연관이 없다고 했다. 오직 일선 지휘관만 잘못했고, 청와대나 국방부는 책임이 없다고 하니 소가 웃을 일이다. 자신은 책임지지 않고 부하들만 희생시키면 전장에서 지휘력을 발휘할 수 없음은 상식이다.누가 봐도 청와대·국방부를 비호하기 위해 조사 결과를 축소·은폐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국민이 화를 내는 것은 경계작전 실패도 문제지만, 이 사건을 축소·은폐해 국민을 속이려 한 데 있다. 안보에 구멍이 뚫렸다면 원인 진단이라도 제대로 해야 할 텐데, 현 정권은 북한 눈치 때문인지 그저 숨기고 감추려고만 한다. 정부의 발표는 도저히 신뢰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국회의 국정조사를 통해 밝히는 방법밖에 없다.

2019-07-04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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