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여야가 벌이는 한심한 포항지진 책임 공방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가 영향을 준 촉발지진'이라는 정부 조사연구단의 공식 발표가 나오자마자 여야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당은 이명박 정부 때 일이니 과거 정부의 책임이라고 둘러대고, 야당은 문재인 정부가 계속 방치했다며 서로 욕을 해대는 상황이다. 지진으로 지난 2년간 큰 고통을 겪어온 포항 시민은 안중에도 없이 여야가 책임 떠넘기기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이강덕 포항시장은 그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종합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열발전소 건설이 국책사업으로 진행됐고, 정부의 잘못된 판단이 결과적으로 포항지진을 촉발한 점 등 인재로 드러난 이상 완전한 복구와 피해 보상을 서둘러달라는 요구다. 이 시장이 강조한 대로 정부와 국회가 후속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도 모자랄 판에 정치 공방에만 골몰하는 것은 한심한 일이자 정치권의 무감각과 무능함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꼴이다.현재 정부와 국회가 염두에 둘 것은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고 여태껏 재산상의 손해와 정신적 고통을 받아온 포항 시민들이다. 지진 원인에 대한 발표가 나오자 많은 시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에 줄줄이 동참할 정도로 민심이 격앙돼 있다. 이로 볼 때 흥분한 민심을 달래고 상처를 치유하는 데 팔을 걷어붙여도 시간이 빠듯하다. 그런데도 서로 감정의 날만 바짝 세워 책임 공방을 벌이는 것은 국민대표기관인 국회 직무를 내팽개친 것이나 마찬가지다.만약 정치권이 계속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후속 조치 마련을 게을리하거나 서로 책임을 눙친다면 모든 비난의 화살은 국회와 정부에 쏠릴 수밖에 없다. 지금은 내 편, 네 편 따질 때가 아니라 빈틈없는 후속 대책 마련에 여야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야 한다는 소리다. 당장 정쟁을 멈추고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을 서두르는 한편 재건 사업에 허점은 없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또 지열발전소 건설과 관련해 정부와 관련 기업의 명확한 책임 소재 파악 등 진상조사 착수도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포항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에 대한 보상 방안 마련에도 작은 실수나 소홀함이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

2019-03-23 06:30:00

[사설] 문 대통령, 대구경북 공약 지킬 생각이 있나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지역경제 투어의 일환으로 대구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 물의 날 행사' '로봇산업육성 전략보고회' '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 브리핑' 등에 참석해 대구 경제의 나아갈 길을 살폈다. 문 대통령이 '서해 수호의 날' 행사를 포기하고 대구를 선택한 만큼 그리 무의미한 방문은 아닐지 모르지만, 평소 대구경북을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문 대통령이 대구경북을 미워한다고 여기는 지역민이 상당히 많다. 일종의 오해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어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그렇게 의심할 근거는 충분하다. 정치적인 문제는 제쳐두더라도, 가장 뚜렷한 증거는 대선 후보 시절 내놓은 지역 공약을 지키지 않았고, 지킬 조짐도 없다는 점이다.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2017년 3월 대구시의회에서 대선 공약을 제시하면서 '대구를 잘살게 해주겠다'고 했다. 당시 제시한 공약은 통합신공항, 물산업, 로봇산업 등 3대 국가 프로젝트였다. 이 공약은 거창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았지만, 실현 가능하고 구체적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호평을 받았다.문 대통령은 이때까지 지역 공약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나타내지 않더니만, 이날 처음으로 대구통합신공항 문제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절차대로 조속하게 빨리 해결하겠다"며 원칙적인 언급을 했지만, 지난달 부산에서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 시사' 발언과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오는 7월 운영에 들어가는 물산업클러스터 핵심 시설로 꼽히는 물기술인증원 후보지 선정도 차일피일 미뤄져 의혹을 더해준다.상식선에서 보면 대통령이 특정 지역을 미워할 리 없다. 지역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돼 있으니 지역민이 문 대통령의 마음을 의심하지 않겠는가. 반면, 광주전남 공약은 20개 가운데 '16개 추진 중, 3개 미추진, 1개 판단 불능'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지나친 차별도 문제이거니와 공약 준수 여부가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 있음을 알 수 있는 사례다. 문 대통령이 대구 방문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지역 공약을 꼼꼼히 챙기며 진심을 보여주길 부탁드린다.

2019-03-23 06:30:00

지난 20일 상주지역 도로에 진짜 경찰관과 구별하기 어려운 마네킹 경찰관이 곳곳에 등장해 운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상주경찰서 제공

상주 가짜(?)경찰 배치 논란 ~ 좋은 아이디어? 운전자가 참새냐? 반응 엇갈려

"사고 예방에 도움" vs "가짜인 걸 알고 불쾌"최근 상주지역 도로 곳곳에 등장한 마네킹 경찰관을 두고 운전자 사이에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상주경찰서는 지난 20일 경찰관 복장을 한 키 180cm 이상의 마네킹 8대를 상습 과속 구간과 교통사고 다발구간 등에 세워놓았다. 경찰은 운전자들에게 마네킹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않기 위해 배치 장소를 수시로 변경하고 있다고 밝혔다.이를 두고 운전자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일부 운전자는 "진짜 경찰인 줄 알고 속도를 줄이고 부랴부랴 안전벨트도 점검했다"며 "교통사고 예방에 멋진 아이디어다"고 평가했다.사고가 잦은 도로에 경찰관과 구별하기 어려운 마네킹을 세워놓으면 그만큼 사고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의견이다.반면 운전자들을 속이는 행위인만큼 불쾌하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운전자 A(51) 씨는 "마치 논밭에 참새를 쫓기 위해 만든 허수아비가 연상된다"며 "참새는 허수아비에 속겠지만 머리 좋은 사람들이 언제까지 속을 지 의문스럽다"고 했다.다른 운전자는 "진짜 경찰인지 구별이 잘 안 돼 자꾸 더 쳐다보다가 사고가 날 뻔 했다"며 "만약 범죄의 위험에 처한 시민이 도움을 청하러 급히 갔다가 마네킹인 줄 알면 얼마나 황당하겠냐"는 의견도 냈다.상주경찰서 관계자는 "지난해 충북지방경찰청 산하 6개 경찰서에서 마네킹 경찰관을 세워 사망사고가 많이 감소했다는 통계가 있다"며 "마네킹 경찰관이 부족한 경찰 인력을 대신해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2019-03-22 20:30:00

[사설] '원전 굴기' 나선 중국, 탈원전으로 세계 원전시장 내준 한국

탈원전에 목을 매는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이 원전에서도 굴기(崛起)에 나섰다. 사상 첫 부유식 해상 원전을 비롯해 신규 원전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새 원전 건설에 10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원전 45기를 가동 중인 중국은 2030년까지 원전 발전 용량을 지금보다 4배로 늘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중국은 원전 기술을 축적해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세계 원전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어서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발주 계획이 있는 원전은 153기에 달한다. 건설 중인 원전 57기까지 모두 210기가 새로 들어선다. 가동 중인 원전 453기의 절반에 달하는 원전이 더 늘어나는 셈이다. 원전 1기 건설비가 최소 3조∼4조원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최소 500조∼60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시장이다.우리나라 원전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한국형 원전은 미국 내에서 원전 건설을 허가받을 수 있는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RC) 인증을 받는 쾌거를 거뒀다. 우리 원전 기술이 프랑스, 일본도 통과 못 한 안전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세계 원전 수출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우위에 있다.세계 원전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을 갖고 있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원전 수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방한한 UAE 왕세제에게 양국 간 원전 협력에 대해 100년을 바라보고 같이 가자고 했다. 40년 후 국내에서는 없어질 원전을 두고 100년 협력론을 들고나온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탈원전으로 원전산업 기반과 기술의 연속성이 취약해지는 것을 잘 아는 나라들이 한국에 원전 건설과 정비를 맡기지 않을 것이다. 반도체 등 중국에 추월당할 위기에 놓인 산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원전마저 중국 등 다른 나라에 내주는 최악의 상황이 눈앞에 닥쳐오고 있다. 앞으로 대한민국이 뭘 먹고 살지 걱정이다.

2019-03-22 06:30:00

[사설] 행사장 용도에다 시설 유지에 급급한 지자체 사회복지시설

적지 않은 사회복지시설이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복지시설 중 상당수가 복지프로그램 확대나 지역 자원 개발을 게을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복지정책 강화 추세에 역행하는 이들 시설은 자칫 국가 복지체계에 큰 구멍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보건복지부가 노인복지관과 양로시설, 한부모가족복지관 등 전국 803곳의 사회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최근 3년(2015~2017년)간 운영 실적을 평가한 결과 대구경북에서 모두 6개 시설이 2015년에 이어 2회 연속 최하 등급을 받았다. 운영 상태가 양호한 A·B등급 시설이 700곳(87.2%)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는 있으나 F등급의 낮은 평가를 받은 복지시설도 61곳(7.6%)에 달했다. 무엇보다 낙제점을 받은 지역 복지시설의 비율이 낮지 않다는 점에서 매우 실망스럽다.많은 예산을 들여 이들 사회복지시설을 지어놓고도 제 역할과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복지 행정의 낮은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는 각 지자체가 지역 주민을 위한 실제적인 복지프로그램 개발·확대 보급을 통한 노인층 복지 만족도 향상에는 별로 고민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심지어 이런 시설을 고작 지자체 행사장 용도로 활용하거나 단순히 시설 유지 차원에 더 치중하고 있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운영 상황이 좋지 못한 사회복지시설들의 실태와 부실 원인 등을 철저히 재점검하고 분석해 개선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부실 평가가 나온 지자체 직영시설 34곳을 공익법인이나 민간에 위탁 운영하겠다는 복지부 방안도 해법 중 하나다. 지자체 사무에서 사회복지 예산 및 소관 업무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이제는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공익 기관이 중심이 되는 선진 복지 시스템 등 개선책을 적극 모색할 때다.

2019-03-22 06:30:00

[사설] 국제사회 대북제재 강화에도 엇길 가겠다는 문 정부

미국이 대북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인도·태평양사령부가 북한의 해상 불법 환적(換積)을 감시하기 위해 미 해안경비대(USGC) 소속 경비함을 한반도 인근 해역에 배치했으며, 미 의회는 북한의 금융거래를 더욱 옥죄고 불법 환적 등 제재 모니터링을 확대하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를 강화하는 내용의 추가 대북제재 법안을 5∼6월 중 통과시킬 준비를 마쳤다고 한다.이는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 이전에는 제재 완화는 없음을 북한에 상기시키는 동시에 문재인 정부에도 현 단계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수반하는 남북 경협은 기대하지 말 것을 분명히 하는 행동으로 읽힌다.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후자다. '하노이 핵 담판'에서 북한은 핵을 내려놓을 뜻이 없음이 재확인됐음에도 문 정부는 남북 경협에 집착하고 있어서다. 문 정부로서는 참으로 곤혹스럽게 됐다.현재 미국만 대북제재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게 아니다. 일본·영국·캐나다·호주 등도 동중국해에 함정과 항공기를 파견하고 있다. 그 이유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의 조사 결과 북한이 광범위하고도 교묘하게 대북제재를 회피해왔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북제재위는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불법 환적이 정교해지고, 그 범위와 규모도 확대됐다"며 단속 강화를 주문했다.그러나 문 정부는 귀를 닫고 있다. 무모하다고 할 수밖에 없을 만큼 남북 경협에 집착한다. 통일부는 '2019 통일백서'에서 "남북 간 합의의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제화 대상에는 당연히 남북이 합의한 경협사업도 포함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북 경협은 법률로 보장돼 추진이 수월해진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역주행이다. 최근 미국 외교안보 핵심 당국자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다 싫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다. 문 정부의 행태를 보면 그러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2019-03-22 06:30:00

[사설] 김경수 2심 재판장의 입장문이 웅변하는 법치의 위기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재판부의 차문호 부장판사가 19일 첫 재판 시작에 앞서 '재판에 임하는 입장'을 밝힌 것은 대한민국 법치의 현실을 잘 말해준다. 바로 법률과 법관의 양심에 따라 내려진 판결을 법정 바깥에서 진영 논리로 옳다거나 그르다고 재단하는 법치의 파괴다. 김 지사 유죄선고와 함께 법정 구속한 1심 판결과 성창호 재판장에 대한 여권의 반이성적 비난과 협박은 우리의 법치를 한참 뒤로 퇴보시키는 폭거였다.2심을 앞두고도 마찬가지였다. 더불어민주당과 김 지사 지지자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대법관으로 있을 때 그의 전속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한 차 부장판사의 경력을 들어 '양승태 키즈' '적폐 판사'라면서 성 재판장처럼 '편파 재판'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말문이 막히는 예단이자 모욕이다. 사법부를 자신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에 법적 정당성의 가면을 씌워주는, 자신들의 법률대리인쯤으로 여기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사법부 독립의 부정이다.차 부장판사는 이날 "피고인과는 옷깃조차 스치지 않았고, 이해관계도 같이 하지 않는다"면서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면 피고인과 변호인은 지금이라도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라"고 했다. 이렇게 판사가 재판 시작 전에 재판 당사자와의 무연(無緣)을 밝히고, 재판 결과가 걱정되면 기피 신청을 하라고 한 것은, 사법부의 권위가 이렇게 해야 할 정도로 훼손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사법부를 이런 곤경에 빠뜨린 주체는 현 집권 세력이다. 이들은 자신에게 유리하면 선(善), 불리하면 악(惡)이란 흑백논리로 모든 것을 재단한다. 이런 정신 구조에서는 이미 여러 번 반복됐듯이 같은 판사의 판결도 '환영'과 '비난', 극과 극을 오갈 수밖에 없다. 여권이 마음에 드는 판결을 원하면 민주적 재판이 아니라 결론을 정해놓고 벌이는 '인민재판'밖에는 없다.

2019-03-21 06:30:00

[사설] 교육현장 혼란과 상처 더 키우는 학교폭력 징계 취소 소송

학교폭력 징계를 둘러싼 불만이 법정 소송으로 번지는 사례가 늘면서 당사자 간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고 일선 교육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제 자식만 생각하는 일부 학부모의 이기심 때문에 사소한 다툼까지 분별없이 법정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학생과 학교 구성원이 받을 상처가 더 깊어진다는 점에서 신중한 판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최근 3년간 대구 초중고교 450여 곳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2016년 1천190건, 2017년 1천458건, 2018년 8월 기준 801건 등 모두 3천449건이다. 이 가운데 학폭위 처분에 맞서 교육청 등에 재심을 요구한 경우는 2016년 29건, 2017년 59건, 2018년 56건 등 144건이다. 나아가 "징계 처분이 잘못됐다"며 교육청을 상대로 취소무효 소송을 제기한 사례도 10건에 이른다.사실관계 파악이 잘못되거나 징계 수준이 지나칠 경우 재심이나 법정 판단에 호소할 수는 있다. 교사·학부모 대표로 구성된 학폭위의 징계와 절차가 완전무결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지만 가해 학생 부모가 낸 소송에서 법원이 "징계에 문제가 없다"며 모두 학교·교육청의 손을 들어준 것은 그만큼 학교폭력이 심각한 상황이고 이런 배경을 무시한 소송 자체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지난 2011년 학교폭력예방법이 개정되면서 학교는 가해 학생의 생활기록부에 징계 처분 사항을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이런 징계 기록이 진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학부모들이 잇따라 소송을 선택하면서 결국 문제를 더욱 키우는 셈이다.어떤 상황에서든 학교에서 벌어진 폭력과 싸움은 아이들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 피해자, 가해자 구분없이 모두의 상처를 보듬고 심리적 안정, 잘못에 대한 반성이 먼저다. 이런 과정은 등한시한 채 소송에 기대는 것은 부작용만 더 키우는 일이다.

2019-03-21 06:30:00

[사설] 지열발전이 촉발한 '인재'(人災) 포항지진, 정부가 책임져야

2017년 11월 일어난 포항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에 의해 촉발됐다고 정부조사연구단이 발표했다. 지열발전을 위해 주입한 고압의 물이 단층대를 활성화해 포항지진 본진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지진 직후부터 제기된 지열발전이 지진과 관련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포항지진을 인재(人災)로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포항지진은 규모에서 역대 두 번째이지만 피해는 가장 크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시설물 피해 2만7천317건, 피해액 551억원으로 집계했지만 한국은행 분석 결과 피해액이 3천억원을 넘는다. 포항시민들이 입은 정신적 충격과 경제적 피해 등을 고려하면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1천 명이 넘는 이재민 중 일부는 아직도 대피소를 떠나지 못하는 등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막대한 피해를 낸 포항지진이 정부가 앞장서 추진한 지열발전 프로젝트 때문이라면 파장이 적지 않다. 지열발전은 4∼5㎞ 정도로 땅을 깊게 파는 데다 지하에 물을 주입하는 과정이 있어 단층에 응력이 추가돼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의 지열발전소 인근에서 유발지진이 일어난 사례도 있다. 이를 정부 관계자 등이 알면서도 지열발전소를 건립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단층이 집중된 포항에 정부가 지열발전소를 세우면서 지진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포항시민 안전을 도외시한 처사다.정부가 주도한 지열발전이 포항지진을 촉발했다면 근본 책임은 정부에 있다. 무엇보다 누가, 왜 포항에 지열발전소를 건립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또한 정부는 포항시민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성실하게 응해야 한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가 국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앞으로 최소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소송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지열발전소 건립과 운영에 관여한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 등에게 책임을 묻고 처벌해야 포항지진과 같은 인재를 막을 수 있다.

2019-03-21 06:30:00

[사설] 시장 역주행 정책 뜯어고치는 것이 제조업 살리는 길

문재인 대통령이 "제조업의 활력을 살리는 것이 우리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걱정할 정도로 제조업이 위기에 봉착했다. 제조업 가동률은 외환 위기 이후 최악 수준이고 취업자 수는 11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반도체는 물론 조선·자동차 등 주력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제조업은 전체 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의 30%를 차지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주역이라는 점에서 제조업 살리기는 국가 과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제조업 경영 여건은 크게 악화했다. 법인세 인상과 함께 최저임금이 2년 연속 큰 폭 올랐고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다. 기업을 옥죄는 정책에다 급격한 노동 여건 변화 탓에 제조업 거점을 국외로 옮기는 기업인이 날로 늘어가는 추세다. 규제 혁신과 노동 개혁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펴도 모자랄 판에 정부는 시장에 역주행하는 포퓰리즘 정책에만 주력해 제조업 위기를 자초했다.정부가 뒤늦게 스마트 공장·규제 샌드박스 등 제조업 혁신을 지원하고 나섰지만 현장 체감도는 낮다. 일례로 2022년까지 스마트 공장을 3만 개까지 늘리겠다는 정부 계획은 부품과 소재를 만들 수 있는 국내 기업이 부족한 상황에서 추진되는 프로젝트여서 외국 기업에 시장만 내주는 꼴이란 지적이 나온다.문 대통령의 경제 인식이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도 한계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여러 측면에서 개선돼 다행"이라며 그 사례로 2월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26만3천 명 증가한 것을 꼽았다. 세금을 퍼부어 만든 노인 일자리 등 공공 분야 단기 일자리가 많이 늘어난 것을 경제 개선으로 파악한 것이다. 국내 10대 그룹 상장사들의 현금 보유액이 250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가 규제만 걷어내도 기업들은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고, 제조업 전반이 살아날 수 있는데도 정부는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만 남발하고 있다.

2019-03-20 06:30:00

[사설] 국민은 선거제도 세부 내용을 알 필요가 없다니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비례대표 배분 산식(算式)은 국민이 알 필요가 없다고 말해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국민은 정치권의 거수기냐는 것이다. 이에 심 의원은 19일 "국민은 선거제도 개혁 내용을 속속들이 다 아셔야 한다. 중앙선관위 전문가를 거쳐 산식이 제시되면 그때 국민께 보고드리겠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여진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심 의원은 17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편 합의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비례대표를 배분하는 계산 방식을 알려달라는 기자의 요구에 "국민은 산식이 필요 없다"고 했다.국민을 무지한 대중쯤으로 알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소리다. 국민은 주권자로서 연동형 비례대표 의석이 어떤 방식으로 배분되는지 알 권리가 있다. 국민이 뽑아준 국회의원은 이를 존중해 제도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도와야 마땅하다. 심 의원의 말은 비례대표 의석은 정치권이 알아서 나눠 먹을 테니 국민은 관심을 끄라는 소리밖에 안 된다. 이게 민주주의 국가에서 더구나 민주화 투쟁을 했다는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올 말인가.더 근본적인 문제는 개편안이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는 것이다. 당사자인 국회의원들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나 정도의 머리를 가진 사람은 이해를 못하겠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선거제도는 단순명료해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가 자신의 표가 의석 배분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이는 이번 개편안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따라서 개편안은 더 단순하게 손질해야 한다. 국회의원도 이해하기 어려운 제도를 국민 앞에 던져 놓고 투표만 하라는 것은 '개혁'이 아니라 국민을 정치적 무관심으로 내모는 '개악'이다.

2019-03-20 06:30:00

[사설] 사유화한 파크골프 시설, 대구시는 바로잡고 책임 따져야

대구시와 8개 구·군이 세금을 들여 시민들이 그냥 쓰도록 만든 파크골프장을 민간단체인 대구시파크골프협회가 사유화해 논란이다. 공공 무료 골프장을 민간단체가 나서 이용자의 협회 가입을 유도, 연회비를 받거나 맘대로 사무실을 차려 영리 활동까지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시는 지난해 협회에 4천여만원의 예산을 지원했다.현재 13곳인 파크골프장은 고령자 등 시민 여가 활동을 위해 도심에 마련한 공유 재산으로 누구나 그냥 쓸 수 있다. 굳이 나랏돈으로 이런 시설을 갖춘 까닭은 이용자가 늘고 인기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서다. 또 이런 시설을 대구시 산하 기관인 대구체육시설관리사무소가 관리토록 한 일은 공공의 재산인 까닭이다.그런데 느닷없이 민간단체인 협회가 이용자의 협회 가입을 권하고 5만~10만원의 연회비를 거뒀으니 말썽이 날 만하다. 회원의 시설 선점에 비회원 시민은 찬밥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또 협회의 사무실 임의 설치와 골프용품 판매 등 영리 활동, 대구시가 협회에 시설 전체를 편법 위탁 운영한 일, 대구시의 지난해 예산 지원 등은 이해할 수 없고 의혹도 인다.협회의 골프장 사유화는 대구시의 행정 소홀에 따른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애써 공공시설을 만들고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 협회도 행정 당국이 관리 감독에 뒷짐인 틈을 타 공공재산을 사유화한 것이나 다름없다. 어쩌면 당국의 묵인 방조나 협회와의 짬짜미마저 의심스럽다.대구시는 당초 취지대로 골프장이 운영되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협회의 이번 행위에 대한 마땅한 책임을 묻고, 지원 예산의 적절성을 살펴 밝히고, 협회 수입의 정당성도 따져 바룰 필요가 있다. 세금으로 지은 시설이 제대로 쓰이지 못한 데 대한 책임 역시 물어야 한다.

2019-03-20 06:30:00

[사설] 부·울·경 3명 단체장의 '신공항' 뒤집기, 부끄러운 줄 알아야

부산·울산·경남 3명의 광역단체장이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해신공항 확장 반대, 새로운 관문공항 건설'을 주장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김해신공항 확장을 거부하고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세 단체장이 대구·경북의 반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후안무치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이들이 주장하는 가덕도 신공항은 재론할 가치조차 없다. 가덕도가 2016년 정부의 입지 용역에서 꼴찌를 했고, 신공항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사실은 기억할 필요도 없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구·경북과 부산이 밀양과 가덕도를 놓고 10여 년간 치열하게 싸웠는데, 또다시 그 싸움을 되풀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과거를 떠올리면 대구·경북과 부산이 갈등을 벌이는 와중에 2016년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것이 5개 시도지사 합의안이었다. 정부 용역 결과에 승복하자는 내용이었고, 그 결과물이 바로 김해신공항 확장안이었다. 승복하기 힘들었지만, 국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나온 약속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지켜야 했다.그런데, 이들 세 단체장이 기자회견을 한 것은 공개적으로 약속을 깨겠다는 선언이다. 일반인이라도 약속은 지켜야 하는 법인데, 한 지역을 대표하는 단체장들이 약속 파기는 물론이고 정부 결정을 번복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부끄러운 줄 모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이들은 정권을 잡았으니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오만과 독선에 빠져 있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신공항 건설'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이 비뚤어진 용기를 갖게 했는지도 모른다. 정말 말도 되지 않는, 비상식적인 일이 정부 여당의 이름으로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현실이다. 국가를 혼란으로 몰아넣지 않으려면 지역 갈등을 조장해서라도 정치적 이득을 얻겠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할 것이다.

2019-03-19 06:30:00

[사설] '탈구미' 속도 내는 금융기관들, 산업진흥 대책 급하다

삼성·LG 등 대기업이 잇따라 구미시를 떠나면서 금융기관도 지점·출장소 폐쇄 및 축소 계획을 밝혀 지역 기업의 경영 위축이 심화할 전망이다. 지난 2007년 한국은행 구미지점 폐쇄로 시작된 금융기관의 '탈구미' 움직임은 최근 한국수출입은행 구미출장소 폐쇄로 불이 옮겨붙었다. 여기에다 시중은행마저 지점 축소나 출장소 폐쇄를 추진하는 등 흐름에 가세해 '수출도시 구미' 위상 약화는 물론 금융 공백에 대한 우려가 크다.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상반기 중 구미출장소 폐쇄를 예고한 상태다. 특히 수출입은행은 수출기업 지원에 꼭 필요한 핵심기관이라는 점에서 경북지역 수출 업체의 반발과 걱정이 커지고 있다. 경북상공회의소협의회가 구미출장소 유지를 촉구하는 건의문을 내고 국책은행 지키기에 힘을 쏟고 있으나 앞서 한국은행 지점 폐쇄 선례로 볼 때 존치 자체가 쉽지 않아 보인다.이 같은 금융기관의 움직임은 극심한 불황에 허덕이는 구미산업단지 등 지역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기업이 힘들 때 힘이 되어주고 수출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할 국책은행 등 금융기관이 구미를 떠난다는 것은 지역 전체로 봐서도 큰 손실이다. 더욱이 구미시가 미래 신산업 육성 등 재도약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입은행과 같은 든든한 지원군이 대열에서 이탈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요즘 구미는 젊은이가 대거 떠나면서 '활력을 잃어가는 도시'라는 낙인이 굳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경쟁력을 잃고 존재마저 미미한 지방 소도시로 전락하는 건 시간문제다. 굴지의 기업들이 구미로 되돌아오고 금융기관이 도시 부흥을 견인하는 중장기 전략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 이런 적극적인 노력과 해법 없이는 금융 공백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주력 산업과 인프라가 서서히 붕괴하는 '러스트 벨트' 사례처럼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해법 찾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2019-03-19 06:30:00

[사설] 청렴 잊고 해외연수 즐긴 대구 의회, 이러고도 신뢰받을까

지난해 7월 출범한 대구의 9개 광역·기초의회 가운데 8곳이 청렴 교육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의 기초의회 8곳 중 동구의회만 청렴 교육을 실시(12.5%)해, 울산(0%)에 이어 전국 최하위였다. 이는 한국청렴운동본부가 전국 243개 광역·기초의회를 대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밝혀졌다. 대구 광역·기초의회의 초라한 청렴 교육 모습이 아닐 수 없다.이 같은 결과는 놀라운 일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출범한 대구경북 의회는 종전과는 분명 다른 정당 분포도를 보이고 있다. 과거처럼 특정 정당이 의석을 독차지한 모습이 아니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여야 정당 색깔이 보다 다양하다. 특히 대구가 그렇다. 말하자면 의회 운영이 일방적일 수 없는 구조다. 하지만 청렴 교육이 이처럼 외면받는 현실은 대구 지방의회의 도덕적 무감각을 드러낸 증거로 실망스럽다.청렴 교육은 외면하면서 해외연수는 꼬박 챙긴 사실도 놀랍다. 대구 9곳 가운데 청렴 교육을 실시한 의회는 1곳인 반면, 해외연수는 7곳이 다녀왔다. 의회의 신뢰도를 높일 청렴 교육은 '남의 일'처럼 모른 체하고, 세금 쓰는 해외연수는 '나의 일'로 여기듯 열성적인 모습이다. 해외연수는 광역·기초, 여야, 보혁(保革)이 한 몸인 대구 의회의 자화상과 다름없다. 주민 대표성을 팽개친 한심한 지방의회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특히 대구시의회 모습은 더 초라하다. 기초의회보다 앞선 역할과 기능이 절실하나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성적표는 기초의회보다 못하다. 청렴 교육 외면은 물론, 8곳 기초의회 가운데 수성구의회를 뺀 7곳이 실시한 4대 폭력예방 교육도 하지 않았다. 기초의회와 달리, 광역의회로서 대구 대표성을 말하기 부끄럽다. 대구 의회는 출범 당시 각오를 되새겨 변화된 위상을 보일 때다. 이런 교육은 많을수록 좋다. 국가 청렴도 10위에 그친 대구시의회는 더욱 그렇다.

2019-03-19 06:30:00

[사설] 순이익 2조 한수원을 2년 만에 적자 공기업 만든 탈원전

경주에 본사를 둔 한국수력원자력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탓에 우량 공기업에서 적자 공기업으로 추락했다. 한수원은 지난해 1천2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5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원전 부품 비리로 일부 원전을 세웠던 2013년 이후 첫 당기순손실이다. 지난해 월성 1호기가 조기 폐쇄된 데다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 6기의 사업이 표류하며 영업 외 비용 등이 7천420억원 늘어난 게 적자 원인이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손상처리 금액만 5천652억원이나 됐다.연간 순이익이 2조원을 넘던 한수원이 적자 공기업으로 전락한 것은 탈원전 폐해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한수원 순이익은 2014년 1조4천405억원, 2015년 2조4천571억원, 2016년 2조4천721억원 등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2017년 8천618억원으로 떨어졌고 지난해엔 적자로 돌아서고 말았다. 원전 이용률 하락과 원전 조기 폐쇄를 이끈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한수원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한수원은 원전을 가동해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에 팔아 수익을 내는 공기업이다. 원전 이용률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원전 이용률은 37년 만에 최저 수준인 65.9%로 2017년 71.2%보다 크게 하락했다. 원전 비중 역시 2016년 30.0%였으나 2017년 26.8%, 작년엔 23.4%까지 미끄러졌다. 원전 대신 석탄과 LNG,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인 결과다.탈원전으로 말미암은 폐해 중 한수원 적자는 빙산의 일각이다.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원전산업이 붕괴하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급진적 탈원전으로 원전 관련 핵심 인력이 국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50여 년 동안 어렵게 축적한 한국 원전 기술이 경쟁국으로 유출될 우려마저 제기된다. 탈원전 정책으로 공든 탑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는 탈원전을 고집하며 국민 뜻에 어긋나는 길로만 가고 있다.

2019-03-18 06:30:00

[사설] 민주당의 미 블룸버그 기자 실명 비난, 언론자유 부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논평을 통해 미국 블룸버그 통신 기자를 원색적으로 비난하자 서울외신기자클럽이 "기자 개인의 신변에 위협이 된다"며 해당 논평을 즉시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외신기자클럽 이사회는 16일 성명서에서 "기사와 관련된 의문이나 불만은 언론사에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제기해야 하고 결코 한 개인을 공개적으로 겨냥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이에 앞서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top spokesman)이라고 표현한 제목의 기사를 쓴 블룸버그 통신 기자를 비난한 논평에서 "블룸버그 통신의 ○○○ 기자가 쓴 바로 그 악명 높은 기사" "미국 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며 해당 기자를 실명 비난했다. 이 논평은 민주당 홈페이지 등에 게재됐다.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비판도 허용되지 않는 성역(聖域)으로 여기는 반민주적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이며 고귀한 가치다. 그리고 언론의 자유는 비판 대상에 어떤 성역도 없어야 보장된다. 민주당의 논평은 이런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특히 기자 개인을 비난한 것은 미숙함을 넘어 유치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해당 기사를 게재한 것은 해당 기자가 아니라 블룸버그 통신의 결정이다. 비판하려면 해당 통신사를 비판해야 한다. 그럴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취재에서 기사 게재까지 언론사의 의사결정 구조를 모르는 무지인가."국가원수를 모욕" 운운한 것은 더 기가 막힌다. 민주당에겐 모욕이겠지만 국민에게는 정확한 비판일 수 있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을 '사기꾼' '거짓말쟁이'라고 공격한다. '모욕'으로 치자면 이보다 더한 모욕이 없다. 그러나 미국은 이런 '모욕'을 언론의 당연한 책무로 인정한다. 민주당의 반민주적 협량(狹量)이 한심하다.

2019-03-18 06:30:00

[사설] 반대 거센 포항시립화장장 이전, 공익시설 표류 더는 없어야

포항시가 시립화장장 이전을 재추진하자 이전 대상지 주민 설득 등 차질 없는 사업 진행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다. 그동안 시는 우현동 시립화장장 이전 계획을 세우고 여러 차례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화장장이 새로 들어설 지역 주민의 거센 반발로 사업이 무산되며 계속 표류해왔다. 낡고 비좁은 지금의 화장장으로는 급증하는 화장 수요를 충족할 수 없어 이전 작업이 원만히 마무리되도록 모든 행정력을 쏟아야 할 때다.지난 1941년에 세워진 포항화장장은 화장로가 고작 3기에 불과하다. 40년을 넘긴 구룡포화장장도 1기뿐이어서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등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게다가 화장률은 해마다 급속히 느는 추세로 지난해 포항시 화장률은 81.4%, 연간 화장 건수가 4천388건에 달할 만큼 시설이 거의 포화 상태다.만약 화장장 이전이 계속 미뤄진다면 모든 불편과 부담은 시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금도 제때 화장이 이뤄지지 않아 장례 기간을 늘리거나 더 많은 비용으로 경주 화장장을 이용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더욱이 국내 장례 문화의 급속한 변화는 화장시설 확충과 현대화에 큰 경고음을 울린다. 1993년 고작 19.1%이던 화장률이 2004년에 50%를 넘겼고, 2011년 70%, 2015년에는 80% 선을 넘어섰다. 2017년 기준 전국 화장률은 84.6%로 근 25년 만에 4.4배나 급등한 것이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 화장률도 82.2%에 이르는 등 화장시설 확충은 발등의 불이 된 지 오래다.하지만 내 집 주변에 화장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강하게 거부하는 주민의 부정적 인식이 최대 걸림돌이다. 이전 대상지 주민들도 이제는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공익을 생각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필요하다. 화장장이 내 가족, 나 자신이 이용해야 하는 공공의 사회복지 수단임을 깊이 인식해 화장장 이전 설치를 너그럽게 용인할 때가 됐다.

2019-03-18 06:30:00

[사설] 공공기관 2차 이전 손 놓고 있어서야

정부의 공공기관 추가 이전 용역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관련해 국토연구원과 연구 목차를 조율하고 있다. 3월 말 계약을 체결하고 올 연말쯤 용역 결과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혁신도시 시즌2'를 향한 정부 의지가 분명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도 유치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구시와 경북도의 발걸음은 더디기 짝이 없다.부산시와 정치권은 철저하게 공공기관 2차 이전을 대비하고 있다. 부산 여권과 상공계, 부산시는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주요 금융공기업의 유치에 올인했다. 부산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역시 힘을 보태고 있다. 연제구를 지역구로 둔 김해영 최고위원은 이들 기관의 부산 이전을 위한 법률 개정안까지 발의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지난해 10월 민주당과의 예산정책협의회서 이전을 집중 건의했고 민주당 지도부는 화답했다. 부산이 원하는 공공기관 이전을 가시권에 집어넣은 것으로 판단된다.반면 대구시와 경북도, 정치권은 아예 손을 놓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말 공공기관 이전 리스트만 뽑아 두었을 뿐 타깃과 우선순위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태스크포스를 구성했지만 몇 차례 회의를 진행한 후 정부 방침이 나오지 않았다며 활동도 않고 있다. 경북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 경북혁신도시 공공기관 추가 이전 지원단을 구성하고서도 '공공기관 이전에 에너지를 쏟는 게 과연 행정력을 옳게 쓰고 있는 것인가'라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고 있으니 씁쓸하기까지 하다.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지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적지 않다. 더욱이 2차 이전은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를 듣는 1차 이전 작업을 마무리하는 의미도 크다. 대구경북이 파악한 2차 공공기관 이전 리스트는 65개에 달한다. 이중 가장 알짜배기로 평가받는 기업들은 벌써 부산이 찜했고 구체화하고 있다. 대구와 경북도 하루빨리 타깃과 우선순위를 정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모든 결과가 나온 후 유치에 실패했다고 TK 패싱 탓이나 하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일이다.

2019-03-16 06:30:00

[사설] 갈수록 가관인 청와대의 오만과 대구경북 무시

청와대의 오만과 대구경북 무시가 갈수록 가관이다. 대구경북 국회의원 22명이 청와대에 요청한 '문재인 대통령의 가덕도 신공항 재검토 시사 발언' 공개질의에 대해 청와대가 '국토부가 설명할 것'이란 성의 없는 답변을 내놨다. 주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그것도 22명이나 연명해 질의한 사안에 대해 청와대가 해당 부처에 떠넘기는 내용을 담은 공문 한 장을 팩스로 보낸 것은 무성의를 넘어 오만의 극치다. 정권 텃밭인 부산·경남이나 호남이라면 청와대가 이렇게 했을까란 물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자유한국당 대구경북 의원 전원이 청와대에 공개 질의를 하게 된 실마리는 문 대통령이 먼저 제공했다. 문 대통령은 '김해신공항 총리실 검증' 발언을 했고, 이는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시사한 것으로 여겨졌다. 이로 말미암아 지역 갈등이 다시 촉발될 우려가 커짐에 따라 지역 의원들이 문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청와대에 물은 것은 당연했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청와대는 성의 있는 답변을 내놓는 게 마땅했다.하지만 청와대는 차일피일 답변을 미루며 얼렁뚱땅 넘어가려다 노골적으로 대구경북을 무시하는 짓을 저질렀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질의서를 전달받은 것은 지난달 21일이었다. 그로부터 20일이 가깝도록 청와대는 답변을 내놓지 않다가 '주무 부처인 국토부에서 상세히 설명해 드릴 것입니다'란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담은 종이 한 장을 팩스로 지역 의원에 보냈다. 청와대 직인도 찍히지 않은 형식조차 갖추지 않은 공문이었다. 지역 의원 항의에 정무수석이 사과했다지만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다. 수모를 당한 지역 의원 전원이 청와대에 강하게 항의해야 한다.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구경북은 인사·예산에서 홀대받고 있다. 대구공항 통합이전, 원전해체연구소 유치 등 지역이 공을 들이는 사업마저 지지부진하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구경북 무시와 갈라치기 결과다. 이번 일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봐야 한다. 대구경북에 대한 청와대의 생각, 나아가 문 대통령의 지역에 대한 인식이 표출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을 비롯해 대구경북 구성원 모두의 비상한 대응이 필요하다.

2019-03-16 06:30:00

[사설] 민주당, 부산에서 신공항 건설이라니 지역 갈등 부추기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영남권 신공항과 관련해 부산에서 해괴한 발언을 쏟아냈다고 하니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이해찬 대표, 설훈 최고위원 등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 이어 적극 지원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이 말대로 진행될 경우 대구경북과 부산의 해묵은 갈등이 재연될 수밖에 없어 여당 지도부가 지역 갈등 및 대립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이해찬 대표는 13일 부산에서 비공개로 열린 부산시·민주당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부산·울산·경남이 전면 거부하는 김해공항 확장안의 국무총리실 이관 재검토 지원 등을 약속했다. 이 대표는 "영남권 주민들이 유럽과 미주로 가려면 번거롭게 인천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국제관문공항이 하나 더 필요하다는데 이견이 없다"고 했다. 아무리 좋게 해석해도, 부산이 원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허용하는 발언인 것 같아 기가 찬다.이 대표와 설 최고위원은 '관문공항 필요성'까지 언급함으로써 지난달 13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비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 대표가 국무총리·장관을 지낸 책임 있는 정치인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대구경북과 부산이 10년 넘게 밀양과 가덕도를 놓고 심각하게 대립하다가 가까스로 봉합된 역사를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김해공항 확장안은 2016년 5개 시도지사 합의에 따른 결과물이었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데, 이를 되돌리겠다는 발상은 민주주의의 파괴나 다름없다.민주당 지도부의 발언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산의 민심을 얻기 위한 정치적 수사로 해석하고 싶다. 제정신을 가진 정치인이라면 지역 간 다툼을 부추기는 발언을 함부로 할 리 없다. 아무리 총선 대비용이라고 해도, 지역이기주의를 조장하고 민심을 분열시킬 수 있는 발언은 신중해야 함은 잊지 말아야 한다.

2019-03-15 06:30:00

[사설] 경제·안보 정책 일신해야 文대통령 지지율 반등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리얼미터가 11~13일 전국 유권자 1천510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2.5%포인트)한 결과 문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45.0%, 부정 평가는 50.1%로 나타났다.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지만 이번 조사 결과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집권 후 문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치로 하락한 것은 물론 부정 평가가 처음으로 50%를 넘었다. 긍·부정 간 격차가 오차 범위를 벗어났다. 특히 중도 성향, 30·50대, 수도권에서 지지율이 하락한 것은 의미심장하다.대통령 지지율이 고점 대비 반 토막이 난 원인은 국정 주축인 경제와 안보가 휘청거렸기 때문이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원점으로 회귀한 북한 비핵화, 삐걱대는 한미 동맹 등 안보 위기에다 일자리 문제 악화, 서민 경제 위기, 미세먼지 사태, 탈원전 혼란 등 경제·민생 불안이 지지율을 끌어내렸다. 손혜원 의원 투기 의혹과 서영교 의원 재판 청탁 의혹, 환경부 블랙리스트 등 비위 의혹이 쏟아진 것도 지지율 하락을 불러왔다. 특히 '캠코더' 인사, 야당을 비롯한 비판 세력 무시 등 불통에 폐해가 드러난 정책들을 반성은커녕 계속 밀어붙이는 독선과 오만이 민심 이반을 가져왔다고 봐야 한다.역대 대통령들을 보면 지지율이 40% 이하로 떨어지면 대부분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한 채 내리막길을 걸었다. 문 대통령 역시 같은 길을 걷게 된다면 국정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경제가 나빠 지지를 철회하는 사람보다는 경제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고 잘못된 정책을 고집하는 데 실망하고 등을 돌리는 국민이 더 많다. 지금이라도 문 대통령은 소통에 힘을 쏟고, 경제·안보 정책 등 기존의 국정 기조를 확 바꿔야 한다. 경제 활성화와 튼튼한 안보에 역점을 두고 구체적 성과를 내야 멀어지는 국민 마음을 되돌릴 수 있다.

2019-03-15 06:30:00

[사설] 거짓말하면서까지 대북제재 위반 논란 무릅쓴 문 정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연례 보고서가 지난해 8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석유 반출이 사실상 대북제재 위반이라고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2일 공개된 보고서는 "지난해 8월 남북연락사무소 개소를 위해 개성(공단)에 석유제품을 이전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모든 회원국은 북한으로의 모든 정제 석유제품 이전을 대북제재위에 보고해야 한다'는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2017)를 상기시키며 "이 구체적 항목을 주목(note)한다"고 밝혔다.이는 석유 반출이 대북제재 위반이라는 뜻으로 반출 당시 "대북제재 위반이 아니다"고 한 문 정부의 설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당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통위에서 "대북제재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거짓말을 한 것이다.거짓말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지난 1월 당시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전문가 패널 측에서 우리 정부의 결의 위반을 언급했다는 것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한국 정부에 서한을 발송했다고 분명히 적시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대북제재위가 문 정부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음을 짐작게 한다.대북제재위가 문 정부의 삭제 요청을 거절하고 보고서에 지난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이 벤츠 리무진에 김정은과 동승해 카퍼레이드를 하는 사진을 게재한 것도 마찬가지다. 대북제재 위반 차랑에 동승한 것 자체가 북한의 불법행위를 묵인·방조하는 것이란 메시지로 읽힌다.이번 일로 문 정부의 대외 신뢰도 실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에 집중하고 있다.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대북제재에 구멍을 내는 역주행은 당장 멈추어야 한다.

2019-03-15 06:30:00

[사설]부동산 거래신고 위반 급증 부른 물렁한 적발과 처벌

지난해 부동산 거래신고 위반 행위가 전년 대비 30% 넘게 급증하며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부동산 가격이 치솟자 실거래 가격을 속이거나 허위 증빙 자료를 제출하다 적발된 사례가 2018년에만 전국에서 9천596건, 1만7천289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부동산 가격을 왜곡하고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불법행위라는 점에서 탈루 세금 추징 등 엄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문제는 이런 불법행위가 매년 큰 폭으로 늘면서 부동산 시장에 미칠 악영향 등 소비자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1년 이후 2016년까지 매년 평균 적발 건수는 2천~3천 건에 머물렀다. 하지만 2017년 7천263건으로 급증했고, 지난해는 1만 건에 근접해 사상 최대다. 2016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부과된 과태료 금액만 826억원(1만5천610건)인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 거래 관련 불법행위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말해준다.대구에서도 다운계약 의심 사례가 속출하며 실거래가 신고 규정 위반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대구 역대 최고가 분양 기록을 세운 수성구 '힐스테이트범어' 단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말 입주권·분양권 전매 제한이 풀린 이후 매매된 28건 중 20건이 분양가 수준에 거래한 것으로 신고돼 구청이 뒤늦게 실태 조사에 나섰다. 2억~3억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는데도 실제 가격으로 거래 신고된 사례가 고작 8건이라는 것은 양도소득세 탈루, 편법 증여 등 의혹을 짙게 한다.서민이 내 집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온갖 불·탈법행위가 판을 치며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는데도 이를 방치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와 국회는 건전한 시장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국토부의 실거래 조사권한 신설과 자전거래 금지, 거래신고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 미루면 미룰수록 시장에 미치는 부작용과 폐해가 커진다는 점에서 입법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2019-03-14 06:30:00

[사설] 세계를 속인 북한의 핵 활동 지속, 이것이 진정한 평화인가

12일 공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북한이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과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에서 밝힌 '비핵화 의지'는 말 그대로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국민과 전 세계를 기만한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문재인 정부에도 그렇다. 남북경협 우선 정책은 몽상(夢想)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이기 때문이다.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온전(remain intact)하며 북은 이에 더해 우라늄 채광과 핵물질인 고농축우라늄(HEU) 확보에 필수적인 설비인 원심분리기의 구매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또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지난해 평양 정상회담을 전후해 영변 핵시설에서 폐연료봉이 인출됐다고 한다.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핵물질인 플루토늄이 추출된다.그뿐만 아니라 지난달 '하노이 핵 담판'에서 김정은이 대북제재의 완전 해제 조건으로 폐기를 제시한 영변 핵시설도 여전히 가동 중이며 핵·미사일 조립·생산 시설에 대한 타격 가능성을 고려해 민간 공장이나 비군사시설을 반복적으로 활용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사실은 북한이 HEU와 플루토늄의 대량생산에 들어갔다는 것으로, 겉으로는 평화를 위장하면서 뒤로는 핵무장 강화에 박차를 가해온 것이다.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안이하다 못해 태평하다. 통일부는 11일 공개한 '2019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올해 정책추진 방향을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발전'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현실을 보지 못하는 것인지 보지 않으려는 것인지 절망스러운 남북경협 집착이다.북한이 핵 활동을 멈추지 않는데도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것은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지적대로 북한에 대량살상무기(WMD) 보조금을 주는 꼴이다. 문 정부는 하루 빨리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2019-03-14 06:30:00

[사설] 세금 퍼붓는 일자리로는 고용 개선 어렵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26만3천 명 증가한 2천634만6천 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1월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하지만 고용동향을 조목조목 살펴보면 걱정이 앞선다. 정부가 세금을 풀어 노인 일자리 사업 등 인위적인 일자리 늘리기 정책을 편 결과 전체 취업자 수가 늘었지만 제조업 등 양질의 민간 부문 취업자 수는 오히려 줄었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 수가 23만7천 명 증가했다. 보건복지부가 25만 명대 후반에 달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조기 집행해 60대 이상 취업자 수가 역대 최대 폭으로 늘어난 덕분이다.경제를 떠받치는 '허리'인 3040세대의 고용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다. 30대 취업자 수는 11만5천 명, 40대는 12만8천 명 감소했다. 세금으로 떠받치는 공공 부문 고용을 제외한 민간 부문 고용 상황 역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 수가 15만1천 명 감소했다. 지난해 4월 이후 11개월 연속 마이너스이고, 3개월 연속 10만 명 이상 줄었다.정부가 세금을 풀어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은 한계가 있고 문제가 많다. 세금을 뿌려 아르바이트 수준의 공공 일자리를 만드는 임시방편으로는 고용 한파를 극복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2년 동안 일자리 만들기에 세금 54조원을 쏟아부었지만 고용 상황이 나아지지 않은 것이 이를 입증한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큰 폭 늘었다고 하지만 일자리가 늘었다고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출 증가, 투자 활성화, 규제 개혁 등 정부가 정책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민간 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 전환이 없는 한 제조업 등 민간 부문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 것이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고용시장의 봄은 오기 어렵다.

2019-03-14 06:30:00

[사설]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란 말이 그리 귀에 거슬리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북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에 빗댄 것을 두고 청와대와 여당이 강력히 반발했다.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국가원수모독죄"(이해찬 대표),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홍영표 원내대표)며 발언 취소와 함께 나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했다.공감하기 어려운 반발이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이 "더 이상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란 표현은 지난해 9월 26일 미국 블룸버그 통신이 처음 쓴 것으로, 당시 이 통신은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 됐다"고 보도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를 인용한 것이다.북핵 문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발언들은 중립적인 견지에서 볼 때 블룸버그 통신의 표현이 과하다고 하기 어렵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5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김정은의 한반도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고 한 발언이다. 그러나 그 의지는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남북관계 개선이 비핵화를 이끈다며 비핵화보다 남북경협과 대북제재 해제를 앞세우는 것을 봐도 그렇다. 바로 김정은이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어이없는 것은 '국가원수모독죄'라는 비판이다. 1988년 폐지된 이 죄목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때 국민의 입을 막는 도구였다. 민주화 세력을 자처하는 현 집권 세력이 자신을 비판한다고 권위주의 정권에나 어울릴 위협의 언사를 뱉어내다니 놀라울 따름이다.대북정책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점에서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야당에 앞서 여당이 먼저 문 대통령에게 해야 할 고언(苦言)이다.

2019-03-13 06:30:00

[사설] 탈석탄, 원전 유지가 미세먼지 공포에서 국민 걱정 더는 길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미세먼지 사태 원인이라는 주장이 또 나왔다. 자유한국당 '재앙적 탈원전 저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특별위원회'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탈원전을 즉각 중단하고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한국당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국민건강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초미세먼지 배출이 제로에 가까운 원전 비중은 줄이고 초미세먼지 배출이 많은 석탄·LNG발전 비중은 높였기 때문이다. 2016년엔 석탄과 LNG발전 비중이 각각 40%, 22%였으나 지난해엔 42%, 27%로 증가했다. 반면 원전은 30%에서 23%로 비중이 축소됐다는 것이다. 삼천포발전소 경우 1㎿h(메가와트시)당 498g으로 국내 석탄발전소 중 초미세먼지를 가장 많이 배출했다. 분당 LNG발전소 역시 초미세먼지 46g을 배출했다. 원전은 초미세먼지 배출이 제로에 가까웠다.미세먼지가 국민 재앙이 되자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조기에 폐쇄하겠다고 밝히는 등 뒤늦게 대책을 내놨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 역시 탈석탄과 탈원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2022년까지 석탄발전소 7기가 더 생긴다. 이 가운데 3기는 문 정부 출범 당시 이미 착공이 된 상태였지만 나머지 4기는 신규로 착공됐다.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이 이율배반적이란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연평균 수준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계속되면 수명이 6개월 단축될 것이란 주장마저 나온다. 미세먼지는 공해를 유발하지 않는 원전의 중요성과 가치를 돌아보게 했다. 세금으로 공기청정기를 온 나라에 달겠다는 대책으로는 사태를 해결하기 어렵다. 미세먼지로부터 국민건강을 지키려면 미세먼지 주범인 석탄발전을 줄여야 한다. 이와 함께 온갖 폐해가 드러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을 유지하는 것이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길이다.

2019-03-13 06:30:00

[사설] 구미 정치권, 싸움질보다는 경제 살리기로 승부해야

구미 정치권에 단체장, 여야의원 간 신경전이 대단하다. 총선 1년여를 앞두고 상대방을 비판하고 흠집 내려는 발언이 자주 나오는 걸 보면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벌이는 것 같다. 구미 경제가 IMF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하는데, 정치권은 싸움질로 영일이 없으니 시민들의 마음은 답답할 뿐이다.지난해 장세용 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되면서 전국적인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시민들이 장 시장을 선택한 것은 경제적 기대 심리 때문일 것이다. 장 시장은 새마을과 폐지를 둘러싸고 논쟁을 불러온 것 말고는, 아직까지 기억나는 일을 하지 못했다.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상대방 비판과 견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장석춘 의원은 민주당 김현권 의원(비례대표)을 향해 '도저히 협치가 되지 않는다' '구미를 위해 일할 생각이 없다'고 비판했다. 백승주 의원은 5·18 망언과 관련해 민주당 홍의락 의원이 근거 없이 자신을 비판했다며 국회 윤리위 제소를 추진하고 있다.소속 정당도 중요하고 총선 대비도 좋지만, 구미의 처지를 생각하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이다. 지역 경제와 시민 생활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총력을 기울여도 부족할 판에 감정싸움이나 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정치권이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 이전 반대와 SK하이닉스 공장 유치에 얼마만큼 힘을 보탰는지 묻고 싶다. 시민의 공복이라면 심한 말로 하면 삼성·SK 본사 앞에 드러눕더라도 시민의 염원을 풀어줘야 한다. 정권 눈치를 보면서, 혹은 가만히 앉아 말만 하면서 표를 달라고 한다면 얼마나 우스운가.시민들은 생활과 유리된 정치 싸움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어느 당 소속인지도 중요하지 않다. 구미에서 표를 얻고 싶으면 구미 경제를 살리고 성과를 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렇게 할 자세와 각오가 없다면 구미에서 선거에 나올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다.

2019-03-13 06:30:00

[사설] 갈팡질팡 카드 소득공제, 차라리 기본공제 전환해야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폐지' 발언이 증세 논란으로 번지자 정부가 11일 "연장 검토"를 시사하며 입장을 바꿨다. 1999년 도입된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그동안 여러 차례 소득공제율 조정과 함께 '폐지'와 '유지' 공방을 이어오면서 지금까지 7차례나 일몰을 연장해왔다. 지난해 정기국회 때도 여론 반발에 1년 연장을 결정했지만 올해 말로 종료를 앞두고 있다.카드 소득공제에 대한 정부의 기본 입장은 "정책 목표가 충분히 달성됐으니 축소나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직장인들은 "사실상 증세"라며 제도 축소·폐지에 부정적이다. 지난해 카드 소득공제를 받은 봉급 생활자가 968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제도 폐지로 몇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의 소득세를 더 물게 돼 월급쟁이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직장인이 연말정산으로 돌려받는 전체 신용카드 세액공제 금액은 1조8천537억원으로 1인당 평균 24만5천원꼴이다. 이는 매년 2조원에 가까운 세수 감소를 뜻하지만 봉급 생활자는 그만큼 세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를 보는 셈이다. 사정이 이러니 제도 폐지에 따른 불만이 만만찮고 조세저항 우려까지 나오는 이유다.이를 종합해볼 때 충분한 여론 수렴 없이 한꺼번에 카드 소득공제를 축소 또는 폐지하면 소비 위축 등 부작용이 불거질 수도 있다. 최근 석 달째 수출이 크게 감소하고 소비 부진이 심각한 상황에서 성급한 제도 폐지가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는 말이다.정부의 입장 변화에서 보듯 여론 반발 등 정치적 부담 때문에 손을 대기 어렵다면 2022년까지 카드 소득공제 연장안을 대표 발의한 추경호 의원(자유한국당)의 해법대로 이를 기본공제로 전환해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제도의 부정적 측면보다 '플러스 효과'에 주목해 제도 존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2019-03-12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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