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암(海岩) 이승주 회장님 영전에 바칩니다

노희찬 삼일방직 회장 추도사

섬유· 염색 산업 강국 토대 쌓은 큰 별!

해암(海岩) 이승주 회장님 영전에 바칩니다.

최근 몇 년간 병석에서도 그토록 강건하시고 인자하셨던 회장님이 황망히 떠나셨다는 애통한 비보에 충격과 슬픔을 주체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회자정리(會者定離)와 생자필멸(生者必滅)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섬유· 염색 업계의 큰 별을 잃은 후진들은 청천벽력의 애달픔과 비통함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돌이켜 보면 회장님은 우리나라 염색 산업의 고도화와 선진화를 최일선에서 견인하신 진정한 선구자이자 지도자이셨습니다.

명문대학을 졸업하신 후 공직에 계시다 국제염직을 창업하여 우리나라 최초로 화섬감량가공기술을 개발하여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키우신 탁월한 기업인 이셨습니다. 한국산 화섬 직물의 세계화를 선도하셨습니다.

한국염색연합회장을 맡아 허허벌판 불모지 대구 비산동에 세계 최대 규모의 염색전문단지를 조성하여 상전벽해 기적을 이룬 일등공신이십니다.

대구 비산염색공단의 성공 사례는 안산 반월 염색공단과 부산 신평염색단지 등으로 확대돼 한국 염색 산업이 세계 1등 반열에 올라섰으며 모든 것이 회장님의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과 혜안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존경하고 추앙하는 이승주 회장님!

회장님은 섬유산업의 꽃인 염색 산업을 통해 이 땅에 섬유보국을 일으킨 진정한 애국자이자 위대한 지도자였습니다.

회장님의 선구자적 혜안과 용단이 없었다면 한국의 섬유산업은 이미 파산의 불길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섬유산업을 떠받치는 대들보이자 최후의 보루인 대구 염색산업공단이 버티고 있기에 오늘의 코로나19 대위기에도 꿈과 희망을 갖고 미래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그 높으신 업적을 후진들은 천년만년 간직하고 계승하겠습니다.

회장님은 염색 업계 代父로서뿐 아니라 우리나라 중소기업계의 어른이셨습니다.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어린 시절부터 인정과 의리가 넘치고 어렵고 그늘진 곳은 봄날처럼 감싸주되 강자적 논리 앞에는 추상같이 엄격하셨습니다.

80년대 초 염색 산업의 주원료인 분산염료 국내 공장이 채 완공되기도 전에 정부가 수출입 기별공고를 통해 수입을 막아 버린 황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염색연합회 회장인 회장님께서 정부와 해당 재벌사를 상대로 강력한 항의와 일전불사 의지로 정면 대결해 원점으로 되돌린 무서운 강단을 보이셨습니다.

공사를 분명히 가르는 훌륭한 인품과 기업가 정신은 모든 기업인에게 귀감이 되셨습니다. 12대 전직 대통령 재임 시 이 국제텍에 현직 대통령이 두 차례나 방문했습니다. 국가 최고 통치지가 "애로가 뭡니까? 무엇을 원합니까?" 하고 채근했을 때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이대로가 좋습니다."며 퉁명스럽게 답변해 화제가 됐습니다. 당시 대통령에게 청탁했다면 재벌랭킹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두 번이나 뿌리친 그야말로 순박하고 양심적인 기업인이셨습니다.

존경하고 추앙하는 이 회장님!

회장님은 대구 섬유 업계뿐 아니라 중소기업계의 거목으로서 중앙 무대에서도 혁혁한 공적을 세우셨습니다.

서울 강남 삼성동에 자리 잡은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소유 섬유센터 정문 앞에 세워진 초석에는 건립 공로자로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과 이동찬 전 코오롱그룹회장, 박용학 전 대농회장, 장치혁 전 고합그룹회장등과 함께 이승주 회장 이름이 새겨져 찬연히 빛나고 있습니다.

섬유산업사에 영원히 잊지 못할 숭상 받는 덕목이십니다.

제가 대구 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재임할 때 대구시민프로축구단(대구FC) 창단이 있었습니다. 창단 자금을 모금하기 위한 모임에서 이 회장님이 가장 먼저 거액을 쾌척하시자 다른 기업인들이 따라 기탁금을 내었습니다.

회장님의 선제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대구FC 창단에 많은 난관이 있었을 겁니다. 그 많은 공적을 일일이 소개할 수가 없습니다.

정부도 회장님의 공적을 높이 평가해 대통령표창, 석탑산업훈장, 은탑산업훈장, 금탑산업훈장과 새마을훈장 협동장 등 훈포장을 수여했습니다.

대구의 매일신문과 국채보상운동 기념사업회가 공동주최한 서상돈상을 중소기업인 최초로 수상하시면서 "저희 세대는 정말 힘든 역사를 살아왔다"고 술회하신 소감에 참석자 모두가 기립박수로 인사한 장면이 엊그제처럼 생생합니다.

존경하고 추앙하는 이승주 회장님!

대한민국 섬유․염색 업계의 위대한 지도자이자 큰 별인 이 회장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당연히 섬유인의 뜻을 모아 '섬유인장'으로 배웅해야 함에도 회장님의 간곡한 가족장 뜻을 받들어 이렇게 조촐히 인사드리게 돼 송구합니다.

더구나 지금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대재앙으로 저희 염색 업계와 섬유산업 전반이 심하게 출렁이는 엄혹한 상황입니다.

회장님이 계시지 않는 이 벼랑 끝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앞이 막막합니다.

그러나 섬유보국을 위한 회장님의 가르침을 교훈삼아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기 위해 저희 후진들은 사즉생 각오로 전력투구 하겠습니다.

부디 모든 시름 잊으시고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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