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맛있는 영화관

맛있는 영화관/ 백정우 지음/ 한티재 펴냄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한 장면. 매일신문DB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한 장면. 매일신문DB

 

TV에 '먹방'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지구촌 저 너머 아프리카엔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못 먹는 사람들이 수두룩한데도 말이다. 어쨌거나 먼 나라 사람들의 사정은 일단 접어두고 우리의 현재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이 책은 음식에 관한 새로운 프리즘, 즉 '영화 속 음식에 관한 섹시한 담론'이다. 대개는 그냥 지나쳤을 법한 줄거리 위주의 영화감상에서 저자는 음식에 주목했다.

'영화에서 음식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사람 사는 이야기와 인간 욕망의 파노라마를 그려낼 때 음식보다 적절한 소품은 없기에 장르를 막론하고 어디에나 등장하고, 때때로 음식 먹는 장면은 오랜 울림을 준다.'(16쪽)

저자의 이런 논리에 따라 본격적으로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영화 '강철비'에서 북한군 정예요원 엄철우와 남측 외교안보수석 곽철우 사이에서 허겁지겁 먹던 잔치국수는 서로를 '빨갱이'와 '미제'로 부르던 적대적 관계를 불식하고 서로의 가족관계를 묻는 훈훈한 매개가 됐다.

'화양연화'에서 가장 황홀한 장면을 만들어 낸 음식은 완탕면이다. 여기서 완탕면은 잦은 출장으로 남편이 집을 비우는 장만옥과 아내의 늦은 퇴근으로 홀로 밥을 먹는 양조위가 마주치는 매개로 좁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교차하는 장만옥의 치파오 차림은 관능의 정점을 찍었다.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결정적 순간을 장식한 건 팥죽이다. 광대 하선이 왕을 대신해 백성을 헤아리는 15일간의 행적에서 팥죽은 기미나인 사월이의 사정을 헤아리고, 중전을 위로하고, 우직한 도부장의 의심을 충성의 맹약으로 치환시키는 매개였다.

어디 이뿐일까? '내부자들'에서 한 손을 잃은 이병헌이 왼손으로 서툴게 라면을 먹는 장면은 와신상담의 비장함이 드러나고, '택시운전사' 중 서울로 되돌아가던 송강호가 국수를 먹는 장면은 직전에 벌어진 광주 상황과 겹쳐지면서 보는 이까지 먹먹하게 했다.

또 한국영화 사상 가장 유명한 라면은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가 끊인 라면이란다. 라면만 같이 먹을 사람이 필요한 여자와 김치도 나누고 해장까지 같이 할 여자를 원했던 남자가 벌인 사랑이야기는 라면을 매개로 급속히 가까워지고 사랑 놀음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백정우의 영화 속 미각 에세이는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면서도 쉽고 읽는 재미가 맛깔스럽다.

누구에게나 하나쯤 '소울 푸드'란 게 있다. 나의 소울 푸드는 무엇이고 당신의 소울 푸드는 무엇인가요? 오늘 점심은 그 소울 푸드를 찾아봐야겠다. 236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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