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수 기자의 클래식 산책]<18>인간과 자연을 노래한 ‘전원교향곡’

봄이 바야흐로 절정을 넘어서고 있다. 온 천지에 푸르름과 화사함으로 가득하다. 이때 생각나는 음악이 베토벤의 제6번 교향곡 '전원'이다.

베토벤은 25세 전후로 청력을 잃기 시작해 30세 땐 귀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베토벤은 청력 회복을 위해 오스트리아 빈 근처의 작은 마을 '하일리겐슈타트'로 가 요양을 했는데, 그때 자연에서 받은 감동을 표현한 작품이 바로 '전원 교향곡'이다.

같은 시기에 교향곡 5번 '운명'도 완성했는데, 두 교향곡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 '운명'이 비극적 운명에 당당히 맞서 승리를 구가하는 베토벤의 강한 얼굴이라면, '전원'은 인간과 자연을 무한히 사랑하는 부드럽고 따뜻한 베토벤의 모습이다.

'전원'은 베토벤이 직접 제목을 붙인 표제음악이다. 각 악장마다 제목도 붙였다. 1악장 '시골에 도착하였을 때 느끼는 즐거운 감정'은 넓고 푸른 전원에 도착하였을 때의 상쾌한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2악장 '시냇가의 풍경'은 현악기의 맑은 소리가 자연을 노래한다. 나이팅게일을 묘사하는 플루트의 소리와 메추리를 표현한 오보에의 소리, 뻐꾸기를 표현한 클라리넷 소리가 깊은 숲속의 아름다움을 사실적으로 표현돼 깊은 숲속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시골 사람들의 즐거운 모임'과 '폭풍우', 그리고 '폭풍이 지난 뒤의 기쁨과 감사'를 노래한 3, 4, 5악장은 쭉 이어서 연주된다. 시골풍의 소박한 춤곡이 펼쳐지는 3악장에서는 평화로운 전원을 배경으로 농부들이 즐겁게 먹고 마시며 춤을 추는 모습이 펼쳐진다. 그러나 흥겨운 음악은 갑자기 중단되고 천둥이 치고 비바람이 부는 폭풍의 격렬함을 묘사한 4악장이 이어진다. 5악장에서 폭풍이 지나간 것을 감사하는 아름다운 노래가 갖가지 형태로 변주되며, 음악은 절정에 달하는데, 베토벤의 의도대로 대자연과 인간과 교감의 감동을 느끼며 장엄하게 교향곡은 끝을 맺는다.

전원 교향곡은 숨결처럼 부드러운 신의 사랑을 여러 가지 주제로 표현한다. 광포한 폭풍 같은 주제로, 때론 이슬비 같은 주제로, 또 가끔은 따사로운 햇볕 같은 변주로, 그러다가 순박한 농부의 마음으로 본 자연의 변주로 이어진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자연의 숭고함을 음악적 표현으로 인간에게 호소한다. 2악장 시냇가의 풍경은 여러 악기로 여러 새소리를 흉내 내는데 이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여름날 시원한 냇가에 앉아 새소리를 듣는 착각에 빠진다.

이처럼 나무는 하나의 악기이고, 숲은 콘서트홀이다. 바빠 숲에 갈 수 없다면 '전원' 교향곡을 들어보자. 그러면 잠시 숲에 온 착각에 빠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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