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콜리를 아세요?

천 개의 파랑(천선란 글/ 허블/ 2020년)

바람 부는 파랑-나진영 바람 부는 파랑-나진영

미래 사회는 암울할까, 암울하지 않을까. '멋진 신세계'에 그려진 미래 사회는 우울했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유발 하라리는 AI가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많은 일을 대신할 것이고 인간은 새로운 일,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일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인류는 빠른 속도로 발전, 변화해 왔다. 그 변화와 발전의 기술적인 측면은 적은 수의 인간들이 이루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회와 사람들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간다. 누군가는 AI에게서 수술을 받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런 선택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빠른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인간들, 그리고 동물들은 이 지구에 어떤 희망을 가져야 할까.

작가 천선란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언제 써놨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언제나 이 문구를 보며 지구가 변해가는 속도와 놓치고 가는 사람, 그리고 동식물에 대해 생각했다. 그래서 '천 개의 파랑'을 썼다." 뛰는 발걸음에 지나가던 개미가 밟히지 않도록, 천천히 걷는 연습 중이라고 한다.

'천 개의 파랑'에서 콜리는 경주마 '투데이'의 기수 휴머노이드다. 투데이는 인간의 재미를 위해 달리다 관절이 다 닳아 안락사를 앞두고 있다. 콜리는 주로에 선 투데이를 멈추기 위해, 살리기 위해 낙마했고 하반신이 부서진 채로 폐기를 앞두고 있었다. 이때 연재를 만났고 콜리와 투데이는 삶의 2막을 연다. 연재는 고등학생이고 로봇영재다. 콜리를 고친다. 콜리는 연재에게 친구 지수와의 관계 회복을 가져다주고, 연재의 엄마-보경과 대화하면서 그녀에게 깔려있던 부정적 감정들의 표피를 벗겨준다. "행복만이 그리움을 이길 수 있다고 했잖아요. 아주 느리게 하루의 행복을 쌓아가다 보면 현재의 시간이, 언젠가 멈춘 시간을 아주 천천히 흐르게 할 거예요."(p286) 콜리는 따뜻한 휴머노이드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이 만들었다. 콜리와 같은 휴머노이드를 만들 수 있는 인간이라면 우리의 미래도 우울하지 않다. 그 속에서 희망을 본다.

경주마 투데이를 둘러싼 인물들도 많다. 은혜는 투데이의 안락사를 막기 위해 작전을 짜고 성공한다. 수의사 복희는 경주마들을 돌보고 안락사를 시키기도 한다. 복희는 케냐에서 상아 없이 태어난 아기 코끼리를 만났고, 얼룩말들의 집단자살을 목격했다. 도대체 인간은 이 지구에 어떤 존재인지 생각이 많아진다. 천선란 작가는 동식물이 주류가 되고 인간이 비주류가 되는 지구를 꿈꾼다고 했다. 나도 그런 지구를 생각해 본다. 꿈이 이루어진다면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그렇다면 인간은 함께 있지만 모두 같은 시간을 사는 건 아니네요."(p284) 이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콜리는 천 개의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짧은 삶을 살았지만, 모든 단어들이 전부 다 천 개의 파랑이었다. "마지막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파랑파랑하고 눈부신 하늘이었다."(p354) 이 책을 덮으며, 나는 오른쪽 눈을 꾹 누른다. 왼쪽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천 개의 파랑'이다.

나진영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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