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희 대주교 장례미사…"하느님의 나라에 편안히 임하시길"

신자·사제단 등 600여 명 몰려…좌석 모자라 성당 입구에서 애도 표하기도
"우리 지역 큰 어른 떠났다"…600여명 참석 마지막 길 배웅

선종한 천주교대구대교구 제8대 교구장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의 장례미사가 17일 오전 대구 수성구 주교좌 범어대성당에서 진행되고 있다. 장례미사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등 한국 주교단과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엄수됐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선종한 천주교대구대교구 제8대 교구장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의 장례미사가 17일 오전 대구 수성구 주교좌 범어대성당에서 진행되고 있다. 장례미사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등 한국 주교단과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엄수됐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매일신문 |

천주교 대구대교구 제8대 교구장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의 장례식이 17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주교좌 범어대성당에서 거행됐다.

이날 오전 9시 30분 빈소였던 계산성당 연도장례식장을 떠난 운구차는 서성로네거리, 국채보상로, MBC네거리를 거쳐 주교좌 범어대성당 정문에 오전 10시쯤 도착했다. 이후 10시 30분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를 비롯해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등 한국주교단과 사제단의 공동 집전으로 장례미사가 시작됐다.

범어대성당에는 장례미사 소식을 들은 신자와 일반 시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이 대주교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모였고, 대성당 안은 신자와 사제단 등 600여 명으로 가득 찼다. 좌석이 모자라 성당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신자들은 성당 입구에 모여 눈을 감고 애도를 표했다. 신자와 시민들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지역사회의 큰 어른인 이 대주교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했다.

장례미사는 조환길 대주교의 예식을 시작으로 약력 소개와 고별사, 추모 영상 상영, 고별 기도 순으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성가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대구대교구 소속 사제 8명이 고인의 관을 들고 입당하자 일부 신도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조환길 대주교는 이 자리에서 "주교 서품 50주년을 1년 앞두고 떠나보내게 돼 안타깝다"며 이 대주교가 남긴 유언장 전문을 낭독했다. 이어 "이제는 편안히 하느님의 나라에 임하시길 빌며 우리도 그곳에서 고인을 기쁘게 만나뵙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장례미사에 참석한 김부기 신부(78·전 매일신문사 사장)는 "우리 교구를 위해 평생을 헌신하는 이 대주교님의 영원한 안식을 빈다"며 "대주교님께서는 가장 오랫동안 교구를 위해서 애쓰셨고 많은 일을 하셨다. 마지막에 건강이 안 좋으신데도 교구를 위한 일은 다 하시고 가셨다"고 했다.

권영진 대구시장,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우동기 대구가톨릭대총장 등도 이날 장례미사에 참석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우리 지역의 큰 어른께서 오늘 하늘나라로 가셨다"며 "그동안 지역을 위해서 또 종교를 위해서 헌신해주신 이 대주교님께 감사드리고 이제 하느님의 나라에서 영면하셨으면 좋겠다"고 애도했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대학교 때 이 대주교님을 처음 뵈었다. 당시 학생들이 대주교님께 떼도 많이 썼지만 호탕하게 웃으시며 너그러이 받아주셨다"며 "그때 이후로 뵐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떠나실 때 뵙게 됐다"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구경북을 지탱해 온 기둥이었고 우리의 나아갈 길을 이끌어 주시던 대주교님께서 하느님의 곁으로 돌아가셔 슬프다"며 "가끔씩 찾아 뵐 때면 늘 인자하게 용기를 주시고 격려해 주시던 대주교님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17일 오전 대구 수성구 주교좌 범어대성당에서 열린 대구대교구 제8대 교구장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의 장례미사에 참석해 고별사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17일 오전 대구 수성구 주교좌 범어대성당에서 열린 대구대교구 제8대 교구장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의 장례미사에 참석해 고별사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범어대성당에서 장례미사를 마친 뒤 운구차와 유가족 및 사제단 등을 태운 전세버스 2대는 오후 1시 30분쯤 경북 군위군 가톨릭묘원에 도착했다.

이문희 대주교의 하관예절이 진행된 가톨릭묘원엔 고인의 안식을 기원하는 추모객 300여 명의 기도 소리로 가득했다. 이곳은 이 대주교가 생전, 또 유언을 통해 안장되길 원한다고 밝힌 곳이다.

대구대교구 소속 사제 8명이 이 대주교 시신을 묘소로 운구하자 조환길 대주교의 집전으로 관을 묻는 천주교 의식인 하관예절이 시작됐다. 하관예절은 묘지 축복, 성수 뿌림과 분향, 하관, 흙 넣기, 청원 기도 순으로 진행됐다.

조 대주교는 기도를 올리며 "주님의 종 이 바울로가 이 무덤에서 고이 잠들어 안식을 누리다가 영원한 천상의 빛을 받아 누리게 하소서"라고 축원했다.

17일 오후 경북 군위군 가톨릭묘원에서 대구대교구 제8대 교구장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의 하관예절이 진행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7일 오후 경북 군위군 가톨릭묘원에서 대구대교구 제8대 교구장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의 하관예절이 진행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어 관 속에서 영면에 들어간 이 대주교를 향해 서너 차례 성수를 뿌리고 분향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후 관이 내려지기 시작했고 흙을 덮은 뒤 죽은 사람의 관직, 성씨 등을 흰색 글씨로 기록한 붉은색 천인 명정(銘旌)이 널 위에 펼쳐졌다. 조 대주교를 비롯한 사제들과 유족, 신자들이 흙을 한 삽 한 삽 퍼올리며 관을 덮었다.

'마지막 날 하느님 앞에서 모두 함께 만나자'는 유언을 남긴 이 대주교는 이렇게 하느님의 품 속으로 영원한 안식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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