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도서관을 가다-경북대] 호머 스미스의 ‘신장학’

생명에 관한 의문·호기심이 의학 진보 동력

 

호머 스미스의 '신장학' 표지 호머 스미스의 '신장학' 표지

앞으로 2년 후인 2023년에 경북의대는 개교 100주년이 된다. 긴 세월 동안 훌륭한 선배들이 있었으며 지금도 많은 동문이 열심히 연구와 진료에 매진하고 있다. 필자도 제법 긴 기간 동안 경북의대 동인행림에서 지내면서 질문과 호기심 가득한 학생들과 마주쳐왔다. 그것은 교정에서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나, 지금은 코로나 19로 잠시나마 잃어버린 모습이 되었고, 그렇게 소중한 것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과학의 진보는 동기부여와 호기심이라는 두 가지 동력으로 이루어져 왔다. 학창 시절 의대생들에게는 막중한 공부의 양과 낙제의 두려움에 긴장하면서도 가슴 한쪽에 품고 있는 "생명 현상과 질병에 관한 의문과 호기심"은 자신의 삶과 인생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경북대 도서관에는 1951년과 1956년에 출판된 호머 스미스의 '신장학'과 '신장 생리학의 원리'라는 책이 있다. 나는 도서관에서 이 두 권의 책을 80년대 호기심 가득한 의대생으로서, 그리고 90년대 새로운 동기부여가 필요한 신장 내과의사로서 만났으며, 바로 이 책을 통해 의학도로서 그 다음 단계의 진로를 설계할 수 있는 꿈과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콩팥은 신체의 수분과 전해질 대사를 조절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사구체에서 혈액 성분이 여과되고, 여과액은 세뇨관에서 재흡수 및 분비의 과정을 거쳐 소변이 된다. 신장에는 29개의 서로 다른 세포들이 존재하며 이들이 만들어 내는 신비한 하모니에 매료되어 나는 아직도 신장 생리학자로서 그 끈을 잡고 있다. 이 책들은 20세기 초반에 신장 생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분야의 지식을 정리하여 책으로 엮은 것으로, 호머 스미스만이 제시할 수 있었던 간결하면서도 완벽한 설명과 함께 그의 과학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특히 1920~30년대 여러 생리학자가 세뇨관 세포 배양을 시도한 기록과 세뇨관에서 포도당의 재흡수를 약물로 차단하고 이를 이용하여 수분 재흡수를 측정하려고 시도한 대목들은 지금 보아도 감탄할 만하다. 또한, 신장에서 이눌린과 파라아미노마뇨산 등 수많은 물질의 제거율을 측정하고 그 방법을 자세히 소개한 대목에서는 20세기 초기에 활동하였던 선배 과학자들의 눈부신 노력에 경의를 표할 따름이다. 그 이후 신장 생리학은 미세 천자법을 이용하여 소변 농축과 희석에 관한 개략적인 기전을 알아냈고, 세뇨관의 미세적출 및 미량관류로 각 부위의 기능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또한, 90년대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세뇨관에 존재하는 수분통로단백질과 전해질 운반체들이 밝혀짐에 따라, 더 넓은 관점에서 세뇨관의 기능을 재조명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랜 기간 나의 전공은 호머 스미스가 그 책에서 빈칸으로 남겨 두었던 세뇨관에서 항이뇨호르몬의 작용 기전 연구였다. 나는 운이 좋게도 마크 네퍼, 쏘렌 닐슨, 피터 아그레(2003년 노벨화학상 수상) 등 훌륭한 선생님들과 함께 그 신기한 자연현상을 조금이나마 새롭게 알게 되었고, 그 결과를 책 빈칸에 채워 넣을 수 있게 되어 큰 영광이었다. 자기 일에 진척이 느려지고 흥미가 떨어질 때, 그리고 나가야 할 길이 희미해질 때마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펼쳐 보자. 그 안에는 어릴 적 자신이 꿈꾸어 왔던 자화상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권태환 경대의대 교수

콩팥에서 산과염기의 이동을 설명한 그림 콩팥에서 산과염기의 이동을 설명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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