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동네책방]<4>고민상담소로 변신하기도 하는 '담담책방'

소통하면서 얻는 자유로운 힐링 쫓아 열게 된 책방
지난해 3월 오픈… "코로나19로 적당히 북적여 좋아"

대구 서구 비산동에 있는 담담책방의 모습. 김태진 기자 대구 서구 비산동에 있는 담담책방의 모습. 김태진 기자

동네서점치고는 교통요충지에 있어 놀랐다. 한국전력 서대구지사에 바투 있었으니. 놀라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3층이었다. 무릎이 욱신거릴 새는 없었다. 환영사와 따뜻한 그림에 눈길이 박혀 무릎에 신경쓸 틈이 없었기에. 레드카펫을 계단형으로 접어놓았다 해도 여기에 미치진 못할 만큼이었다.

출입구를 열기도 전에 허브 향이 훅 끼쳤다. 주변을 부유하는 향으로 샤워하듯 들어서자 이곳 주인 정의석(50) 씨가 맞아준다. 격식과 재력을 간편하게 퉁치려는 '사장님'이란 호칭 말고 '책방지기'로 불러주라 했다.

레드카펫을 밟고 올라섰든 명화를 보며 지나왔든 서점의 핵심은 책이다. 담담책방에는 '제주올레', '제주힐링' 등 제주를 소개하는 책이 많았다. 개중에서 'iiin'이라는 잡지도 있었다. 제주지역 이야기를 콘텐츠로 버무린 잡지다. 이쯤 되니 명예제주도민인가 싶었다.

정 씨는 3년 동안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 제주지부'에 있으면서 동네책방의 선순환 효과를 느꼈다 했다. 제주에 있는 동네책방 40여 곳을 다녔을 정도로 매력에 빠졌다며.

"소통을 하면서 얻는 자유로운 힐링이죠. 책이라는 게 확장성이 있는 매력적인 매개물이거든요. 책방에 손님이 오면 1시간 정도 있다 가거든요. 커피를 한 잔 앞에 두고 두런두런 책에 대한 생각을 나누다 보면 고민상담소로 바뀌기도 해요. 그래서 너무 많은 사람이 오진 않는, 여유가 있는 곳이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꿈은 이뤄졌다. 담담책방은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다. 기막힌 타이밍이다. 코로나19가 무서운 기세로 퍼져나가던 때였다. 너무 북적이는 서점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은 현실로 지속되고 있었다.

진열된 책은 1천 권 남짓. 문학동네, 창비, 민음사 등 유수의 출판사가 낸 책들부터 이제는 어엿한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선 유유출판, 도서출판 히읏의 책들이 주로 보였다. 대구경북 독립출판이 내놓은 책들은 많지 않았다.

동네책방은 업주의 취향을 어떻게든 드러내기 마련인데 숨은그림찾기 하듯 찾아내는 묘미가 있었다. 이곳 역시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강머리 앤'이 다양한 버전으로 깔려있었다. 답은 쉬웠다. 항상 밝은 앤의 모습을 좋아하는 정 씨 부인의 '최애 작품'이라고 했다. 남편인 정 씨 역시 밝음에 물들어 있었다.

"서점이 너무 잘 되면 어쩌나 고민했었는데 코로나19 덕분에 잘 조절되고 있어요. 다시 여러 사람이 모일 수 있는 때가 오면 독서모임은 물론이고 작은 공연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담담책방으로 올라가는 통로. 김태진 기자 담담책방으로 올라가는 통로.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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