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권좌의 끝에서 비극 맞는 대한민국 대통령…불행의 고리를 끊으려면

한국의 불행한 대통령/ 라종일 조병제 이구 허태회 황인수 정태용 지음/ 파람북 펴냄

왼쪽부터 1995년 11월 1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는 노태우 전 대통령, 1995년 12월 3일 경남 합천군에서 압송되는 전두환 전 대통령, 2009년 4월 30일 대검찰청에 소환되는 노무현 전 대통령, 2017년 3월 21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 2018년 3월 14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는 이명박 전 대통령. 자료사진 연합뉴스 왼쪽부터 1995년 11월 1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는 노태우 전 대통령, 1995년 12월 3일 경남 합천군에서 압송되는 전두환 전 대통령, 2009년 4월 30일 대검찰청에 소환되는 노무현 전 대통령, 2017년 3월 21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 2018년 3월 14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는 이명박 전 대통령. 자료사진 연합뉴스

"왜 대한민국 대통령의 불행은 반복될까?"

우리 국민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질문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불행한 말로를 맞는 경우가 많다. 신간 '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 역시 바로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됐다. 학자이면서 정치나 행정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6인의 저자가 '아름다운 전직 대통령'의 탄생을 바라며 이 책을 썼다.

책 '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 책 '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

◆성공한 나라의 불행한 대통령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한 대한민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국가 중 상당히 성공한 나라로 손꼽힌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이런 대한민국의 국정을 운영하는 최고 책임자일 뿐 아니라, 정치인이 다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사전 검증과 공개 경선이라는 험난한 과정을 통과한 후, 국민 다수의 선택까지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역경을 뚫고 전 국민에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여 한 나라의 최고 책임자 자리에 오른 대통령의 끝은 끊임없이 불행했다.

이 책은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역대 대통령들이 불행한 말로를 겪게 된 원인들을 정치, 외교, 언론, 리더십 등의 측면에서 분석해보고, 이러한 불행을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처방과 대안을 제시한다. 특히 이 책은 '역대 대통령의 연이은 불행'이라는 현상을 한국식 민주정치의 구조적 특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삼고 있다.

대통령 중심제인 우리나라의 정치 문화는 그에 맞추어 '대권'이란 이름으로 전근대적으로 형성됐다. 대권을 잡기 위해 한 인물을 내세운 세력이 모인다. 그 세력들은 대권 창출 후 대통령의 측근으로서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위해 노력하지만, 일부는 사익과 관련된 일로 대통령을 위기에 처하게 하거나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게 하기도 한다. 이 책은 '대권'의 이면에 대통령의 불행한 말로에 대한 시사점이 담겨있다고 말한다.

◆대통령의 성공의 장애물

'외교 함정'이라고 불릴 정도로 힘겨운 외교 현실은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와 국정 과제 추진 동력을 빼앗는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의 인구와 2위의 경제력을 가진 중국과 한때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점령했고 세계 3위의 경제력을 가진 일본의 틈바구니에 끼여 있다. 패권국인 미국은 우리나라와 일본을 동맹으로 묶어 동아시아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데다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에서 북한에는 주체사상과 핵무기로 무장한 세습 정권이 버티고 있다.

정치 제도적인 측면에서 보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와 '5년 단임제', '승자 독식'의 부작용도 적잖다. 대통령에 대한 지나친 권력 집중은 산업화 시기에는 민주주의를 희생시켰고, 민주화 이후에는 소통과 타협을 부정하는 권위주의의 잔재로 남아 민주적 정치 문화의 정착을 어렵게 만들었다. 장기 독재를 막기 위해 도입한 '5년 단임제'는 국정 운영의 불안정성과 비효율성을 초래했으며, 상대방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 설 자리가 없는 '승자 독식'으로 이어졌다.

권위주의 사회에서 자라난 역대 대통령들에게는 민주적 리더십도 부족했다. 청와대가 국민과 소통하는 방식은 지극히 일방적이고 단순했으며, 국민에게 그저 통고하는 행위를 국민과의 소통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짙었다.

대통령의 불행은 언론과도 관련이 깊다. 1970년대 이후 한동안 권위주의 지배 체제가 한창일 때, 국민들은 언론의 자유가 권위주의 독재에 맞서는 데 반드시 필요한 도구라고 인식했다. 하지만 언론이 정치 권력과 협력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오히려 언론은 민주주의 발전의 장애 요소가 되기도 한다.

◆불행의 고리를 끊으려면

이 책은 대통령의 비극의 고리를 끊을 방안에 대해 ▷국정운영의 비선 실세 방지 ▷권력의 사유화 예방 ▷인사에 있어서 전문성과 충성심의 조화 및 탕평인사 ▷협치를 통한 통합적 리더십(통합과 포용의 자세) ▷21세기형 양방향 소통 방식 ▷팩트 체크의 보편화 등 다각도로 제시한다. 그러면서도 앞서 언급한 방안은 기술적인 방안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대통령 불행을 초래하는 정치적 외연, 즉 '87년 체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저자들은 "지도자가 된다는 것, 특히 한 국가의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개인에 게 축복이면서도, 더 좋은 후보자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정치적 기회를 빼앗은 채무일 수도 있다.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후진적 정치 문화를 개선해나갈 때 비로소 대통령의 불행을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72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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