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기의 필름통] '에디슨의 경쟁자' 테슬라의 삶과 업적, 그리고 고뇌

영화 '테슬라' 스틸컷 영화 '테슬라' 스틸컷

니콜라 테슬라(1856~1943), 시대를 앞서간 천재 과학자이자 발명가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발명가 하면 에디슨을 먼저 떠올린다. 에디슨이 수완 좋은 사업가라면 테슬라는 비사교적인 과학자이자 몽상가였다.

한 예로 에디슨은 1893년 영사기 키네토스코프를 발명한다. 동전을 넣고 구멍을 통해 보면 영상을 볼 수 있는 기계였다. 관객이 관람료를 내고 영상을 보는 최초의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1895년 뤼미에르 형제의 시네마토그라프가 영화의 탄생 타이틀을 가져간다. 시네마토그라프는 하나의 영사기로 투사된 영상을 관객이 다 같이 보는 현재의 극장 형태였다. 에디슨이 요지경 같은 영사기를 발명한 것은 관객 1명 당 1개의 영사기가 필요한, 그래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리겠다는 비즈니스 마인드의 산물이었다.

그가 테슬라와 전류 전쟁을 벌인다. 에디슨은 직류를, 테슬라는 교류 시스템을 들고 나왔다. 에디슨은 테슬라의 교류를 비판하기 위해 비인간적인 실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고압 교류로 동물을 죽이는 공개 실험도 하고, 교류 전기의자로 사형집행까지 했다.

그렇지만 테슬라의 교류가 적은 손실로 전류를 보낼 수 있는 장점이 인정되면서 현대 전기문명의 태초를 열게 된다. 더구나 인류에게 이점이 있는 교류를 널리 보급하기 위해 자신의 특허권마저 포기한다. 자신의 이익에만 매달렸던 에디슨과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28일 개봉한 '테슬라'(감독 마이클 알메레이다)는 전류 전쟁 이후 테슬라의 삶과 업적, 고뇌를 다룬 영화다. 에디슨(카일 맥라클란)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테슬라(에단 호크)는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꿀 위대한 발명에 착수한다. 빛, 에너지 정보를 전 세계에 무선으로 전송하는 혁신적인 기술을 위해 최고의 자본가 J. P. 모건(도니 케샤와즈)의 도움을 구한다. 그는 콜로라도의 연구소에서 하늘로 번개를 쏘아 올리는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테슬라 코일에 대한 연구다.

각본과 제작, 감독까지 맡은 마이클 알메레이다의 테슬라에 대한 '흠모'는 영화 속에 잘 묻어난다. 에단 호크는 테슬라의 괴팍한 성격과 타협하지 않는 태도와 그에 따른 고독 등을 찡그린 표정과 깊게 난 이마 주름, 혼잣말 같은 대화 등으로 잘 나타내고 있다.

당시 테슬라 코일 등을 그린 판화와 그림으로 그려진 나이아가라 폭포 등 표현 기법도 상징성을 더한다. 테슬라의 머릿속에만 있던 이미지를 형상화 한 것으로 다소 비현실적 묘사들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가 얼기설기, 겉도는 대화처럼 불친절하다.

영화를 보기 전 테슬라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테슬라 코일은 수십만 볼트의 전압을 만들어내는 장치다. 이를 통해 최초의 형광등과 네온 등을 만들어 낸다. 영화에서 형광등과 네온으로 장식된 무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영화 '테슬라' 스틸컷 영화 '테슬라' 스틸컷

에디슨은 테슬라에게 전기를 싼 값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고안하면 거액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에디슨은 약속을 어겼고, 테슬라는 그와 결별한다. 심지어 1915년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거론됐지만 테슬라가 그와 함께 상 받기를 거부해 둘 다 수상하지 못했다는 설도 있다.

에디슨과 함께 등장하는 인물이 J. P. 모건과 조지 웨스팅하우스(짐 캐피건)이다. 모건은 미국 최고의 자본가로 테슬라에게 연구비를 투자한 금융인이고, 웨스팅하우스는 테슬라의 가능성을 알아본 사업가이다. 1895년 나이아가라 폭포에 교류발전기를 사용한 수력발전소를 건설한 인물이다.

또 테슬라는 결벽에 가까운 기벽도 있었다. 식사 전 광택이 나도록 스푼과 컵을 닦는 버릇이 있었다. 손수건은 흰 비단으로 된 것만 썼다. 영화에서는 냅킨을 수북이 쌓아놓고 스푼을 닦는 그가 잘 묘사돼 있다. 테슬라는 크로아티아에서 태어난 세르비아인으로 젊은 시절 미국으로 이민 갔다. 이런 이력이 그가 다소 폐쇄적인 성격을 가지게 된 것이라 짐작된다.

영화는 극 중 인물인 J.P. 모건의 딸 앤 모건(이브 휴슨)이 테슬라를 설명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구글에서 검색된 에디슨과 테슬라의 이미지의 개수를 통해 둘의 다른 인식을 보여 주는 등 색다른 접근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테슬라가 추구했던 혁신적인 창조성, 삶의 목표와 철학 등을 뚜렷하게 보여주지 않은 점이 아쉽다. '이런 선택을 했다면' 이란 가정법도 영화에서 등장하지만, 전기의 마법사, 몽상가, 발명가, 과학자 등 무수하게 불리는 테슬라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102분. 12세 이상 관람가.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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