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자전거 여행(김훈/생각의나무/2007)

내가 읽은 책 물가에 살 곳을 마련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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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안동으로 거처를 옮겼다. 흔들리는 차로 막걸리를 옮길 때 생긴 부유물처럼 마음이 들떠 있다. 알갱이 하나하나 침잠하려면 며칠이나 더 걸릴는지. 늘 쓰던 가구들까지 제자리에 놓았는데도 창밖 풍경의 변화를 능히 감당치 못한다. 마음의 소요는 읽던 책들을 가져와 책장에 꽂음으로써 종결되었다. 변화를 다독이며 마음에 평화를 주는 것, 책이다. 전에 읽던 김훈 작가의 '자전거 여행'을 펼친다.

이 책은 그간 많은 사람이 소개했고 작가 또한 설명이 부언이 될 정도이다. 시간이 증명해 준 양서랄까. '자전거 여행'은 2000년에 1권의 초판이 나왔으며 2004년에 2권이 나왔다. 이후 수도 없이 중쇄되었다. 김훈 작가는 자전거 풍륜(風輪)을 이끌고 전국의 산천을 누빈 다음 늙고 병든 말이 된 자신의 탈 것을 폐하였다. 그리고 새 자전거를 장만하면서 머리말에 이렇게 써 놓았다.

"이 책을 팔아서 자전거값 월부를 갚으려 한다. 사람들아 책 좀 사가라."

월부는 족히 갚았으리라 짐작된다. 그보다는 출간 20년이 지난 이 책을 다시 추천하는 이유가 중한 게 아닐는지. 2020년은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사회 전반을 강타했다.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생활 속에서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안전을 위해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개인에게는 처음 겪어 보는 격리된 시간이 주어졌다. 이는 자칫 정신적 피폐로 이어질 염려가 있다. 여름 휴가철, '자전거 여행'을 읽고 자전거 여행을 떠나면 어떨까. 나름의 해법이 될지도 모른다. '자전거 여행'과 자전거 여행의 이중적 묘미를 느낄지도….

1권에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외에 31꼭지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김훈 작가, 이강빈 사진가가 팀을 이뤄 전국을 자유롭게 휘저었다. 여수 돌산도 향일함에서 시작된 여정은 남해안, 광주, 구례, 화개면을 거쳐 강원도 고성으로 갔다가 다시 여수로 간다. 이런 식이다. 몸으로 체험한 것을 글로 쓰고, 고증을 거쳐 진중한 역사를 언급한다. 역사 여행의 묘미를 더해 문행일치(文行一致)를 맛볼 수 있다.

시냇가에 비로소 살 곳을 마련하니 흐르는 물가에서 날로 새롭게 반성함이 있으리(127쪽).

퇴계 선생이 낙동강 상류 물가에 도산서당을 지은 다음 쓴 시다. 김훈 작가의 자전거가 안동 지역에 도착했을 때 도산서원과 퇴계에 대해 힘주어 서술했다. 김훈 작가는 퇴계의 생각보다는 행동에 방점을 두었다. 도산서원의 도산서당은 맞배지붕에 홑처마 집인데 그것은 한옥이 건축물로서 성립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것이다(122쪽). 선인의 검소한 생활에 작가가 깊이 감동하였음이 글 곳곳에 배어 있다.

퇴계의 생활 태도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소개했다. 자리에 앉을 때 벽에 기대지 않고 음식을 먹을 땐 소리를 내지 않으며 반찬은 세 가지를 넘지 않았다. 70세에 병이 깊어졌을 때 제자와 빌려온 책들을 가만히 돌려보냈다. 검소히 장례를 치르라 일렀으며 아끼던 매화나무에 물을 주라 당부한 다음 세상을 떠났다. 그날 눈이 내렸다고 김훈 작가는 덧붙였다.

최근에 필자가 거처를 옮긴 곳도 물가이다. 낙강과 동강이 합쳐져 낙동강 본류가 시작되는 안동시 용상동. 그곳에 새로이 살 곳을 마련하였으니 날로 스스로를 돌아보리라. '자전거 여행'을 덮고 자전거 여행을 구상해 본다.

장창수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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