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화섭의 아니면말고!] ‘싹쓰리’와 트로트 열풍, 한국 대중음악의 민낯을 드러내다

남영 : 요즘 '아니면 말고' 주제 잡기가 그렇게 힘드시다면서요?

화섭 : 그래서 아까 곡소리 냈잖아요 ㅋㅋㅋ 죽겠다니까 지금 ㅠㅠ 올해는 '문화'라는 판 자체가 너무 흔들리는 해라는 생각이 들어요. 뭘 해도 논쟁적인 이야기가 안 나오는게 다들 '코로나 19 때문에 대중문화 다 죽는다' 이런 이야기만 나오는데 이 이야기만 주구장창 이야기할 수는 없는 문제잖아요. 그래서 새로운 이야기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긴 해요.

남영 : 그래도 방송은 제작돼야 하는데 골라 오셨으니까 이 자리에 앉으셨을 텐데….

화섭 : 그렇죠. 찾다보니까는 찾았는데 계기가 있죠. 주말에 친구들과 술자리가 있었어요, 술집 다니는 데마다 들었던 노래가 '싹쓰리'의 '다시 여름 바닷가'였어요. 남영 씨는 노래 들어봤어요?

남영 : 네.

화섭 : 어떻든가요?

남영 : 아 되게 옛날 노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낯선 느낌? 이었던거 같아요.

화섭 : 그래요. 이해가 되요. 저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나름 음악에 조예가 있는 친구와 이야기를 해봤어요. 결국 이 주제로 귀결되더라고요. 지금 한국 음악판에 새로운 음악이 없다. 정서 자체가 너무 과거로 돌아가고 있는 것 아닌가하고 생각을 해봐야 하는 거죠.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게 '다시 여름 바닷가' 이 노래를 부른 세 사람, 유재석, 이효리, 비는 다 언제 인기를 얻기 시작했는지 생각을 해 봤어요.

남영 : 다 90년대 후반 아닌가요?

화섭 : 어, 그렇죠.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에 인기를 얻었어요. 이번에 나온 '다시 여름 바닷가'를 들어보면 그때 당시 인기를 끌던 멜로디가 떠오를 수밖에 없게 노래를 만들어놨어요. 처음 듣고 생각나는 노래가 UN의 '파도'였거든요. 이 노래가 2001년쯤에 나온 노래에요. 근데 이게 20년 지났잖아요? 근데 그 노래가 20년 지난 노래랑 똑같다, 거의 비슷하다. 그리고 이런 노래가 음원사이트에서 계속 1위를 한다, 이건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남영 : 사실 이 노래는 그냥 김태호 PD가 만든 '놀면 뭐 하니'에 나와서 인기를 끈 거 아닌가요?

화섭 : 뭐, 틀린 말은 아닙니다. '놀면 뭐하니'를 만드는 김태호 PD가 '무한도전' 시절부터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만든 노래를 흥행시키는 건 유명했죠. '올림픽대로 듀엣 가요제' 때 유명한 '냉면' 그리고 '영계백숙', 또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 같은 곳에 나왔던 '말하는 대로'부터 '압구정 날라리', '순정 마초', '흔들어주세요' 등등 주옥같은 노래들이 많이 나왔잖아요. 다 인기차트에 올라가고 인기를 얻었죠. 이런 경향이 이어져서 '놀면 뭐하니'에서도 이게 이어지는데, 유산슬의 '사랑의 재개발'이나 '합정역 5번 출구' 이런 노래들도 트로트 판에서 인기를 얻었고. 그런데 '놀면 뭐 하니'에서 나온 노래들이 '무한도전' 때보다는 음원차트에 들어가는 파워가 좀 약하긴 했어요. 그게 아직 프로그램이 안착하기 전이었던 시절이어서 더 그랬을 수도 있어요. 근데, 사실, 제가 주목하는 부분은 조금 다른 데 있어요.

남영 : 어떤 부분을 주목하시는 건가요?

화섭 : 우리나라에서 '음악'이라는 콘텐츠에서 비어있는 나이대가 언젠고 보니까 30대, 40대들이더라고요. 희한하게 자신의 취향을 소비로 연결시키는 흐름이 거의 없었던 나이대라는 게 제 분석이에요. 그러다가 50대가 넘어가면 급격하게 트로트로 넘어가요. 예를 들어 보면 70년대 20대 세시봉 포크음악 들으시던 분들이 30, 40대가 되면 80년대가 되죠. 조용필의 흐름을 그냥 지켜보기만 하십니다. 그러다 50대가 되면 갑자기 현철, 설운도를 땡겨듣기 시작하세요. 이게 86세대, 586세대도 똑같은 게 80년대 조용필 '기도하는~' 하면서 알죠. 으아악 하시는 아줌마들이 90년대 서태지 나올 때도 가만히 있어요. 돈 벌 때 정신없고 애 키우는데 정신없죠. 그러다 2000년, 2010년대가 되면서 장윤정의 어머나, 홍진영의 사랑의 배터리가 나오면 노래방 가서 부르시는 거에요.

그런데, 요 흐름이 90년대에 20대였던 사람들은 좀 다르게 흐르기 시작합니다. 적극적으로 자신이 과거에 좋아했던 취향을 소환했어요. 대표적인 케이스가 '응칠', '응사', '응팔'로 이어지는 '응답하라' 시리즈, '슬기로운 의사 생활' 최근에 종영한 그 드라마에도 맞닿아있는거죠. 그게 하필 요즘의 '레트로' 열풍과 맞아들어가면서 이 나이대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을 어느정도 유지하는 게 가능해진 상황이 된 겁니다. '싹쓰리'가 나오게 된 배경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해요. 일종의 회귀 정서라고 할 수 있겠네요.

남영 : 회귀 정서인 건 알겠는데, 그게 크게 문제가 되나요?

화섭 : 이 회귀정서가 새로운 음악을 진입하는데 장벽이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대중음악이 다양해지지 못하는 증거이기도 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제가 이번에 준비하면서 생긴 문제의식인데. 현재 대한민국 대중음악 카테고리는 딱 세 개로 나눠집니다. 아이돌, 레트로, 트로트. 아이돌 음악도 안 그래도 전형성 있다 그래서 비판받는 지점이 되게 많잖아요. 근데 이게 레트로, 트로트로 가면 더 심해요. 레트로는 멜로디 자체가 20년, 30년 전 이야기죠. 트로트는 아예 새로운 노래가 주목받지 못해요. '싹쓰리'로 레트로 이야기는 많이 했으니까 일단 넘어가고, 트로트 이야기를 해봅시다. 트로트가 지금 TV 프로그램에 많이 나오잖아요. 근데 올해 새로 소개된 트로트 노래는 뭐가 있는지 생각나는 거 있나요? 제가 찾아보니까 2020년에 만들어진 노래는 영탁 '찐이야' 이거 하나밖에 안 뜬게 없어요. 트로트 전문 프로그램이라고 해봤자 가요무대밖에 없는 상황에서 행사도 전무하다시피하고. 하기야 예전에도 트로트는 신곡으로 승부를 보는 경우는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 '미스트롯', '미스터트롯'과 같은 트로트 관련 예능 프로그램이 뜨면서 더 악화된 측면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예전에도 제가 송가인이 명실상부하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신곡 하나 내서 떠야 한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정말 공격 많이 받았거든요. 근데 지금 어떻습니까, 송가인의 위치가. 자 그렇다면 지금 트로트계는 신곡을 어떻게 만들어서 좋은 노래를 만들고자 하는 생각보다는 일단 물 들어왔으니 노부터 젓고 보자, 이게 더 강하거든요. 이게 지금 트로트라는 장르의 발전을 결정적으로 저해할 수 있다, 이게 결국은 한국 대중음악의 흐름이 흘러가는 데 있어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는 거죠.

남영 : 결국 지금 대중가요의 흐름이 결코 좋은 흐름이 아니라는 말씀이죠?

화섭 : 그렇죠, 전 그렇게 생각해요. 이대로 가다가는 기껏 한류다 뭐다 해서 되게 많이 만들어놨잖아요. 한국 대중가요의 성과가. 굉장히 눈부신 성과가 있는데 이게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겠다, 이런 걱정도 솔직히 듭니다. 저는 솔직히 좀 더 새로운 대중음악들을 대중매체에서 들을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 중 하나고요. 정말 그렇게 될 수 있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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