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뜻하지 않게 의뢰받은 정원 이름 '모네 연못정원'

장병관 대구대 도시조경학부 교수

대구대 경산캠퍼스 인공연못 애지원. 매일신문 DB 대구대 경산캠퍼스 인공연못 애지원. 매일신문 DB
장병관 대구대 도시조경학부 교수 장병관 대구대 도시조경학부 교수

10여 년 전 학교 기숙사의 조그마한 연못정원 설계를 맡은 적이 있다. 참으로 난감하게도 그 일을 의뢰한 총장은 모네정원을 만들어주기를 요청했다. 의뢰인은 가보지도 않은 채, 모네의 유명한 그림만 보고는 막연히 그런 정원을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매사 열심히 사시는 분의 말씀이라 거절할 수는 없었지만 일을 맡은 나로서는 고민이었다. 몇 달의 시간을 보낸 후 나는 모네정원이 아닌 바이올린정원이라면서 의뢰인에게 설계안을 보였다. 그랬더니 의뢰인은 못내 아쉬워하면서 이름이라도 모네연못이라고 명명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지금도 그 연못의 정식 명칭은 모네연못이다. 모네의 정원을 보고 싶어서 인터넷 검색을 했는데 엉뚱한 정원이 나와서 당황하신 분도 있을 것이다.

나의 의뢰인은 모네의, 연못 중심의 아름다운 정원을 상상한 것 같다. 모네는 왜 그런 연못정원을 만들었을까? 모네의 연못정원은 프랑스 지베르니의 집에 실제로 있는 곳으로 그곳은 그가 그림을 그리고 산책을 한 그의 삶의 터전이었다. 30여 년 전 그곳을 방문한 일이 있는데, 이미 오래전의 일이라 내 기억도 상당히 퇴색해 있다. 당시 나는 '모네의 정원'을 비롯한 멋진 그림을 기대하며 지베르니의 모네 집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그 집의 반은 요리 기구로 채워져 있었고, 반은 일본 채색화가 전시되어 있었다. 모네의 그림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수많은 꽃으로 장식된 정원과 정원 깊숙이 감춰져 있는 연못을 보면서 그림과는 다른 기쁨과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모네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녹색의 아치형 일본식 나무다리와 다리 아래로 늘어진 수많은 바빌론 능수버들 그리고 물 위에 떠 있는 수련과 한쪽에 멈춰진 녹색 나무배가 내 눈앞에 현실로 펼쳐져 있었다. 모네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이 현장을 화폭에 담으려고 수없이 찾았을 것이다. 모네의 연못정원은 화가로서뿐 아니라, 생활인으로서의 모네의 삶이 녹아있는 곳, 순전히 그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었다. 단지 우리는 그 연못정원을 보면서 모네라는 한 화가의 삶을 엿볼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 정원은 주체자의 삶의 일부이다. 헤르만 헤세는 정원 가꾸는 일이 귀찮다면서도 매일 나가서 정원 일을 했다고 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생각한다면 대학 기숙사의 연못정원 역시 학생들의 삶의 공간이다. 나는 오랜 고심 끝에 모네의 정원 모방을 포기하고, 학생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서의 연못정원을 설계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연못정원의 주제를 음악으로 정했다. 연못의 형태는 바이올린을 연상하게 그렸다. 또 무대도 필요했다. 무대에 앉으니 초화류(草花類)의 청중도 장식으로 필요했다. 그리고 무대의 장막으로 능수버들을 심었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이 모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 지베르니의 모네정원을 방문한다. 학교 기숙사의 모네의 연못정원은 학생들이 이용하고 만들어가는 현재진행형의 공간이다. 두 정원은 이름은 같으나 주체자가 다른 공간이다. 주체자가 다르니 장소도 만든 사람도 당연히 다르다. 지금도 나는 모네의 정원이 학생들에게 힐링의 공간으로 느껴지기를 바란다. 내가 만든 모네의 정원을 오가면서 그들이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위로받고, 힘을 얻어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어느 날, 그들 중 누군가가 프랑스 지베르니의 모네정원에 서서 바이올린의 선율이 흐르던 기숙사 옆 바이올린정원을 떠올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행복한 감상이 그들 삶을 더욱더 풍요롭고 자유롭게 만들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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