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 자연과 인간 사이 관계 재조명해야

팬데믹과 문명/ 김명자 지음/ 까치 펴냄

2일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의 한 중식당에서 로봇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음식을 나르고 있다. 연합뉴스 2일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의 한 중식당에서 로봇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음식을 나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승리할 수 있을지가 인류의 최대 관심사다. 학계와 행정부, 국회에서 과학기술 및 환경정책을 다뤄온 저자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쟁점들을 정리하고 코로나19 이후 미래를 전망했다.

◆고도의 과학기술 문명 한계 실감

저자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미증유의 팬데믹 사태를 겪으면서 고도의 과학기술 문명의 한계를 실감하다고 밝혔다. 저자는 이번 사태를 초래한 '코비드-19'의 이모저모와 원인 바이러스인 '사스-코브-2' 바이러스의 정체를 현재 알려진 범위 내에서 밝히고 기존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한다.

이어 코비드-19 진단기법의 종류와 차이에서 치료제의 재창출 전략과 백신 개발의 현황과 한계, 앞으로 우려되는 바이러스의 역습에 대한 전망과 대응, 바이오무기 개발 중단의 필요성과 보건안보와 관련한 국제적 협력의 중요성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인 관점에서 조망한다.

고대로부터 천연두, 페스트, 콜레라, 스페인 독감, 에이즈 등 감염병이 시대와 지역을 불문하고 경제, 사회, 정치, 문화 등 모든 분야에 미친 막대한 영향도 살펴본다.

천연두에 걸리면 거의 모두 목숨을 잃었고, 살아남는 경우 평생 곰보 자국을 지녔으나 살아남은 사람은 다시는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로부터 천연두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는 과정은 인간 지혜의 승리였다. 천연두로 멸망한 아즈텍과 잉카 문명, 유럽 왕실과 청나라를 공격한 천연두의 위력은 미생물에 의해서 거대 문명이 소멸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중세 유럽을 초토화시킨 페스트는 농노제도의 붕괴와 초기 자본주의 태동을 불러왔다. 특히 2000년대에 나타나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사스와 메르스도 감염병이라는 점에서 다루고 있다. 인류 역사상 최단기간에 최악의 팬데믹으로 꼽히는 1918년 인플루엔자 팬데믹, 즉 스페인 독감에 대해서는 특히 상세하게 분석한다.

인류 문명의 역사는 정체를 알지 못했던 전염병과의 투쟁에서 문명의 소멸을 초래하기도 했고, 세계의 세력 판도를 바꾸기도 했다. 항생제의 개발로 인류 문명이 병원균에 승리하는 듯하던 시기도 있었으나, 박테리아는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가진 형태로 변이를 일으킴으로써 미생물과 인류 사회의 지혜 사이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러스의 경우에도 항바이러스제가 무기력해지는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어 쫓고 쫓기는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2일 일본 도쿄 레인보우 브리지에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급증을 경고하는 적색 조명이 켜져 있다. 도쿄 도는 이날 도민에게 경계를 당부하기 위해 '도쿄 경보'를 발령했다. 연합뉴스 2일 일본 도쿄 레인보우 브리지에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급증을 경고하는 적색 조명이 켜져 있다. 도쿄 도는 이날 도민에게 경계를 당부하기 위해 '도쿄 경보'를 발령했다. 연합뉴스

◆지속가능한 발전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불가피

4차 산업혁명의 초연결 시대를 열고 있는 인류 문명이 팬데믹 이후 어떤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야 할 것인지도 다룬다. 인류 문명은 4차 산업혁명에 의한 기술지향주의적인 첨단 문명을 기대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패닉 상태에 빠지는 취약성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저자는 인류의 산업문명이 지구 생태계를 빠르게 변화시킴으로써 그에 따른 기후변화와 과도한 개발 등 인간 활동이 야생동식물의 서식지를 파괴해 병원체의 확산을 촉진하기에 이르렀음을 지적한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피하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때 인류 문명이 지속가능하다는 세계관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한다.

결국 기술혁신은 현재 인류 사회가 직면한 글로벌 리스크, 즉 기후변화,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 자원위기, 보건안보, 빈부 격차 등 요인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때 지속가능한 발전이 담보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문명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세계관에 대해 진지하게 짚어보고, 이 시대의 발전관의 패러다임 전환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전통사상으로부터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한다. 저자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천인합일사상(天人合一思想)"이라면서 "'인간과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는 원리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고 강조한다. 402쪽, 2만2천원.

▷김명자 = 경기여자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30여 년간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명지대학교 석좌교수, 서울대학교 기술정책대학원과정 CEO 초빙교수,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초빙특훈교수로 화학과 과학사, 환경정책, 과학기술정책을 강의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에 임명돼 '국민의 정부 최장수 장관'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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