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식 뮤지컬 '사랑했어요'…주크박스 뮤지컬 붐 이을까

(왼쪽 상단부터)김현식, 김광석, 신중현 (왼쪽 하단부터)조용필, 윤종신, 김현철. 매일신문DB (왼쪽 상단부터)김현식, 김광석, 신중현 (왼쪽 하단부터)조용필, 윤종신, 김현철. 매일신문DB

1980~90년대 가요계를 대표하는 음악인 중 한 명인 고(故) 김현식의 노래들이 주크박스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지난 9월 20일부터 경기도 성남시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을 시작한 뮤지컬 '사랑했어요'이다.

남북한 세 남녀의 가슴 아픈 사랑을 그리는 이 뮤지컬에는 송창의, 이홍기(30일 입대 후 같은 FT아일랜드 소속 이재진으로 교체), 나윤권, 문시온, 김보경, 신고은 등이 출연한다.

뮤지컬 제목은 김현식의 히트곡 제목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이 곡과 역시 유명한 '비처럼 음악처럼'을 비롯한 김현식의 총 27곡이 뮤지컬 넘버가 됐다. 김현식의 노래들을 뮤지컬 버전으로 다시 들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공연 2막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가 김현식의 육성 녹음본으로 울려 퍼져 역시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김현식도 주크박스 뮤지컬…김광석 성공 이후 꾸준히 제작돼

이처럼 사랑했어요는 지난해 신중현의 음악들로 제작된 뮤지컬 '미인'에 이어 1년여만에 다시 나온 대중가요 주크박스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뮤지컬 팬들뿐만 아니라 가요 팬들에게도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주크박스 뮤지컬 붐이 나타날 지에도 관심이 향한다.

'다시'가 가리키는 인물은 바로 고(故) 김광석이다. 그의 곡들로 '바람이 불어오는 곳'(2012년 초연) '그날들'(2013년 초연) '디셈버'(2013년 초연) 등 다수의 뮤지컬이 제작돼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또 작곡가 故(고) 이영훈 및 가수 이문세 콤비의 곡들 위주로 만들어진 '광화문 연가'(2017년 초연)는 이른바 '김광석 뮤지컬' 이후 오랜만에 시도돼 다음 해 신중현, 올해 김현식으로 이어지는 대중가요 주크박스 뮤지컬의 물꼬를 튼 작품이다.

이들 모두 20세기에 히트한 대중가요를 재료로 썼다는 게 공통점이다. 화려한 조명을 받은 데 이어 팬들의 기억 속에서 숙성도 된 다음에야, 뮤지컬로 소환될 수 있었던 것.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중가요 주크박스 뮤지컬 '맘마미아'도 1970~80년대에 인기를 얻은 '아바'의 곡들을 재료로 써 1999년에야 초연할 수 있었다. 곡이 아무리 좋더라도 바로 쓸 수는 없고 시간을 좀 들여야하는 작업이 바로 주크박스 뮤지컬 제작인 셈.

아울러 여느 주크박스 뮤지컬처럼 최소 20곡은 넘는 히트곡 내지는 범작을 가진 음악가들만이 대상이 될 수 있다. 2시간 안팎이라는 뮤지컬 기본 분량은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주크박스 뮤지컬 자격 충분한 후보들 누구?

그래서 앞서 언급한 음악가들과 비슷한 조건을 충족하는 후보들에 눈길이 향한다.

우선 조용필이 있다. 1990년대부터 조용필의 곡들로 뮤지컬이 제작된다는 소문이 나오는 등, 어쩌면 김광석을 제치고 대한민국 대중가요 주크박스 뮤지컬 1호의 기록을 쓸 수도 있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조용필이 데뷔 50주년을 맞은데다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북한 평양 공연도 소화하면서 대중과 평단의 관심이 커졌고, 내친 김에 뮤지컬 제작도 추진할 수 있으리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결국 지금은 아무런 소식도 없는 상황이다.

최근 국내 활동을 중단하고 해외로 음악 작업을 하러 떠나겠다고 밝힌 윤종신 역시 자격이 충분하다. 1991년 1집 '처음 만날때처럼'을 시작으로 발표한 11장의 정규 앨범, 2010년부터 시작된 '월간 윤종신'이라는 타이틀의 매월 프로젝트 작업들(이들을 모은 연간 단위 앨범 발매, 최근까지 모두 10장), 그 외 영화 OST 작업물 등을 다 모으면 주크박스 뮤지컬을 만들 수 있는 재료가 풍성하기로 국내에서 손에 꼽을 수 있는 뮤지션이다. 아예 뮤지컬을 몇 편 만들어도 될 정도. 특히 윤종신 노래 특유의 '생활밀착형 가사'는 뮤지컬 넘버들이 대개 대사를 그대로 담아내는 것과 닮아 어울린다.

윤종신은 자신의 콘서트를 하나의 이야기 흐름에 배치해 구성하는 등, 뮤지컬의 '밑그림' 같은 기획도 꾸준히 펼쳐 온 바 있다. 가수이자 작사 및 작곡가이면서, 과거 라디오 DJ 경력, 최근까지 이어 온 방송인이라는 커리어를 모두 합쳐 평가해보면, 주크박스 뮤지컬에 곡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스스로 뮤지컬의 이야기도 구성할 수 있는 작가(내지는 연출가)의 자질을 지닌 아티스트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최근 '시티팝' 음악 열풍이 불면서 한국 시티팝의 원조로 재주목을 받은 김현철 역시 후보로 언급할 수 있다. 김현철도 1989년 1집을 시작으로 9집까지 냈고, 어린이를 위한 키즈팝 시리즈, '그대 안의 블루' 같은 OST 작업, 올해 발매한 EP 앨범 등을 포함하면 보유한 곡이 꽤 된다.

이 밖에도 20세기 우리 대중가요계를 수놓은 여러 음악가들이 다양한 규모의 주크박스 뮤지컬 제작에 초대될 지에 관심이 향한다.

그러려면 뒤따라야 하는 게 하나 있다. 방송에서는 SBS 예능 '불타는 청춘'을 필두로 추억의 가수들이 계속 소환되며 인기를 얻고 있고, 공연계에서는 H.O.T.와 젝스키스 등 1990년대 아이돌 그룹들의 재결성이 하나의 흥행코드로 굳어지고 있다. 비슷하게 오래된 대중가요를 가져다 쓰는 주크박스 뮤지컬도 그런 흥행성을 꾸준히 보장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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