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사투리] 같은 지역 사람이라도 인종·문화따라 말하는 방식 달라

④외국의 사투리 보존과 현황-1. 사투리의 뷔페 테이블, 미국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역과 청중에 따라 언어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시절 일 노스 캐롤라이나 주 밀러스 크릭에있는 웨스트 윌크스 고등학교에서 청중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역과 청중에 따라 언어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시절 일 노스 캐롤라이나 주 밀러스 크릭에있는 웨스트 윌크스 고등학교에서 청중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2. 사투리의 뷔페 테이블, 미국

나는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나고 애리조나 주에서 성장했다. 시카고 출신인 아버지는 나와는 다른 내륙 북부지방 사투리를 사용하셨다. 미국 역시 지역마다 사투리가 있는 것은 한국과 비슷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방식은 지역사회 및 문화와 많은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하면 사투리는 지역성도 있지만 그 사람이 처한 문화나 환경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뉴욕에서 다섯 명을 만난다면 모두들 아주 다르게 말할 수도 있다.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도 인종 문화 교육 경제적 배경에 따라 다르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내륙북부 사투리를 구사해도 아버지가 말하는 방식과 사용하는 단어를 통해 사람들은 아버지의 고향은 물론 성장 환경을 짐작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이유로 각 지역의 사투리는 아주 다양하게 들릴 수 있다. 두 전직 대통령 조지 W부시와 지미 카터는 남부식 미국영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부시는 R음화를 소리 내어 구사하지만 지미카터는 R음을 비음화 하여 말한다. 이는 미국이 다양한 억양과 사투리로 구성된 뷔페 테이블과 같기 때문이다.

◆진짜 미국식 억양은 존재하는 않는다.

요즈음에는 대부분의 주요 영화와 TV프로그램이 캘리포니아에서 제작되기 때문에 미국 서부식 억양이 가장 보편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에서 사용되는 영어의 역사는 짧고 또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미국의 여러 지역에서 유입되었으므로 캘리포니아 사투리가 무엇인지 실제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또 각 지역의 '정통' 억양이 무엇인지 구별하기도 사실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플로리다에서는 뉴욕서 온 은퇴자 집단이 많아서 플로리다에서도 뉴욕식 억양을 들을 수밖에 없다. 뉴저지주와 플로리다에는 쿠바 출신 이웃이 있어서 쿠바식 스페인어 외에 쿠바식 억양이 들릴 수밖에 없는 곳이 있다.

내가 태어난 애리조나주 투손에서는 인구의 거의 절반이 히스패닉계이고 멕시코에서 온 이민자뿐만 아니라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많다. 이는 의심할 여지없이 우리가 영어를 말하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가끔씩 나는 내가 쓰는 영어가 소로나 지역의 북부 멕시코 남성들이 스페인어를 말하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캘리포니아는 히스패닉 인구가 많을 뿐만 아니라 1세대 또는 2세대 아시아계 미국인도 많다. 캘리포니아에는 백인보다 아시아계 인종들이 더 많다. 유대인 인구와 아메리카 원주민 인구는 말 할 것도 없으며 이 모든 것은 사람들이 말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먹는 방식에도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사투리는 음식과 문화와 관련 있다.

각 지역 사투리의 또 다른 큰 특징은 음식 및 문화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남부 억양을 구사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나스카(자동차 경기), 컨트리뮤직, 바베규, 승마가 떠오른다.(내가 아는 남부지역 사람들이 모두 나스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런 것들이 생각난다)

또 어떤 사람이 우리 아버지처럼 내륙 북부 억양으로 말하는 것을 들으면 시카고 컵스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연결시키고, 핫도그에 캐첩을 얹는 것은 신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한다. 시카고에서는 핫도그를 받으면 피클 겨자 양파를 추가하지만 투손에서는 핫도그를 베이컨에 싸서 샤워 크림과 삶아서 튀긴 콩을 곁들인 소노란 핫도그를 먹는다.

우리가 소노란 핫도그라고 부르는 것을 로스엔젤레스에서는 '데인저 도그'라고 부른다. 필라델피아 사람들이 '호우지' 라고 부르는 것을 뉴저지 사람들은 '서브'라고 부른다. 하지만 나에게 '호우지'와 '서브'는 그냥 샌드위치 종류다. 나는 소다를 마시면서 자랐지만 어떤 지역에서는 소다가 콜라이고 다른 지역에서는 콜라를 팝이라고 부른다.

뉴잉글랜드 지역이 아니라면 drinking fountain(식수대)가 물을 마시는 곳이고 뉴잉글랜드 지역에서는 bubbler(물 마시는 꼭지)가 물을 마시는 곳이 된다. 하지만 애리조나에서 bubbler라고 하면 수도관을 가리킨다. 내가 처음 뉴욕에 갔을 때 마음에 드는 것을 sick(골때린다)라고 말하곤 했다. 나는 어떤 것이 멋있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지만 뉴욕의 친구는 내가 어떤 병에 걸렸다고 생각했다.

◆사투리 억양을 바꿔서 사용한다.

많은 미국인들은 여러 가지 사투리와 억양을 구사하면서 상황에 따라 바꿔 쓰기도 한다. 조지 부시와 도널드 트럼프와 달리 버락 오바마는 아주 다양한 집단의 삶들과 진심으로 대화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는 지역과 청중의 성향에 따라 그들이 주로 사용하는 언어로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 청중들이 자신의 언어로 직접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끼게하기 위해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전환하는 방법을 알고 이를 실제로 활용했다.

전문직업 특히 국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보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하는 언어를 자주 바꾸기도 한다. 이는 때로는 자신의 지역정체성과 엮인 특정 언어 및 억양을 잃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떨 때는 자신이 누구인지 그 뿌리와 정체성의 혼돈을 가져올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이나 자신이 활동하는 곳에서 온 사람, 자신처럼 말하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이는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상기시킬 뿐만 아니라, 자신의 언어를 보존하는 일이며 자기 스스로의 내면에서 지역 언어를 살아남게 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레빈 제이콥 마이클 벤자민 레빈 제이콥 마이클 벤자민

 

글: 레빈 제이콥 마이클 벤자민(Levine Jacob Michael Benjamin) 계명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애리조나 대학교, 대학원 졸업. 서울대학교 대학원 수료

(이 글은 레빈교수의 글을 번역하여 문맥에 맞게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이 기사는 계명대학교와 교육부가 링크사업으로 지역사랑과 혁신을 위해 제작했습니다.

◆다시, 사투리 연재 순서

1.왜 다시, 사투리 인가

2.예술 속 사투리

3.사투리와 사람들

4.외국의 사투리 보존과 현황

5.대담

◆사투리 연재 자문단

김주영 소설가

안도현 시인

이상규 전 국립국어원장

김동욱 계명대학교 교수

백가흠 계명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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