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기의 필름통] '나의 첫 번째 슈퍼스타'…코요테 어글리의 재림

영화 '나의 첫 번째 슈퍼스타' 스틸컷 영화 '나의 첫 번째 슈퍼스타' 스틸컷

아무도 그녀의 음악적 재능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녀 또한 용기를 내지 못하고 그 바람에 상처도 입는다. 그러다 어떤 남자를 만난다. 둘은 서로의 부족한 점을 메워가며 사랑을 이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열정과 재능이 빛을 발한다.

'코요테 어글리'(2000)가 아니다. 10일 개봉한 '나의 첫 번째 슈퍼스타'(감독 니샤 가나트라)의 설정과 줄거리다. 음악을 소재로 한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은 비교적 대동소이하다. 흙 속에 묻힌 재능이 어느 순간 발현되고, 곧 보석이 되는 이야기다.

이 스토리는 비단 어느 분야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모든 영웅의 탄생 비화도 그렇다. 무협지만 봐도, 비루한 주인공이 죽을 고비를 넘기고 동굴에서 비책을 전수받아 무림의 고수가 된다는 이야기가 공식이다.

관객들은 이런 스토리에 주인공을 공감하며 대리만족해 왔다. '나의 첫 번째 슈퍼스타'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톱스타의 허드렛일을 하는 개인비서다. 괴팍한 성격에 고집도 세고, 남들에게 상처도 많이 주는 슈퍼스타 그레이스 데이비스(트레시 엘리스 로스). 매기(다코다 존슨)는 3년째 그녀를 모시고 있다. 어릴 적 좋아했던 스타였고, 그녀의 노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꿈은 음악 프로듀서다. 퇴근 후 그레이스의 노래를 신세대풍으로 편곡하며 언젠가는 빛을 받을 것이라 꿈을 꾼다. 어느 날 동네 마트에서 재능 있는 무명 가수 데이비드(캘빈 해리슨 주니어)를 만나고, 그의 음악을 프로듀싱한다.

한편 그레이스는 슈퍼스타지만 한 가지 흠이 있다. 10년 전 히트곡만 우려먹으며 월드투어를 다니는 것이다. 시카고, 뉴욕, 디트로이트…. 판에 박힌 무대에 염증을 느낀 그녀는 새로운 음악을 갈구한다. 그러나 매니저를 포함해 주변 사람들은 그런 모험을 반대하며 그녀를 라스베이거스 무대에 세우려고 한다.

영화 '나의 첫 번째 슈퍼스타' 스틸컷 영화 '나의 첫 번째 슈퍼스타' 스틸컷

이 영화의 원제는 '하이 노트'(The High Note)이다. '하이 노트'는 최대한 고음을 끌어내 부르는 창법이다. 다섯 옥타브를 넘나드는, 일반적인 인간의 목소리로 내는 것이 힘든 음역이다. 인생에 비유하면 가장 오르고 싶은 정점이랄까. 매기가 오르고 싶은 목표이고 꿈이다. 그렇게 볼 때 한국 제명 '나의 첫 번째 슈퍼스타'는 뜻이나 의도가 모호하다.

'어바웃 타임' '러브 액츄얼리'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 로맨스 영화에 특화된 워킹 타이틀사가 만든 영화다. 단맛 나는 영화를 주로 만든 제작사다.

그러다보니 이 영화도 쓴맛이 별로 없어 보기에 부담이 없다. 그레이스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메릴 스트립)처럼 심하지 않고, 매기의 노고도 혼자 치르는 힘든 분투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매니저가 독한 말을 해 상처를 주지만, 견디기 힘들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매기와 그레이스는 상하관계가 아니라 오래된 친구 같은 사이. 없으면 불편하고, 곁에 있으면 안심이 되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 영화의 차별된 부분이다. 두 여성이 서로 도움을 주며 함께 성장하는 설정이다.

서사적인 부분은 아쉽지만 이 영화가 음악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영화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레이스와 데이비드, 그리고 매기는 오로지 음악만을 위해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매기의 아버지는 폴 사이먼의 무대에 섰던 무명가수였고, 데이비드는 어릴 적 자신을 버리고 가수가 된 어머니에 대한 원망에 사무쳐 있다. 좋아하는 가수들의 브로마이드로 가득 채운 어릴 적 꿈이 현실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이들이다.

매기와 데이비드의 대화는 모두가 음악에 대한 것이고, 70, 80년대 가수들에 대한 흠모와 칭송으로 가득하다. 아레사 플랭클린, 니나 시몬, 이글스, 게리 무어, 제임스 테일러, 스티브 닉스, 쉐어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유쾌하다. 스튜디오 녹음할 때 데이비드가 자신 없어 하자 매기는 "이 마이크가 샘 쿡이 쓰던 것"이라며 달래기도 한다. 샘 쿡은 소울 뮤직의 제왕이었던 가수다. 이런 가수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신세대 관객들은 영화가 주는 맛을 100%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음악 비즈니스 이야기인 만큼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에도 공을 들였다. 음악 프로듀서 다크차일드가 영화의 사운드 트랙 감독을 맡았다.

매기 역을 맡은 다코다 존슨은 배우 멜라니 그리피스의 딸이다. 아버지 또한 명배우 돈 존슨. 더 유명한 것은 외할머니가 티피 헤드런이란 점이다. 알프레드 히치콕이 발탁한 스릴러 '새'(1963)의 금발 미녀. 3대째 배우의 피를 이어 받은 명문가 출신이다.

거기다 그레이스 역을 맡은 트레시 엘리스 로스는 전설적인 가수 다이애나 로스의 딸이다. 다이애나 로스는 슈프림스의 리드 보컬로 출발해서 70, 80년대 음악과 연기자로 이름을 날렸다. 남동생 에반 로스 또한 배우와 가수로 활동 중이다.

배경 중에 LA의 한국 찜질방이 나오는 장면이 있다. 짧은 장면이지만 K팝의 영향이 미친 것은 아닐까 해서 웃음을 자아낸다.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관련기사

AD

문화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