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개그콘서트' 21년 만에 사실상 폐지

지상파에서 사라진 공개코미디, 그 의미는…

개그콘서트 방송화면 캡처 개그콘서트 방송화면 캡처

KBS '개그콘서트'가 휴식기를 선언했다. 휴식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업계에서는 폐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개그콘서트'마저 떠나면서 이제 지상파에서 공개코미디는 사라졌다. 이건 무얼 의미하는 것이며 향후 개그맨들의 향방은 어디로 향할까.

◆20년 넘게 이어져온 '개그콘서트'가 어쩌다가

KBS '개그콘서트'는 저물었다 여겼던 코미디의 부활을 알렸던 프로그램이다. 1980년대 예능 프로그램의 주 트렌드는 콩트 코미디였다. '웃으면 복이 와요', '유머1번지', '쇼 비디오 자키'로 이어지는 콩트 코미디의 시대는 그러나 '일요일 일요일 밤에' 같은 버라이어티쇼가 새로운 예능의 트렌드로 들어오면서 이제 끝나가는 듯싶었다. 하지만 1999년 갑자기 등장한 '개그콘서트'는 공개 코미디라는 새로운 대안을 들고 나와 다시금 코미디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그렇게 어언 20년이 훌쩍 지난 현재, '개그콘서트'는 휴식기를 선언했다.

휴식기라고 했지만 언제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전혀 기약이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폐지'라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은 2%대(닐슨 코리아)까지 추락했다. 한때 35% 최고시청률을 내기도 했던 '개그콘서트'의 초라해진 모습이다. 어째서 '개그콘서트'는 이런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

개그콘서트 방송화면 캡처 개그콘서트 방송화면 캡처

가장 큰 원인은 예능 트렌드의 변화다. 유튜브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무수한 짤방들의 일상에 맞닿은 리얼한 웃음들을 공개 코미디의 '짜놓고 치는 개그'가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현장에서 찍어온 영상을 스튜디오에서 보는 방식으로 현장성을 가미하려 했지만 생각만큼 효과적이지 못했다. 장소만 일상으로 들어갔지 그 곳에서의 웃음의 코드 또한 대본에 맞춰하는 콩트였기 때문이다.

트렌드 변화와 함께 달라진 시대정서와 감수성 또한 '개그콘서트'의 한계를 만든 주요인이었다. KBS라는 공영방송의 틀은 소재나 표현에 있어서 좀 더 엄밀한 제한을 만들었다. 한 때 '개그콘서트'의 주류였던 가학개그나 외모개그 같은 건 더 이상 무대에 세워질 수 없었고, 정치, 시사 풍자 개그 역시 스스로 느끼는 중압감이 커 기피되었다.

'건전한 웃음'이라는 공영방송으로서 지켜야할 선은 점점 '개그콘서트'의 어깨를 무겁게 했고, 시대에 맞는 웃음을 만들어내는 일도 버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선순환을 이루며 신인 개그맨들이 새롭게 스타로 떠오르는 그런 흐름은 끊겨버렸다.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지 않자 옛 개그맨들이 다시 무대로 돌아오기도 했지만 그것이 답이 될 수는 없었다.

개그콘서트 방송화면 캡처 개그콘서트 방송화면 캡처

◆개그맨들의 입장에서 본 '개그콘서트'의 휴식기

'개그콘서트'마저 휴식기를 선언했다는 건, 이제 지상파 3사가 모두 공개 코미디를 내렸다는 걸 의미한다. 한 때 MBC '개그야', SBS '웃찾사'가 차례로 폐지되며 위기설을 낳았지만 그래도 '개그콘서트'는 꽤 오래 버텼다. 그런데 지상파에서 공개 코미디가 사라졌다는 건 개그맨들 입장에서 보면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 그 의미는 현재 남은 tvN '코미디 빅리그'와 서수민 PD가 JTBC에서 숏폼 드라마 콘셉트로 시도한다는 '장르만 코미디'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을 통해 찾아진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개그맨들은 지상파의 한계를 절감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코미디 빅리그'가 케이블 채널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표현들을 과감하게 할 수 있었던 반면 지상파는 그럴 수 없었다. 물론 당장 일자리를 잃어버린 개그맨들을 구제할 수 있는 KBS의 복안이 절실한 건 사실이다. 그래서 KBS도 유튜브 채널 '뻔타스틱'을 통해 새로운 형식의 코미디를 시도한다는 계획을 알리기도 했다. 여러모로 지상파라는 부담스러운 플랫폼보다는 비지상파나 유튜브 같은 다양한 채널이 지금의 개그맨들에게는 훨씬 좋은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개그콘서트'보다 일찍 폐지한 MBC, SBS 개그맨들은 훨씬 더 일찍 자신들의 새로운 터전을 만드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소극장 코미디 무대에 서고, 유튜브를 통해 인기 크리에이터로 자리매김하거나 때로는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입지를 마련하기도 했다. 즉 과거의 형태 그대로 유지해온 '개그콘서트'라는 무대가 어떤 면에서는 급변하고 있는 환경 속에 적응해야할 개그맨들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개그콘서트 방송화면 캡처 개그콘서트 방송화면 캡처

그렇다면 방송 프로그램으로서 '개그콘서트' 이후의 코미디 프로그램은 어떤 대안들을 바라봐야 할까. KBS가 시도한 19세 이상 관람가의 코미디쇼인 '스탠드 업'은 저변이 넓진 않아도 코미디 프로그램의 대안적 시도로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그것은 표현이나 소재를 제한할 게 아니라 관람 등급을 제한함으로써 개그맨들에게 좀 더 자유를 주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다.

또 최근 '개그콘서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서수민 PD가 오는 7월 JTBC에서 숏폼드라마 코미디 형식으로 시도하는 '장르만 코미디' 같은 프로그램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공개 코미디에서 벗어나 '숏폼'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더한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휴식기를 선언한 '개그콘서트' 역시 모두가 단정하듯 굳이 '폐지'라는 수순을 밟을 필요는 없다. 이만한 브랜드를 굳이 버리기보다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형식을 휴식의 기간 동안 고민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콩트 코미디의 끝자락에서 공개 코미디가 탄생했듯이 어쩌면 공개 코미디의 끝자락에 선 지금이 새로운 코미디 형식이 탄생하는 순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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