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스토브리그', 야구를 몰라도 빠져드는 야구드라마라니

배우 오정세(왼쪽부터), 남궁민, 정동윤 연출, 박은빈, 조병규가 1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 새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오정세(왼쪽부터), 남궁민, 정동윤 연출, 박은빈, 조병규가 1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 새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라는 다소 전문적일 수 있는 소재를 가져왔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야구를 몰라도 빠져든다는 반응들이 나온다. 무엇이 이런 반응들을 가능하게 만든 걸까.

◆야구를 몰라도 열광하는 야구드라마의 탄생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가 방영된다고 했을 때 시청자들은 반신반의했다. 그 첫 번째는 이 작품이 프로야구 프런트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프로야구라는 소재 자체도 마니아적인 성격을 띠게 마련이다. 적당하게 다뤘다가는 전문가 뺨치는 시청자들에게 질타를 받을 수 있고 그렇다고 너무 전문적으로 다루면 야구를 모르는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지나치게 낯설게 다가갈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야구선수들의 이야기도 아닌 프런트들의 이야기라니 더더욱 난감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더 전문적인 이야기를 풀어내야 하면서도 그 낯설음을 상쇄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내야 하는 미션을 이 드라마는 소재적으로 안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우려는 드라마 첫 회가 방영된 후 금세 깨져버렸다. 첫 회 시청률이 5.5%(닐슨 코리아)로 시청자들이 막연히 느끼는 그 장벽이 나타났다면 4회 만에 11.4%로 치솟은 수치는 이 드라마가 그 장벽을 간단히 무너뜨렸다는 걸 방증한다. 이게 가능했던 건 드림즈라는 만년 꼴찌 프로야구단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이들의 뒤에서 팀을 운영하고 다음 해를 준비하는 프런트들의 일상을 우리가 일반적으로 겪는 회사생활처럼 담아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드라마는 야구 소재를 하고는 있지만 마치 '미생' 같은 오피스물처럼 다가왔다.

물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촘촘한 취재가 아니면 좀체 다룰 수 없는 프로야구의 뒷얘기들이 소재였다. 선수 트레이드 문제나 스카우트 비리 문제, 용병 기용 문제는 물론이고 연봉협상까지 마니아들도 공감하고 몰입할만한 전문적인 소재들을 가져왔던 것. 하지만 그걸 다루는 방식은 오피스물에서 흔히 등장하는 계파들 간의 갈등이나 상명하복 구조에서 발생하는 불합리한 시스템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야구를 몰라도 어떤 조직이든 발생하는 그런 시스템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재미를 선사했다. 야구라는 소재의 장벽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시청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15.5%까지 올랐다. 애초 우려와 달리 보편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이야기다.

드라마 '스토브리그'에 출연 중인 배우 남궁민. 드라마 스틸컷 드라마 '스토브리그'에 출연 중인 배우 남궁민. 드라마 스틸컷

◆백승수라는 시스템 개혁 판타지의 등장

배우 남궁민이 1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 새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남궁민이 1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 새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보편적 공감대를 가능하게 한 가장 큰 역할은 백승수(남궁민)라는 캐릭터가 있어 가능했다. 만년 꼴찌 드림즈에 새롭게 부임한 백승수 단장은 씨름팀 같은 다른 분야에서 여러 번 우승을 한 전적이 있었지만 야구는 처음이었다. 그러니 야구를 모르는 입장에서 드림즈에 들어와 꼴찌 탈출을 위해 일련의 선택들을 하는 백승수는 시청자들에게는 훌륭한 가이드 역할이 된다. 그는 야구는 몰라도 결국 스포츠팀이라는 게 어떤 동일한 시스템이며 따라서 만년 꼴찌라는 건 그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걸 파악한다.

그 첫 번째는 드림즈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던 임동규(조한선) 선수가 실질적으로 팀 기여도가 낮은 데다 사실상 드림즈를 자신을 위한 팀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백승수는 임동규는 물론이고 코치진과 운영진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들을 설득해 임동규를 트레이드시킨다. 그를 내보내고 대신 드림즈에서 나가 바이킹스 최고의 투수로 자리한 강두기를 데려온 것.

두 번째 시스템의 문제는 스카웃 비리였다. 고세혁(이준혁) 스카웃 팀장이 돈을 받고 스카웃을 해온 일을 백승수와 운영팀이 찾아내 그를 해고시킨 것. 세 번째는 용병 기용문제였다. 예산이 부족해 계약하려던 용병선수를 놓친 백승수는 대신 메이저리거였지만 군 복무를 기피하고 귀화했다는 이유로 비난받는 길창주(이용우)를 과감히 기용한다. 또 연봉협상에 있어서도 무려 30%나 예산을 삭감한 권경민 상무(오정세)에 맞서 백승수는 최단기간에 협상을 마무리해낸다.

백승수라는 인물이 하나의 판타지가 되는 건 그가 '시스템의 개혁자'라는 점이다. 보통 조직이 성적을 내지 못하면 그 책임은 개인으로 전가되는 게 우리네 사회의 현실이다. 하지만 백승수는 이 문제가 개인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그는 좀체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이성적으로 사안을 들여다보고 판단하며 선택한다. 이를 통해 하나하나 그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으로 조직 또한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라는 걸 기대하게 만든다. 그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다.

드라마 '스토브리그' 스틸컷 드라마 '스토브리그' 스틸컷

◆철저한 취재와 극적인 스토리텔링이 만났을 때

'스토브리그'가 특히 우리네 드라마에 의미있는 시도로 여겨지는 건 이 작품이 가진 두 가지 요인 때문이다. 그 하나는 철저한 취재다. 물론 최근 들어 드라마작가들은 어떤 분야를 다룰 때 취재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워낙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은 데다 해당 직업군의 반응들 또한 쉽게 온라인을 통해 전파되는 환경이기 때문에 어설픈 소재 접근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하지만 '스토브리그'는 무려 자문위원만 18명에 달하는 철저한 취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실제 같은 이야기들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이처럼 리얼한 소재들을 가져온다 해도 그것을 극적으로 엮지 않는다면 그만한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어떤 경우에는 너무 깊이 그 현실을 알고 있어 극적인 이야기구성을 시도하지 못하는 일도 적지 않다. '스토브리그'는 그런 점에서 보면 철저한 취재와 더불어 극적인 스토리텔링 또한 적절하게 균형을 만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 구조를 보면 이런 균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프로야구 구단에서 벌어질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백승수라는 신임단장에게 하나의 숙제처럼 던져지고 문제가 갈등을 점점 키워 올리는 상황까지는 현실 그대로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렇게 침묵하며 무언가 혼자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내는 백승수가 준비한 것들을 꺼내놓고 한 방에 판을 뒤집는 이야기는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이 아닐 수 없다. 그건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는 판타지일 수 있지만 고구마 현실을 계속 목도한 시청자들에게는 속이 시원해지는 사이다가 된다.

'스토브리그'의 성취는 그래서 향후 보다 다양한 전문 분야들을 다루는 드라마의 훌륭한 성공방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철저한 취재가 던지는 현실문제와 더불어 현실적 갈증을 해소해주는 캐릭터와 솔루션의 제공이 어떤 전문 분야라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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