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의 엔터인사이트] 2020년 예능 트렌드 전망

2019년의 흐름으로 읽어보는 2020년 예능 판도

2019 MBC 연예대상을 수상한 코미디언 박나래 2019 MBC 연예대상을 수상한 코미디언 박나래

2020년에는 어떤 예능프로그램들이 트렌드를 만들어낼까. 트렌드 전망이라는 것이 변수가 많기 마련이지만 2019년의 흐름들을 들여다보면 새해의 트렌드 역시 어느 정도는 그려볼 수 있다.

2019 MBC 연예대상에서 '상 나눠주기' 등을 비판한 김구라 2019 MBC 연예대상에서 '상 나눠주기' 등을 비판한 김구라

◆김구라 일침, 지상파 예능도 달라질까

2019년 지상파 예능들이 생각만큼 선전하지 못했다는 건 연말에 열린 방송3사의 '연예대상' 결과를 보면 단박에 드러난다. 특히 대상 수상자만큼 큰 화제가 된 김구라의 일침은 현재 지상파 예능이 처해있는 위기감을 실감하게 한다. "연예대상도 물갈이를 해야 될 때가 아닌가 싶다. KBS도 시청률이 안 나왔다. 5년, 10년 된 국민 프로가 많다보니 돌려막기 식으로 상 받고 있다. 더 이상 대상 후보 8명 뽑아놓고 콘텐츠 없이 개인기로 1~2시간 때우는 거 하면 안 된다." 김구라의 이 말은 그다지 지상파 예능프로그램들이 새로운 성취를 이룬 게 많지 않았다는 걸 공감하게 한다.

지상파들은 이제 관찰카메라 형식을 예능의 중심축으로 세우고 있다. 'KBS 연예대상'이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대상과 최고의 프로그램상을 준 사실이나, SBS가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최우수프로그램상을 받은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물론 거의 유일하게 MBC가 '놀면 뭐하니?'나 '같이펀딩', '구해줘 홈즈' 같은 신규 예능 프로그램을 성공시켜 성과를 냈지만, MBC도 역시 '나 혼자 산다'같은 관찰카메라가 대표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박나래 대상을 통해 입증시켰다.

2020년에도 관찰카메라는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의 중심 형식으로 자리할 전망이다. 케이블, 종편에 유튜브나 넷플릭스까지 등장해 프로그램들이 다양해지는 상황 속에서 지상파는 그 플랫폼에 가장 효과적인 형식으로 관찰카메라를 버리기가 어렵다. 가족, 친구, 자녀, 반려동물 같은 관찰카메라가 담아내는 보편적인 일상의 소재들은 그간 지상파들이 주로 보여줬던 관전 포인트와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KBS가 '1박2일'을 버리지 못하고 SBS가 '런닝맨'을 못 버리는 것처럼 장수프로그램이라는 안전한 선택도 지상파는 계속 이어갈 전망이다. 그나마 MBC처럼 '놀면 뭐하니?' 같은 유튜브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시도들이 변화에 대한 갈증을 채워줄 전망이다.

신동엽, 오정세가 출연하는 tvN 새해 관찰 예능 '냐옹은 페이크다' 신동엽, 오정세가 출연하는 tvN 새해 관찰 예능 '냐옹은 페이크다'

◆비지상파 시즌제 예능, 그 이상의 시도 나올까

사실 2019년에는 tvN이나 JTBC 같은 비지상파 강자들도 예능 프로그램에 있어서 이렇다 할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tvN은 여전히 나영석표 예능 프로그램들이 시즌을 바꿔 약간의 스토리텔링 방식 변화들을 가미하면서 등장했고, JTBC 역시 시즌제 예능 프로그램들이 대거 등장했을 뿐 신규 예능프로그램의 성취를 보기는 쉽지 않았다. 물론 tvN은 '스페인하숙' 같은 새로운 시도가 주목받았고, '삼시세끼' 산촌편이 여성 출연자들을 세워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주며 호평 받았으며 나아가 '신서유기'의 외전으로서 '아이슬란드 간 세끼'나 '라끼남' 같은 프로그램이 유튜브 버전으로 주목받았지만 전반적으로는 여행과 먹방이라는 소재를 벗어나진 못했다.

그나마 JTBC는 조금 성적이 나은 편이다. '슈퍼밴드'라는 신규 프로그램과 '비긴어게인3', '슈가맨3'가 연달아 성공을 거두며 금요일 밤 JTBC만의 음악 프로그램 블록을 만들었고, 이효리는 물론이고 핑클 멤버들을 모두 끌어 모아 시도한 '캠핑클럽'은 큰 성취를 거뒀으며 '뭉쳐야 찬다'는 스포츠 스타들을 대거 기용해 스포츠 예능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특히 '슈가맨3'는 최근 뉴트로 열풍과 맞물리면서 이전 시즌보다 더 큰 화제를 불러오고 있다. 또 새롭게 런칭한 '이태리 오징어순대집'과 '막나가쇼'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하지만 JTBC 역시 몇몇 레귤러 장수 프로그램들은 종영하거나 정체된 상황이라 초창기 JTBC 예능이 해왔던 참신한 시도들이 절실해지는 시점이다.

tvN은 새해를 맞아 달리기 리얼리티 'Run', 추억을 소환하는 음악 프로그램 '좋은가요', 고양이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냐옹은 페이크다', 아이들을 사회생활의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나의 첫 사회생활' 그리고 나영석 PD가 도전하는 숏폼 옴니버스 예능 '금요일 금요일 밤에' 등이 새롭게 시작한다. 특히 유튜브 시대의 짧아지는 콘텐츠 트렌드를 반영한 '금요일 금요일 밤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MBN 보이스퀸에 출연 중인 전영랑 MBN 보이스퀸에 출연 중인 전영랑

◆오디션 타고 온 종편 예능의 약진 계속될까

올해 예능가에 가장 큰 파장은 Mnet '프로듀스' 시리즈의 조작 파문이다. 한때는 오디션의 명가로 불렸던 Mnet이 주춤하는 사이, 오디션 형식은 이제 종편의 성공 형식으로 자리해가고 있다. TV조선 '미스트롯'이 최고시청률 18%(닐슨 코리아)라는 놀라운 기록을 거두며 '송가인 신드롬'을 일으켰던데 이어, MBN '보이스퀸' 역시 8%를 넘기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과거 종편이 '황금알', '동치미' 같은 프로그램들이 화제를 모으며 이른바 '집단 토크쇼' 붐을 이뤘던 것처럼 이제는 중장년층을 집중적으로 겨냥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또 하나의 종편 트렌드로 자리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TV조선이 '미스트롯'의 성공에 힘입어 시즌2라고 할 수 있는 '미스터트롯'을 1월2일부터 방송하는 건 단적인 사례다.

종편이 시도하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Mnet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미스트롯'처럼 중장년층의 음악 장르를 시도하거나, '보이스퀸'처럼 주부들의 현실을 오디션 형식에 엮어 노래만이 아닌 감동적인 스토리로 그려내는 방식이 그것이다. '보이스퀸'은 마치 과거 '주부가요열창'의 종편 버전을 보는 듯한 느낌이지만, 그 플랫폼의 고정시청층과 잘 맞아 떨어져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 종편 예능은 이처럼 지상파나 케이블이 해온 완성도 높고 스타일도 세련된 형식을 추구하기보다는 종편의 시청층에 맞는 눈높이를 찾아감으로써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019년의 예능은 전반적으로 지상파, 케이블, 종편 등이 저마다의 플랫폼 성격에 맞는 효과적인 방식들을 모색했던 해였다. 거기에는 일정한 성과들도 있었지만 한계 또한 분명히 존재했다. 올해는 그 모색한 결과들이 플랫폼에 맞는 예능 형식으로 등장해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과연 올해는 어떤 프로그램들이 화제가 될까.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새해 시작하는 TV조선 '미스터트롯'의 심사위원. 장윤정(왼쪽부터), 진성, 신지, 노사연, 이무송, 박현빈 새해 시작하는 TV조선 '미스터트롯'의 심사위원. 장윤정(왼쪽부터), 진성, 신지, 노사연, 이무송, 박현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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