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KBS 월화드라마 ‘달이 뜨는 강’
방송 중 주인공 교체는 드라마로서는 존페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위기가 아닐 수 없다. KBS 월화드라마 '달이 뜨는 강'은 그러나 이러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기회로 바꾼 좋은 예가 됐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가능케 했고, 그 시사점은 뭘까.◆왜 지금 평강인가KBS 월화드라마 '달이 뜨는 강'은 삼국사기 열전에 기록된 '온달설화'를 기반으로 창작됐다는 고지와 함께 시작한다. 우리에게 알려진 그 설화는 다름 아닌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다. 울보 평강공주에게 왕이 자꾸 그러면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낸다고 농담을 했는데, 성장한 평강이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한다며 궁을 떠나 온달과 혼인하고 그를 대장군으로 성장시킨다는 이야기다. 워낙 드라마틱한 이야기인데다, '온달설화'로 기록되어 있어 많은 이들은 이게 그저 이야기일 뿐 실제 역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짙다.하지만 필자와 인터뷰한 고대사 전문가인 이도학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그것이 이야기가 아닌 실제 역사라고 말한다. "역사 속 평강은 굉장히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온달설화가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는데, 그 중에서 '기승'은 사실상 온달 이야기가 아닌 '평강설화'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즉 평강의 능동적인 역할에 의해 온달이라는 장군이 탄생할 수 있다는 걸 이 이야기는 담고 있다는 거죠."물론 온달 역시 평범한 인물은 아니었다. 드라마 속에서 온달은 순노부 족장이었던 온협(강하늘)의 아들로 그려졌지만, 실제로는 평민이었다는 것. 하지만 당시로서는 공주와의 혼례라는 파격적인 선택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가 비범한 인물이었다는 사실은 혼례 후의 삶을 통해 드러난다. 부마로서 편하게 여생을 마칠 수도 있었지만 온달은 신라가 가져간 고구려 땅 수복을 위해 전쟁에 나갔다 장렬한 최후를 맞았다고 한다. 이도학 교수는 그래서 '온달설화'의 이야기에서 평강과 온달이 일관되게 강조하는 메시지가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온달설화의 앞부분 절반을 평강이 차지할 정도로 본래 이 설화는 평강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달이 뜨는 강'이 굳이 온달설화에서 평강을 찾아낸 건, 다분히 현재 대중들이 요구하는 능동적인 여성상에 부합됐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드라마 속에서 평강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모든 분야(?)들에 주도적인 인물이다. 기억을 잃은 채 염가진(김소현)이라는 살수로 성장하며 스스로를 갈고 닦았다면(修身), 온달(나인우)을 만나 부부의 연을 맺고 촌부로 살려던 그에게 대업의 꿈을 심어주고 대장군으로 성장하게 했으며(齊家), 공주로 궁으로 돌아와서는 아버지 평원왕(김법래)을 무력하게 만드는 제가회의와 일대 정치권력의 대결을 벌이고(治國), 고구려 땅 회복이라는 대업(平天下)을 향해 나간다.이를 현대적으로 보면, 일의 영역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사랑도 쟁취하며 나아가 사회에서의 지위는 물론이고 커다란 꿈도 펼쳐나가는 여성상이 아닐 수 없다. 평강이라는 고구려 인물이 '달이 뜨는 강'이라는 사극으로 지금 현재 재탄생하게 된 이유다. ◆청춘들의 현실과 꿈이 투영된 '달이 뜨는 강''달이 뜨는 강'에는 또한 지금의 이른바 N포세대로 불리는 청춘들의 현실과 꿈에 대한 이야기도 투영되어 있다. 드라마 속 온달과 평강은 애초 꿈 자체가 꺾인 인물들이었다. 온달은 역적으로 몰려 마을 사람들이 도살당하고 아버지마저 죽은 후, 살아남은 순노부 사람들과 '귀신골'이라는 심산유곡에 숨어 들어와 한평생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려 하는 청춘이다. 평강은 기억을 잃은 후 천주방에서 살수로 키워져 자칫 아버지 평원왕마저 살해할 뻔했던 청춘이었다. 이렇게 드라마가 해석해낸 평강과 온달은 어쩔 수 없이 '바보처럼 살아가야 할' 지금의 청춘들의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하지만 드라마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들이 다시 힘을 키우고 성장해 꿈을 향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기억을 되찾아 궁으로 돌아오지만, 제가회의 수장인 고추가(귀족 칭호 중 하나) 고원표(이해영)의 계략에 의해 다시 귀신골로 쫓겨난 평강은 그 곳에서 온달과 함께 원대한 꿈을 향한 행보를 시작한다. 결국 북주의 침략을 막아내는 전공을 통해 평강과 온달 그리고 순노부 사람들은 다시 옛 지위를 회복하게 된다.'달이 뜨는 강'은 이처럼 현 청춘들의 현실과 꿈이 투영된 평강이라는 한 인물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사극의 장르적 영역들을 보여준다. 고구려라는 시대적 특징이 투영된 전쟁과 정치 사극의 면모를 그리면서 동시에 평강과 온달의 성장드라마와 더불어 청춘 멜로까지 담아낸다. 이처럼 다양한 재미 요소들은 '달이 뜨는 강'이 다양한 세대의 시청층을 폭넓게 확보하게 된 이유가 된다. ◆주인공 교체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 좋은 예'달이 뜨는 강'은 드라마 외적으로도 좋은 예가 된 사극이다. 즉 드라마 방영 6회 만에 온달 역할을 맡았던 지수의 학교폭력 논란이 터짐으로써 '주인공 교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지만 이를 잘 극복해 오히려 기회로 바꾼 사례라는 것.보통 이런 사태가 터지게 되면 '조기종영' 수순을 밟고 일정 기간 결방이 불가피한 게 일반적이지만, '달이 뜨는 강'은 의외의 선택을 했다. 빠르게 주인공을 나인우로 교체했고, 결방 없이 지수 분량을 나인우로 대체해 찍어 방영했다.물론 이런 결정과 과정에는 다른 출연자들과 스텝들의 양해와 희생이 필수적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들은 자신들의 희생을 기꺼이 감수했고, 몇몇 출연자들은 추가 촬영에 '노 개런티'로 임함으로써 다소 고개 숙인 촬영장 분위기를 활기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런 소식은 결국 시청자들의 응원과 지지로 이어졌다.결정적으로 이 사태가 '달이 뜨는 강'의 제작진과 출연자들의 책임이 아니라 그들 또한 피해자인데다, 무엇보다 엄청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재촬영을 통해 작품을 마무리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그 진심이 통했던 것.흥미로운 건 새롭게 투입된 나인우가, 갑작스러운 출연의 어색함을 촬영을 통해 조금씩 적응해가고, 배우로서의 성장 또한 보이는 과정이 '달이 뜨는 강'의 평강과 온달의 이야기와도 맞아 떨어진다는 점이다. 평강 역할을 연기한 김소현은 극 중에서 평강이 온달을 성장시키듯이, 새로 투입된 나인우와 합을 맞춰 배우로서의 그를 성장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처음에는 그저 순박하게만 보였던 나인우는 그래서 점점 액션부터 감정 연기까지 깊어져가는 모습을 보여줬다.물론 '달이 뜨는 강'이 지금껏 보지 못했던 굉장한 스토리를 담은 사극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평강과 온달을 끌어와 지금의 청춘들의 현실과 꿈을 투영해내려 했던 그 재해석이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드라마틱한 스토리만큼 주인공 교체라는 위기를 넘는 드라마 외적인 이야기가 드라마틱한 울림을 만든 작품이 됐다.이제 앞부분 6회마저 다시 나인우로 재촬영을 하고 있는 '달이 뜨는 강'은 글로벌 OTT에 판권이 판매되어 전 세계 190개 국에 수출이 확정되었다고 한다. 꿈마저 포기했던 청춘이 대업을 꿈꾸고 실현해가듯, 위기상황에서 이를 극복한 드라마는 전 세계인들이 보는 한류 콘텐츠로 서게 됐다. 어려움이 있어도 멈추지 않은 강이 있어, 그 위에 달이 떴다.
2021-04-09 06:30:00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조선구마사’, 2회 만에 폐지, 그리고 남은 문제들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2회 만에 폐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역사왜곡 논란은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어째서 이번 '조선구마사'에서는 폐지까지 가는 결과로 이어졌을까. 그 사태 이면에 놓인 달라진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환경을 들여다보자. ◆2회 만에 폐지된 '조선구마사'사상 초유의 일이다. 물론 드라마가 어떤 사건에 의해 중도에 흐지부지되며 조기종영된 사례는 없지 않다. 예를 들어 2006년 MBC에서 방영됐던 '늑대'는 촬영 도중 주인공이었던 에릭과 한지민이 스턴트 차량에 받히는 사고를 당해 3회 만에 조기 종영했고, 2004년 방영됐던 MBC '영웅시대'도 애초 100부작으로 기획되었지만 특정 인물을 영웅화했다는 여론과 당시 정치권의 민감한 반응에 결국 70부작으로 조기 종영했다. 이밖에도 시청률 난항으로 조기 종영한 드라마들은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하지만 '조선구마사'처럼 짧은 기간에 마무리조차 하지 못한 채 폐지를 선언한 사례는 없다.문제의 발단은 드라마 첫 회 도입 부분에서부터 비롯됐다. 좀비에 악령까지 깃든 이른바 '생시'라는 존재가 등장하는 판타지 사극이지만 '조선구마사'는 굳이 역사 속 실존인물인 조선 초 태종, 양녕대군, 충녕대군을 등장시켰다. 이야기가 마무리된 건 아니지만, 대체적인 이야기 구조는 조선 땅에 창궐한 생시들을 막기 위해, 바티칸에서 온 구마사제로부터 구마의식을 배워 생시들을 물리치는 내용이라고 한다.하지만 이 이야기 구조 자체가 조선의 존폐를 좌지우지한 것이 바티칸 같은 외세의 힘이었다는 의미를 담을 수 있어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이야기가 드라마 시작 전부터 나오던 터였다. 제작사 측은 그런 논란의 소지들을 모두 수정하거나 바꿨다고 했지만, 드라마 첫 회에 태종이 환시를 보며 양민을 학살하는 대목에서부터 시청자들을 들끓게 만들었다.여기에 바티칸에서 온 구마사제를 맞이하러간 충녕대군이 저자세로 술을 따르는 장면과 선조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대사와 더불어 그 장소에 사용된 음식, 술병 같은 소품들이 중국음식이거나 중국풍이라는 비판으로 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이 소품 문제가 심각해진 건 최근 벌어지고 있던 중국의 '문화공정(전파공정)'이 대중들을 더욱 예민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김치도 비빔밥도 자신들의 것이라 주장하는 중국의 문화공정이었기에 드라마 속에 등장한 '중국음식'과 '중국풍' 소품들과 결합하며 중국 측 논리에 빌미를 제공하기에 충분했다.논란은 거센 대중들의 여론으로 일파만파 커졌고, 광고주들마저 압박했다. 이 작품에 제작비를 대거나 장소 제공 등으로 제작지원을 하고 광고 등을 한 업체들은 자칫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기를 맞았고, 결국 손절을 선택했다. 거의 모든 광고와 협찬이 빠져나가고 비난 여론이 커지면서 SBS는 방송을 강행하는 것이 무리한 일이라는 걸 실감하게 됐고 결국 2회 만에 폐지를 결정했다.◆문화공정과 글로벌 콘텐츠 시장 사이'조선구마사'는 빠르게 폐지되었지만, 이 사태는 현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많은 숙제를 남겼다. 먼저 지금 현재 글로벌 콘텐츠시장에서 우리네 K콘텐츠가 서 있는 위치를 다시금 실감하게 됐다. 그것은 일종의 콘텐츠 전쟁이면서 문화 전쟁이나 다름없었다.선제적으로 국내 콘텐츠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 자신들의 글로벌 플랫폼으로 전 세계에 팬층까지 확보하게 만들었던 넷플릭스가 그 전쟁의 한 축이라면, 이에 맞서는 중국의 아이치이 같은 중국판 넷플릭스가 또 다른 축이고, K콘텐츠는 그 중간에 서 있는 상황이었다.마치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펼쳐지는 경제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가를 고심하는 외교문제처럼, K콘텐츠가 어느 쪽과 손을 잡아야 더 유리한가를 판단하는 것 같은 그런 상황이다.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 우리 대중들이 마음을 연 것은, 이들의 로컬 정책이 우리와 잘 맞아 떨어진 면이 있어서였다. 즉 로컬의 문화를 하나의 차별성으로 담아냄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콘텐츠'로 우위를 잡으려는 넷플릭스의 방향성은, 로컬 문화를 유지하면서도 그것을 경쟁력으로 글로벌 시장에 나가려는 우리의 방향성과 일치했던 것.'킹덤' 같은 조선좀비 장르의 탄생은 사극으로서의 로컬 문화와 좀비 장르라는 넷플릭스에 어울리는 보편성이 만나 큰 시너지를 만든 작품이었다. 이처럼 넷플릭스와 우리의 이해관계는 주로 '자본'으로 얽히는 것일 뿐, 문화적 충돌은 그리 생겨날 소지가 없었다.하지만 넷플릭스에 대항하는 중국의 자본들과 아이치이 같은 플랫폼은 이야기가 다르다. 김치나 비빔밥 같은 음식은 물론이고 윤동주 시인마저 자국인이었다는 문화공정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네 콘텐츠에 침투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해도, 거대한 중국시장을 노릴 수밖에 없는 그 플랫폼에 들어가려는 K콘텐츠라면 '중국향'의 요소들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그리고 그 '중국향'이 저들의 '문화공정'과 만나면 보다 심각한 왜곡을 만들어낸다. '조선구마사'는 물론 제작비 320억원을 모두 순수 국내제작사가 투자한 작품이라고 밝혔지만, 거기 등장한 중국음식이나 중국풍 의상이 보여주는 '중국향'은 저들에게 문화공정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대한 사안으로 비화되었다. ◆K콘텐츠, 위상과 더불어 무거워진 어깨물론 최근 K콘텐츠에서 중국의 문화공정과 맞물려 터진 논란들은 그만큼 우리네 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tvN '빈센조'에 들어간 중국 비빔밥 PPL은 "비빔밥도 자기들 것"이라 우기는 문화공정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일파만파의 논란을 불러 일으켰지만, 그것은 중국제품이(그것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예 유통도 안 되는) PPL을 할 정도로 우리 콘텐츠가 아시아권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실제로 최근 K콘텐츠가 가진 영향력은 넷플릭스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킹덤'이 글로벌한 인기와 화제를 일으켰고, 그 후에도 '인간수업'은 물론이고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그리고 '스위트홈'에 이르기까지 서비스 되는 족족 여러 나라에서 넷플릭스의 많이 본 콘텐츠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성공과 더불어 국내에서만 서비스 가입자 수가 거의 배로 증가한 넷플릭스 입장에선 K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물론 우리네 콘텐츠 제작과 비춰보면 200억~30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가 커보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이 정도 규모는 너무나 작은 수준이다. 투자비는 상대적으로 적은데 효과는 너무나 좋다. 가성비도 최고지만 한국의 가입자 수까지 배로 늘릴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이것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한한령 이후 정상적인 방식의 중국 유통은 막혔지만, 인터넷 등을 통해 K콘텐츠는 꾸준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었다. 넷플릭스를 경쟁자로 보고 있는 중국의 아이치이는 그래서 한국드라마의 판권을 사서 아시아권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 방영되진 못하지만, 아이치이는 꾸준히 한국드라마의 판권을 구입해 아시아권 서비스를 하며 플랫폼 가입자를 늘려가고 있다. 이들은 약 50여 편의 판권을 사는가 하면, '간 떨어지는 동거'처럼 아예 아이치이 오리지널 제작 드라마까지 만들고 있다.K콘텐츠는 확실히 그 위상이 달라졌다. 하지만 잘 만들고 잘 팔리는 것만큼, 그 영향력 또한 커졌다는 걸 인식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중국이나 일본처럼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갈등과 분쟁의 소지가 있는 인접국들의 경우, 투자(자본)와 제작(콘텐츠)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왜곡들을 조심해야한다. 제2의 '조선구마사'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2021-04-02 06:30:00
역사 왜곡 논란 '조선구마사', 방송 2회만 결국 폐지 수순 [종합]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결국 방송 2회 만에 폐지 수순을 밟는다.26일 방송가에 따르면 '조선구마사' 측은 전날부터 출연진에게 폐지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적 비판 여론과 광고주들의 제작 지원 철회 등에 제작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폐지가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날 오전 중 공식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폐지가 확정되면 한국 드라마 사상 최초로 방송 2회만에 역사 왜곡으로 중단 사례로 남게 된다.앞서 제작사인 YG스튜디오플렉스, 크레이브웍스, 롯데컬쳐웍스와 SBS는 드라마가 중국식 소품과 의상 사용, 실존 인물 왜곡 등으로 논란을 빚은 데 대해 사과하고 해당 장면 수정과 함께 한 주 결방을 통해 작품을 재정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조선구마사'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실존 인물인 주인공 태종(이방원) 및 세자들이 악령과 싸운다는 설정의 허구를 더한 퓨전 사극이다.극 중에서 충녕대군(세종)이 바티칸에서 온 가톨릭 구마 사제에게 조선의 기생집에서 월병과 중국식 만두, 피단(삭힌 오리알) 등을 대접하는 장면이 등장해 최근 중국이 한복, 김치 등을 그들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동북공정'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며 논란이 일었다.또 신경수 PD가 제작발표회에서 "역사 왜곡이 없도록 신경썼다"고 밝혔지만, 첫 방송부터 태종이 백성을 학살하는 살인귀로 묘사되고, 충녕이 구마 사제의 시중을 드는 등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지며 전주이씨 종친회 측이 항의하기도 했다. 결국 첫 방송이 끝나자마자 청와대 국민청원에 방송 중지 요청글이 게재됐고, 지난해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던 SBS의 지상파 허가까지 철회해야 한다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여론의 비난이 이어지자 광고주들도 손절에 나서게 되자, 결국 폐지로 가닥을 잡게 된 것이다.
2021-03-26 07:51:44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개미는 오늘도 뚠뚠’, 실전 주식투자와 리얼 예능의 만남
최근 들어 예능은 방송 프로그램의 차원을 넘어 실제 현실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 중 한 분야가 부동산, 주식 같은 경제생활을 소재로 하는 예능이다. '개미는 오늘도 뚠뚠'은 직접 주식 투자 과정을 담은 예능으로 카카오TV라서 가능한 리얼의 묘미를 선사하고 있다. ◆'개미는 오늘도 뚠뚠', 실감나는 주식 예능의 탄생카카오TV '개미는 오늘도 뚠뚠'은 스튜디오를 찾아오는 노홍철이 특유의 장광설을 늘어놓으며 자신의 투자 실패담을 마치 '무용담'처럼 풀어 놓는 것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MBC '무한도전' 시절 정준하의 추천으로 주식 투자에 발을 들였다 큰 손실을 봤다는, 이미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 노홍철은 그것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는 걸 방송 첫 회에 모두 드러낸다.노홍철은 무려 12년 동안이나 지인 추천 코스닥에서부터 코스피, 비상장기업, 가상화폐 등등… 줄줄이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하는 족족 실패를 봤다고 한다. 아마도 어마어마한 손실이 예상되지만, 노홍철은 자신의 실패담이 마치 이런 프로그램을 위해 준비된 경험이나 되는 듯이 웃음이 빵빵 터지는 이야기로 맛깔나게 풀어낸다.어찌된 일인지 자신이 돈을 넣기만 하면 '후룸라이드'를 타듯 쭉쭉 떨어지는 경험을 연달아 하게 됐다는 노홍철은, 그래서 마치 "누군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다"는 웃픈 멘트로 듣는 이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프로손실러로 불리는 노홍철에게는 '홍반꿀'이라는 닉네임까지 붙었다. '노홍철 반대로만 하면 꿀'이라는 뜻이다.물론 노홍철이 이렇게 홍반꿀이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게 금세 드러난다. 그것은 이 프로그램에 함께 하는 김동환이나 슈카 같은 주식투자 전문가들 덕분이다. 그들은 노홍철이 투자했다 실패를 본 종목을 거론하며, 그 회사가 뭐 하는 회사인지 아느냐고 묻는 것만으로 그의 실패는 이미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걸 알려준다.노홍철은 자신이 투자하는 종목의 회사에 대한 면밀한 사전정보도 없이, 누군가의 말을 듣거나(심지어 사장의 말을), 갑자기 떠오르는 주가에 휘둘려 투자를 했고 그러다 보니 백전백패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 김동환과 슈카는 그래서 주식은 그런 도박이 아니라, 어떤 회사의 미래가치를 보고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하는 투자라는 걸 알려준다.물론 이런 기초지식을 모르는 이들이 있을까. 하지만 노홍철이라는 실제 프로손실러를 사례로 세워두고 그가 투자했다 손실을 본 종목까지 방송에서 드러내며 일러주는 투자의 기초지식은 확실히 실감이 다르다. 그것은 그저 통상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리얼 투자의 세계가 겹쳐져 있기 때문이다.바로 이 지점에서 '개미는 오늘도 뚠뚠'만의 독특한 관전 포인트가 생긴다. 빵빵 터지며 웃기는 예능인데다, 기초 중의 기초를 알려주는 주식 정보 또한 들어 있지만, 그것이 노홍철 같은 실제 투자실패를 경험한 인물을 통해 전해지기 때문에 그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경험하기 힘든 실감을 준다는 점이 그것이다. ◆카카오TV와 노홍철의 숙원(?)이 만나 생겨난 시너지사실 이런 진짜를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은 예전 '무한도전' 시절부터 노홍철이 줄곧 '도전하자'고 주장해 왔던 것이었다. 그는 한때 '무한도전' 위기설이 나왔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제 '자신들의 사생활까지 모두 투명하게 보여주자'고 말한 바 있다. 김태호 PD는 과거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그것이 단지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기기 위해 던졌던 멘트가 아니라 실제 주장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노홍철은 이미 그때에도 '리얼리티'가 아닌 '리얼'을 추구했던 것이지만, 다른 출연자들의 반대에 의해 현실화되지 못했다. 거기에는 지상파라는 플랫폼의 한계 또한 분명히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카카오TV라는 새로운 플랫폼의 '개미는 오늘도 뚠뚠'이라는 프로그램 속에서 노홍철은 그때 그렇게 주장했지만 이뤄지지 못한 '리얼 예능'을 실현하고 있다. 자신의 실제 경험담을 다 쏟아내고, 실제 주식에 투자하며 그로 인해 거둔 수익과 손실을 고스란히 시청자들과 공유한다.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이 흥미진진해질 수 있었던 건, 카카오TV이기 때문에 가능한, 실제 종목명을 거론하는 방송이어서다. 투자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가며 실제 투자를 하고 그 결과를 보는 과정을 더욱 쫄깃하게 해주는 건 다름 아닌 투자 종목 노출이다. 아마도 지상파였다면 방송법에 문제가 되기 때문에, 또 자칫 특정 종목에 영향을 미치는 '사행성 조장'이라는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에 시도 자체가 불가했을 일이다.실제로 MBC에서 시도했던 2부작 파일럿 '개미의 꿈' 역시 주식 예능을 표방했지만 실제 투자 종목을 거론할 때 묵음으로 처리되는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실제 주식 예능을 하면서 종목명을 말하지 못한다는 건 요즘처럼 보다 실제적인 정보를 요구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한다. 이미 대중들은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 종목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주식 관련 방송을 보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실전 주식 투자를 가감 없이 담을 수 있는 카카오TV라는 플랫폼과 리얼 예능의 숙원을 가진 노홍철의 만남. 그것이 '개미는 오늘도 뚠뚠'이라는 성과로 만들어졌다. ◆'홍반꿀' 노홍철에, 단타 좀비 딘딘까지 더해지니하지만 '개미는 오늘도 뚠뚠'이 온전히 노홍철만의 '리얼 예능'은 아니다. 그와 더불어 '단타 좀비'로 불리며 이른바 '딘딘하다(단타로 손쉬운 수익을 노리다 손해를 본다는 뜻)'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딘딘은 이 프로그램을 강력한 투톱 체제로 만든다.물론 이 프로그램은 전문가에게 배운대로 우량주 우선 분산투자로 수익을 내는 이미주 같은 모범생을 필요로 한다. 예능의 재미와 올바른 정보의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예능으로서는 찐웃음과 더불어 성장담까지 보여주는 '홍반꿀' 노홍철이나 '단타좀비' 딘딘 같은 출연자가 절대적이다.단타 좀비라는 지칭에 걸맞게, 뜨는 종목에 슬쩍 넣었다 빼기를 반복하는 딘딘은, 거의 잠을 못잘 정도로 주식에 목매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프로손실러 노홍철에게조차 '중독자'라는 비아냥을 듣는 캐릭터다. 그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전문가들조차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성급하게 주식을 사고 파는 모습은 웃음을 주지만 또한 공감을 주는 면도 있다. 주식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중독되듯 빠져들어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겪어본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하기 마련이니 말이다.'개미는 오늘도 뚠뚠'은 노홍철이나 딘딘 같은 인물들의 '리얼 투자'를 보여주며, 카카오TV이기 때문에 가능해진 '리얼 예능'의 장점이 극대화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카카오TV라고 해도 '사행성'으로 흐르지 않게 하기 위한 '균형 감각'은 역시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철모르는 노홍철과 딘딘을 어떻게든 진짜 주식 투자의 세계로 이끌어내고 성장시키려는 김동환이나 슈카의 역할이 무게감을 갖는다.최근 들어 젊은 세대들의 주식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그래서 주식 투자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와 방법을 재미있게 알려주는 프로그램의 수요는 그 어떤 것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예능 특유의 재미와 더불어 주식 관련 정보가 더해지고 무엇보다 올바른 주식투자의 방향까지 알려주는 균형 있는 프로그램의 행보를 기대한다.
2021-03-26 06:3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