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주정거장 근무 중인데 산소 구입비 좀"…'로맨스스캠' 외국인들 구속

이집트 국적 20대 등 4명 붙잡고 3명 구속…피해자 12명이 입금한 6억5천여 만원 조직에 전달하거나 쓴 혐의

경북경찰청
경북경찰청

내국인 남녀에게 "한국에 입국하면 만나자,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속여 6억5천여 만원을 가로챈 이른바 '로맨스 스캠'에 가담한 혐의로 외국인 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9일 로맨스 스캠 조직에게 은행 계좌를 제공하고서 피해금을 전달하거나 이를 직접 쓴 혐의로 A(27) 씨 등 이집트 국적의 20, 30대 4명을 붙잡아 그 중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로맨스 스캠이란 연애(romance)와 신용사기(scam)의 합성어로,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만난 상대에게 호감과 신뢰를 얻은 뒤 금전을 요구해 가로채는 사기 수법이다.

경찰에 따르면 2016년 난민비자로 입국해 울산에 살던 A씨 등은 지난 2020년 8월부터 2022년 1월 중순까지 로맨스 스캠 조직 상부로부터 범죄 수익금 일부를 받기로 하고 한국인 피해자들이 입금한 6억5천여 만원을 상부에 보내거나 그 중 일부를 직접 인출해 쓴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남성 8명, 여성 4명 등 모두 1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 일당은 자신들 명의, 또는 자신이 확보한 다른 외국인 명의 국내 계좌와 카드를 조직에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의 조직 상부 관계자들은 SNS에서 해외 근무 중인 외국인 군인, 의사, 사업가를 사칭하며 호감과 신뢰를 얻은 뒤 각종 명목으로 돈을 빌려달라고 속여 가로챘다.

이들은 "나는 나사(NASA) 소속으로 현재 우주정거장에 있다. 산소를 살 돈과 지구 귀환에 필요한 여권 갱신이 급하다"며 3억6천만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2021년 3월 "영국에 사는 엘스(Else)가 '곧 한국에서 보석 가게를 내려고 한다. 돈을 화물로 보낼 테니 보관해 달라'며 '우선 통관비 500만원을 빌려 달라'고 해 돈을 보냈다"는 피해자 신고를 받고서 피의자를 특정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당한 다른 피해자들을 확보해 수사한 뒤 지난 22일 피의자 3명을 구속했다. 다른 피의자 1명은 유사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이미 구속돼 형 집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들의 여죄를 파악하는 한편, 공범인 조직 상부에 대해서도 추적을 이어갈 방침이다.

오금식 경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최근 통관비 대납 요구뿐만 아니라 가짜 가상자산거래소에 투자하기를 권유하는 등 '로맨스 스캠' 수법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금전거래, 투자 등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SNS에서 만난 모르는 인물의 프로필 사진이나 그가 보여주는 각종 증명서 사진, 경력 등을 쉽게 믿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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