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규의 행복학교] 책에서 얻은 3가지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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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 잔이나 마시는 커피지만 맛이 없다고 반품이나 교환한 적 있을까? 올해가 가기 전에 책을 샀다며 자랑하던 친구가 하루 사이에 돈이 아깝다며 교환을 운운한다. 식사를 마치고 친구랑 마시는 커피값보다 저렴한, 바로 책 한 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책을 많이 읽을 나이인 대학생들의 도서대출 권수가 일 년에 3권이라는 며칠 전 뉴스,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친구의 말이 어색하지 않게 느껴진다.

어느새 10월의 첫날이다. 예로부터 가을을 천고마비의 계절, 하늘은 높아지고 말은 살찌는 시기라고 하여 하늘하늘한 가을 햇살을 즐기며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책 읽기는 더없이 좋다. 아무리 무심한 사람이라도, 나이가 들어감에 책의 필요성을 느낄 때가 있다. 눈앞에 전개될 걱정 앞에 펼쳐 본 책에서 답을 찾을 수 있고, 때로는 공감과 위로 또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우연히 한 독자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되었다. 그가 나에게 물음을 던졌다.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혜 몇 가지를 말해보라는 질문이었다. 깊어가는 가을바람에 기대어 나는 눈을 감아본다.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혜

첫째, 인간관계에 대한 처세가 아닐까 한다. 환갑이 넘어도 어제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후회를 하는 것이 우리 인간이다. 그러므로 지천명의 나이를 지난다고 해서 더는 사람으로 속상하지 않을 거라는 판단은 오산이다. 이러한 면에서 앞으로 만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 게 좋을지, 어떤 철학으로 사회생활을 해야 할지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만 간다.

사람의 생김이 각기 다르듯이 성격 또한 모두 다르다. 그러므로 어떤 만남에도 쉽게 풀리는 만능열쇠 같은 처세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어느 정도 적당한 거리를 두라"는 말이 공감되는지 모른다. 하지만 과연 적당한 거리가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에 대한 주관적 물음에 생각이 멈춘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조절되기 쉽지 않지만, 철학자들은 '너무 뜨겁지 않게 그리고 얼어 죽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라'고 권한다. 알고는 있지만 참 쉽지 않은 일임이 분명하다.

만약 책을 읽지 않는다면 사람 간의 간극, 거리를 무시하여 만나는 사람마다 상처받는 일을 반복할지 모를 일이고 우리 감정은 더 너덜너덜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감정을 다치게 하지 않을 방패의 역할을 하고, 감정을 다치고 난 후에는 그런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치료제의 역할을 한다.

둘째,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학 문명의 발달, 빅데이터 그리고 통계수치의 정확성으로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 점차 선명해지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아는 것만큼 대비하고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의학의 발달로 노화를 늦추는 기술이 발전함에, 피부색은 밝아지고 색소침착도 쉽게 지워진다.

노년을 의미한다는 입가의 팔자주름도 리프팅의 기술로 젊음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보이는 외면과 달리 보이지 않는 우리 몸 안은 어떠한가? 보이는 것이 전부가 될 수 없음에도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외형에 집중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어젯밤 과음에 이어 오늘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즉석 음식을 먹고, 탄산음료를 들이킨다.

뜨거운 음식을 담은 배달음식 통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을 알지 못한다. 멋진 옷, 달콤함 향수에 오늘을 즐기지만, 하루하루 노화되어가는 몸 안의 내장기관들은 애써 무시한다. 아니 몰라서 보지 못한다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을 통해 행동을 개선하고 일상습관을 바꾸려는 노력을 비로소 한다. 즉 아는 것이 힘이고, 딱 그만큼 우리는 더 건강해질 수 있다. 무엇을 통해서? 바로 책을 통해서 말이다.

◆깊어가는 가을,서점으로 가보자

마지막으로, 책을 읽음으로써 가장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큰 혜택은 바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마음의 상처를 입는 우리가 만약 글이라도 없었다면 이 말을 대체 누구에게 할 수 있을까? 마음의 균형을 잡는 중심추가 고장 나서 너무 무겁게 느껴질 때, 나는 자연스럽게 펜을 든다. 그리고 종이 위에다 고민과 눈물을 쏟아 놓을 때가 많았다.

한 시간 정도 마구 쓰다 보면 어느새 종이는 가득 차 있고 속이 시원해진다. 누군가와 상담을 하지도 않았지만, 나의 문제가 종이 위로 떠다닌다. 고민을 해결해주는 가장 좋은 친구는 바로 글쓰기이다. 만약 책이 없었다면 내가 나에게 쓰는 글조차 무미건조하여 보기 힘들었을지 모른다. 많이 보면 볼수록 대화도 마음도 더 풍성해지는 법이다.

지금 몇 살이든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에게는 아직 마지막 젊음이 남아있다. 화살과 같은 시간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 마음만 조급하다고 느껴진다면, 서점을 가 보자. 그 안에 또 다른 내가 숨 쉬고 있고,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볼 수 있으며 그 속에서 힘들지 않을 지름길도 숨어 있다.

또한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을 처방전도 있으며,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비결을 알려줄 주치의가 있을지 모른다. 깊어갈 가을날, 어제보다 더 성숙한 눈빛으로 가을 낙엽을 담을 내일을 그려보며 나의 책을 다시 펼쳐본다.

최경규
최경규

최경규 심리상담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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