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경제] 페트병 재킷 입고, 타이어 가방 메고…패션에 '재활용'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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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소비 할 것" MZ 세대 늘며 패션 업계 소재부터 변화하기 시작
플라스틱 섬유 쓰고 물 없이 염색…환경에 미치는 영향 줄이는 데 앞장

폐페트병으로 만든 가방과 플리스 재킷. 패션 스타트업 '플리츠마마'가 페페트병을 공급하는 제주도, 페트병으로 실을 뽑는 효성티엔씨(구미공장)와 협업시스템을 구축해 만든 국내산 폐페트병 리사이클링 패션 1호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폐페트병으로 만든 가방과 플리스 재킷. 패션 스타트업 '플리츠마마'가 페페트병을 공급하는 제주도, 페트병으로 실을 뽑는 효성티엔씨(구미공장)와 협업시스템을 구축해 만든 국내산 폐페트병 리사이클링 패션 1호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바야흐로 '가치 소비'의 시대다.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를 중심으로 소비 과정에서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표현하는 '미닝 아웃' 소비가 확고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2030 세대에게 소비는 단순한 물건 구매 행위를 넘어 기업의 윤리, 사회적 책임 등을 고려해 가치 있는 물건을 구매하고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표현하는 커뮤니케이션 행위가 됐다.

소비 트렌드가 바뀌자 기업도 그 흐름에 올라탔다. 가령 대구 신세계는 지난해 연말 플라스틱 플레이크 분쇄기를 도입했다. 임직원 250여 명이 일상에서 사용한 투명 페트병을 모아 재활용 업체에 기부하는데, 시작 한 달 만에 약 2만700여 개 플라스틱 페트병이 모여 100㎏가량의 플레이크를 만들었다. 이후에도 매주 10㎏ 정도 플레이크를 꾸준히 모아 플라스틱 재활용에 보태고 있다.

친환경 바람은 기업 내부 활동에 국한하지 않는다. 패션업계는 플라스틱 용기나 페트병을 원단으로 재생산하는 등 환경 보호를 위한 기술 개발과 다양한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제품까지 영역을 넓혀 간다.

대구 수성구 생활자원회수센터 직원들이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에서 골라 낸 폐페트병. 고품질 원사로 재활용되는 폐페트병은 25일부터 전국 아파트에서 별도 분리배출이 의무화된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대구 수성구 생활자원회수센터 직원들이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에서 골라 낸 폐페트병. 고품질 원사로 재활용되는 폐페트병은 25일부터 전국 아파트에서 별도 분리배출이 의무화된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옷으로 변신한 플라스틱

국내 리사이클 최장수 기업이자 향토 기업인 ㈜건백은 지난달 '프리뷰 인 서울 2022'(이하 PIS) ESG 공동관에서 폐 페트병을 재활용한 친환경 소재 '에코스타'(ECOSTAR)로 생산한 현수막, 수건, 양말, 장갑, 의류, 침구류, 양복 원단 등을 선보였다. 이렇듯 건백이 손대면 페트병은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닌 친환경 섬유가 된다. 심지어 건백은 에코스타를 활용해 오리털 패딩 충전재까지 생산한다.

패션,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건백이 생산하는 친환경 원사 같은 리사이클 코튼, 리사이클 나일론 등을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과 함께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가 늘면서다. 사실 패션 업계는 한동안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이 있었다. 패션 산업이 배출하는 탄소가 연간 약 120억톤(t)으로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8~10%를 차지하는데 이는 비행기 등 운송 수단에서 직접 배출하는 탄소보다 많다. 이 때문에 패션 업계는 소재의 변화부터 꾀했다.

당장 세계적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가 이달 초 폐 플라스틱을 가공한 섬유로 만든 의류 '나이키 포워드'(Nike Forward)를 이달 초 출시했다. 스포츠의 발판이 되는 지구를 보호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기존 의류 제작 과정 중 가장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원사를 제작하는 대신 플라스틱 플레이크로 섬유를 겹겹이 쌓아 구멍을 뚫고 압착해 옷감을 만들었다. 염색과 마감 공정에 물을 사용하지 않았다. 의류 제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현저히 줄인 것이다.

삼성물산이 운영하는 빈폴은 올 가을·겨울부터 오프라인 매장에서 '그린 빈폴' 제품을 판매한다. 그린 빈폴은 버려진 페트병이나 의류를 재활용한 재생 소재와 동물 복지 시스템 준수 인증을 받은 오리털 충전재, 비료와 살충제 사용을 최소화해 수확한 면 등으로 제작한 컬렉션이다. 그래서 그동안은 온라인에서만 소량 판매해왔다. 그런데 최근 가치 소비에 따라 친환경 의류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오프라인까지 영역을 넓히기로 한 것이다.

LF의 여성복 브랜드 앳코너 역시 이번 가을에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다. 친환경 재생 충전재를 사용한 오버사이즈 재킷, 재생 나일론으로 제작한 퀼팅 재킷 등 다양한 제품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코오롱스포츠도 내년에 브랜드 론칭 50주년을 맞아 전체 상품의 50%에 친환경 소재를 적용할 예정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요즘 매장을 둘러보면 브랜드마다 페트병, 플라스틱으로 만든 의류 제품이 최소 한두 라인은 있을 정도"라면서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창업주 일가가 회사 소유권을 환경단체와 비영리재단에 통째로 넘기면서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보듯 앞으로 더 많은 제품에 친환경 소재를 적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2 대구국제섬유박람회에서 건백이 지역 중소기업들과 함께 구성한 '친환경 ESG 공동관' 모습. 신중언 기자
2022 대구국제섬유박람회에서 건백이 지역 중소기업들과 함께 구성한 '친환경 ESG 공동관' 모습. 신중언 기자

◆폐어망 소재에 대체 가죽까지

친환경 소재가 각광받으면서 '가짜 가죽'도 주목받고 있다. 동물로부터 얻는 천연 가죽이 아닌 대체 가죽을 활용하는 패션·자동차 회사가 늘고 있다.

지난달 사전계약을 시작한 현대자동차의 전기 세단 '아이오닉 6'는 수명이 다한 폐타이어 재활용 도료와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도료로 입힌 내·외장 도색과 함께 친환경 공정으로 가공된 가죽과 재활용 플라스틱 원단을 사용한 시트,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플라스틱 스킨을 입힌 대시보드 등도 적용했다. 또 바이오 페트 원단으로 제작된 헤드라이너와 폐 어망 재활용 원사로 제작한 카펫 등 다양한 친환경 소재를 곳곳에 반영했다.

18일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 유플렉스 신촌점에 문을 연 중고품 전문관 '세컨드 부티크'를 찾은 고객들이 다양한 중고품을 살펴보고 있다.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중고 상품 전문매장인 '세컨드 부티크'는 중고 의류 브랜드와 중고 명품 플랫폼 등이 입점해 중고 의류와 1960년대~2000년대 출시된 빈티지 시계 등을 판매한다. 연합뉴스
18일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 유플렉스 신촌점에 문을 연 중고품 전문관 '세컨드 부티크'를 찾은 고객들이 다양한 중고품을 살펴보고 있다.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중고 상품 전문매장인 '세컨드 부티크'는 중고 의류 브랜드와 중고 명품 플랫폼 등이 입점해 중고 의류와 1960년대~2000년대 출시된 빈티지 시계 등을 판매한다. 연합뉴스

BMW그룹은 내년 비건 실내장식이 적용된 BMW와 미니(MINI) 모델을 최초로 선보인다. 비건 인테리어에는 가죽과 유사한 특성의 혁신적 소재가 적용될 예정이다. BMW 그룹은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85%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죽 소재를 사용할 때 약 80%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축을 사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20%는 소가죽 가공 과정에서 발생한다.

가방 브랜드 쌤소나이트도 동물성 가죽을 대체할 식물성 소재로 만든 컬렉션을 출시한다. 와인 양조업을 포함한 농업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식물성 기름과 천연 섬유 등의 원료를 활용한 비건 소재가 핵심이다.

그뿐만 아니라 송아지, 어린 양, 새끼 사슴의 부드러운 가죽을 최고급으로 치던 명품 브랜드도 대체 가죽 투자에 들어갔다. 미국 생화학 전문 업체 마이코워크스도 버섯 균사체로 대체 가죽을 만드는데 올해 초 SK네트웍스가 마이코워크스에 2천만달러를 투자했고, 프랑스 명품 업체 에르메스도 이 업체 가죽을 일부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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