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4' 두고 고심 깊은 정부…"중국 달랠 전략 병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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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국 예비회의 참여키로…尹 대통령, "국익 잘 지켜내겠다"
"칩4 참여 땐 중국서도 미일 반도체 장비 안정적 공급 약속받아야"

여름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약식 인터뷰를 마친 뒤 집무실로 향하던 중 추가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여름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약식 인터뷰를 마친 뒤 집무실로 향하던 중 추가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Chip4) 참여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칩4(Chip4)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 3월 한국과 일본, 대만 3개국에 제안한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다.

윤석열 대통령은 8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에서 칩4 참여 여부와 관련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관련 부처와 잘 살피고 논의해서 우리 국익을 잘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퀄컴·엔비디아 등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팹리스)이 글로벌 시장을 석권하고 있고 한국·대만은 삼성전자와 TSMC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세계 1·2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일본은 세계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칩4는 한미일과 대만의 반도체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미국의 구상에서 출발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부는 일단 칩4 예비회의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동맹이자 반도체 설계 분야 최강국인 것을 고려하면 한국이 칩4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반도체 초격차 기술력 확보를 위해 일본, 대만과 함께 협력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거절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차세대 반도체 공급망에 참여하고 그 표준과 기술자산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칩4 가입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칩4 참여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은 중국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 분야 최강국이지만 중국은 한국의 최대 반도체 수출국이다.

중국은 칩4가 반도체 공급망에서 자국을 배제하기 위한 시도라며 연일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산업망과 공급망의 개방 협력을 강화하고 파편화를 방지하는 게 각국과 세계에 유리하다"며 "중국은 인위적으로 국제무역 규칙을 파괴하며 전 세계 시장을 갈라놓는 것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중 교역량 증가 수치를 제시하며 우회적으로 한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미국이 인공지능(AI) 칩 설계·제조 핵심 소프트웨어의 중국 수출을 금지할 경우 자칫 중국 수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반도체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칩4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중국을 달래기 위한 전략을 병행할 것을 주문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중국이 반도체 원재료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경제 보복에 나설 경우 국내 반도체 업계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며 "칩4에 참여하면서도 중국의 반발을 최소화하며 실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인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칩4에 대만이 먼저 가입한 뒤에 한국은 어쩔 수 없이 칩4에 가입한다는 것을 중국에 알려야 한다"며 "칩4 동맹에 가입해도 우리나라의 중국 내 메모리 반도체공장의 향후 업그레이드 및 확장 때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장비와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확약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한국 정부의 칩4 참여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을 꺼리며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중국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만큼 중국의 반발을 부를 수 있는 칩4 참여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내용이 없어 향후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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