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 칼럼] 휴가 후 대통령의 국정쇄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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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여론조사는 언론 보도와 함께 민심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자 지표이며 여기에 담긴 국민의 뜻을 헤아려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겠다."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가 24%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가 밝힌 내용이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여론조사 결과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기존의 반응에서 진일보한 발언이다. 나는 그동안 방송 등에서 그 같은 대응을 공개적으로 주문해 왔다. 대통령실의 말처럼 여론조사는 민심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일희일비하거나 조사 결과를 맹신할 필요도 없지만 무시할 수도 없는 지표이다. 아무리 숫자의 위력을 부인하려 해도 그럴 수 없는 게 민주정치의 현실이다. 지지율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윤 대통령의 말은 묵묵히 국정 운영에 전념하겠다는 의미일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오불관언'(吾不關焉·어떤 일에 상관하지 않고 모른 체하는 것을 뜻함)이라는 고집불통으로 들릴 뿐이다. 국민이 원하는 답은 바로 앞서 인용한 대통령실의 반응 같은 것이어야 한다. 인식의 전환이 있는 것으로 보여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국정 쇄신의 첫 번째 단초는 바로 이 같은 인식 전환에서 시작해야 한다. 대통령, 대통령실 관계자, 고위 당국자 그 누구라도 중요한 것은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국민에게 아부하거나 달콤한 약속을 해야 하는 게 아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공직자들은 국민에 대해 진실에 바탕을 둔 진솔한 설명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는 인식부터 갖추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나는 매일 기자들을 만나는 대통령의 행보는 과유불급이며 득보다 실이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출근길에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평지풍파를 낳은 사례를 되풀이할 필요는 없다. 그럴 바에야 여러 현안에 대해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참모들과 함께 충분히 연구한 다음 기자실에서 정기적인 회견을 하는 게 낫다고 본다.

인적쇄신 역시 중요하다.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 평가 요인의 첫째로 꼽히는 것은 항상 인사 문제이다. 대통령실에 검사나 검찰 출신이 너무 많다는 지적은 검찰총장이 아닌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당연히 귀담아 들어야 한다. 대통령실의 정무 감각이나 홍보 능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대책이나 대안도 없이 민정수석실을 비롯한 대통령 보좌 기능을 대폭 축소한 결과가 오늘날 목격하는 국정 난맥상이다. 차제에 대통령실 기능과 인원을 재검토하고 필요한 인력의 교체와 보완이 필수적이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한번 인연을 맺은 사람은 끝까지 신뢰하고,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사람을 내칠 수는 없다는 생각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국정 운영은 윤 대통령의 개인적 특성이나 성격보다 훨씬 중요하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정치 지도자의 자격으로 사자의 용맹함과 여우의 간교함을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사자의 심장처럼 냉정하고 여우의 머리처럼 정교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국정 쇄신을 위해 '무엇이 중헌디'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물을 수 있어야 한다.

'비상 상황'인 당이 속히 가닥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의 대화를 엿본 국민은 윤 대통령이 당 문제에 무관심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통령이 정무에 관여하는 게 흠이 될 것도 없다. 이준석 대표도 가처분 신청 등으로 더 이상 정국 혼란을 야기하지 않도록 윤 대통령이 나설 필요가 있다. 비서실의 정무적 역할이 그런 것이다. 그러자면 이번 여당 상황에 책임 있는 당사자 중 한 명인 권 원내대표부터 사퇴시켜야 한다. 이 대표의 행보를 지지하진 않지만 권 원내대표가 자리를 지키는 한 이 대표 제거를 위한 어떤 절차도 명분이 부족하다. '읍참마속'이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과거 같으면 정치적 혼란을 겪을 경우 비서실 총사퇴 등을 통해 재신임을 묻는 방식으로 대통령의 쇄신을 돕는 행보를 했을 것이다. 이를 유도하는 것도 정무적 역량이다. 국정 운영 쇄신과 지지율 반등 여부는 전적으로 휴가 후 윤 대통령의 선택에 달려 있다. 심기일전했다는 걸 국민이 알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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