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외계+인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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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외계+인 1부'의 한 장면. CJ ENM 제공
영화 '외계+인 1부'의 한 장면. CJ ENM 제공

케이퍼 무비(강탈을 소재로 한 범죄영화)의 장인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부'는 2부작으로 동시 촬영해 먼저 선보인 시리즈의 전반부이다. 제목에서 보듯 '외계'와 '인'을 결합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무협 판타지 SF영화다. 최동훈 감독의 상상력과 야심, 욕심이 종합세트로 빼곡히 들어찬 오락영화다.

2022년 현재, 인간의 몸에 외계인 죄수를 가둬 관리하는 서울이 배경이다. 외계인의 소행을 지구인은 알 길이 없다. 인간 속에 살아가는 가드(김우빈)는 인간의 몸을 탈출하는 외계인 죄수를 붙잡는 일을 하고 있다.

한편, 630년 전 고려에서는 도사 무륵(류준열)이 엄청난 현상금이 걸린 신검을 찾아 나선다. 신검의 비밀을 찾는 또 다른 신선이 있었으니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이다. 가면 속의 악의 우두머리 자장(김의성)도 신검을 찾기 위해 가세한다.

영화 '외계+인 1부'의 한 장면. CJ ENM 제공
영화 '외계+인 1부'의 한 장면. CJ ENM 제공

'외계+인 1부'는 도술과 SF적인 세계가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다. 이미 2009년 '전우치'를 통해 도술의 신비로움을 그렸던 최동원 감독이다. 그는 5년 전부터 SF와 결합하는 꿈을 꾸었다. 그리고 마침내 인간과 외계인의 만남이라는 이질적인 소재를 엮어 냈다.

신검을 찾는 옛날 도사들과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죄수를 쫓는 미래의 두 개 스토리라인이 타임슬립을 통해 꽤나 현란하게 펼쳐진다. 고려시대에 총과 SUV가 나오고, 서울의 하늘에 거대한 외계 우주선이 등장하는 이질적인 부분도 뛰어난 CG기술로 잘 그려낸다.

이 영화의 장르는 한가지로 말 할 수 없다. 무협에다 SF에 멜로도 가미됐다. 그래서 거침없이 장르를 넘나들며 스펙터클 액션을 펼치고, 웃음을 자아낸다. 관객의 반응을 지켜보기라도 하는 듯이 지겨워 지려고 하면 600년 전으로 책장을 넘기고, 또 미래로 건너뛰기를 반복한다. 그러나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이질적인 화면과 달리 영화 속 흐르는 스토리텔링의 기본은 케이퍼 무비의 경쾌함이고 이를 끌고 가는 것이 캐릭터들이다.

최동훈 감독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제각기 특기를 자랑하며 성격을 뽐내는 케이퍼 무비 특유의 재능을 인정받았다. '도둑들'(2012)도 그랬고, '범죄의 재구성'(2004), '타짜'(2006) 등도 그렇다. '외계+인 1부'는 캐릭터들의 오밀조밀함이 돋보인다.

전우치처럼 허당 도사 무륵, 빼어난 외모의 가드, 고려시대를 뒤흔드는 신비한 여인 이안(김태리), 찰떡궁합의 남녀도사 흑설과 청운, 거기에 악역인 문도석(소지섭)과 자장(김의성)의 괴이함 등이 적재적소에 자리 잡고 극을 스피디하게 끌어간다. 무륵을 따르는 부채 속 요괴인 우왕(신정근), 좌왕(이시훈)도 코믹한 자리를 차지한다. '외계+인 1부'는 캐릭터들의 향연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한 영화에 모으기 어려울 정도로 주‧조연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그래서 관객이 힘든 부분도 있다. 이 영화의 세계관도 읽어야 하고, 극 속에 숨어 있는 단서도 찾아야 하고, 이렇게나 많은 캐릭터들의 관계도도 그려야 한다. 영화 또한 2부에 걸치다 보니 하고자하는 이야기가 많다. 극 중반까지 설명적 태도를 보인다.

영화 '외계+인 1부'의 한 장면. CJ ENM 제공
영화 '외계+인 1부'의 한 장면. CJ ENM 제공

2부를 보지 않고 1부만으로 한계가 있지만, '외계+인 1부'가 보여주는 세계관은 사뭇 도전적이다. 자신만만하다고 할까. 이 영화는 최동훈 감독의 고집과 그가 쌓아온 명성이 아니면 제작되기 힘든 영화다.

'외계+인 1부'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 누구나 상상했음직한 이야기를 영화화한 것이다. 감독 또한 어린 시절 도술과 SF에 매료된 적이 있다고 했다. 이질적인 둘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해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는가는 연출의 몫이다. 그러나 1부의 이야기는 반복적 액션과 활극에 치우쳐 이에 대한 고찰을 하지 못한다.

쟁쟁한 대배우들이 연기한 캐릭터를 제쳐두고 이 이야기의 칼자루를 쥔 것이 가드의 딸(최유라)이다. 가드가 과거의 갓난아이를 현대로 데려와 키운 입양 딸이다. 2부에 이어지며 거대한 힘을 가진 캐릭터로 부상하겠지만, 적어도 1부에서는 아이들 방과 후 방영되던 어린이 공상 드라마로 영화를 전락시켜 버린다. 영화 보는 내내 박사님과 머리를 맞대 지구를 지키는 1980, 90년대 TV속 아이들이 연상됐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따라오는 느낌이 '유치함'이다. 악당들이 구태여 쓰고 있는 가면 또한 어린이 드라마의 전형 아닌가.

지구인에게 외계인 죄수를 심는다는 발상을 빼 놓고는 모든 것이 신선하지 않다. 가드의 역할은 '블레이드 러너'의 레플리컨트를 쫓는 경찰이 되고, 도인과 요괴의 무술장면은 80년대 흔했던 홍콩영화를 떠올리게 되고, 타임슬립의 요소 또한 숱한 영화들에서 익히 써 먹었던 이야기다.

이 영화를 홍보하면서 독창성을 강조하는데, 그것은 과하다. 과한 것은 감독의 욕심인 것 같다. 142분.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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