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강제 전보 개정 칼 뽑은 시교육청, '잘 휘둘러야'

윤정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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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구 교사들이 모인 단톡방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동부·남부교육지원청 교사와 달성·서부교육지원청 교사 간에 미묘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말 한마디 잘못 하면 10년 계모임도 깨질 판이다.

지난 9일 대구시교육청이 지역별 교사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으면서부터다. 특정 지역에서 8년 이상 근무한 초등교사를 다른 곳으로 '강제 전보'할 수 있도록 인사 원칙을 개정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대구에선 동부(동구·수성구·중구), 서부(북구·서구), 남부(남구·달서구), 달성(달성군) 등 4개 교육지원청이 맡은 행정구역 내 학교를 담당하고 있다.

개정안은 교사들이 선호하는 동부와 남부를 '경합지원청'으로, 근무를 꺼리는 서부와 달성을 '비경합지원청'으로 분류했다. 이 중 경합지원청에서 근속 만기 연한(8년)을 채우면 다른 지원청으로 강제 전보할 수 있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대구에서 초등교사 전보에 근속 만기제를 도입하는 것은 지금의 지원청 체제를 갖춘 이래 26년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지원청 간 전보는 교사 희망에 따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시교육청이 '강제 전보'라는 칼을 뽑아든 데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 교사 대부분이 수성구나 달서구 등 동부·남부지원청이 담당하는 행정구역에 살고 있어, 달성군이나 서구에서 근무하는 걸 기피해서다. 이 탓에 지원청 간 교류가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로 교사 정원은 점점 줄고 있는데, 달성군에는 아파트 개발 등으로 새로운 학교가 많이 지어져 교사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모든 학생들이 질 좋은 교육을 받도록 노력하는 것이 시교육청이 할 일이다. 그래서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칼을 뽑은 시교육청의 결단은 칭찬해야 마땅하다.

그렇다고 개정안에 대한 일선 교사들의 반발을 단순히 '기득권 유지를 위한 투정'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27일 열린 공청회에선 좋은 의견들이 나왔다. 그중에서 인사 구역 재설정과 초빙교사제 개선은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우선 동부와 남부를 '경합지원청'으로, 서부와 달성을 '비경합지원청'으로 분류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같은 경합 지역 안에서도 교사들이 꺼리는 곳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령, 동부 소속의 동구 팔공산 인근 초등학교는 주거지와 멀다는 이유로 교사들이 기피한다. 수성구 등 인기 지역과 같은 곳으로 취급해선 안 된다.

초빙교사제도 손봐야 한다. 교사들에 따르면 승진 가산점을 얻고자 달성지원청으로 갔다가 필요한 점수만 얻고 근무 연수(4년)도 채우지 않고 이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초빙교사제를 악용하는 것이다.

동부지원청의 한 교사는 "초빙교사를 가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교장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라며 "초빙교사제는 교장이 원하는 교사를 데려오는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한 제도다. 지원청 간 구분 없이 대구 어느 학교든 갈 수 있지만 사실상 교장 인맥이 없는 사람은 초빙교사로 갈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교육청은 인사 원칙 개정안에 대해 향후 추가로 설문조사를 벌이고, 인사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소통 과정이 절실하다. 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교사들이 납득할 수 있다.

시교육청은 이왕 뽑은 칼, 어떻게 잘 휘둘러야 할지 충분히 고민하길 바란다. 공감을 이끌어낼 '숙성 과정'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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