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사람 숨지게 해도 교도소 안 가" 옛말 되나…'촉법소년 연령 하향' 본격 검토

법조계에서는 갑론을박…"촉법소년 강력 범죄 느는데 처벌 수준 너무 낮아…이제는 현실화 할 때"
"엄벌만 강조해선 효과 없고 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교화에 중점 둬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2일 오후 정책현장 방문일정으로 경기도 안양소년원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2일 오후 정책현장 방문일정으로 경기도 안양소년원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대구 동구 한 식당 앞에서 중학생 10여명이 앙심을 품고 식당주인을 폭행하고, 침을 뱉거나 화분을 던지는 등 식당 기물을 파손해 경찰에 입건됐다. 식당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소변을 보던 중학생 3명을 주인이 꾸짖은 것이 이유였다. 이들은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우리는 사람 죽여도 교도소 안 간다"고 협박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성년자 강력범죄가 갈수록 증가하는 가운데 정부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공식적으로 검토하고 나섰다.

연령 하향 필요성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심각해지는 소년범죄에 대한 해법이라는 의견과 처벌에만 초점을 두는 게 능사가 아니란 의견이 맞서는 모습이다.

◆연령 기준 현실화 논의 본격화

새 정부 들어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달 8일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법무부 간부들에게 주문하면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살 미만에서 만 12살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범죄 행위를 저지른 만 10~14세 청소년을 뜻하는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형사처벌 대신 소년원 송치 등 보호 처분을 받는다. 처벌보다 교화에 목적을 둔 조치지만 청소년이 강력 범죄가 늘면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져 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등은 지난 5월 발표한 '형사미성년자 기준 연령 하한에 대한 고찰' 논문을 통해 "스마트폰 보급 등 디지털 문화 속에서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악용하는 학생들이 증가한다"고 진단했다.

법원의 사법연감에 따르면 형법을 어긴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소년보호사건은 대구가정법원 기준 2018년 2천891건, 2019년 3천103건, 2020년 3천238건으로 차츰 증가 추세에 있다. 경찰청의 '최근 5년간 촉법소년 소년부송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살인, 강도, 강간·추행, 방화, 절도 등 강력범죄를 저질러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은 3만5천390명에 달한다.

◆찬반 양론 맞서

대구 법조계에서도 찬반 양론이 맞서는 모습이다. 천주현 형사전문변호사는 만 12~13세의 잔혹한 범죄가 늘고 있어 처벌할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찬성 의견을 밝혔다.

천 변호사는 "소년범이 갈수록 흉포화되는 것을 묵과할 수는 없다. 다만 일률적으로 연령을 낮춰 처벌할 것인지, 범죄 성질에 따라 현재보다 처벌을 강하게 할 수 있게 할 것인지 공론화해야 한다. 일례로 살인 및 강간죄 등 강력범죄에 대해 만 13세부터 처벌하거나 시민들이 기소 여부에 관여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소년범의 아버지'로 불리는 천종호 대구지법 부장판사는 반대 의견을 밝혔다. 어린 나이에 교도소나 소년원을 경험하면 더 큰 범죄를 유발할 우려가 크고, 연령 기준을 낮추더라도 재차 낮추자는 의견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천 판사는 "처벌강화가 비행방지에 얼마나 효과적일지 장담할 수 없고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엄벌로 범죄율이 현격하게 낮아졌다는 곳이 없다"며 "국민 법감정에는 못 미칠지 모르나 19세까지 소년원에서 생활하게 하는 등 소년보호처분 기간을 늘이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처벌강화가 효과를 거두려면 우선 소년교도소와 소년원 등 수용시설의 확충, 수용자 처우 개선 등이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효과는 보지 못한 채 같은 논의가 또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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