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던 빚까지 떠안게 됐는데, 이젠 집까지 강제경매?"…거리에 나앉게 된 신축 아파트 입주민들

지난 4월 21일 A조합, 업무대행사 상대로 제기한 청구이의의 소 패소
일반 분양자들 변제액 4천만원…수년간 안일한 태도로 일관했던 조합장에 대한 비난도

지난 3월 대구 동구 한 신축 아파트에 입주한 A씨 등기부등본. 이달 25일 A씨의 집은 강제경매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A씨 제공
지난 3월 대구 동구 한 신축 아파트에 입주한 A씨 등기부등본. 이달 25일 A씨의 집은 강제경매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A씨 제공

지난달 638가구 규모의 대구 동구 한 신축 아파트에 입주한 A씨는 최근 등기부등본을 열람하고 화들짝 놀랐다. 대출까지 끌어 입주한 본인 명의 아파트가 경매 절차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해 11월부터 입주가 시작돼 현재 70여 가구를 제외하고 모두 입주를 마쳤다.

A씨는 "분양 금액까지 모두 지급하고 들어온 내 집인데, 갑작스럽게 경매가 붙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손이 벌벌 떨렸다"며 "경매를 막기 위해선 몇천만원을 더 내야 하는데 어디서 돈을 마련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구 한 신축 아파트가 느닷없이 강제경매 절차에 들어가면서 입주민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해당 아파트의 시행사였던 대구B지역주택조합이 업무대행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기 때문이다. 입주민들은 "거리로 나앉게 생겼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빚'이 일반 분양자에게로

서울중앙지법 제33민사부(부장판사 허준서)는 지난 21일 B조합이 업무대행사를 상대로 제기한 강제집행 청구이의의 소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청구이의의 소란 채무에 대한 판단을 다시 요구하는 재판을 말한다. 법원이 업무대행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조합의 변제의무를 명확히 한 것이다.

B조합은 약 3년 전부터 용역비 미지급 문제를 두고 업무대행사와 갈등이 불거졌다. 사업 초기인 2015년 7월 조합 설립을 앞두고 조합과 대행사가 작성한 계약서상 업무대행 용역비는 '사업계획 승인가구수(오피스텔 포함) X 가구당 2천만원(부가가치세 별도)'이라고 명시됐다.

하지만 B조합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지난해 6월 법원은 B조합이 업무대행사 측에 130억원의 용역비를 지급하라는 확정 판결을 내렸다. 법원 판단에도 B조합이 계속 지급을 미루자 업무대행사는 조합은 물론 일반 분양자까지 제3자 채무자로 설정해 추심금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미지급된 용역비는 지연 이자까지 포함해 200여억원에 달하고, 각 가구당 부담해야 할 변제액은 4천만원에 가깝다.

◆일반분양자 20% 강제경매 개시 결정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건립된 이 아파트는 2015년 12월 조합 설립에 이어 2018년 9월 일반 분양을 마쳤다. 조합원은 280명, 일반 분양자는 275명이다.

B조합이 패소한 당일부터 강제경매가 개시되면서 일반 분양자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다. 일반분양자 275명 가운데 약 20%에 강제경매개시결정이 내려졌다고 입주자들은 설명했다.

일반 분양자 C씨는 "조합이 패소한 당일 우리 집도 경매로 넘어가게 됐다. 이 아파트에 입주할 때도 은행에서 대출했기 때문에 현재 여유가 없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이자가 계속 불어나고 있는데 못 갚을 경우 거리로 나앉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일반 분양자들은 무엇보다 사태를 차일피일 끌어온 B조합의 조합장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에 따르면 자신들에게까지 채무가 번진 것에 대해 수차례 문의해도 조합장은 '문제 없다' '기다려달라'라는 안일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입주자인 D씨는 "우리에게 피해가 없게끔 해준다면서 기다리라고 했는데 모두 거짓말이었다. 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연락 닿지 않은 조합장…업무대행사 "원칙대로 받겠다"

일반 분양자들의 피해가 속출하는 것과 관련, 조합장에게 취재의 취지를 밝히고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조합을 통해서도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27일 오후 일반 분양자와 만난 업무대행사 측은 추심금 소송 판결에 따라 일반 분양자들도 채무자로 설정된 만큼 원칙대로 모든 금액을 받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동구청이 중재의 장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업무대행사 관계자는 "약 4년 가까이 이 사건으로 인해 막대한 금전적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에 중간에 멈추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일반 분양자들은 이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결정적 이유가 조합장을 비롯해 조합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으로, 향후 조합 측에 구상권을 청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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