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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아서"…투명 페트병 분리배출망에 재활용품 가득

시범지역 침산1동·대명10동 제대로된 분리배출망 1개뿐
원룸가로 갈수록 더욱 심각
선별장도 이물질 많아 난감…투명 전용 라인 있으나마나
미수거 스티커 붙이고 재배출 권고도 무용지물…내달 전면 분리배출 회의적

남구청 공무원이 동네에 배출된 투명 페트병을 다시 바닥에 풀어 손수 라벨을 제거하고 있다. 남구청 제공
남구청 공무원이 동네에 배출된 투명 페트병을 다시 바닥에 풀어 손수 라벨을 제거하고 있다. 남구청 제공

내달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대구시 일부 구‧군은 단독주택 지역을 중심으로 분리 배출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투명 페트병을 분리 배출하는 그물망은 온갖 쓰레기로 넘쳐나는 것은 물론 분리 배출조차 모르는 주민들도 수두룩했다. 이를 처리하는 선별장 관계자들 역시 '분리 배출에 기대조차 갖지 않는다'며 고개를 내젓는다.

◆단독주택 시범 운영 지역 가보니… 분리 엉망, 쓰레기 뒤섞여

침산1동은 올 11월부터 단독주택 투명 페트병 분리 배출지역 시범 지역으로 선정돼 수요일마다 투명 페트병을 분리 배출하고 있다. 북구청은 주민들에게 투명 페트병을 따로 분리할 빨간 그물망과 투명 비닐팩을 나눠 주면서 분리배출을 권고했다.

하지만 정작 주택가 곳곳에서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모습이 수두룩했다. 28일 오전 10시쯤 찾은 침산 1동 한 동네 어귀에 취재진이 돌아다니며 살펴본 7개 그물망 중 제대로 분리 배출을 한 그물망은 단 1개에 그쳤다. 투명 페트병의 경우 원칙상 라벨을 떼고 분리배출 해야 하지만 대다수 그물망 속에는 라벨이 그대로 붙여진 페트병이 가득했고 심지어 유색 페트명이나, 비닐뚜껑이 붙어있는 요구르트 병이 가득한 그물망도 상당했다.

특히 원룸가의 경우 분리배출은 더욱 심각한 상태였다. 아직까지 투명 페트병을 따로 분리 배출해야 하는지 모르는 주민도 있을뿐더러 '귀찮다'는 이유로 라벨을 떼지 않고 내놓기도 했다.

단독주택 분리 배출지역 시범 지역으로 선정된 남구 대명10동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비슷한 시각 찾은 단독주택 대문 앞에 놓인 빨간색 그물망 안엔 스티로폼 접시부터 고추장 용기까지 투명 페트병과는 거리가 먼 쓰레기가 들어있었다. '투명 페트병, 비닐류 별도 분리배출 미준수' 사유로 재활용품을 수거하지 않겠다는 스티커가 한 단독주택 대문 앞에 붙어 있기도 했다.

원룸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그물망이 초록색 하나와 빨간색 하나 두 가지가 있는데 사실 뭐가 뭔지 잘 몰라 대충 넣고 들어온다. 얼핏 그물망 안에 페트병이 들어있으니 함께 넣으면 되겠지 싶은 생각이 크다"며 "투명 페트병은 분리배출을 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라벨을 떼는 것도 귀찮을 때가 많아 그냥 버리는 경우가 사실 많다"고 했다.

북구의 한 재활용 선별장에서 직원이 투명 페트병 분리 배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배주현 기자
북구의 한 재활용 선별장에서 직원이 투명 페트병 분리 배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배주현 기자

◆투명 페트 분리배출은 일찌감치 포기했다는 선별장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에서 내놓은 투명 페트병은 각 구의 재활용 선별장에서 수거를 해 분리 작업을 진행한다. 수성구, 달서구(2곳의 선별장 중 1곳), 달성군을 제외한 나머지 구가 자체 또는 민간위탁으로 운영하는 선별장에는 투명 페트병을 분류하는 전용 컨베이어벨트가 있다.

분리배출이 잘 된다면 별도 선별 과정 없이 해당 컨베이어벨트에 투병 페트병을 올려두고 바로 압축기로 보내면 된다. 시간은 물론 투입되는 인력 역시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선별장에선 해당 컨베이어벨트는 '소용없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수작업으로 재분리 배출해야할 페트병 양이 많으면서다.

남구 지역을 맡고 있는 한 재활용품 선별장 현장 관계자는 "투명 페트병 전용 라인을 두고 있으나 컨베이어 벨트를 가동하지 않고 있다. 분리배출이 제대로 안 이뤄지다보니 골라낼 이물질이 너무 많아서 벨트에 올려두고 작업하는 게 힘들다"며 "아예 비닐 자루를 뜯어 바닥에 내용물을 펼쳐 놓은 후 손수 선별한 뒤 투명 페트병들을 모아 압축기에 넣고 있다"고 했다.

투명 페트병은 분리 배출이 잘 되지 않으면 미수거 스티커를 붙이고 재배출을 권고할 수 있지만 이 역시 무용지물이다. 대개 페트병 수거 시간이 새벽 시간대라 어두워 그물망 안에 있는 내용물이 잘 보이지 않을뿐더러 미수거 권고에 주민이 민원을 넣어버리면 하는 수 없이 재활용품을 가져와 선별장에서 재분리배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선별장 관계자들은 내달 투명 페트병 분리 배출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회의감을 내비쳤다. 현재 공동주택 분리배출도 잘 안되는 경우도 많은 데다 단독주택의 쓰레기양까지 더해버리면 감당하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교육을 강화하고 과태료 부과하지 않는 이상 분리배출은 영원히 안 이루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북구의 한 선별장 관계자는 "분리배출 되지 않은 경우 다시 배출하라고 놔두고 오지만 새벽 수거 때 잘 보이지 않아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 많은데다 민원 속출로 어쩔 수 없이 가져와 재 분리할 수밖에 없다. 일반 재활용 배출도 잘 안되는데 투명 페트병 배출이 잘 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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