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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판박이' 라운지바가 일반 음식점? 밤샘영업 형평성 논란

암막 커튼 쳐놓고, 새벽에 버젓이 춤판
유흥업주 "손님 빼앗기는 기분"

27일 0시 30분쯤 동성로 일대 한 라운지바. 흥이 오른 손님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임재환 기자
27일 0시 30분쯤 동성로 일대 한 라운지바. 흥이 오른 손님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임재환 기자

"우리는 일반음식점이라서 새벽 4시까지 문 열어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속에서 자정으로 영업이 제한된 클럽과 달리 라운지바 등 일부 업종이 밤샘 영업을 벌이자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업종은 춤과 노래가 불가한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영업 시간제한을 받지 않았지만, 실상은 클럽과 다를 바 없는 영업행태가 포착되고 있다.

◆자정 넘어 춤판 벌이는 라운지바

위드 코로나 시행 4주차 주말인 지난 27일 0시 30분쯤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 한 라운지바. 인근 클럽이 자정에 문을 닫자 마지못해 나온 사람들은 아쉬워할 틈도 없이 일제히 이곳 라운지바로 몰렸다. 한껏 흥이 오른 사람들은 음악에 맞춰 서로 얽혀 춤을 췄다. 천장에 붙은 조명은 꺼져 있었지만, 일부가 휴대폰 조명을 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등 클럽을 방불케 했다.

업소 내에선 기본 방역수칙들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노래를 따라 부르고, 좁은 공간을 돌아다녔다. 또 실내에서 흡연을 하는가 하면, 템포가 빠른 댄스 음악이 흘러나오면 함성도 질렀다.

이곳을 찾은 직장인 A(31) 씨는 "여기는 이전부터 노마스크로 외국인들과 함께 어울려 춤추는 곳으로 알고 있다. 백신 접종 여부를 모르는 사람들이 종종 노마스크로 말을 걸 때가 있어 스스로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의 다른 라운지바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 업소는 오후 10시쯤만 해도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였으나, 자정이 넘어선 암막 커튼을 쳤다. 대기열까지 형성된 이곳에 10여 분 기다렸다 들어가니, 커튼 뒤엔 춤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27일 오전 12시 30분쯤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 한 라운지바. 켜지지 않은 사이키 조명 대신 손님들이 휴대폰 조명을 켜 클럽을 방불케 했다. 임재환 기자
27일 오전 12시 30분쯤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 한 라운지바. 켜지지 않은 사이키 조명 대신 손님들이 휴대폰 조명을 켜 클럽을 방불케 했다. 임재환 기자

◆클럽과 같은 영업 행태에도 일반음식점으로 분류

이처럼 일부 주점들이 클럽과 같은 분위기로 밤샘 영업을 벌이고 있지만, 이들 업소는 운영시간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됐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위드 코로나 이행계획 1단계에서 고위험시설로 구분되는 ▷클럽 ▷단란주점 ▷유흥주점 ▷나이트 ▷감성주점 ▷헌팅포차 등 유흥시설에 대해서만 자정까지 영업을 제한했고, 일반음식점은 시간제한을 없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유흥시설과 일반음식점을 구분하는 기준은 '춤추기', '노래 부르기' 등이다. 일반음식점에선 춤과 노래 행위가 금지된다. 하지만 이날 찾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업소들에선 춤과 노래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었지만, 그 누구의 통제도 없었다.

클럽과 별반 다르지 않은 영업행태를 보이는 업소들이 새벽까지 운영을 이어가자, 자정에 문을 닫아야 하는 유흥시설 종사자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대구 동성로의 한 클럽 운영자는 "자정에 문 닫고 나올 때 직원들이 '춤을 추거나 노래 부르는 술집들을 보면 클럽이랑 다를 게 없다'며 매일같이 이야기한다. 유흥시설과 일반음식점으로 구분할 게 아니라 영업이 어떤 형식으로 이뤄지는지에 따라 구분해야 억울한 사람이 없다"며 "마치 손님을 빼앗기는 기분이라 허탈하다"고 했다.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업소에선 춤과 노래가 금지되지만 이를 단속하기는 쉽지 않다. 신고가 접수돼 단속반이 들이닥친다고 해도 현장에서 정황을 포착해야만 하고, 업주들의 반발도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대구시의 합동단속반이 점검에 나섰다가 업주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업소에서 마스크를 끼지 않은 채 춤을 추면 식품위생법은 물론 감염병예방법까지 적용돼 과태료 150만원이 발생하고, 영업정지 처분도 내려질 수 있다"며 "동성로 일대에 춤 행위가 벌어졌던 몇몇 업소들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고, 이들 업소에서 감염사례가 나온다면 적극적으로 단속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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