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국가장 결정에 정철승 "文 역사 죄인 될 것" 광주 의원들 "사죄 없는 학살 책임자 장례 우려"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숨졌다. 사진은 1996년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의 모습. 연합뉴스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숨졌다. 사진은 1996년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26일 서거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를 정부가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정치인, 시민사회, SNS 유명 인사 등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27일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을 두고 "5·18 민주화운동 강제 진압과 12·12 군사쿠데타 등 역사적 과오가 적지 않지만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북방정책 추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등 성과도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한 배경을 드러냈다.

국가장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도 "노태우 전 대통령이 12·12 사태와 5·18 민주화운동 등과 관련해 역사적 과오가 있지만, 직선제를 통한 선출 이후 남북기본합의서 등 북방정책으로 공헌했으며 형 선고 이후 추징금을 납부한 노력 등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빈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가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빈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및 정부의 이같은 '공과론'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동의하는 입장과 그 반대 입장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전자의 경우인 정치인들은 조문에도 나섰지만, 후자의 경우인 정치인들은 정부 결정에 반박하고 나섰다.

이날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 조문을 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빛과 그림자가 있는 것"이라고 공과론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면서 "그러나 결코 그 빛의 크기가 그늘을 덮지는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을 다한 점을 저는 평가한다"고 언론에 밝혔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이날 빈소 조문을 한 후 방명록에 "과오들에 대해 깊은 용서를 구했던 마음과 분단의 아픔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억합니다.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장례위원장을 맡은 김부겸 국무총리도 이날 빈소 조문 후 "고인의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평가해서 역사에 기록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문재인 대통령의 공과론을 그대로 언급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망한 26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 내 전시관에 노 전 대통령이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1996년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모습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망한 26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 내 전시관에 노 전 대통령이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1996년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모습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반면 민형배·송갑석·윤영덕·이병훈·이용빈·이형석·조오섭 등 광주 지역구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따로 성명을 냈는데,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 '전 대통령'이나 '씨' 등의 호칭을 생략, "노태우는 명백한 5·18 학살 주범 중 한 명일 뿐이다. 광주와 국민 앞에 진심 어린 사죄와 참회가 없는 학살의 책임자를 국가장으로 장례를 치르면 후손들에게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정의를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광주시도 닮은꼴 대응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용집 광주시의회 의장은 국가장법에 따른 지자체·공공기관 등의 조기 게양을 거부했고, 분향소 역시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입장이 갈린 가운데, 당은 정부의 국가장 결정에 대한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호남지역, 특히 광주가 핵심 정치적 기반인 더불어민주당이 호남만 의식할 수 없는 '대선 직전' 정치적 스탠스를 확인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정의당 대선 후보인 심상정 의원도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이날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 상식에도 벗어나고 역사의 무게와 오월의 상처를 망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철승 변호사 페이스북
정철승 변호사 페이스북

▶국가장 결정을 내린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킨 날선 비판도 있었다.

故(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정철승 변호사는 이날 오후 9시 43분쯤 페이스북을 통해 행정안전부가 밝힌 입장을 언급, "불과 며칠 전 국민의 공분을 산 윤석열의 '전두환 전 대통령은 5.18만 빼면 정치 잘했다'는 망언과 뭐가 다른가"라고 비판하면서 "전두환도 12.12 쿠데타와 5.18 민주화운동 등과 관련해 과오가 있지만 경제개발, 대통령 직선제, 88올림픽 유치 등으로 공헌했으니 국가장을 하게 될 것이다. 이번 결정이 선례가 될 것이니"라고 예상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 역사를 앞으로 끌어나가지는 못해도 뒤로 퇴행시켜서는 안되는 것 아니오. 귀하는 역사의 죄인이 될 거요"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정철승 변호사가 제기한 '전두환 전 대통령 국가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날 송영길 대표가 "국가장을 치를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할 생각"이라고 언급하기도 해 시선이 향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국가장을 법으로 막겠다는 것인데, 이는 5·18 당시 광주 시민 학살의 공범으로 평가 받는 두 전직 대통령을 두고 다른 평가를 한 뉘앙스이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 조문 후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문제보다도 전두환에 대한 문제가 크다. 전두환 씨에 어떻게 적용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다"고 언론에 밝혔다. 그는 "내란목적살인죄의 사실과 대법원의 판결은 없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직 국가원수에 대한 예우를 할 수 없다. 현행법에(따르면) 국립묘지에 묻힐 수 없다. (그러나)국가장은 해석의 여지가 있다"며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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