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문재인 정부의 K-균형발전

강은경 서울뉴스부 기자
강은경 서울뉴스부 기자

'K-방역, K-팝, K-푸드, K-뷰티, K-반도체, K-바이오, K-수소, K-동맹….'

고유명사처럼 된 '케이(K) 시리즈'는 대통령의 마지막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 제출 시정연설에서 'K-'를 12차례 사용하며 정부 성과를 설명하는 데 연설의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화려한 무대의 K 군단 속에 초대받지 못한 손님도 있었다. K 시리즈에 끼지 못한 '지역균형발전'이다.

균형발전은 비수도권 관객들의 기대와는 달리 명쾌한 소개나 설명 없이 겉돌았다.

대신 문 대통령은 "더욱 강한 블랙홀이 되고 있는 수도권 집중 현상과 지역 불균형도 풀지 못한 숙제"라며 반성 모드를 취했다.

이는 지난 2018년 "우리 정부는 노무현 정부보다 더 발전된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다짐한 대통령의 약속을 되새겨 보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 수도권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은 아예 언급조차 없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2018년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공식화했다가 4·7 재보선을 의식해 공공기관 이전 논의에 눈을 감더니 임기 막바지인 지금까지 안갯속이다.

"조만간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밝힐 것" "가을에 큰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김부겸 국무총리의 몇 마디에 한껏 고무됐던 비수도권 국민들의 기대는 머쓱해지고 있다.

"다 오보가 될 가능성이 높아요. 준비하거나 검토하고 있는 게 전혀 없어요."

이달 내내 공공기관 추가 이전에 대한 정부 발표가 임박했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진 데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가 기자에게 귀띔해준 말이다. 임기가 6개월여도 남지 않은 여건에서 로드맵조차 내놓지 못한다면 사실상 임기 내 추진은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을 5대 국정목표 중 하나로 내세웠으나 균형발전은 국정 우선순위에서 매번 밀려났다.

성과로 내세운 '지역균형 뉴딜' '초광역 프로젝트'는 화려한 포장 속에 알맹이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었다. 중앙정부 사업 중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사업을 '끼워 맞추기'식으로 이름만 번지르르하게 정리한 데 불과했다는 혹평이다.

균형발전을 최대 국정과제로 추진한 참여정부를 계승했다면서도 수도권 비대화를 촉진하는 정책들을 펴는 아이러니도 수차례 연출됐다.

이건희 미술관 서울 건립, GTX(수도권 전역을 1시간 내 연결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기 용인 설립 결정, 3기 신도시 선정 등은 문화·교통·기업 인프라의 수도권 집중 가속화를 앞당기는 데 한몫했다.

문제는 대선 국면에서도 균형발전 공약을 '사이다'처럼 내놓는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균형발전을 밑반찬 정도로 가져다 놨을 뿐 '시대정신'으로 호소하는 후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차기 정부의 일로 미루기보다는 문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미해결 과제들을 진전시키는 데 전력을 다하고 다음 정부로 노력이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힌 만큼 'K-균형발전'을 위한 마지막 불씨를 되살리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공공기관 이전 문제가 결국 비수도권 국민들에 대한 희망 고문에서 끝난다면 문 대통령이 올해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 재보선에서 죽비를 맞았다"며 부동산 정책 실패를 자인한 것에 이어 "균형발전도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 대선에서 죽비를 맞았다"는 말로 바뀌어 통용될지도 모를 일이다.

균형발전만큼은 문재인 정부의 또 다른 아픈 손가락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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