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서 발라보고, 온라인서 구매…화장품 매장의 비명

화장품, 상대적으로 원가 낮아 온라인서 파격적인 프로모션 가능
매장 직원들 "온라인 기여 노동 인정해야"

화장품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화장품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대구의 한 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엔 테스트만 해보고 구매는 온라인으로 하는 일명 '쇼루밍족'이 대다수다. 화장품 테스트 차 방문한 고객의 10명 중 7~8명 정도다. 이곳 브랜드의 화장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일부 품목은 할인쿠폰 등 프로모션 행사로 운이 좋을 땐 25%까지도 할인받을 수 있어서다.

직원들은 울상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얼마나 팔았는지'에 따라 성과급을 받는 구조 탓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 A씨 임금은 코로나19 이후 40~50% 줄었다. A씨는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매장 발길이 뚝 끊기자 본사에서 내놓은 방안이 온라인 주력"이라며 "문제는 상당수 제품을 백화점에서 파는 가격보다 대폭 싸게 내놔 백화점 1층 현장 직원들은 설명만 열심히 하고 정작 매출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화장품업계가 코로나19에서 살아남기 전략으로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는 구경만 하고, 구매는 온라인으로 하는 쇼핑 패턴이 대세가 됐다.

화장품 본사 입장에선 중간 유통비를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에 값싸게 내놓아도 마진이 남고, 소비자 입장에선 같은 제품이면 더 싼 제품을 찾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화장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패션의류의 경우 백화점보다 온라인이 싼 경우는 해가 지난 재고성 제품이 아닌 경우에야 찾아볼 수 없다"며 "화장품 경우 상대적으로 값싼 원료로 공장에서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는 공산품 특성상 매출 증가가 곧 이윤"이라고 설명했다.

또 "백화점 입점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업계 전반적으로 앞다퉈 온라인 프로모션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오프라인 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은 온라인에선 맡을 수 없는 향이나 실제 색감·재질 등을 알아보는 통로의 역할에 그치고 있다.

또 막상 매장에서 구매했다가 환불 후 가격이 더 저렴한 온라인으로 구매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화장품 직원 B씨는 "오프라인 매장 직원들이 화장품 홍보·온라인 업무 대행까지 해주고 있다"며 "오프라인 없이 온라인으로만 성공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오프라인의 매출은 줄고 온라인 매출은 늘어나면서 매장 직원들은 회사가 오프라인 매장은 중요치 않다고 여길까봐 불안하다. 화장품 관련 상담, 메이크업 요청, 테스트 등 서비스는 최근 부쩍 늘었는데 온라인 구매로 임금은 줄어든 상황에서 혹여나 구조조정 대상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이에 직원들은 '온라인 기여노동'을 인정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화장품업계가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매출이 증가한 원인에는 오프라인 직원들의 숨은 노동, 온라인 기여노동이 있었다는 의미다.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로레알코리아·샤넬코리아지부 등은 지난 추석 파업 투쟁을 시작으로 한글날 연휴기간 공동 휴무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온라인 기여노동을 처음으로 인정한 곳은 시세이도코리아다. 노사는 오프라인 판매 직원의 온라인 기여노동을 매달 5천원씩 고정수당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은 온라인 기여노동을 인정하라는 파업을 시작했다. 노조 제공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은 온라인 기여노동을 인정하라는 파업을 시작했다. 노조 제공

온라인 기여노동에 대한 인정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로레알코리아 측도 오프라인 매장 직원의 기본급을 3.5% 인상하는 쪽으로 협의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샤넬코리아 측에선 노사가 계속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 이윤을 좇는 온라인 유통채널 프로모션이나 더 합리적인 가격을 찾는 소비 행태 모두 시장원리일 뿐"이라면서도 "백화점 입점 프리미엄을 통한 홍보효과가 여전히 중요한 가치라는 점에서 노사가 적절한 합의점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인주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위원장은 "오프라인 서비스 노동자들이 코로나19 이후 많이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 기여노동이 사회적으로 의제화됐다"며 "사측도 이런 점을 인지하고 협상 테이블에 나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려고 하고 있다. 금액은 미미하지만 이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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