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 안전! 일일 소방관의 감회

신계숙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

신계숙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
신계숙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

오토바이를 타고 충청도 말을 하면서 전국을 여행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진행한 덕분에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고향을 알린 사람이 되었나 보다. 내친김에 일일 소방관이 돼 내 고향을 홍보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다.

고향으로 향하는 새벽녘에는 차창을 적실 정도의 가랑비가 내렸다. '비가 오니까 축소해서 하겠지'라는 얄팍한 생각을 가지고 태안소방서에 도착했다. 아파트 2층 높이는 되어 보이는 빨간 소화기가 나를 반기고 널찍한 주차장에 군함처럼 늠름한 소방서가 눈에 들어온다.

소방관 옷으로 갈아입고 거울 앞에 서니 그야말로 각이 딱 잡힌 소방관이다. 제복이 주는 경건함과 비장함이 느껴진다. 일일 선생님으로 모신 사수는 "소방업무는 불 끄기, 구조, 구급 3단계로 나뉩니다. 신고가 들어오면 차에서 1분 안에 옷을 갈아입고 현장출동을 해야 합니다. 아주 긴박해요"라면서 교육을 시작했다.

소방서 한편에 군고구마를 굽는 빨간 통이 놓여 있어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여쭈었더니, 1950년대 원북소방서에서 불을 끄던 소방차라고 설명을 해준다. 리어카에 실려 있는 물통에 물을 채우고 경운기 엔진만 한 엔진을 달고 나가서 불을 껐다고 한다. 지금의 커다란 펌프카 소방차와 비교하니 그저 장난감 같아 보이지만, 당시에는 마을 사람들에게 얼마나 든든한 소방차였을까.

그런데 설명해 주시는 소방관은 아주 앳된 소녀처럼 보였다. "잠깐만요. 학생 아니세요"라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네, 소방관 맞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직접 불도 끄러 나가세요?"라고 했더니 "네, 직접 불을 끄러 나갑니다. 불 끄는 데 남녀와 나이 구분은 없습니다"라고 대답하는데 목소리는 오히려 더 크고 당당했다.

이어서 바로 특수구급훈련 장소로 이동했다. 구조해야 하는 환자를 만났을 때 응급처치를 하는 방법이다. 맨 먼저 119에 신고를 요청하고 다른 사람이 있으면 주위에 자동제세동기(AED)를 가져와 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그런 사이 나는 한 손의 손가락 사이에 다른 손의 손가락을 끼워 가슴을 누르는 심폐소생술 훈련을 실시했다. 직장에서 응급처치에 관한 교육을 받기도 했지만, 직접 해 보니 이제는 길을 가다가도 환자가 발생하면 바로 응급처치가 가능할 것 같다.

이어진 훈련은 산악사고 등으로 조난당한 환자를 구조하는 상황을 가정해 119헬기를 타고 출동하는 일이었다. 헬기에 타기 전 필요한 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탑승 전 반드시 지켜야 할 상황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고 바로 탑승해 보니 헬기 안은 응급구조를 위한 장비들로 가득하다.

나의 임무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구조대원으로서 헬기에서 내려 응급환자를 119구급차에 태워 보내는 일이었는데, 헬리콥터의 날개가 굉음을 내면서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니 앉아 있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환자를 119구급차에 태워 보내는 일은 그야말로 비상사태를 방불케 했다.

두 번째 임무는 응급환자가 되는 일이었다. 구조대원이 119헬기에서 철로 된 줄을 타고 나를 구조하러 내려왔다. 구조대원은 환자 의자에 나를 앉히고 서로의 몸을 고리와 고리로 연결해 나를 119헬기에 탑승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헬기에 탑승한 후에도 구조대원은 "괜찮으세요?"라면서 계속 나의 상태를 확인한다. 내가 진짜 환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진지하게 환자를 살폈다.

특수구조라는 임무를 다하고 헬기에서 내린 대원들은 헬기 앞에 일렬로 서서 안전이라는 구호를 붙이면서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는 인사를 하고 각자 자기 위치로 돌아갔다. 그 과정은 마치 혁혁한 공을 세우고 돌아온 용사가 된 기분이었다.

한 나라는 국민을 위해 여러 행정 부서를 두고 대민 봉사를 한다. 모든 부서가 저마다 막중한 임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소방 분야는 자기 자신을 오롯이 내려놓고 대민 봉사를 하는 곳이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인데 위험해서 할 수 없을 때 나를 대신해서 위험을 감수하는 분들이다. 날씨가 겨울을 향해 치닫고 있으니 소방대원들의 노고가 더욱 감사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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