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도청 신도시에 호랑이가 나타났다? "울음소리 들어" VS "녹음된 것"

산책하다 호랑이 울음소리에 놀랐다는 주장 나와…호랑이 제보는 사실로 나온적 없어
전문가들 "고라니, 멧돼지 쫓기 위한 녹음된 호랑이 소리일 개연성 커"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 경북도청 신도시 인근서 호랑이 울음소리를 들었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 경북도청 신도시 인근서 호랑이 울음소리를 들었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도청 신도시 주민 A씨는 동료들에게 최근에 겪은 경험담을 꺼내면 핀잔만 들었다. 하지만 그는 너무나 또렷한 체험이어서 믿어주지 않는 동료들이 섭섭하기만 하다.

경험담은 이렇다.

얼마 전 저녁 무렵 경북도청신도시 숲길가를 아내와 함께 걷다가 화들짝 놀랐다. 생생한 호랑이의 울음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A씨는 "숲속에서 울부짖는 호랑이 울음을 접하고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며 "아내도 겁에 질려 부리나케 큰 도로쪽으로 뛰어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 소백산 자락의 시골집에서 호랑이 소동을 겪은 적이 있어 호랑이 소리를 모를 수가 없다"고 말했다.

A씨의 얘기는 사실일까?

전문가와 사료 등에 따르면 한반도 호랑이는 1921년에 공식적으로 멸종됐다. 한반도는 과거 호랑이 서식에 최적의 환경을 자랑했지만 '해로운 맹수'로 지정한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씨가 말랐다.

하지만 심심찮게 호랑이 목격담은 전국에서 전해졌다.

경북에서도 호랑이를 마주쳤다는 증언은 잇따랐다. 2000년 경북 영천에서 밭일을 하다가 호랑이를 봤다는 제보가 있었고 2001년 경북 문경에서도 노루를 잡아먹는 호랑이를 봤다는 목격담이 나왔다.

특히 1998년에는 도청신도시 근처인 학가산에서 두 번이나 호랑이를 봤다는 등산객 증언이 나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A씨의 증언이 혹시 사실일 수도 있다는 개연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20년 전에도 한 차례 호랑이 소동에 혼쭐이 난 적이 있다. 당시 이 일은 언론의 조명을 받기도 했다. 영주 단산면(소백산 자락)의 한 마을에 살았다는 그는 "호랑이 소리가 크게 들리더니 한밤 중에 키우던 풍산개가 비명을 지르며 죽었고 다음날 살펴보니 집 주위로 호랑이 발자국과 똥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다수의 야생 전문가들은 "호랑이 목격담은 대부분 진실이 아니었다"며 "도시 주변에는 특히나 우리나라에 호랑이가 산다고 가정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녹음된 호랑이 울음소리일 개연성이 크다"는 추측을 내놨다.

백두대간 수목원 한 관계자는 "야생호랑이는 저주파 하울링이 심해서 비슷한 울음소리를 내는 동물은 드물다"면서도 "많은 호랑이 제보들 가운데 사실로 밝혀진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북 주요 호랑이 출몰 제보 일지

-1921 경주 대덕산에서 마지막 호랑이 포획(공식멸종)

-1998 안동시 북후면 학가산 정상에서 등산객이 호랑이 두 차례 목격

-1999 봉화군 명호면 청량산에서 송이 체취하던 주민이 호랑이를 만나 절벽아래로 도망침

-2000 영천시 고경면 밭일 하던 마을주민 다수가 호랑이 목격

-2000 경북 영주 단산면의 한 농가에서 목격, 키우던 풍산개 죽음

-2001 문경시 한 산에서 노루잡아 먹는 호랑이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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