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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에 "쌤한테 너를 내놔"…판결문 속 조재범 성범죄 유죄 정황

수원고법 2심서 징역 13년 선고
2014년 심 선수 연애 사실 알고서 '스킨십 여부' 물은 뒤 화내고 때리기도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 매일신문 DB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 매일신문 DB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가 심석희 선수에게 3년 간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1·2심에서 전부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가 심 선수에게 보낸 협박성 문자메시지 등 피해자 진술을 뒷받침할 증거들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1심인 수원지법은 지난 1월 조 씨에게 징역 10년 6월을, 2심인 수원고법은 지난달 형량을 높여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사건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조 씨는 심 선수가 고등학교 2학년(만 17세)이던 2014년 8월부터 평창 동계올림픽 직전인 2017년 12월까지 모두 29차례에 걸쳐 성폭행과 강제추행, 협박 등 범죄를 저질렀다.

조 씨는 2014년 8월 29일 밤 심 선수에게 남자친구가 생긴 것을 알고 스킨십 여부 등을 자세히 물어보면서 화내고 집으로 부른 뒤 주먹과 발로 온몸을 때렸다.

심 선수는 훈련일지 등을 바탕으로 당시 캐나다 전지 훈련을 다녀온 지 일주일가량 지난 시점에서 처음으로 조 씨에게 피해를 봤다며 당시 머리부터 세게 맞아 벽에 부딪힌 상황 등을 자세히 진술했다.

심 선수는 이후 3년 간의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자 세계선수권 등 대회 일정, 국가대표 공식 훈련 일정, 출입국 기록, 조 씨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및 텔레그램 메시지 등을 참고했다.

법원은 심 선수가 날짜와 장소, 조 씨의 행위, 당시의 심리 상태 등에 대해 명확히 구분해 진술했다며 신빙성을 의심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 증거를 유죄 판결의 근거로 삼았다.

법원은 이를 통상적인 스승과 제자 사이 대화로 보기 어렵고, 일부 문자메시지는 문언 자체만으로도 조 씨가 심 선수에게 성범죄를 저질렀음을 암시한다고 지적했다.

조 씨가 경찰 수사 과정에서 포렌식 결과에 관해 아무런 답을 하지 못하다가 검찰에 가서는 "단순한 장난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도 일반적인 사람 눈높이에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봤다.

조 씨는 1심에서 "범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 자체를 부인했으나 2심에서 돌연 "합의 하에 성관계한 적 있다"고 진술을 바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4·서울시청). 연합뉴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4·서울시청). 연합뉴스

앞서 조 씨 측은 이 사건 항소심 도중이던 그해 12월 심 선수가 뒤늦게 성범죄 피해 사실을 추가 고소한 것이 의문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국민들에게 이름이 알려진 심 선수가 성범죄 피해 내용이 대중에 알려질 가능성을 우려해 주저하다가 나중에 추가 고소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자연스러운 고소 경위"라고 판단했다.

여러 증인들 증언 등에 따르면 조 씨는 심 선수의 휴대전화를 검열하는 등 감시하고,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컴퓨터로 확인하고 있었다. 심 선수도 2015∼2016년쯤 자신이 기록한 메모에 '성희롱 성추행 (중략) 이중인격 인격장애…난 못 버텨'라고 썼다. 법원은 이런 증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죄 판결을 했다.

한편, 사건 피해자인 심 선수는 최근 국가대표 동료를 비하하고, 평창올림픽 경기 도중 고의로 최민정 선수와 충돌을 시도했다는 논란이 나오면서 국가대표팀 다른 선수들과 분리됐다. 조 씨 측이 지난 7월 2심 법원에 제출한 '변호인 의견서' 내용이 한 매체를 통해 공개되면서다.

심 선수는 "당시의 미성숙한 태도와 언행으로 인해 많은 분께 실망과 상처를 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고의 충돌과 관련해서는 "의도적으로 넘어진 것처럼 서술한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은 심 선수의 최근 논란 문자를 근거로 조 씨의 성범죄 사건 판결 또한 잘못 내려진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조 씨가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심 선수의 감정 변화나 이익 등 이유로 무고당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선고 당시 "피고인은 피해자의 고소가 다른 선수와 경쟁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으나, 해당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는 제출한 바 없다"며 "피해자가 무고했다면 선수 생명은 물론이고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를 감수하며 고소를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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